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그니의 일본 표류기 1 - 오겡끼데스까 교토
김현근 지음 / 미다스북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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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서 몇 번 스치듯 제목만 본 적은 있는데, 그다지 혹하는 제목이 아니라 뭐 그냥 그런 여행기겠거니하고 꺼내보지도 않았는데 우연찮게 읽기 시작했는데 내 예상과는 달리 '여행기'도 '그냥 그런' 이야기도 아니라 꽤 만족스럽게 읽었다. 

  애초에 이 책의 후속편인 <이랏샤이마센 도쿄>를 먼저 읽었는데 아무래도 이어지는 이야기이니만큼 1권부터 읽는게 낫겠다 싶어서 다시 1권을 잡았는데, 2권과는 달리 일본 생활 초창기의 풋풋함이 느껴져 더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애니메이션으로 관심을 갖게 된 일본으로 떠난 당그니. 결혼한 지 한 달밖에 안되는 아내를 한국에 두고 홀로 기숙사에서 좌충우돌 일본 유학생활을 시작한다. 저자의 일본 표류 초기의 기록을 담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일본에 공부하러 떠나는 사람들에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외국인 등록증을 발급받는다던지,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일 등의 절차적인 문제에서부터 자전거, 편의점, 택시, 물가 등 생활에 관련한 일까지 많은 부분이 언급됐다. 물론 요즘에야 워낙 유학을 갔다 온(혹은 가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몇 년 지난 정보가 무슨 소용 있겠냐 싶을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재미있으니까 한 번쯤 읽어도 손해는 없을 듯. 뭐 나처럼 당분간은 일본에 갈 계획이 없어도 당그니의 좌충우돌 일본 표류기에 빠져 킥킥 거릴 수 있을 것 같다. 

  1권에서는 사실 정보도 좀 부족하고, 생각보다 교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지 않아 아쉬웠지만 부족한 부분은 2권에서 채워지길 기대하며 아쉬움을 달래보련다. 일본에 유학을 가려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냥 여행가는 이들에게도 일본 생활의 단면을 엿볼 수 있게 해주니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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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라모토 소우의 마지막 작품인 <바람의 정원>. <삼가 아룁니다, 아버님>을 보고 연달아 본 작품이라 <삼가 아룁니다, 아버님>에 나온 조연들의 출연을 반가워하며 볼 수 있었다. 쿠라모토 소우의 다른 작품처럼 잔잔한 진행과 따뜻한 내용, 그리고 예쁜 영상이 돋보였던 작품. 쿠라모토 소우 은퇴작, 후지테레비 개국 50주년 기념 드라마, 오카타 켄 유작, <북쪽의 나라에서>, <자상한 시간>에 이은 후라노 3부작의 마지막 작품 등 나름 얽힌 이야기가 많은 드라마라 한 번쯤 볼 가치가 있는 것 같다. 



  대학 병원의 마취의로 일하고 있는 시라토리 테미. 마취학계에서는 제법 실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사생활에서는 낙제. 자신의 여자 관계때문에 아내가 자살하고, 아내의 자살로 아버지로부터 의절 당한 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는 고향인 후라노에 돌아가고 싶지만, 아버지가 자신을 용서해주지 않으리라 생각하기에 망설이고 있는 상황 속에서 자신이 말기 췌장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되고,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보기 위해 몰래 후라노로 떠난다. 



  쿠라모토 소우의 다른 드라마처럼 이 드라마 역시 꽤 잔잔하다. 때문에 처음에 3화까지보고 그 지루함에 한 번 접었다가 종영된 뒤에 다시 차분히 봤는데, 뒤로 갈수록 주인공인 시라토리가 암과 싸우며 가족들과 마지막으로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며 잔잔한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자신의 옹졸함때문에 아들과 그동안 화해를 못했다고 생각한 할아버지가 밤에 아들이 살고 있는 캠핑카에 가서 약에 의존한 채 잠든 아들을 보는 장면과 6년만에 아들과 화해하는 장면에서는 코 끝이 찡해졌다. 



