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셔스 샌드위치 - 서른살 경제학 유병률 기자가 뉴욕에서 보내온 컬처비즈에세이
유병률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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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라의 문화수준이 어떤 대접을 받느냐 하는 문제는 사소한 일상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학교에 다닌 지 얼마 안 되는 한국이나 일몬 등 동양 아이들은 급식이 입에 맞지 않아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음식과 일본 음식은 미국 학교에서도 좀 다른 대접을 받습니다. 한국 아이들은 김치는 고사하고 김밥도 거의 못 가지고 갑니다. 미국 아이들이 낯설어하고 이상하게 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일본 아이들은 당당히 아보카도를 넣은 일본식 김밥인 '롤'을 싸가지고 갑니다. 일본 음식점을 자주 찾는 미국인들은 롤을 무척 좋아합니다. 미국 아이들도 스시 같은 일본 음식은 최고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문화와 일본 문화가 미국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21~2쪽

예술의 출발은 돈이지만, 예술은 미다스의 손처럼 경제를 만듭니다. 예술과 문화를 얼마나 극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경제적 대가도 달라집니다. -31쪽

뉴욕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대중문화는 크리에이션은 잘 못해도 참 크리에이티브합니다.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전혀 새로운 장르나 문화형태를 개척하는 데는 더딥니다. 그래도 미국 대중문화는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문화입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는 못해도 아이디어를 달리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창조는 부족해도, 변형은 무궁무진합니다. 이 변형이 바로 뉴욕 대중문화의 연쇄적인 부가가치를 만들어냅니다. -42쪽

웹 2.0은 이렇게 이용자가 자유롭게 정보와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게 해주는 인터넷 서비스입니다. 기존의 웹1.0이 서비스 제공자가 만들어놓은 작품을 사용자들이 감상하는 수준이었다면, 웹2.0은 서비스 이용자가 백지 위에 원하는 작품을 마음대로 그리고 보여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웹2.0에서는 단순한 뉴스와 정보가 아니라 비평과 여론이 유통되고, 단순히 관람하기 위한 예술과 대중문화가 아니라 보여주고 즐기기 위한 예술과 대중문화가 만들어지고 공유됩니다.
또 그냥 상품이 유통되는 게 아니라 그 상품에 녹아 있는 라이프스타일이 유통됩니다. 이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유행과 아이콘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문화가 창조됩니다. 한마디로 웹2.0은 다양한 삶의 방식이 전파되는 공간이자 놀이터입니다. 바로 거대한 '문화의 제국'입니다. -55쪽

전세계인이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에 열광하는 것은, 그가 단지 뛰어난 사업가이거나 일대 기술혁신을 가져온 테크노크라토(Technocrat)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전세계 직장인들은 "미칠 정도로 멋진 제품을 창조하자"고 하는 잡스를 바로 자신의 멘토로 생각하고 싶어합니다. 그의 연설에 감동하고, 그의 프리젠테이션에서 카리스마를 느낍니다. '청바지'로 대표되는 그의 정신에 매료됩니다. 바로 세계인의 소비문화를 바꾸는 개척자이기 때문에 잡스에 열광하는 것입니다. -65쪽

대표적인 문화기업 이미지를 가진 몇몇 기업을 보면서, 시작도 끝도 결국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화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에서 문화적인 마인드를 가진 직원들이 만들어내는 아이디어와 제품과 서비스가 결국 회사를 문화적인 기업으로 만들어간다는 얘기지요. 기업 이미지나 제품을 문화적으로 포장하는 노력과 탁월한 문화마케팅이 비결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문화적인 마인드를 키우는 것은 '개인의 몫'이라고 앞에서 말씀드렸습니다. 회사에서 직원들 머릿속에 문화적 영감이나 상상력을 채워넣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회사는 직원들에게 교육을 시킬 것이 아니라,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합니다. 주말까지 끼워 연수원에 불러다 앉혀놓고 빡빡한 일정으로 교육시켜봤자 남는 거 하나도 없습니다. 더 비문화적이고 더 수동적으로 만들 뿐입니다. -107~8쪽

