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의 자서전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5월
구판절판


배고픔, 이건 욕망이다. 이것은 열망보다 더 광범위한 열망이다. 이것은 힘으로 표현되는 의지가 아니다. 그렇다고 유약함도 아니다. 배고픔은 수동적인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굶주린 사람, 그는 무언가를 찾는 사람이다. -20쪽

나는 사람들에게서 감탄을 유발하기 위해 책을 읽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감탄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감탄하는 것, 이것은 오묘하고도 절묘한 행위다. 두 손이 따끔따끔거리고, 호흡이 쉬워졌다.
독서는 감탄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이었다. 나는 자주 감탄하기 위해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다. -139쪽

나는 배고픔을, 배고픔들을, 내 배고픔을, 다른 사람들의 배고픔을, 심지어는 배고픔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 자체까지도 증오하기 시작했다. 나는 인간, 동물, 그리고 식물을 증오했다. 돌만이 예외였다. 나는 돌이 되고 싶었다. -153쪽

교수들이 입에 달고 다니던 <이 작가의 문체를 분석하시오>라는 식의 이야기를, 나는 물론 기억하고 있다. <이 시는 아주 잘 쓴 시다. 이 모음의 경우 시 전체에서 네 번 나오거든>등등의 이야기들 말이다. 이런 식의 해부는 마치 사랑에 빠진 남자가 제 3자에게 애인의 매력을 조목조목 따져 설명하는 것만큼이나 지겨운 일이다. 문학적 아름다움이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문학적 아름다움을 경험한 일을 남에게 전달한다는 것이, 마치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에게 자기 애인의 매력을 전달하는 것만큼이나 힘들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혼자 저절로 그 아름다움에 도취하지 않고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러한 경험이었다. -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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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 카리브 해에 누워 데낄라를 마시다
이우일 지음 / 예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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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내가 들은 가장 충격적인(?) 뉴스는 카스트로가 쓰러졌다는 것이었다. 쿠바의 독재자 카스트로가 쓰러졌다니. 그럼 이제 쿠바도 어쩔 수 없이 자본주의로 전환될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며 그렇게 되기 전에 빨리 쿠바로 떠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하기사 이미 자본주의의 맛을 알아간다고는 하더라). 하지만 쿠바에 가려면 경유해서 갈아타야하고, 비행기표값도 비싸고, 알아보니까 생각보다 여행비도 비쌀 것 같다는 생각에 우선은 포기.(결정적으로 난 아직 여권도 없다.) 그러던 차에 이전에도 재미있는 여행기(도쿄여행기나 신혼여행기)로 찾아왔던 이우일이 쿠바를 다녀왔다기에 홈페이지로 소식을 접하다가 이렇게 책으로도 다시 접하게 되었다.

  이우일과 그의 가족들은 위험한 도시라는 소문을 듣고 주위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여행한 멕시코 시티, 뒤이어 긴장을 조금 풀어준 휴양지 도시인 칸쿤을 거쳐, 아직까지는 자본주의의 때가 덜 탄 쿠바의 아바나, 그리고 긴 여행을 마치고 푹 쉬자는 의미에서 경유한 '여자들의 섬'인 이슬라 무헤레스를 거치며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고, 많은 사람들은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이우일도 여행을 떠나기 전에 쓴 글에서 유럽에 가는 것보다 시간과 돈이 두 배 이상 든다고 투덜거렸듯이(실제로 내가 남미와 쿠바쪽 여행을 찾으면서 본 8개국 25일짜리 패키지는 팁같은거 제외하고도 900만원돈이었다.) 꼬박 하루동안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는 (물론 경유포함) 신체적인 고생이나 금전적인 압박이 이 여행에는 존재한다. 뭐 물론, 쿠바를 꼭 보고 싶다는 사람들에게는 필연적인 요소이겠지만 나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그 돈과 시간으로 다른 곳을 가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렇기에 이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도 많이 없는 편이고 정보도 상대적으로 부족하기에 종종 이렇게 책으로 만나보는데 책으로만 만나보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만 역시 부담되기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만 계속 들어서인지 이런 책들에 자꾸자꾸 손이 가는 것 같다.

