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배수아의 이름은 몇 번 들어봤지만 이 작품으로 그녀의 영역에 드디어 발을 디뎠다. 이 책을 읽게 된 결정적 계기라면 신문기사에서 '그녀가 하는 낭독회라면 두 발 벗고 달려가겠다'라는 요지의 글을 봤기때문이다.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그럴까하는 호기심 반, 새로운 작가에 대한 호기심 반으로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물론, 다소 도발적인 제목도 한 몫 했지만)

  장편소설이라고 해도 여러개의 챕터로 이뤄져있기때문에 별로 장편같지 않은 느낌으로 읽어갈 수 있었다. 책도 그렇게 두껍지 않은 편이라 부담없이 읽어갈 수 있었다. 33살의 독신녀 유경. 그녀는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에 대해서도 일종의 혐오감을 갖고 있다. 결혼과 사랑, 가족에 대해서 무엇보다도 냉소적인 그녀에게 한가지 꿈이 있다면 수의사가 되는 것. 때문에 회사를 다니면서도 그녀는 야간대학에서 수의학을 공부한다. 그리고 제각각의 삶을 살아가는 그녀의 친구들. 오래된 친구이지만 누군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헐뜯기 바쁘고, 자기보다 못해보이는 친구가 결혼한다는 소식에 한참 분개해하기도 한다. 유경이 자발적인 독신상태를 유지하며 자유로운 삶을 유지하려는 반면, 그녀의 친구들은 언제든지 멋진 상대만 나타난다면 당장에라도 결혼을 할 것 같다. 커다란 사건은 없지만 유경의 친구들, 그리고 직장 동료들을 통해 독신녀 유경의 삶을 바라보는 것이 이 책의 주내용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을 단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유경에게 금성이 던진 한 마디 물음일 것이다. '독신녀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것. 이제는 일하는 여성들이 많이 늘어난 탓에 30대 초반에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을 찾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가족이나 주위사람들의 시선도 많이 완화된 편이고. 하지만 유경처럼 자신의 꿈을 가지고 그것을 추구하려고 하고 남자는 마음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체액을 주고 받는 상대로 대하는 여자들에게 사회는 가혹한 칼날을 들이댄다. 어쩌면 배수아가 이 책을 보여주려고 한 것은 그런 사회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기만의 가시를 뾰족뾰족하게 세운 여성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영역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그게 피가 섞인 가족이던, 오랜 세월 함께한 친구이던, 똥침놓을만한 직장상사이건) 방어막을 두르고 그 안에서만 살아가는 모습. 어떻게 보면 독신주의의 극단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여성작가들의 이런 극단적인 면을 좋아하지 않지만(왜 여자작가들이 쓴 책에 나온 주인공들은 징징짜거나, 투사가 될 수밖에 없는건가?) 혹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독신녀들이 본다면 어느 부분에서는 공감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한 권의 책으로 한 작가를 판단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작품만으로 봤을 때는 배수아는 내 취향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한 권 정도는 더 읽어보고 판단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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훵카델릭 2007-03-29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보고 있어요^^ 독학자를 추천해드려요.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12월
구판절판


헤어짐이 아프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건 오만이다. -135쪽

남자란 바퀴벌레 같은 존재이고 없애려해도 도저히 사라지지 않는다. 때려도 죽지 않고 이사를 가도 따라오고 불을 끄면 침대 속에 비비고 들어오고 아침이 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크라운을 가진 바퀴벌레라고 해서 나에게 뭐가 달라지나. 바퀴벌레는 그냥 바퀴벌레일 뿐이고 그들 나름의 욕구에 의해서 살아간다. 나와는 다르다. 심플하게 받아들이자. 이제 길은 나에게 가슴 두근거리게 만드는 존재도 뭐도 아니다. 길게 끌려다니다가는 걷어차이는 것밖에 기대할 것이 없다. 아니 나에게 중요한 것은 걷어차이는 것이 아니고 그 다음에 찾아올 패배감과 자기 환멸이다. -149쪽

