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매매업자이자 국제 보석상인 골드핑거. 상당량의 금을 외국으로 반출시킨다는 혐의를 받고 있지만 증거가 없는지라 처벌을 하기 힘들다. 이에 007은 증거를 잡기 위해 골드핑거에게 접근하지만 골드핑거에게 잡히게 되고 그랜드 슬램이라는 어마어마한 계획을 알게 된다. 그랜드 슬램이란 다름아닌 미국에 유통되는 모든 금괴를 저장한 은행을 털어버리겠다는 것.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워놓은 골드 핑거. 007은 어떻게 그의 계획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인가! 

  앞의 두 시리즈에서 기발한 무기가 몇 개 나오지 않았다면 이 영화에는 이미 실용화된 기계들도 있지만 독특한 기계들도 많이 등장한다. 골드핑거 일당이 은행 문을 열기 위해 레이저 빔을 사용하기도 하고, 추적을 위한 칩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 외에 보조석에 앉은 사람을 밖으로 내보내는 장치나 중절모가 위협적인 무기로 사용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무기들이 등장해 영화적 상상력을 한껏 느낄 수 있게 해줬다. 




  점점 007에 어울려가는 숀 코네리를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골드핑거의 부하로 나오는 오드잡과 스튜어디스로 나오는 동양인들을 바라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보면 볼수록 업그레이드되는 것 같은 007. 다음 번에는 어떻게 등장할런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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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09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하, 금을 휩쓸어버리는게 그랜드 슬램이라구요? 오늘 새벽까지 윔블던경기에 빠져있떤 터라 그 단어에 깜딱 놀랐어요. 4개대회 석권, 특히나 1년동안에 한다는 것은 (프랑스오픈에서 나달이 이기고, 오늘새벽 윔블던에선 페더러가 이겼지요) 정말 힘들데요. 2주간의 간격인데 클레이에서 잔디코트로 옮겨가 적응하는게요. 여하간, 그게 얼마나 대단한지 이제사 알아서 그런지 '그랜드 슬램'이라는 계획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져요. 하하하. 그냥 세계 금시장의 일부만 장악해도 쉽게 전체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터인데, 꼭 전체 100% 노리다가 자멸하지요. 숀코넬리를 좋아하지만 젊었을때보단 늙었을떄가 더 멋있는거 같아요.

이매지 2007-07-09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숀코네리는 젊을 때는 젊은대로 멋지고, 늙은 모습은 또 그 나름대로 멋지고.
해외 스포츠를 좋아하는 분들은 중계보는 것도 일인 것 같아요 ㅎㅎ
저야 모든 스포츠 중계에 관심이 없어서 -ㅅ-;;;;;
2002년 월드컵 때도 독서실가서 잤던 ㅎ
 

  007의 두번째 이야기라서 그런지 확실히 1편보다는 좀 더 완성도 있는 느낌이 들었다. 1편에서는 아직까지는 뭔가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았던 숀 코네리도 점점 007다워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들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영화. 우리나라에는 이 영화가 007 시리즈 중에 가장 먼저 소개되어서 <위기일발>이 1편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엄연히 이 영화는 007 영화의 2편이다.



  스펙터라는 범죄집단이 러시아의 새 암호 해독기를 손에 넣기 위해 제임스 본드를 이용하려고 한다. 평소 제임스 본드가 여자를 좋아하는 것을 알기에 미모의 요원인 타티아나를 미끼로 삼는다. 하지만 스펙터와는 별개로 타티아나는 오로지 조국에 대한 충성심에 일을 맡은 것이라 스펙터의 흉계는 알지 못하고 사실을 알게 되면서 위험에 처한다. 여기에 때로는 본드를 뒤에서 몰래 구해주기도 하지만 본연의 임무는 본드로부터 암호 해독기를 빼앗는 것인 스펙터의 비밀요원에, 러시아 살인청부업자까지 등장해 그야말로 암호 해독기 하나를 놓고 엄청난 모험이 시작되는데...

