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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10월
평점 :
품절

겨울하면 떠오르는 영화의 한 장면. 하얀 눈이 덮인 곳에서 홀로 철도원복을 입고 서있는 한 남자의 모습. 그 장면이 자꾸만 떠올라서 결국 영화 <철도원>의 원작인 아사다 지로의 <철도원>을 집어들게 되었고, 읽는 내내 포근함이 나를 감쌌다.
이 책에는 총 8편의 단편이 담겨있다. 표제작인 <철도원>은 동명의 영화의, <러브레터>는 영화 <파이란>의 원작이기때문에 영화와 비교해보며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두 영화 모두 보지 않았기에 이번 계기로 영화도 볼 참.) <악마>는 한 아이의 집에 가정교사를 두기 시작하면서 점점 집이 무너져가고, 파괴되어가는 과정이 그려져있는 이야기이고, <츠노하츠에서>는 리오데자리우로 좌천을 당한 잘나가던 회사원이 우연히 자신의 아버지와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만나게 되고 옛 추억을 더듬어가는 이야기, <캬라>는 약간 스릴러같은 분위기가 풍기는 이야기로 세일즈맨인 한 남자가 캬라라는 조그마한 옷가게에 납품을 하게 되는데 이에 회사의 사장은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바로 철수하라는 사장답지 않은 발언을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묘한 사건. <백중맞이>는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하게 될 판인 치에코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일가붙이 하나 없는 치에코가 '누구라도 내 편이 있었으면..'하고 생각할 때 치에코를 부모처럼 돌본 할아버지가 등장하게 된다. <메리 크리스마스, 산타>에서는 산타라는 이름을 가진 한 소매치기의 이야기가, <오리온 좌에서 온 초대장>에서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얽혀있는 오리온좌라는 영화관이 문을 닫으며 마지막 상영회를 한다는 소식에 과거로 떠난 두 남녀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전반적으로 이야기 속에는 상처받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어린 시절 부모가 다른 사람이 생겨서 자신을 떠나기도 하고, 부부사이가 무너지기도 하고, 부하의 죄까지 모두 자신이 뒤집어쓰고 좌천당하기도 하고, 자신의 일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가족들을 미처 돌보지 못하기도 한다. 이들은 단 하루의 일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추스리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이 책 속에 나온 이야기는 다시 말해 그들에게 삶의 반환점과 같은 일들이라 할 수 있다. 깡패로 살던 인물이 한 여자를 통해 마음을 바꿔먹기도 하고, 자신을 버리고 간 아버지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한 남자는 아버지의 혼과 만나 이야기함으로 미련없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변화하는 인물들이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물들, 혹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이야기의 공감을 더 끌어낼 수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을 짜내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읽다보면 마음이 포근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더불어 일본의 전통적인 풍습이나 풍경이 담겨져있기때문에 이런 쪽에 더 이해가 있으면 감동이 배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소설이 아닐까하는 느낌이 들었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