살아간다는 것은 밥과 권력을 위한 투쟁. 노력해야 한다. -186쪽

나는 앞으로의 인생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커다란 행운이나 성공도 없지만 치명적인 파국이나 불이익을 겪지 않고 진행될 것으로 믿는다. 그 대신 한 발 한 발 앞으로 가는 거다. 그래, 그것은 지루할 것이다. 흥미진진한 일도 아닐 것이다. 내가 백원만큼 일하고, 사회는 나에게 백 원을 지급한다. 남보다 앞서거나 불로소득을 얻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싶다면 얘기는 다르지만 나는 다시 한 번 더 결심을 굳힌다. 혼자 가는 거다.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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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6-11-21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책 제목도 예사롭지 않는데...
"남자란 바퀴벌레 같은 존재이고 없애려해도 도저히 사라지지 않는다......"
호호~~^^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이매지 2006-11-21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수아 좋아하시는 분들을 또 엄청 좋아하시더라구요^^
개인적으로는 보통이었어요.
뽀송이님께는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미쟝센 펄 샤이닝 모이스처 샴푸 - 550ml
아모레퍼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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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샴푸는 별다르게 따지지 않고 쓰던 편이어서 이것 저것 다양하게 써봤는데 팬틴도 괜찮았고, 라이스샴푸도 괜찮았는데, 도브는 좀 머릿결이 기름지는 것 같아서 한 번 쓰고 안 썼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이 샴푸를 접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저같은 경우엔 약간 건성모발인데다가 반곱슬인데다가 숱도 좀 있어서 겨울에는 정전기도 많이 생기는 편이고, 부시시한 감도 있고 잘 엉키는데 이 샴푸를 쓰면서 좀 더 머릿결이 차분해지면서 부드러워졌어요. 엉키는 일도 많이 줄어들었구요. 이 제품 쓰기 전에 썼던 라이스샴푸 같은 경우엔 린스까지 해야 좀 부드럽다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 제품은 샴푸만해도 어느 정도 부드럽다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습관적으로 머리를 만지곤 하는데 어떤 샴푸같은 경우에는 자꾸 머리를 만지다보면 머리가 떡진 것처럼 되기도 하는데 이 제품은 그런 감도 좀 덜한 것 같았어요. 그렇지만 혹 지성이신 분들이라면 살짝 부담스럽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많은 분들이 샴푸를 선택할 때 향도 중요시 여기시는 것 같은데요, 과일향처럼 상큼하거나 향수처럼 은근히 오래가는 향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다소 실망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과일향도 아니지만 향이 그렇게 진하지 않아서 그런지 머리를 말릴 때쯤엔 향이 거의 남지가 않더라구요. 보통 샴푸는 흰색이나 미색계열이 많았던 것 같은데 이 제품은 제품의 용기처럼 갈색빛이 나서 처음에 봤을 땐 좀 낯선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쓰다보니까 되려 이 색에 빠져들게 되는 것 같네요. 지금은 전에 쓰다가 남은 라이스린스와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그거 다 쓰면 린스도 또 사서 함께 써보려구요. 건조한 머릿결, 부스스한 머릿결, 잘 엉키는 머릿결로 고민하셨던 분들이라면 한 번쯤 써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부담없이 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겠네요. 뭐하나 아쉬운 점이 없는 제품이예요. 재구매의사 100%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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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전면개정판) -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조지 리처 지음, 김종덕 옮김 / 시유시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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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얼마 전, 피자헛에 갔다가 색다른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계산을 하려고 서있는데 계산대 근처에 대외비문서 하나가 올려져 있었던 것이다. 호기심에 슬쩍 들여다본 그 문서에는 피자 만드는 법에 대한 순서가 나와 있었다. (어떤 재료를 올려서 몇 분간 조리와 같은) 물론, 어디에 위치한 피자헛에 가던지 맛이 같은 것으로 미뤄보아 표준화된 규정이 있으리라고 짐작은 했지만 그렇게 눈으로 확인하게 되니 색다른 느낌이었다랄까? 그런 경험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히 이 책을 읽게됐고, 사회에 이미 깊숙히 자리한 맥도날드화에 대해서 바라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맥도날드화란 '패스트푸드점의 원리가 미국 사회와 그밖의 세계의 더욱더 많은 부문을 지배하게 되는 과정'이다. 