'샌드위치 한국'이 '딜리셔스 한국'이 되려면, 관건은 문화경쟁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성장력을 높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마지막 보루는 생산성이라고 했습니다. 생산성은 노동과 자본을 어떤 방식으로 조합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노동과 자본 투입량이 같아도 산출량이 크다면 생산성이 높은 것입니다. 얼마 전만 해도 이 생산성은 얼마나 좋은 기술을 가졌느냐에 의해 좌우됐습니다. 그러나 문화적 언어로 소통되는 문화제국에서 생산성은 얼마나 유연한 문화 환경과 콘텐츠를 가졌느냐에 의해 좌우됩니다.
한국의 수많은 시든 양상추 샌드위치 직장인이 딜리셔스해지기 위해서도 관건은 역시 문화경쟁력입니다. 지금까지는 개인의 경제적인 능력이 문화수준까지 규정했다면, 앞으로는 문화수준이 개인의 경제능력을 좌우하게 됩니다. -121쪽

한국 사람들은 '문화'라는 말이 나오면 '나이'라는 색깔부터 먼저 규명합니다. 그래서 '우리들 문화' '당신들만의 문화'로 나눕니다. 문화를 접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만들어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채널을 보아나 이효리를 연신 보여주고, 또 어떤 채널은 30~40대를 마치 노인네 취급하듯 '7080콘서트'라고 이름 붙여버립니다. 또 50대 이상이 되면 설운도나 태진아만 나오는 <가요무대>만 봐야할 것 같습니다.
문화평론가들은 "외로운 30~40대의 문화적 갈증을 풀어줘야 한다"고 점잖게 칼럼을 씁니다. "요즘 대중문화는 온통 10대에 국한되어 30~40대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문화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합니다. 30~40대가 10대 문화에 근접하기 어려우니, 30~40대용 문화를 많이 만들어내는 게 문화생산자의 도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대체 문화에 나이가 어디 있습니까? 박진영은 나이가 마흔이 다 돼가지만 GOD를 만들고, 비를 만들고, 원더걸스를 만들었습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거의 비슷한 스토리와 의상과 노래로 20년째 매주 8회씩 공연되고 있습니다. -124~5쪽

문화는 최신유행과는 다릅니다. 반짝하고 치우는 트렌드와도 다릅니다. 오히려 문화를 나이로 구분하거나, 반대로 세대를 문화로 구분하는 시도 자체가 반(反) 문화적인 것 아닙니까? 물론 세대간 정서차이가 없을 수는 없겠죠. 살아온 환경이 다른데, 어떻게 같은 것을 보고 똑같이 느끼겠습니까? 그래서 아이들과 젊은 세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또 알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조건 '대화 자체가 안 된다'며 답답해하고, 다른 세대보다 '더 상처받고 있다'는 억울함으로 꽁꽁 웅크려 있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문화를 공유해야 합니다. 그래야 세대간 문화의 동맥경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뉴욕의 문화가 번창한 것은 단지 보여줄 그림과 공연이 많아서만이 아닙니다. 나이 불문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국에도 <라이언킹>보러 가는 어른관객이 많아지면 더 좋은 공연이 계속 들어오지 않겠습니까? -125~6쪽

문화와 관련된 모든 게 상품화되면서, 꼭 돈 주고 표 사서 들어가야만 문화마인드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적 마인드의 본질은 "당신, 해봤어?" "얼마나 해봤어?" 식의 질문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안 해보고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에 있습니다. 다른 문화, 새로운 것, 비주류에 대한 포용력과 호기심 말입니다.
잭슨 폴록의 난해한 그림을 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조목조목 분석하고 공부한 예술이론이 아닙니다. 그건 미술전문가의 몫입니다. 폴록의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의 정신세계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열어놓는 것입니다. 폴록의 기존 그림기법에 대한 반항, 기존 틀을 엎어버리고자 하는 갈망과 자유의지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자세입니다. 상상력과 감성, 그리고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지식의 창고가 아니라 문화의 텃밭에서 자라는 것은 바로 이런 유연성 때문입니다. -14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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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맘마미아>를 워낙 재미있게 봐서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개봉하면 꼭 보러가야지!라고 생각했던 영화. 영원한 다아씨 콜린 퍼스를 비롯해, 메릴 스트립, 피어스 브로스넌, 베로니카 마스에서 잠깐씩 볼 수 있었던 아만다 세이프리드 등 나름 익숙한 배우들이 많이 등장해 개봉 전부터 걱정 반, 기대 반이었는데 실제로 영화로 접하곤 꽤 만족스러웠다. (극장 내 평균 연령층이 50세는 될 것 같아 좀 엄하긴 했지만.)