  대개의 여행자들은 여행기를 쓸 때면 자신들의 글과 함께 사진을 통해 자신들의 여행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우일은 만화나 일러스트를 그려와서인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행과정을 보여준다. 그 뿐 아니라 부인인 선현경도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고, 심지어 딸인 은서도 그림을 통해 자신의 감상을 보여주고 있다. 온 가족이 자신의 손길이 담긴 그림을 통해 독자와 여행에 대한 느낌을 교류하는 것. 그렇기에 글만 빼곡하게 써있는 책보다 훨씬 쉽게 읽어갈 수 있었다. 물론, 사진과 글도 실려있기에 그림만 보는 지루함이나 구성상의 지루함은 없었다. 낯선 여행지에서의 감상, 그리고 경험. 이런 것들을 그만의 그림으로 녹여서 보여주기때문에 마치 옆에서 신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쿠바를 여행하고 싶은 사람, 멕시코시티를 여행하고 싶은 사람, 아니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이런 저런 사정때문에 떠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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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9-01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들 가족 참 재밌죠. 이 작품은 보지 못했는데 궁금해요. 쿠바 가는데 그리 비싸게 먹힐 줄은 몰랐어요...;;;;

이매지 2006-09-01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얇기도 하지만 재미도 있었어요. 신혼여행기나 도쿄여행기는 두꺼운 감이 있었는데 이 책은 얇아서 엑기스같은 느낌^^ 쿠바는 학생신분에 엄두가 안나요. -_ ㅠ 제가 본 여행사가 비싼걸 수도 있을텐데 대개 500 이상은 드는거 같더라구요^^
 
당신들의 천국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2
이청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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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지 이청준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때문에 읽기를 꺼려하고 있었던 터라 자의반, 타의반으로 <당신들의 천국>을 집어들면서 내심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정작 책을 집어들고 나니 무거운 소재와는 달리 책장은 술술 잘도 넘어가서 별다른 어려움없이 읽을 수 있었다.

  책의 서문에서 작가가 밝혔듯이 이 책은 소록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문둥이들이 모여살고 있는 그 곳에 조백헌 원장이 새로 부임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부임과 동시에 터진 탈출사건때문에 취임식도 잠시 미뤄두고 탈출사건에 대해 파악하는 조원장. 섬에 대해 잘 모르는 그에게 보건과장인 이상욱은 이것저것 알려주며 그에게 도움을 준다. 그리고 취임식에서 조원장은 그들의 천국을 만들겠노라는 선언을 한다. 하지만 새로운 원장이 취임될 때마다 반복되는 이야기에 섬 사람들은 그냥 그런가보다하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이에 조원장은 자신의 계획에 따라 한 발 한 발 문둥이들의 천국을 만들어가려고 하는데...

  수업시간에 이 책을 들어 교수님께서는 제목의 탁월함을 언급하셨다. '우리들의 천국'이 아닌 '당신들의 천국'이라는 제목이 주는 함축적 의미.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과 오늘날의 현실도 결국은 '당신들의 천국'이라는 이야기들. 사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책을 읽기 전에는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시큰둥했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왜 그 곳이 '당신들의 천국'이 될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되었다. 원생들의 탈출사건이나 무관심한 태도 등에서 배신감을 느꼈던 조원장. 하지만 원생들의 내부에는 '정상인'에 대한 불신이 녹아져있었고, 실상 그들에게 천국을 만들어주겠다는 조원장은 그들을 지배하고 억압하고 있었을 뿐이다.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조원장의 명령에 의해서만 움직였던 사람들. 조원장이 만들어놓은 의사소통을 위한 장치들도 결국엔 알고보면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억압도구로 자리하고 있었던 것. 천국을 만들려는 계획은 그들의 자유의지가 담겨있지 않았기에 결국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내용들은 책의 결말부분에서 조원장이 다시 섬으로 돌아오고, 정상인과 원생의 결혼하게 되는 것을 통해 전환되며 끝난다. 이런 결말을 통해 '우리들의 천국'을 위한 믿음과 사랑의 싹이 아직은 땅 밑에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조금씩 그 싹을 티우고 있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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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2
이청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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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런 생각을 자주 해왔어요. 눈을 뜨고 찾아내려고만 하면 이 땅 위엔 아름답고 귀한 것이 얼마든지 많을 거란 생각 말이오. 하지만 그 아름답고 귀한 것들은 우리가 눈을 뜨고 찾아내지 않으면 함부로 모습을 드러내보이질 않습니다. 볼 수가 없습니다. 누구의 눈에도 띄어본 일이 없이 우리 눈앞에서 숨어 사라져버리는 것들이 얼마든지 많습니다. -중략- 바로 저 나무 뿌리가 그런 것 중의 하나지요. 산에만 올라가면 저런 고목나무 뿌리는 얼마든지 많습니다. 모두가 땅속에 숨어 있어요. 놔두면 제물에 썩어 없어져버릴 것들이지요. 하지만 내가 올라가 땅을 파고 썩어가는 뿌리를 찾아주면, 저것들은 제 몫의 아름다움을 되찾아 지니고 저렇게 내게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요즘 사람들 현상의 실첸가 뭔가를 찾아낸다고 생 유리창을 주먹으로 두들겨깨기도 하고, 새끼줄을 이리저리 얽어매는 따위의 어려운 짓들까지 하는 모양입디다만, 이 나무 뿌리는 그렇게 힘이 들 필요가 없어요. 일부러 뭘 만들어낼 필요가 없어요. 제가 원래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이 있거든요. 그 숨어 묻혀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주기만 하면 그만이니까. 놔두면 그냥 땅속에서 썩어 없어질 나무 뿌리를 찾아내주기만 하면 그만이란 말이우다. 그게 예술이 안 됩니까. 그래선 예술 작품이 안 되는 거웨까?-358~9쪽