이는 단순히 패스트푸드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 노동, 의료, 여행, 여가, 다이어트, 정치, 가정 등의 사실상 사회 거의 모든 부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지어 한 인간의 탄생과 죽음에도 맥도날드화는 적용된다. 저자는 맥도날드화의 특성을 크게 4가지(효율성, 계산가능성, 예측가능성, 통제)로 나눠 이런 특성들이 어떻게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우리가 맥도날드화된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어떤 의식을 가져야하는지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맥도날드화를 이루는 요소는 4가지이지만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효율성이다. 계산가능성, 예측가능성, 통제. 이 세가지 요소는 효율성을 위한 것, 혹은 그 수단으로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포드가 자동차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 조립라인을 설치했듯이 맥도날드도 햄버거, 음료수, 후렌치프라이를 만들어내기 위한 조립라인을 가지고 있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내가 피자헛에서 본 문서처럼 규정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맥도날드 햄버거 패티 하나의 무게는 굽지 않은 상태에서 45.36그램 이상도 이하도 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기울여진다. 0.45킬로그램의 고기로 10개의 햄버거를 만든다. 조리전 햄버거 패티의 지름은 정확히 9.84센티미터이고, 빵의 지름은 정확히 8.89센티미터이다. 맥도날드는 '지방측정기'를 자체 개발하여 햄버거 고기의 지방함유량 19퍼센트 선을 정확히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데, 지방 함유량이 19퍼센트 이상일 경우 굽는 동안 고기의 크기가 많이 줄어들어 햄버거가 빵보다 커보이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용물이 많아보이게 빵 밖으로 살짝 내용물이 나와야한다는 규정도 있다고) 이런 점들에 대해서 어떻게 보면 새삼스러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느 곳에 가던 맥도날드에 대해서는 일정한 예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어떤 이들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여행 중에 맥도날드를 여러번 이용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예측가능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맥도날드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맥도날드가 합리적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맥도날드의 합리화는 오히려 비합리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빨리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 찾아간 맥도날드에서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점이나, 샐러드바나 ATM기기처럼 고객이 돈과 함께 노동력까지 지불하는 현상 등은 다시 생각해보면 비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공장의 기계처럼 창의성은 배제된 채 반복적인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어떤가? 맥도날드화된 세상에서는 노동자는 로봇처럼 작업을 하고, 음성이 녹음된 인형처럼 프로그램된 말만 하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인간성'이나 '창의성'은 철저히 무시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자신의 예상이 틀리기를 바랬다. 하지만 이 책이 나온지 5년여가량이 지난 지금은 더욱 더 맥도날드화가 가속화된 것 같다. 넘쳐나는 프랜차이즈 가게들, 효율성만을 강조하며 인간적인 것을 무시하는 태도. 이 사회는 이제 합리화라는 가면을 쓰고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 합리화는 서비스를 받는 소비자의 것이 아닌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물론, 이렇게 고도로 합리화된(소비자에겐 불합리화겠지만) 사회에서 벗어나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합리화에 감춰진 진실을 통찰하고 그것을 통해 비판의 눈을 갖고 사회를 살아가는 것은 좀 더 영리하게 맥도날드화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두꺼운 책은 아니었고 단락도 짧은 편이라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내 주변의 사회현상들을 떠올리며 읽느라 책보다 더 넓게 사회를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합리성을 강조하며 비합리적인 것을 강요하는 사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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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앙 자크와 함께 하는 이집트 여행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김병욱 옮김/문학세계사

