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앙 자크와 함께 하는 이집트 여행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김병욱 옮김/문학세계사

 



 

람세스 2세의 대형 조각상


파라오들의 나라 이집트로 떠난다는 것, 그것은 꿈의 실현이다. 부서진 비석들과 더없이 장엄한 피라미드들이 함께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이 세계 속으로 들어갈 때, 그 안내자가 바로 이집트 문화를 잘 알고 열정적으로 예찬하는 크리스티앙 자크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는 독자의 손을 잡아 끌며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신들의 세계까지 안내한다.
최초의 파라오 메네스로부터 시작하여 4세기 말의 마지막 상형문자 기록에 이르기까지, 이집트를 만든 파라오들의 30여 왕조가 무대에 올려져 환하게 조명된다. 기자, 카르나크, 필레, 그리고 왕들의 계곡에서, 우리의 이 특출한 안내자는 피라미드들과 신전들과 무덤들의 의의와 역할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해준다. 최근에 발표된 이집트학 연구자료들에 의거하여, 유명한 기념물들의 건축과 구도를 묘사하고 그 <영원의 돌들>을 읽게 하여, 고대 이집트의 정신세계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나일강의 현재 풍경. 이집트를 발견한다는 것은 나일강을 따라가는 일이다

 

많은 이들에게, 이집트를 발견한다는 것은 바로 나일강을 항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닌게아니라 이는 실로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강(6500km)을 항해한다는 것, 아스완에서 알렉산드리아까지 언제나 경탄으로 끝맺음하게 되는 이 항해는 은총일 수밖에 없다. 작은 돛단배를 빌리건 일반 선박을 빌리건, 중요한 것은 <배가 없는 자>가 되지 않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힘있는 자들이 의무적으로 도와주어야 할,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가난한 자를 그렇게 표현했다.

 

크리스티앙 자크는 1947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그는 열세 살 때 자크 피렌느의 <이집트 문명사>를 읽고 이집트에 깊이 빠져들었으며, 열일곱 살에 결혼하여 이집트로 신혼여행을 갔다고 한다. 소르본느 대학에서 철학과 고전문학을 전공한 그는 고대 이집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크리스티앙 자크는 이집트학 학자로서뿐만 아니라 탁월한 작가로서 많은 소설과 에세이를 발표하였는데, 많은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람세스> 시리즈는 전세계적으로 천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빛의 돌> <태양의 여왕> <파라오 제국의 파노라마> <나일강 위로 흐르는 빛의 도시> <이집트 판관> <피라미드 시대의 전설> <이집트 상형문자 이야기> <블랙 파라오> <태양의 여인들> 등 40여 권의 저서들이 있다. 프랑스 아카데미 프랑세즈 상과 출판인 상 등을 받았다.

 

 




카이로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정교한 조각과 상형문자

 

고대 이집트를 사랑하는 이에게 이집트 박물관은 중요한 <유적지>이다. 카이로 심장부의 엘-타흐리르 광장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이 박물관에는 일생을 두고 보아도 다 살펴볼 수 없을 만큼 많은 유물들이 소장되어 있다. 10만여 종이 넘는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고, 또 이보다 더 많은 양의 유물들이 전시 공간을 찾지 못한 채 보관되어 있는 이곳은 명실공히 이집트 최대의 이집트학 박물관이다.