  1편에서는 비교적 액션씬이 부족했다면 이 영화에서는 좀 더 보강된 액션씬이 등장한다. 단순히 치고받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쫓고 쫓기는 상황 속에서 재치있고 노련한 싸움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헬리콥터 추격씬, 모터보트 추격씬이나 집시들과의 한 때를 보낼 때 급습, 비밀 통로의 이용, 본드의 새로운 가방까지 다채로운 볼거리들도 마련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점점 진화해가는 007의 모습에 기대를 품게 만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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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09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맨마지막 분이 미모의 타티아나로군요. 오호, 괜찮은걸요?

이매지 2007-07-09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장이 좀 촌스러워서 그렇지 지금도 충분히 먹힐만하죠? ㅎ
 



 

 

 

 


  007 12번째 이야기. 죽은 아내의 묘지를 찾은 본드의 모습이 보이면서 영화는 다소 평탄하게 시작된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 본부의 부름을 받고 헬기를 타고 가던 중 헬기가 원격조종되면서 본드는 위기에 처하고 박진감넘치는 장면은 시작된다. 이전의 007 시리즈가 다소 뻔한 내용에 그저 그렇다는 느낌을 안겨줬다면 이번 시리즈는 그나마 스토리 상으로 조금 나아진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로져 무어도 이 영화로 벌써 5번째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아 이제는 자연스럽게 느껴졌고. 
 


  알바니아 근해 이오니아 해에서 활동하던 영국의 전자 감시선 세인트 죠지호. 이 배에는 미사일 유도장치, 일명 에이택이 실려 있다. 하지만 배가 침몰되고 이것을 회수하기 위해 007이 파견된다. 에이택을 손에 넣으려는 소련 KGB, 이것을 팔려고 하는 범죄 집단. 두 개의 범죄집단 중 어떤 범죄 집단이 죠지호를 격추시킨 것인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 속에서 본드는 에이택을 찾기 위해 추적을 시작하는데...여기에 부모님의 죽음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 석궁을 들고 범인을 쫓는 본드걸까지 합세하는데...

  사실 007 시리즈를 보면서 단순한 액션신만 즐기는 게 아니라 갖가지 기계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하지만 이번 편에서는 특별한 기계가 등장하지 않고, 그나마 조금 독특한 거라곤 몽타쥬를 뽑아내 신원을 파악하는 기계 정도. 추격씬도 크게 스릴넘치는 씬은 없었지만 그나마 초반에 있었던 헬기씬과 스키장에서 벌어지는 오토바이 추격씬 정도가 재미있었다. 스토리면에 있어서 다른 007 시리즈보다 탄탄한 맛이 있어서 보이는 부분이 다소 부실해도 꽤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다른 시리즈에서는 그야말로 영화같은 장면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좀 더 개연성있고, 사실적인 장면들이 많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로저 무어가 나온 007 시리즈 중에서 가장 괜찮게 본 듯. 뭐 아직 로저 무어가 나온 작품을 다 본 건 아니지만... 다소 뻔한 듯한 느낌에 계속 007 시리즈를 볼까말까 망설였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아직 더 봐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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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09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 본드걸과 함께 어떤 무기가 어떻게 쓰이느냐가 진짜 재미있지요. 근데 저 아름다운 여인, 왠지 누군지 알것 같기도...근데 제임스 본드가 결혼했던 건 몰랐어요.

이매지 2007-07-09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편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는데 무슨 범죄조직 보스 딸이랑 결혼했었는데 결혼하고 신혼여행가다가 살해당했어요. 그래도 나름 매력적이었는데 쩝.
 


2006년 주간문춘 선정 걸작 미스터리 베스트 10 가운데 4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붉은 손가락. (그 해 1위는 미야베 미유키의 <이름없는 독>이었고, 3위는 <바티스타 팀의 영광>이었다) 알기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책들도 이번달에 3권정도 더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거 출간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겠다. ㅠ_ㅠ 표지가 뭐 이리 심플할까 싶었는데 일본판 표지도 요거랑 똑같더라. 쩝. 트릭의 기발함보다는 가족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화려한 호텔의 중앙 정원에서 열린 조촐한 티 파티 석상에서 이상한 죽음을 맞은 유명한 극작가.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다음 연극의 여주인공 후보들. 이것은 모두 연극? 이야기가 겹겹의 구조로 되어 있어 온다리쿠도 쓰면서 혼란스러워서 몇 번이나 다시 읽느라 힘들었을 정도로 대단한 수렁이었다고 ^^; 일본에서는 휴대전화로 소설을 읽는 서비스(신쵸샤 휴대폰 문고)를 통해 연재되었던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일본의 독자층이 넓다는 게 아닐까 싶어서 왠지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온다리쿠의 소설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도 정신없이 쏟아지는구나 ㅠ_ㅠ