 



 

람세스 2세의 대형 조각상


파라오들의 나라 이집트로 떠난다는 것, 그것은 꿈의 실현이다. 부서진 비석들과 더없이 장엄한 피라미드들이 함께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이 세계 속으로 들어갈 때, 그 안내자가 바로 이집트 문화를 잘 알고 열정적으로 예찬하는 크리스티앙 자크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는 독자의 손을 잡아 끌며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신들의 세계까지 안내한다.
최초의 파라오 메네스로부터 시작하여 4세기 말의 마지막 상형문자 기록에 이르기까지, 이집트를 만든 파라오들의 30여 왕조가 무대에 올려져 환하게 조명된다. 기자, 카르나크, 필레, 그리고 왕들의 계곡에서, 우리의 이 특출한 안내자는 피라미드들과 신전들과 무덤들의 의의와 역할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해준다. 최근에 발표된 이집트학 연구자료들에 의거하여, 유명한 기념물들의 건축과 구도를 묘사하고 그 <영원의 돌들>을 읽게 하여, 고대 이집트의 정신세계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나일강의 현재 풍경. 이집트를 발견한다는 것은 나일강을 따라가는 일이다

 

많은 이들에게, 이집트를 발견한다는 것은 바로 나일강을 항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닌게아니라 이는 실로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강(6500km)을 항해한다는 것, 아스완에서 알렉산드리아까지 언제나 경탄으로 끝맺음하게 되는 이 항해는 은총일 수밖에 없다. 작은 돛단배를 빌리건 일반 선박을 빌리건, 중요한 것은 <배가 없는 자>가 되지 않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힘있는 자들이 의무적으로 도와주어야 할,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가난한 자를 그렇게 표현했다.

 

크리스티앙 자크는 1947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그는 열세 살 때 자크 피렌느의 <이집트 문명사>를 읽고 이집트에 깊이 빠져들었으며, 열일곱 살에 결혼하여 이집트로 신혼여행을 갔다고 한다. 소르본느 대학에서 철학과 고전문학을 전공한 그는 고대 이집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크리스티앙 자크는 이집트학 학자로서뿐만 아니라 탁월한 작가로서 많은 소설과 에세이를 발표하였는데, 많은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람세스> 시리즈는 전세계적으로 천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빛의 돌> <태양의 여왕> <파라오 제국의 파노라마> <나일강 위로 흐르는 빛의 도시> <이집트 판관> <피라미드 시대의 전설> <이집트 상형문자 이야기> <블랙 파라오> <태양의 여인들> 등 40여 권의 저서들이 있다. 프랑스 아카데미 프랑세즈 상과 출판인 상 등을 받았다.

 

 




카이로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정교한 조각과 상형문자

 

고대 이집트를 사랑하는 이에게 이집트 박물관은 중요한 <유적지>이다. 카이로 심장부의 엘-타흐리르 광장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이 박물관에는 일생을 두고 보아도 다 살펴볼 수 없을 만큼 많은 유물들이 소장되어 있다. 10만여 종이 넘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고, 또 이보다 더 많은 양의 유물들이 전시 공간을 찾지 못한 채 보관되어 있는 이곳은 명실공히 이집트 최대의 이집트학 박물관이다.