크리스티앙 자크는 이 책에서 나일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을 선택했다. 즉 북쪽의 델타 지역에서 남쪽의 나일강 상류 아부심벨을 향해 가는 것이다. 먼저 그는 카이로 시내의 박물관에서 그곳의 엄청난 유물들과 중요한 관람 요령을 알려준다. 기자 지역에서는 빛의 수호신인 스핑크스의 의미, 피라미드의 기능과 의의, 쿠푸 왕의 대피라미드, 카프레 왕의 신전들과 피라미드, 멘카우레 왕의 피라미드를 상세히 소개하고,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세 피라미드의 상징체계와 역사 등을 이야기한다. 아부시르의 피라미드, 사카라의 계단식 피라미드, 마스타바들, 다슈르, 메이둠, 파윰의 유적지를 돌아본 후, 중이집트로 향한다.
오시리스 신의 왕국인 아비도스에서 세티 1세의 대신전과 오시리스 신의 비밀신전, 람세스 2세의 신전을 볼 수 있다. 사랑의 여신 하토르를 위한 덴데라를 거쳐, 그 유명한 테베에 닿는다. 테베에서는 둘러볼 곳이 너무 많다. 신전 중의 신전으로 꼽히는 카르나크 신전, 룩소르 박물관, 구르나에 있는 세티 1세의 신전, 멤논의 대형 조각상에 얽힌 이야기들, 하트셉수트 여왕의 웅장한 사원, 람세스 3세의 도시신전인 메디네트 하부 등을 한 곳씩 방문한다. 테베의 지하분묘들을 찾아갈 때는 특히 크리스티앙 자크의 설명이 돋보인다. 왕들의 계곡, 여왕들의 계곡, 귀족들의 계곡에서 방문하게 되는 무덤들에 그려진 벽화들의 생생한 세부묘사나 당시 사회상을 곁들인 이야기들에는 작가가 이집트에 바친 40여 년 간의 세월이 묻어난다. 천지창조의 비밀을 간직한 에스나 신전을 거쳐 독수리 여신의 영지인 엘카브, 호루스 신을 모신 에드푸, 매와 악어의 신의 결합을 보여주는 콤 옴보 신전을 방문한다. 크리스티앙 자크는 신전을 세운 위대한 건축가들, 조각상과 상형문자들, 부조들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소개하면서 그 안에 숨겨진 신들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빛의 수호신, 스핑크스(左) 사카라의 계단식 피라미드(右)


나일강 상류인 아스완 지역은 특히 작가의 관심을 끄는 곳이다. 거대한 댐의 건설로 수몰될 뻔한 신전들과 유적이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세계 여러 나라와 유네스코의 도움으로 원래의 자리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진 문화유산들은 그 규모와 뛰어난 예술성으로 시선을 잡아끈다. 필레의 신전들, 아부심벨의 엄청난 두 신전은 이집트 예술의 위대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람세스 2세의 거대한 조각상이 인상적인 대신전과 네페르타리의 신전을 방문하면 고대의 이집트로 걸어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댐이 세워진 후, 이곳의 풍요로움이 사라지고 있다고 작가는 아쉬워한다. 유적들이 제 위치를 잃어버렸을 뿐만 아니라, 계절의 순환에 따른 나일강의 범람이 가져왔던 비옥한 땅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이 책은 각 장마다 유적 하나하나의 평면도를 보여주고 그곳의 신전, 조각상, 부조 혹은 벽화의 역사적 배경과 신화적 해석을 들려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리고 본문 중에 나오는 이집트 벽화와 유적들의 컬러 사진들이 직접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맛보게 해준다. 또한 부록에 실려 있는 <이집트 연표>, <이집트의 신들>, <왕의 카르투슈들 목록>, <용어 해설> 등은 더욱 알차게 이집트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룩소르 신전의 아멘호테프 3세의 탑문



크리스티앙 자크의 <서문> 중에서


"이집트로 떠난다는 것, 그것은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꿈이 아닐까? 먼 고대부터 이 여행은 지혜의 원천을 향해 가는 순례로 여겨져 왔다. 신들이 사랑한 이 땅에 잠시나마 머무를 행운을 가진 이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체험을 하게 된다.


파라오들의 이집트는 하나의 나라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세계다. 3천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곳에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풍요로운 문명이 발전했으며, 오늘날까지도 우리는 여전히 힘과 마술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그 예술적 증언들을 바라볼 수 있다.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피라미드들과 카르나크 신전, 왕들의 계곡, 또는 아부심벨 등을 예찬하러 오는 것은 분명 그래서일 것이다.
이 책은 '사랑'을 얘기하고자 할 뿐 다른 목적이 없다. 40년 전부터 내가 찬탄과 열정을 품고서 수시로 드나들고 있는 한 나라에 대한 사랑. 그토록 많은 아름다움을 창조해낸 한 문명에 대한 사랑. 작은 비석들에서부터 높이 솟아오른 피라미드들에 이르기까지, 우주와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하나의 영적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는, 찬란하면서도 신비로운 그 기념물들에 대한 사랑 말이다.

