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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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샛노란 표지와 독특한 질감에 끌려 만지작만지작 골라놓고는 읽을 책 목록에 쌓아놨다가, 딱딱한 책으로 머리가 지끈거릴 때 완충제 용도로 꺼내어 몇 꼭지씩 주섬주섬 읽기 시작했다. 언니네이발관의 보컬인 이석원이 아닌, 에세이스트 이석원이고 싶었던 저자는 프로필마저도 '1971년생. 나이탐험가. 서른여덟의 나이에 데뷔작을 낸 무명의 작가'라는 말 뒤에 자신을 숨긴다. 적어도 이 책을 내는 순간만큼은 그의 유명세가 아닌 글로 소통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뭐 그래도 팬들은 그가 이렇게 꽁꽁 숨으려 해도 다 알겠지만)

  에세이라는 장르가 무엇보다 작가의 솔직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인간이라는 존재가 모두 그렇듯이 숨기고 싶은 일 한두 가지는 자신의 것으로만 남겨두려 한다. 하지만 <보통의 존재>를 읽노라면 마치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처럼 '내가 그의 이런 얘기까지 읽어도 되는 걸까'라는 왠지 모를 미안함이 들었다. 부모님, 특히 엄마와의 불화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사랑과 이별, 친구의 죽음 등 그의 상처가 오롯이 담겨 있어 때로는 그의 글에 위로를 받고, 때로는 그를 마음속으로나마 위로할 수 있었다. 

  사랑에 상처 받고, 사람에 상처 받는 우리 모두가 '보통의 존재'라는 사실. 이 솔직한 책을 읽으며 많이 위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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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el1408 2010-03-25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에게 나의 사생활을 들킨 기분이랄까...
표지가 너무 맘에 들어요^^

이매지 2010-03-25 20:46   좋아요 0 | URL
표지도 좋지만, 질감이 너무 마음에 들더라구요 :)
 
역사의 공간 - 소수성, 타자성, 외부성의 사건적 사유
이진경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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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점들을 아무리 많이 모아도 그것은 선이 되지 않으며 그 점들을 아무리 많이 더해도 길이는 언제나 0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사실들을 아무리 많이 모아도 그것은 역사가 되지 않는다. 역사란 어떤 방향을 가진 하나의 선이 아니면 안 되기 때문이다. 별 상관 없는 사실들을 나열한 연표가 역사가 될 순 없는 것이다. 역사란 점과 같은 사실들을 연결하는 선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다. 역사적 통찰이나 역사적 사고란 별개의 동떨어진 점처럼 보이는 사실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능력에, 점들을 선으로 잇는 능력에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들의 나열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은 그 사실들 사이를 잇는 선을 암묵적으로 가정하는 것일 뿐이다. 그것을 보면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점들을 잇는 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34쪽

따라서 그 자체로 실재하는 역사란 없다. 역사란 실재적 사실들을 연결하는 구성 작용의 산물이다. 즉 역사란 사실들로 구성된 하나의 이야기, 하나의 서사이다. 역사는 사실들의 서사적 구성물이고, 따라서 그것은 실재적 사실들로 만들어지지만 그저 실재적인 것만은 아니고, 구성적이지만 그저 허구적인 구성물만은 아니다. 역사는 실재와 허구 사이에 있다. -3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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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워크 - 원죄의 심장,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3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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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읽은 <시인의 계곡>이 기대했던 것에 비해 밋밋한 느낌이 있어서 마이클 코넬리에 대한 애정에 먹구름이 살짝 꼈는데, <블러드 워크>를 보고 '역시 코넬리!'라는 탄성을 몇 번이나 내뱉었다. 

  전직 FBI 요원인 테리 매케일렙. 심장이 좋지 않아 은퇴한 뒤 이제 갓 심장 수술을 받아 적응중인 그에게 어느 날 한 여인이 찾아온다. 동생의 사진을 내밀며 사건을 의뢰한 그녀. 이제는 더이상 FBI 요원도 아니고, 아직 사설탐정 자격도 없어 딱히 사건을 맡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 거절하려고 하지만, 자신이 기증받은 심장이 바로 그녀의 동생 그레이스의 것이고 그녀가 의뢰하려는 사건이 동생의 죽음에 관계된 것임을 알게 되자 매케일렙은 사건을 조사해보기로 결심한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평범한 강도사건으로 보였던 사건. 하지만 몇 가지 의문사항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레이스의 죽음이 단순한 강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치밀하게 짜여진 연쇄살인의 하나라는 점이 밝혀진다. 과연 누가, 무엇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일까.   