  암에 걸려 죽음을 앞둔 남자가 아버지와 화해하는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곁가지로 그려지는 이야기들도 꽤 괜찮았다. 예를 들어, 지적장애가 있는 타케시가 바람의 가든에서 아버지를 우연히 만나고 그를 대천사 가브리엘으로 착각하고 벌어지는 이야기(타케시에게 아버지는 죽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나 함께 생전에 엄마(아내)가 좋아했던 곡을 연주하는 장면에서는 타케시에게 충격을 안겨줄 수 없기에 아버지라고 당당히 밝힐 수는 없었지만, 그동안 아버지로 해주지 못했던 추억을 가브리엘이라는 대상을 가장해 만들어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시라토리의 마지막 연인이었던 무명 가수의 노래도 드라마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서 애절한 느낌을 더해줬던 것 같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곳곳에서 웃음으로 풀어줘서 끝까지 관심을 갖고 볼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가족들에게 농담을 하며 떠난 시라토리의 모습을 보며 죽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주인공 시라토리를 연기한 나카이 키이치의 연기가 정말 너무 자연스러웠던 것 같다. 더불어 지적 장애 아동을 연기했던 카미키 류노스케를 보면서 왠지 다른 작품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쿠니나카 료코가 나와서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그녀의 분량이 적어서 아쉬웠지만 다른 작품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어찌됐건, 다소간의 지루함만 참고 본다면 예쁜 영상과 삶과 죽음 그리고 가족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드라마. 2화에서 멍멍이 호타루가 죽었을 때 할아버지가 가쿠에게 해준 대사가 이 드라마의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살아있는 것은 반드시 죽습니다. 할아버지도 곧 죽을테고 가쿠도 루이도 언젠가는 죽어요. 죽는다는 것은 살아있는 것이 반드시 지나는 길이에요. 가쿠는 개가 죽어서 지금 울고 있어요. 하지만 꽃이 생명을 잃어 시들어 죽을 때는 일일이 울지 않지요? 우나요? 동물과 식물은 차이는 있지만 둘 다 같은 생명이예요. 하지만 꽃은 죽을 때 피를 흘리지 않지요. 그러니까 인간은 크게 동정하지 않아요. 하지만 같은 생명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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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인 <위험한 독서>는 독서치료사라는 주인공의 직업 때문인지 꽤 많은 책들이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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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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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국영이 죽었다고?>로 처음 만난 작가 김경욱의 다섯번째 소설집. 표제작 <위험한 독서>에 끌려서 읽게 된 작품인데 <장국영이 죽었다고?>를 읽었을 때 느낀 2프로 부족함을 이번 단편집을 통해 조금은 채울 수 있었다. 평론가는 그를 두고 진화하는 소설 기계라고 표현했는데, 16년째 꾸준히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작품을 내놓는 김경욱에게 제법 잘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표제작인 <위험한 독서>에 나오는 독서치료사의 이야기에서부터 <맥도날드 사수 대작전>의 맥도날드 직원, <천년여왕>의 작가 지망생, <고독을 빌려드립니다>의 홈쇼핑 고객 상담원, <달팽이를 삼킨 사나이>의 대리모, <황혼한 사춘기>의 수험생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는 독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주변에서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라 낯설지 않으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왔다. 사실 애초에 <위험한 독서>의 독서치료사가 권해줄 책들이 궁금해서 읽게 된 책이었는데, <위험한 독서>에서 언급된 책들 외에도 다른 작품에서도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들을 많이 언급해줘서 보관함에 차곡차곡 읽을 책들을 쌓아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중간중간 낯선 책을 언급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갔음에도 이 책은 젠체하지 않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기대했던 <위험한 독서>도 재미있었지만, 이 단편집에서 가장 인상에 남은 단편은 <맥도날드 사수 대작전>였다. 자신의 생활도, 가족도,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모두 맥도날드화되어버린 것을 풍자적으로 그린 <맥도날드 사수 대작전>은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주인공이 어느 날 '우리의 X구'로 시작되는 괴 전단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잉크가 번져 제대로 보이는 글자가 몇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알바생들이 머리를 싸매고 저마다 칸을 채워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상황도 꽤 코믹했다. 예를 들어, 'X경XXX 즉각 중단하라.'의 경우에는 '포경수술을 즉각 중단하라, 강경진압을 즉각 중단하라'로 변형되었고, '아XX의 X강을 XX지 XX.'의 경우에는 '아우들의 요강을 버리지 마라, 아시아의 최강을 넘보지 마라'로 바뀌는 장면은 한 편으로는 코믹했지만, 한 편으로는 소통의 단절을 느끼게 해줬다. (원래 내용은 알고보니 '환경파괴를 즉각 중단하라'와 '아동들의 건강을 해치지 마라'였다.) 

  그 외에 빚청산과 햇볕 잘 드는 전세방을 위해 물건을 팔듯 자신이 자궁을 판매하기로 한 아내와의 이야기를 다룬 <달팽이를 삼킨 사나이>와 무엇이든 빌릴 수 있는 사이트를 친구로부터 소개받는 주인공이 '휴식 같은 고독'을 대여하는 이야기인 <고독을 빌려드립니다>에서는 고독과 너그러움, 그리고 자궁마저도 돈으로 구입하는 현대인의 물질 만능주의적 면모를 보며 씁쓸함을 느꼈다. 