우리는 누구나 오늘의 자기 현실을 최종적이고 불가변의 것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의 현실은 내일 다시 선택적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 위에서 그 오늘의 현실이 아무리 만족스럽고 행복한 것이라 하더라도 거기에 다시 내일의 선택이 전제되지 않는 한 그 현실은 누구에게도 천국일 수가 없습니다. 선택과 변화가 전제되지 않은 필생의 천국이란 오히려 견딜 수 없는 지옥일 뿐입니다. -390쪽

믿음이 없이는 자유라는 것을 함부로 행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믿음이 없이 자유를 행하니까 싸움과 갈등과 불신과 미움밖에 남는 것이 없다고 말했지요. 그리고 믿음으로 행하지 못함이 곧 사랑으로 행하지 못하는 것이니 믿음이 없는 사랑을 행함은 사랑을 행하지 않음만 같지 못하다고 말입니다. -4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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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로 맹근다 - 경상도 사투리의 말맛
백두현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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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인가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에서 생활 사투리라는 게 꽤 히트를 쳤었다. 같은 말을 전라도, 경상도 사람들이 어떻게 표현하느냐를 통해 웃음을 유발했던 것. 그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왠지 사투리를 비하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껄끄럽기도 했었다. (뭐 그로 인해서 사투리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태어나서 쭉 서울에서 자란 나지만 부모님의 고향이 경상도지방인 관계로 명절때, 혹은 친척들을 만날 때면 나는 경상도 사투리를 많이 듣곤했다. 또, 전공과목인 <국어 방언론>에서도 경상도 방언의 특징, 전라도 방언의 특징, 중부방언의 특징 등에 대해서 배웠기에 들으면 들을수록 친숙하고 재미있게 사투리를 느껴왔다. 그러던 차에 경상도 지방의 사투리를 소개한 이 책을 접하게 되고 호기심 반, 진지함 반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일단 이 책 속에는 많은 사투리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는 편이다. 총 6개의 분야로 나눠서 각각의 사투리들의 예문을 소개하고 있다. 표준어만 구사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나마 좀 익숙한 "니, 어데 가노?"를 시작으로 "재수 억수로 좋네, 돈 디기 벌었제", "타알라알라(탈날라)", "오지기 당했다", "니캉 내캉" 등과 같은 생활 속에서 들을 수 있는 대화의 일부, "국수와 국시", "부추와 정구지", "짐치와 김치" 등의 음식들의 명칭, 그 외에 경상도 사투리에서 온 "상추"와 같은 단어들의 기원 등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또 같은 경상도 지역에 속해있어도 세부적인 지역마다 틀린 내용들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어서 같은 방언권 아래에서의 다양성도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대구에서는 "와 이카능교?"라고 하는 것을 부산에서는 "와 이라요?"라고 같이 다르게 사용한다고) 또, 이런 내용때문인지 나도 몰랐던 경상도 사투리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던 기회가 되기도 했다. 나는 경북지방이 부모님 고향이기때문에 경남지방의 사투리들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은 맛볼 수 있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존재하리라고 본다)

  나름대로 여러가지 예문들이나 예시들을 담아놓아서 흥미를 끌었고, 이런 내용들을 문법적으로 설명을 한다거나 역사적인 변천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지 않기때문에 비전공자들이 봐도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순하게 사투리만 소개한 것이 아니라 그런 사투리의 사용을 통해서 저자가 교훈을 주려고 하는 게 좀 사족같이 생각됐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경상도 사투리를 맛보기 좋은 책인 것 같았다. 경상도 사투리의 말맛을 느껴보고 싶은 타지 사람이나 이제 막 전공자가 된 대학교 1~2학년이 보기에 괜찮은 책인 것 같았다. 좀 더 많은 예문과 좀 더 깊이있는 내용이 아쉽지만 호기심을 자극시키기엔 충분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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