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이 영화를 처음 보려고 시도했던 것은 제법 오래됐다. 하지만 기대가 커서 그랬는지 초반에 의외로 지루한 느낌이 들어 밍기적거리다가 결국 못 봤는데 이번에 갑자기 '보고싶다!'라는 생각이 들어 보게 된 영화. 이번에도 초반에는 약간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재미있어서 결국 내친 김에 다 볼 수 밖에 없었다.

13살이면 집을 떠나 수행을 해야하는 마녀세계의 룰 때문에 키키도 머잖아 수행을 떠나야하는 상황. 원래대로라면 한 달 뒤가 예정이었지만 라디오에서 '오늘 밤은 맑습니다'라고 하는 일기예보를 듣곤 이왕이면 맑은 날 떠나고 싶다며 부랴부랴 준비를 해 한 달 앞서 떠나게 된다. 자신의 고양이이인 지지와 함께 빗자루를 타고 날기 시작한 키키. 하지만 맑을 것이라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비가 오고 비를 피해 기차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깜빡 잠이 든 키키. 눈을 떠보니 자신이 가고 싶었던 바다가 눈 앞에 보인다. 자신의 마음에 쏙 든 마을을 발견한 키키. 다행히 그 곳에는 마녀가 있지 않아 키키는 수행을 할 수 있게 된다. 마녀지만 마녀다운 재능은 별로 없는지라 어떻게 그 곳에서 먹고 살아야할 지 걱정인 키키는 우연히 마음씨 좋은 빵집 아주머니를 만나게 되고 빗자루를 타고 배달원으로 나서기 시작한다. 과연 키키는 이 곳에서 무사히 마녀 수행을 할 수 있을까?

마녀를 떠올리면 흔히 나쁜 마음을 가진 마녀를 떠올리는데 키키는 하늘을 날 수 있고 지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 뿐이지 다른 아이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 수행 시에 입어야 하는 검은 옷이 매력없다고 투덜거리기도 하고,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커플을 보면 부러워하기도 하고, 바닷가의 풍경을 보고선 감탄할 줄 아는, 그야말로 평범한 소녀이다. 아직까지 완성되지 않은 자아의 소유자이기때문에 키키는 자신의 마법이 약해지자 당황해하고, 자신감을 잃는다. 하지만 결국 친구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하늘을 나는 키키의 모습을 보며 분명 키키는 그 일을 계기로 자신감을 갖게 된다. 여전히 지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지만 키키는 그 때문에 낙담하지 않고 조금 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다. 요컨대 시련을 겪고, 그것을 극복함으로 인해 키키는 진정한 독립으로 나아간 것이다.

언제나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접할 때 느끼는 것처럼 이 영화 역시 잔잔하면서도 섬세한 영상을 통해 삶에 대해 고민과 반성의 시간을 만들어줬다. 작은 시련을 크게 부풀려 낙담하기보다는 키키처럼, 키키가 만난 화가 지망생처럼 안되면 될 때까지 밀어붙이는 끈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무리 해도 안 될 때는 한 박자 늦춰 생각하는 마음가짐도 필요하겠지만. 어쨌거나 이 영화를 통해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어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