아마존 재팬을 기웃기웃하다가 눈에 들어왔던 책이 있었으니 바로 이 책 <모시도라>였다. 일본에서 <1Q84>를 제치고 2010년 일본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책. 하지만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 책이 과연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에 조용히 기억에서 지워가고 있을 무렵, 서점에서 마치 NT 소설 같이 포장된 이 책을 만났다. 표지가 안습이야, 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해 계속 미뤄오다가 결국 '표지 까이꺼 벗겨내고 읽으면 되지' 하는 호기로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 제목도 긴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이다.
아픈 친구를 대신해 고교야구부의 여자 매니저가 된 미나미. 미나미는 '야구부를 고시엔 대회에 진출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미나미가 들어간 호도고의 야구부는 고시엔 진출을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만년 하위팀. 매니저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미나미는 매니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서점에 가서 매니지먼트에 대한 책을 찾게 되고, 서점 직원의 추천으로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구입한다. 하지만 정작 책을 펴보니 <매니지먼트>는 야구와는 전혀 상관 없는 책. 하지만 미나미는 그래도 가장 유명한 책이라는데, 하는 마음에 <매니지먼트>를 읽기 시작하고, 책 속에서 기업경영에 대한 부분을 하나씩 야구부에 적용시키기 시작한다. 그리고 기적처럼 호도고 야구부도 변화하기 시작하는데...
야구부의 고객이 누구인지 정의하는 것,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것, 그리고 피터 드러커의 경영과 관리론을 적용시켜 조직을 변화시키는 과정이 소설과 잘 접목되어 즐겁게 읽었다. 특히 고객이 야구부에 요구하는 것은 '감동'이라고 정의하는 것이나, 노 번트 노 볼 작전을 이노베이션으로 설정하는 것, 리더의 자질에 대한 부분 등에서 공감하면서 읽었다. 경영학과 스포츠를 잘 접목시켜 야구를 좋아하는 독자와 쉽게 경영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 모두를 사로잡은 듯하다. 소설로만 본다면 분명 다소 빤한 전개라 식상했지만, 애초에 스토리 자체에 큰 기대를 하고 읽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실망이 그리 크지 않았다. 되려 이 책을 읽고 나니 피터 드러커의 빛나는 통찰이 담긴 책을 읽고 싶어졌다. 스토리 자체의 빈약함과 피터 드러커를 마치 신처럼 그의 말대로 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꺼야라는 식의 설정 때문에 아쉬움은 남았지만, 정보전달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그럭저럭 잘 잡은 보기 드문 매니지먼트 입문서가 아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