크리스티앙 자크는 이 책에서 나일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을 선택했다. 즉 북쪽의 델타 지역에서 남쪽의 나일강 상류 아부심벨을 향해 가는 것이다. 먼저 그는 카이로 시내의 박물관에서 그곳의 엄청난 유물들과 중요한 관람 요령을 알려준다. 기자 지역에서는 빛의 수호신인 스핑크스의 의미, 피라미드의 기능과 의의, 쿠푸 왕의 대피라미드, 카프레 왕의 신전들과 피라미드, 멘카우레 왕의 피라미드를 상세히 소개하고,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세 피라미드의 상징체계와 역사 등을 이야기한다. 아부시르의 피라미드, 사카라의 계단식 피라미드, 마스타바들, 다슈르, 메이둠, 파윰의 유적지를 돌아본 후, 중이집트로 향한다.
오시리스 신의 왕국인 아비도스에서 세티 1세의 대신전과 오시리스 신의 비밀신전, 람세스 2세의 신전을 볼 수 있다. 사랑의 여신 하토르를 위한 덴데라를 거쳐, 그 유명한 테베에 닿는다. 테베에서는 둘러볼 곳이 너무 많다. 신전 중의 신전으로 꼽히는 카르나크 신전, 룩소르 박물관, 구르나에 있는 세티 1세의 신전, 멤논의 대형 조각상에 얽힌 이야기들, 하트셉수트 여왕의 웅장한 사원, 람세스 3세의 도시신전인 메디네트 하부 등을 한 곳씩 방문한다. 테베의 지하분묘들을 찾아갈 때는 특히 크리스티앙 자크의 설명이 돋보인다. 왕들의 계곡, 여왕들의 계곡, 귀족들의 계곡에서 방문하게 되는 무덤들에 그려진 벽화들의 생생한 세부묘사나 당시 사회상을 곁들인 이야기들에는 작가가 이집트에 바친 40여 년 간의 세월이 묻어난다. 천지창조의 비밀을 간직한 에스나 신전을 거쳐 독수리 여신의 영지인 엘카브, 호루스 신을 모신 에드푸, 매와 악어의 신의 결합을 보여주는 콤 옴보 신전을 방문한다. 크리스티앙 자크는 신전을 세운 위대한 건축가들, 조각상과 상형문자들, 부조들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소개하면서 그 안에 숨겨진 신들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빛의 수호신, 스핑크스(左) 사카라의 계단식 피라미드(右)


나일강 상류인 아스완 지역은 특히 작가의 관심을 끄는 곳이다. 거대한 댐의 건설로 수몰될 뻔한 신전들과 유적이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세계 여러 나라와 유네스코의 도움으로 원래의 자리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진 문화유산들은 그 규모와 뛰어난 예술성으로 시선을 잡아끈다. 필레의 신전들, 아부심벨의 엄청난 두 신전은 이집트 예술의 위대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람세스 2세의 거대한 조각상이 인상적인 대신전과 네페르타리의 신전을 방문하면 고대의 이집트로 걸어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댐이 세워진 후, 이곳의 풍요로움이 사라지고 있다고 작가는 아쉬워한다. 유적들이 제 위치를 잃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계절의 순환에 따른 나일강의 범람이 가져왔던 비옥한 땅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이 책은 각 장마다 유적 하나하나의 평면도를 보여주고 그곳의 신전, 조각상, 부조 혹은 벽화의 역사적 배경과 신화적 해석을 들려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리고 본문 중에 나오는 이집트 벽화와 유적들의 컬러 사진들이 직접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맛보게 해준다. 또한 부록에 실려 있는 <이집트 연표>, <이집트의 신들>, <왕의 카르투슈들 목록>, <용어 해설> 등은 더욱 알차게 이집트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룩소르 신전의 아멘호테프 3세의 탑문



크리스티앙 자크의 <서문> 중에서


"이집트로 떠난다는 것, 그것은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꿈이 아닐까? 먼 고대부터 이 여행은 지혜의 원천을 향해 가는 순례로 여겨져 왔다. 신들이 사랑한 이 땅에 잠시나마 머무를 행운을 가진 이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체험을 하게 된다.


파라오들의 이집트는 하나의 나라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세계다. 3천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곳에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풍요로운 문명이 발전했으며, 오늘날까지도 우리는 여전히 힘과 마술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그 예술적 증언들을 바라볼 수 있다.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피라미드들과 카르나크 신전, 왕들의 계곡, 또는 아부심벨 등을 예찬하러 오는 것은 분명 그래서일 것이다.
이 책은 '사랑'을 얘기하고자 할 뿐 다른 목적이 없다. 40년 전부터 내가 찬탄과 열정을 품고서 수시로 드나들고 있는 한 나라에 대한 사랑. 그토록 많은 아름다움을 창조해낸 한 문명에 대한 사랑. 작은 비석들에서부터 높이 솟아오른 피라미드들에 이르기까지, 우주와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하나의 영적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는, 찬란하면서도 신비로운 그 기념물들에 대한 사랑 말이다.

