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로 맹근다 - 경상도 사투리의 말맛
백두현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인가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에서 생활 사투리라는 게 꽤 히트를 쳤었다. 같은 말을 전라도, 경상도 사람들이 어떻게 표현하느냐를 통해 웃음을 유발했던 것. 그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왠지 사투리를 비하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껄끄럽기도 했었다. (뭐 그로 인해서 사투리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태어나서 쭉 서울에서 자란 나지만 부모님의 고향이 경상도지방인 관계로 명절때, 혹은 친척들을 만날 때면 나는 경상도 사투리를 많이 듣곤했다. 또, 전공과목인 <국어 방언론>에서도 경상도 방언의 특징, 전라도 방언의 특징, 중부방언의 특징 등에 대해서 배웠기에 들으면 들을수록 친숙하고 재미있게 사투리를 느껴왔다. 그러던 차에 경상도 지방의 사투리를 소개한 이 책을 접하게 되고 호기심 반, 진지함 반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일단 이 책 속에는 많은 사투리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는 편이다. 총 6개의 분야로 나눠서 각각의 사투리들의 예문을 소개하고 있다. 표준어만 구사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나마 좀 익숙한 "니, 어데 가노?"를 시작으로 "재수 억수로 좋네, 돈 디기 벌었제", "타알라알라(탈날라)", "오지기 당했다", "니캉 내캉" 등과 같은 생활 속에서 들을 수 있는 대화의 일부, "국수와 국시", "부추와 정구지", "짐치와 김치" 등의 음식들의 명칭, 그 외에 경상도 사투리에서 온 "상추"와 같은 단어들의 기원 등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또 같은 경상도 지역에 속해있어도 세부적인 지역마다 틀린 내용들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어서 같은 방언권 아래에서의 다양성도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대구에서는 "와 이카능교?"라고 하는 것을 부산에서는 "와 이라요?"라고 같이 다르게 사용한다고) 또, 이런 내용때문인지 나도 몰랐던 경상도 사투리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던 기회가 되기도 했다. 나는 경북지방이 부모님 고향이기때문에 경남지방의 사투리들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은 맛볼 수 있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존재하리라고 본다)

  나름대로 여러가지 예문들이나 예시들을 담아놓아서 흥미를 끌었고, 이런 내용들을 문법적으로 설명을 한다거나 역사적인 변천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지 않기때문에 비전공자들이 봐도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순하게 사투리만 소개한 것이 아니라 그런 사투리의 사용을 통해서 저자가 교훈을 주려고 하는 게 좀 사족같이 생각됐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경상도 사투리를 맛보기 좋은 책인 것 같았다. 경상도 사투리의 말맛을 느껴보고 싶은 타지 사람이나 이제 막 전공자가 된 대학교 1~2학년이 보기에 괜찮은 책인 것 같았다. 좀 더 많은 예문과 좀 더 깊이있는 내용이 아쉽지만 호기심을 자극시키기엔 충분했던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