  알다시피 맘마미아는 아바의 노래로 구성된 뮤지컬이다. 워낙 장수하고 있는 뮤지컬이라 기본적인 스토리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그냥 짤막한 감상만 붙이자면, 일단 영화는 뮤지컬이라는 무대에서 보여질 수 있는 배경상의 한계를 멋지게 극복해나간다. 그리스 섬을 배경으로 한 멋진 풍광이 아바의 노래들과 어울려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포스터만 보면 주인공이 아빠를 찾으려고 애쓰는 신부 소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 맘마미아는 소피를 혼자 뼈빠지게 키운 도나다. 젊은 시절에는 날렸지만, 이제는 그저 섬에서 돈에 쪼들려서 삶에 찌든 모습을 한 도나. 그녀에게 좋았던 시절을 회상시켜줄 세 남자가 찾아와 그녀를 뒤흔들고, 도나 역시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된다는 것이 기본 골격이 아닐까 싶었다. 



  뮤지컬을 볼 때는 정신없이 봤는데, 영화는 약간 지루한 느낌이 들어서 왜 그럴까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뮤지컬을 먼저 봐서 스토리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중간에 쉬는 시간이 없이 1시간 반이 살짝 넘는 러닝타임의 영향도 있는 것 같고. 무대에서 봤을 때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떼창이 영화에서는 좀 어색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 그렇지만 끝까지 경쾌하고 신나는 영화 맘마미아가 있었기에 지루한 일상에 살짝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었던 것 같아 고맙다. 



  덧) 영화를 보기 전 ost부터 접했는데, 그 때는 좋긴한데 뭔가 어색하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들으니까 어색함없이 자연스럽게 귀에 들어왔다. 듣자하니 ost는 벌써 10만장이나 팔렸다고 하니 엄청난 인기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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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8-10-12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영화 봤어요. 참 재미있게 봤지요.
전 뮤지컬도 안봤고 내용도 전혀 모르고 가서 봤어요.
끝날무렵 뮤지컬이었으면 기립박수 한참 나왔겠다고 생각했었지요 ^^

이매지 2008-10-12 21:53   좋아요 0 | URL
왜 재미가 덜했을까 고민했는데,
노래를 따라부르지 못한 것도 한 몫한 것 같아요.
뮤지컬 볼 땐 흥얼흥얼 따라부르기도 하고,
나중에 앵콜할 때는 일어나서 신나게 즐기고 왔었거든요 :)
 








 운명적인 만남을 믿으세요? 이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는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되는 샘과 애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내가 죽은 뒤 슬픔에 시애틀로 이사를 하게 되는 샘. 아들 조나는 이런 아빠의 모습을 보다못해 라디오 상담프로에 전화를 하게 되고 샘의 사연은 라디오 전파를 타고 애니의 귀에 들어가게 된다. 샘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게 된다. 미국의 끝에서 끝에 살고 있는 두 남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들의 사랑은 과연 이뤄질까?
 





 이 영화는 로맨틱 코메디의 정석대로 해피엔딩이다. 상대를 보는 순간 '매직'처럼 사랑에 빠지는 두 사람. 하지만 주위사람들은 그건 '영화 속에서나 있는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은 애니가 샘을 만나기 위해 시애틀에 갔다가 돌아와서 "내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그래"라고 영화테이프를 버리려는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면이 오히려 영화같은 사랑을 그럴싸하게 표현해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재미있었던 것 같다.

 