고대 이집트는 탄생하여 멸망에 이를 때까지 오직 파라오 왕정이라는 단 하나의 정치 체제를 고수했다.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가히 전설적인 이 안정성은 수차례에 걸친 역사의 요동에도 불구하고 이집트 문명에 놀라운 일관성을 안겨주었다. 그리스와 로마의 황제들조차도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파라오를 빚어낸 조상들의 전통 의례를 거쳐야 했다.

파라오의 이집트는 하늘의 형상을 본떴다. 신성한 장소 하나하나에는 거처를 가져야만 지상에 머무를 수 있는 우주적 힘이 깃들어 있다. 그 거처, 그것이 바로 신전이다. 조화의 법칙을 관장하는 전문가들에 의해 <영원의 아름다운 돌돌>로 건조된 신전 하나하나는 바로 신성한 언어의 각 단어들이며, 그곳을 차례로 방문하면서 우리는 그 언어를 읽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집트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외양이 아니라 그 영적.상징적 실재성이다. 인물들은 옆모습인데 두 눈은 정면을 향하고 있는 경우를 우리는 보게 된다. 이론상으로는 불가능한데도, 대상들의 내용물이 우리에게 드러나 있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자세히 관찰할 수 있도록 정원들이 수직으로 쳐들려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요컨대, 장인은 우리가 마땅히 보아야 할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유적 하나, 기념물 하나하나가 여러 권의 책으로 서술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이 책은 이집트 세계에 처음 입문하는 여행자를 돕기 위해 씌어진 만큼, 나는 주요 유적들의 영혼과 그것들의 주된 특징들만 상기시켜주고자 한다.

우리의 도정은 북에서 남으로, 타니스에서 아부심벨로 향해 가면서 관광객들이 가장 자주 찾는 곳들, 즉 기자와 사카라, 룩소로, 그리고 아스완을 거칠 것이다. 여행객들에게 바라는 것은 하나뿐이다. 여러 차례 이집트를 방문하여 최대한 많은 유적들에 머물러 보라는 것. 여러 가지 이유로 이집트를 방문할 수 없는 모든 분들께는 이 책을 통해 머릿속으로나마 파라오의 땅을 여행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메디네트 하부(Medinet Habou)


 




투탕카멘 왕과 왕비가 새겨진 황금 의자의 등판 부분, 카이로 박물관

 

여왕들의 계곡이 있는 네페르타리 여왕의 무덤 벽화, 신에게 경배를 드리는 여왕.

람세스 2세의 첫번째 왕비

 

왕들의 계곡 남서쪽 1.5km 지점에 위치한 여왕들의 계곡은 테베의 지하 분묘 중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유적지이다. 이곳의 분위기는 왕들의 계곡과는 전혀 다르다. 왕들의 계곡은 험하고 은밀하지만, 여왕들의 계곡은 개방적이고 다가가기가 쉽다. 바로 그래서 이 계곡은 많은 고통을 받았다. 도굴꾼들이 무덤을 약탈했고 개중에 어떤 무덤들은 불살라지기도 했다. 후기 왕조 시대에는 여러 분묘들이 미라와 석관 안치소로 이용되었다.

 




네페르타리의 영혼-새인 '바'도 보인다. 그녀는 보이지 않는 이와 체스를 두어, 빛의 끊임없는 변화이자 이행(移行)의 신인 신성갑충의 머리를 한 케프리 같은 여러 신들에 대한 깨달음과 저승의 문들을 여는 결정적인 승리를 거둔다.

 




토지 관리 서기 일을 맡고 있던 멘나(Menna)는  오시리스 제(祭)에 참석하기 위해 아비도스로 가는 배 여행길에 오르고 있다.

 




메디네흐 유적지의 세네젬 무덤 벽화

 




 에드푸 사원, 매의 모습을 한 호루스 신의 조각상

 

필레 트라잔 정자의 장식적인 기둥들

 



 
출처 : http://paper.cyworld.nate.com/damho/1888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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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6-11-20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예전에 "나일강의 소녀'란 책 읽으면서 이집트에 빠져들던 때가 있었는데 그 때 생각이 다시 나는군요.^^

이매지 2006-11-20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람세스하고 비슷한 작품들 읽고 빠졌던 기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