 
이런 식의 역사 뒷 이야기들은 나름 재미도 있으면서 그 시대를 이해하는 데 약간의 도움을 주기도 한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은 이전에 나온 <16가지 살인사건>에 이어 시리즈물로 봐도 괜찮을 듯. 사대부하면 남열상열지사라는 점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그래도 그들도 인간인지라 갖가지 연애사건이 벌어진다. 자유연애가 금지된 조선 사회에서의 연애는 자칫하면 목숨까지 위험하게 만드는데... 과연 어떤 위험한 사랑들이 그려지고 있을런지. <럭키경성>은 이전에 읽은 <경성기담>의 저자의 책인데 <경성기담>도 나쁘지는 않았는데 마지막에 애써 교훈을 심어주려는 부분이 아쉬웠는데 이 책은 어떨런지 모르겠다. 자본주의가 서서히 싹을 틔우던 시기의 돈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니 나름 신선한 느낌은 들 것 같지만.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이 출간된 게 엊그제같은데 또 온다리쿠의 소설이 ㅠ_ㅠ 이번에는 <빛의 제국>에 이어지는 도코노 일족의 시리즈 2권. 끝의 시작, 엔드 게임을 시작하는 도키노와 하이지마 일가의 운명에 대한 <엔드 게임>과 시공을 초월한 운명적 약속을 다룬 <민들레 공책>까지. 도코노 이야기 시리즈 완간 기념으로 <민들레 공책>과 <엔드 게임>을 함께 사면 4천원 할인쿠폰에 <빛의 제국>까지 주는 빵빵한 행사까지 하니 어찌 안 살 수 있을까!


오쿠다 히데오의 항구도시 기행 에세이. 오쿠다 히데오하면 이라부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그런지 작가도 괜히 엉뚱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비행기로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을 곳을 16시간이 넘게 배를 타고 도착하는 일정. 고치, 고토, 미야기, 부산, 후쿠이, 니카타, 레분도. 이런 장소들로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맛있는 집도 찾아가는 이야기가 흥미로울 듯. 작가의 일상과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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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09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재미있는 책이 또 나왔네요.

이매지 2007-07-09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구 쏟아집니다 ㅎ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구판절판


"그게 이치란 거야.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사슴을 잡을 때도 제일 좋은 놈을 잡으려 하면 안돼. 작고 느린 놈을 골라야 남은 사슴들이 더 강해지고, 그렇게 해야 우리도 두고두고 사슴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거야. 흑표범인 파코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 너도 꼭 알아두어야 하고."
여기까지 말한 할아버지는 웃음을 터뜨렸다.
"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두지...그러니 곰한테도 뺏기고 너구리한테도 뺏기고...우리 체로키한테 뺏기기도 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하는 사람들하고 똑같아. 뒤룩뒤룩 살찐 사람들 말이야. 그런 사람들은 그러고도 또 남의 걸 빼앗아오고 싶어하지.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고...그러고 나면 또 길고 긴 협상이 시작되지. 조금이라도 자기 몫을 더 늘리려고 말이다. 그들은 자기가 먼저 깃발을 꽂았기 때문에 그럴 권리가 있다고 하지...그러니 사람들은 그놈의 말과 깃발 때문에 서서히 죽어가는 셈이야... 하지만 그들도 자연의 이치를 바꿀 수는 없어."-25쪽

칠면조란 놈들도 사람하고 닮은 데가 있어. 이것 봐라. 뭐든지 다 알고 있는 듯이 하면서, 자기 주위에 뭐가 있는지 내려다보려고는 하지 않아. 항상 머리를 너무 꼿꼿하게 쳐들고 있는 바람에 아무것도 못 배우는 거지.-26쪽