  수록된 작품들이 모두 현대를 배경으로 저마다의 생활 속에서 타인과 소통의 단절을 겪는 이들이라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며 읽어갈 수 있었다. 진화하는 소설기계답게 전작보다 훨씬 매끄럽고 안정된 모습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집. 나를 읽어봐라고 독자를 유혹하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유혹에 못이기는 척 넘어가 그를 읽어보는 것도 좋은 만남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책을 좋아하는 독자가 읽는다면 더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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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놀기 -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강미영 지음, 천혜정 사진 / 비아북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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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대로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를 곳에 도착해 있다. 돌아가기에도 너무 먼 곳까지 오고 나서야 내가 어딘가에 도착해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러니 중간에 발을 멈추고 '너 맞게 가고 있니'하고 물어줘야 한다. 일상이 진짜 일상으로만 느껴질 때, 내 삶이 고장 난 브레이크를 장착한 것처럼 멈춤 없이 흘러가기만 할 때, 그저 해가 뜨고 진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하루가 끝나갈 때, 우리에게는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내 마음이 왜 이렇게 분주한지, 내가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방향키를 돌려야 할 지점은 어디인지, 체크해야 한다. -15쪽

시간이란 게 죽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끔은 월요일, 1일, 1월... 뚝뚝 끊어주면서 계획도 다시 세우고 점검도 해줘야 한다. 어느 날 새삼스럽게 시작하지 않는다면 이 일은 다음 매듭에서도 또 그다음 매듭에서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 언제고 마음이 닿는 날에는 카페에 앉아서 다이어리를 펼쳐놓고 무엇이든 적어보자. 무엇이든. 한 달이 끝나가는 지점이라면 한 달 동안 내가 새로 배운 노래가 무엇인지, 몇 번이나 속상해서 울었는지, 가장 즐거웠던 만남은 누구와의 만남이었는지, 몇 권의 책을 읽었는지, 하늘과 나무를 몇 번이나 바라보았는지, 내가 새롭게 길들인 버릇은 무엇인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무엇인지, 성공적으로 해낸 요리는 무엇인지, 한 달을 형용사로 표현하면 어떤 단어를 쓸 수 있을지 적어보는 것도 좋다. -16쪽

하루에도 표정이 있다.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아 하늘을 날아갈듯이 기쁜 날이 있는가 하면, 사소한 일로 뚜껑 열리는 날이 있다. 오늘 하루 동안 일어났던 많은 일들이 모여 오늘의 표정을 결정한다. 혹은 어떤 사건 하나로 오늘의 표정이 결정되기도 한다. 어렸을 때 <탐구생활>에 날씨를 그리듯이 오늘의 기분을 표정으로 표현해 그려놓으면서 혼자 웃었던 적도 있다.
요즘 내 하루에는 표정이 없다. 증명사진을 찍듯 무표정한 날들로 채워져 있다. 도저히 무슨 표정으로 나타내야 할지 모르겠다. 특별한 일도 없이, 새로운 일도 없이, 그렇다고 슬프거나 힘든 일도 없이... 기억할 만한 일 없이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있다. 내 일상에는 아무것도 없다. 슬픈 하루보다 더 힘 빠지는 것은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날이다. 이런 날들의 반복은 나를 무기력의 세계로 이끈다. 모든 일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의 상태에 머물게 한다. 아무런 의미 없이 회전하는 쳇바퀴, 나의 하루가 그것과 닮아 있다. 어떻게 해서든 이 상황을 탈출해야 한다. -24쪽

마음만 먹으면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단순해질 수 있는지, 삶에서 지켜야 한다고 나를 옭아매던 규칙들이 얼마나 사소한 것인지 알 수 있다. -31쪽

선택은 자유이다. 때를 놓친 일을 하지 않고 평생 둘 것인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할 것인가. 확실한 것은 한번 시기를 놓쳤다면 다시는 그 일을 하기에 적절한 때를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늦을수록 서두르는 쪽을 택했다. 무슨 일을 하는데 얼굴의 주름살이나 뱃살 따위가 결정권을 갖게 둘 수는 없지 않는가. 나이에게 지지 말자! -39쪽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나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는다면 나는 상처받을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내 가능성과 능력의 범위를 점점 줄여간 채. 내가 무기력해지기 시작한 것은 내 능력의 한계를 정하면서부터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기에 나는 점점 나약해졌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한번씩은 해봐야겠다. 내가 정확히 못한다는 것을 실제로 확인할 때까지. 해볼 만한 일인 것 같다. -59쪽

혼자만의 시간이라는 것은 어떤 특별한 시간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특별한 마음 자세를 의미한다. 가방을 둘러매고 훌쩍 떠나지 않아도, 나만을 위한 시간이나 공간이 정해지지 않아도 언제든 혼자 놀 수 있다. 그러니까 혼자놀기는, '시간 있고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 뭐'라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회사일이 바쁜 젊은 아가씨도, 한 살배기 아들을 둔 가정적인 아저씨도 얼마든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64쪽

혼자놀기란 100미터 달리기처럼 출발선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지금 서 있는 그 자리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아침에 거울 보는 시간, 선풍기 타이머를 돌리는 시간,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따르는 시간, 화장실에 가는 시간, 이미 오늘 하루 속에도 혼자인 시간은 있고, 그 시간은 살아 있는 동안 계속 이어진다. 그 시간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아무것도 아닌 이 시간들을 내 편으로 만듦으로써 혼자놀기는 시작된다. -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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