고대 이집트는 탄생하여 멸망에 이를 때까지 오직 파라오 왕정이라는 단 하나의 정치 체제를 고수했다.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가히 전설적인 이 안정성은 수차례에 걸친 역사의 요동에도 불구하고 이집트 문명에 놀라운 일관성을 안겨주었다. 그리스와 로마의 황제들조차도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파라오를 빚어낸 조상들의 전통 의례를 거쳐야 했다.

파라오의 이집트는 하늘의 형상을 본떴다. 신성한 장소 하나하나에는 거처를 가져야만 지상에 머무를 수 있는 우주적 힘이 깃들어 있다. 그 거처, 그것이 바로 신전이다. 조화의 법칙을 관장하는 전문가들에 의해 <영원의 아름다운 돌돌>로 건조된 신전 하나하나는 바로 신성한 언어의 각 단어들이며, 그곳을 차례로 방문하면서 우리는 그 언어를 읽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집트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외양이 아니라 그 영적.상징적 실재성이다. 인물들은 옆모습인데 두 눈은 정면을 향하고 있는 경우를 우리는 보게 된다. 이론상으로는 불가능한데도, 대상들의 내용물이 우리에게 드러나 있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자세히 관찰할 수 있도록 정원들이 수직으로 쳐들려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요컨대, 장인은 우리가 마땅히 보아야 할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유적 하나, 기념물 하나하나가 여러 권의 책으로 서술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이 책은 이집트 세계에 처음 입문하는 여행자를 돕기 위해 씌어진 만큼, 나는 주요 유적들의 영혼과 그것들의 주된 특징들만 상기시켜주고자 한다.

우리의 도정은 북에서 남으로, 타니스에서 아부심벨로 향해 가면서 관광객들이 가장 자주 찾는 곳들, 즉 기자와 사카라, 룩소로, 그리고 아스완을 거칠 것이다. 여행객들에게 바라는 것은 하나뿐이다. 여러 차례 이집트를 방문하여 최대한 많은 유적들에 머물러 보라는 것. 여러 가지 이유로 이집트를 방문할 수 없는 모든 분들께는 이 책을 통해 머릿속으로나마 파라오의 땅을 여행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메디네트 하부(Medinet Habou)


 




투탕카멘 왕과 왕비가 새겨진 황금 의자의 등판 부분, 카이로 박물관

 

여왕들의 계곡이 있는 네페르타리 여왕의 무덤 벽화, 신에게 경배를 드리는 여왕.

람세스 2세의 첫번째 왕비

 

왕들의 계곡 남서쪽 1.5km 지점에 위치한 여왕들의 계곡은 테베의 지하 분묘 중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유적지이다. 이곳의 분위기는 왕들의 계곡과는 전혀 다르다. 왕들의 계곡은 험하고 은밀하지만, 여왕들의 계곡은 개방적이고 다가가기가 쉽다. 바로 그래서 이 계곡은 많은 고통을 받았다. 도굴꾼들이 무덤을 약탈했고 개중에 어떤 무덤들은 불살라지기도 했다. 후기 왕조 시대에는 여러 분묘들이 미라와 석관 안치소로 이용되었다.

 




네페르타리의 영혼-새인 '바'도 보인다. 그녀는 보이지 않는 이와 체스를 두어, 빛의 끊임없는 변화이자 이행(移行)의 신인 신성갑충의 머리를 한 케프리 같은 여러 신들에 대한 깨달음과 저승의 문들을 여는 결정적인 승리를 거둔다.

 




토지 관리 서기 일을 맡고 있던 멘나(Menna)는  오시리스 제(祭)에 참석하기 위해 아비도스로 가는 배 여행길에 오르고 있다.

 




메디네흐 유적지의 세네젬 무덤 벽화

 




 에드푸 사원, 매의 모습을 한 호루스 신의 조각상

 

필레 트라잔 정자의 장식적인 기둥들

 



 
출처 : http://paper.cyworld.nate.com/damho/1888964/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적오리 2006-11-20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예전에 "나일강의 소녀'란 책 읽으면서 이집트에 빠져들던 때가 있었는데 그 때 생각이 다시 나는군요.^^

이매지 2006-11-20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람세스하고 비슷한 작품들 읽고 빠졌던 기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