할머니의 이름은 보니 비(bonnie bee), '예쁜 벌'이었다. 어느 늦은 밤, 할아버지가 "I kin ye, Bonnie Bee"라고 말하는 걸 들었을 때, 나는 할아버지가 "I love you"라는 뜻으로 말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 말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그랬던 것이다.
또 할머니가 이야기를 하다가 "Do ye kin me, wales?"라고 물으실 때가 있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I kin ye"라고 대답하신다. 이해한다는 뜻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사랑과 이해는 같은 것이었다. 할머니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랑할 수 없고, 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더더욱 없다. 신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하시곤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 이해하고 계셨다. 그래서 두 분은 서로 사랑하고 계셨다. 할머니는 세월이 흐를수록 이해는 더 깊어진다고 하셨다. 할머니가 보시기에 그것은 유한한 인간이 생각하거나 설명할 수 있는 것들 너머에 있는 어떤 것이었다. 그래서 두 분은 그것을 'kin'이라고 불렀다. -67~8쪽

할머니는 사람들은 누구나 두 개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하셨다. 하나의 마음은 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꾸려가는 마음이다. 몸을 위해서 잠자리나 먹을 것 따위를 마련할 때는 이 마음을 써야 한다. 그리고 짝짓기를 하고 아이를 가지려 할 때도 이 마음을 써야 한다. 자기 몸이 살아가려면 누구나 이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이런 것들과 전혀 관계없는 또 다른 마음이 있다. 할머니는 이 마음을 영혼의 마음이라고 부르셨다.
만일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을 부리고 교활한 생각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해칠 일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이용해서 이익 볼 생각만 하고 있으면... 영혼의 마음은 점점 졸아들어서 밤톨보다 더 작아지게 된다.
몸이 죽으면 몸을 꾸려가는 마음도 함께 죽는다. 하지만 다른 모든 것이 다 없어져도 영혼의 마음만은 그대로 남아 있는다. 그래서 평생 욕심부리면서 살아온 사람은 죽고 나면 밤톨만한 영혼밖에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다 다시 태어나게 되는데, 그런 사람이 다시 세상에 태어날 때에는 밤톨만한 영혼만을 갖고 태어나게 되어 세상의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그보다 더 커지면, 영혼의 마음은 땅콩알만하게 줄어들었다가 결국에는 그것마저도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말하자면 영혼의 마음을 완전히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살아 있어도 죽은 사람이 되고 만다. 할머니는 어디서나 쉽게 죽은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하셨다. 여자를 봐도 더러운 것만 찾아내는 사람, 다른 사람들에게서 나쁜 것만 찾아내는 사람, 나무를 봐도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고 목재와 돈덩이로만 보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이었다. 할머니 말씀에 따르면 그런 사람들은 걸어다니는 죽은 사람들이었다. -101~2쪽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게다가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 부리는 걸 그만두지 않으면 영혼의 마음으로 가는 문은 절대 열리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비로소 이해라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더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영혼의 마음도 더 커진다. 할머니는 이해와 사랑은 당연히 같은 것이라고 하셨다.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사랑하는 체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102쪽

나는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허전하고 마음이 아팠다. 할아버지는 네 기분이 어떤지 잘 안다. 나도 너하고 똑같은 기분을 맛보고 있다, 사랑했던 것을 잃었을 때는 언제나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뿐이지만, 그렇게 되면 항상 텅 빈 것 같은 느낌 속에 살아야 하는데 그건 더 나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다.
"링거가 그다지 충실한 개가 아니어서 우리가 별로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았다고 해보자. 그러면 아마 기분이 더 안 좋았을 것이다."
맞는 말씀이었다. 또 할아버지는 내가 나이가 들면 링거 생각이 날 것이고, 또 나도 생각을 떠올리는 걸 좋아하게 될 것이다, 참 묘한 일이지만 늙어서 자기가 사랑했던 것들을 떠올리게 되면 좋은 점만 생각나지 나쁜 점은 절대 생각나지 않는다, 그게 바로 나쁜 건 정말 별거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하셨다. -126~7쪽

수박을 두드려볼 때는 이 점을 알아두어야 한다. '팅' 소리가 나는 수박은 아직 하나도 익지 않은 것이고, '탱'하는 소리가 나면 지금 바야흐로 익고 있는 중이며, '텅'소리가 나는 수박이라야 완전히 익은 것이다. 하지만 할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이 세상 모든 진리가 그러하듯이, 이렇게까지 해도 수박을 잘랐을 때 원하던 결과를 얻을 가능성은 항상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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