 엠파이트 스테이트 빌딩이라는 동일한 공간이 만남의 장소로 설정된다는 점에서 <러브어페어>가 살짝 떠오르기도 했던 영화였다. (영화 속에서도 이 영화는 언급된다) 이 영화가 나온지도 어언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그래도 이만한 로맨틱 코메디는 찾기 힘들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풋풋했던 멕 라이언(지금은 어쩌다 망가졌는지!)과 톰 행크스(지금도 나쁘지 않다)의 모습도 좋았지만 샘과 잠시 데이트를 하는 하이에나처럼 웃는 여자나 조나(샘의 아들)의 여자친구의 모습도 영화에 재미를 더해준 것 같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제목이지만 영화를 통해서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분'의 사연을 듣는 것은 다른 느낌이었다랄까. 어쨌거나 쌀쌀해지는 날씨에 마음만은 따스하게 만들어준 영화였다. 더불어 내 앞에 운명적인 사랑이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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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인 루크 스카이워커의 이야기를 쭉 본 뒤 다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아버지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이야기를 시작하니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쓩 날아간 기분이 들었다. 물론, 훗날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포스의 어두운 면에 의해 다스베이더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어린 꼬마, 그렇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제다이 기사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뻔한 인물로 나온다. 아직까지는 포스의 어둠의 면에 지배되기보다는 엄마를 그리워하고, 모험을 꿈꾸는 소년으로 나오지만 과연 그가 어떤 식으로 자라날 지 궁금해졌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무역항로를 독점하려는 무역연합과 공화국 의회와의 갈등이 그려진다. 아들 스카이워커때보다 전투씬도 많이 없어서 어쩌면 볼거리는 좀 부족한 느낌도 들었지만, 레이싱 경주 장면도 만족스러웠고, 소뒷걸음 치다가 쥐잡은 격으로 전투에서 공을 세우는 건간족인 자자 빙크스의 활약(?)이나 아나킨의 모습이 코믹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덧붙여 하나의 재미를 더 꼽자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완 맥그리거가 나오고 있다는 정도? 에피소드 1~3까지 아나킨의 스승인 오비완 캐노비로 등장하는데 이후 에피소드 4에서도 등장해 그는 루크 스카이워커를 지도하기도 한다. (뭐 요다는 말할 것도 없고)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쓰리피오나 여전히 똘똘한 알투디투의 모습 등등. 에피소드 4~6을 먼저 보고 난 뒤에 봐서 그런지 새삼스러운 재미들이 쏠쏠했던 것 같다. 어쨌거나, 어떤 일때문에 아나킨이 다스베이더가 되는 것인지, 그리고 흔들리는 평화 앞에 우주는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약간은 유치하고, 약간은 뻔한 스토리이긴하지만 보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 스타워즈. 자꾸만 이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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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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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소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기욤 뮈소라는 낯선 이름에 왠지 거부감을 느껴서 미루고 미뤘던 작품. 도서관에서 장장 1달을 기다려 받은 책이라 나는 빨리 읽고 반납해줘야지라고 생각하고 다소 불순한 의도(?)로 읽기 시작했는데 정작 책을 잡으니 도무지 중간에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이들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갔다. 
 
  브로드웨이에서 배우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온 줄리에트.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서 그녀는 그저 까페 종업원을 하며 하루하루에 쫓기며 살아간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다시 프랑스에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리고 떠나기 전 날, 브로드웨이에 룸메이트의 옷을 입고 공연을 보러 갔다가 샘을 만나게 되고, 운명과 같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다음 날이면 뉴욕을 떠나야하는 줄리에트와 자신이 유부남이라고 말해버린(사실 1년 전 아내가 자살했다.) 샘과 하룻밤을 보낸다. 그리고 다음 날 비행기에 올라탄 줄리에트는 샘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으로 비행기에 내린다. 하지만 그 비행기가 얼마 뒤 화재로 추락하고, 줄리에트는 졸지에 테러범으로 몰린다. 그리고 샘에게 찾아온 10년 전 죽은 경찰 그레이스는 줄리에트가 원래는 죽을 운명이었다며 그녀를 데리고 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샘은 줄리에트를 구하기 위해 일생 일대의 모험을 시작하는데...

  책소개에도 쓰여있듯이 이 책은 한 편의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이야기의 구성도 그렇지만, 캐릭터들의 특색도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처럼 보였다랄까. 알게 된 지 며칠 밖에 되지 않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꽤 흥미로웠다. 새로운 삶을 위해 기존의 환경에서 탈출한 이들이 서로 운명적으로 끌리는 장면이라던지, 사랑을 시작하며 상대방에 대한 설레임과 불안을 느끼는 장면 등이 인상 깊었다. 책 속에서 "구해줘!"라고 직접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자신을 더이상 사랑하지 않게되고, 술이나 마약에 탐닉하며 타인에게 구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장인물들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닮은 부분이 많아서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단순히 두 남녀의 사랑을 다룬 애정 소설이라고 하기엔 부족하고, 추리, 스릴러, 액션 등 온갖 장르가 섞여 있어서 다양한 독자에게 만족감을 안겨줄 수 있는 소설이 아닐까 싶었다. 자칫하면 이도 저도 아닌 짬뽕같은 소설이 될 수도 있었지만 기욤 뮈소는 다양한 장르 속에서 균형을 잘 잡아 <구해줘>를 완성한 것 같다. 400페이지가 넘는 다소 부담스러운 분량이지만 일단 잡으면 손을 놓을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작품. 조만간 헐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하니 영화로 만나는 <구해줘>는 어떤 느낌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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