  코넬리의 다른 작품에서도 느꼈지만,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캐릭터들을 다른 책에 등장시키길 좋아하는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 테리 메케일렙은 <시인의 계곡>에는 해리 보슈의 동료로 심장마비로 죽은 것으로 등장하고, 중간에 테리 메케일렙이 변호사를 구해야 할 위기에 처했을 때는 <링컨 차->의 변호사 미키 할러를 언급하고, 심지어 <시인>은 책장에 꽂힌 책 제목으로 등장한다. 이렇게 작가가 심어놓은 잔재미를 느끼려면 작품 발표 순서대로 번역본도 출간이 됐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랬다면 <시인의 계곡>에서 테리 매케일렙의 이름을 제대로 표기했을 텐데. (<시인의 계곡>에는 테리 맥컬렙이라고 표기했는데, 이 책에서 사실은 테리 맥컬렙이 아니라 테리 매케일렙이라는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만약 <시인의 계곡>보다 <블러드 워크>를 먼저 번역했더라면 이런 오류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심장이식수술을 의미하는 블러드 워크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중심에는 심장이 놓여 있다. 애초에 스트레스로 인해 심장을 잃었던 주인공이 자신에게 심장을 기증한 도너의 언니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거니와(원래는 철저히 기증자와 수여자의 신원은 비공개지만, 그의 드문 혈액형 때문에 그레이스의 언니는 우연히 신문에서 그의 글을 읽고 자신의 동생의 심장을 이식 받는 것이 테리임을 알게 된다) 사건의 마지막까지 심장은 주요한 소재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사건의 결말까지 읽으며 어쩌면 테리가 이후 <시인의 계곡>에서 심장마비로 죽었던 것도 어쩌면 그것이 '악'과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심장이 필요하지만 그 심장을 떼어버리고 싶어질 정도로 맥케일렙은 자신이 심장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원망스럽지 않았을까. 

  여러 추리소설에서 접한 숱한 범죄자 가운데 가장 악한 범인이 아닐까 싶은 범인. 그런 범인의 정체를 조금씩 밝혀가는 과정은 식상한 표현이긴 하지만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여기에 관할서와의 팽팽한 신경전과 범인으로 맥케일렙이 몰려 쫓기는 순간까지, 긴장에 긴장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런 긴장 속에서 테리처럼 배에서 생활하는 버디의 유머러스한 모습과 그레이스의 언니 그래시엘라와 테리의 묘한 로맨스(<시인의 계곡>을 먼저 읽었기에 이후 테리 맥케일렙과 그래시엘라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지만) 때문에 잠시 숨을 돌릴 수도 있었다.

 총 4편의 코넬리의 작품을 접했는데, 항상 기대만큼의 역량을 보여주는 작가가 아닌가 싶다.(물론 <시인의 계곡>은 좀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작가의 작품보다는 괜찮았다.) 만약 아직 코넬리를 접하지 않은 독자라면 블러드 워크-시인-시인의 계곡 순서대로 읽으면 좋겠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코넬리의 작품이 모두 출간된다면 작품 순서대로 읽으며 다시 한 번 코넬리의 작품세계를 오롯이 느껴보고 싶다. 정의란 무엇인지, 세상에는 얼마나 견디기 힘든 악이 많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해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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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워크 - 원죄의 심장,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3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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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빨리 읽혀. 자네도 범죄소설을 좋아해?"
"난 이미 진짜 사건들을 많이 봐서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사람인데 일부러 만들어낸 사건 이야기를 읽고 싶겠어?"
버디는 차를 출발시켰다. 그가 열쇠를 두 번 돌린 뒤에야 비로소 시동이 걸렸다.
"책 속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야. 모든 게 잘 정돈돼 있고, 선과 악이 분명하게 구분되고, 악당은 항상 응분의 벌을 받고, 주인공은 반짝반짝 빛나고, 찝찝하게 남는 구석은 하나도 없어. 그러니까 진짜 세상의 괴로움을 달래주는 해독제라고."
"듣기만 해도 지루하네."
"아냐, 마음이 놓인다니까. 이제 어디로 갈까?"-167쪽

악은 사방에 있었다. 매케일렙은 그 점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또한 추상적인 악과 맞설 수는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악을 추적해서 파괴하려면, 악이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의 형태로 구현되어야 했다. 지금 매케일렙이 찾아낸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심장이 분노와 무시무시한 기쁨으로 세차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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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최후의 날
킴 매쿼리 지음, 최유나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0년 1월
절판


그러나 항해술을 비롯한 기술이 발달하다 보면 언젠가는 누군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것이고 신대륙 발견 소식이 전해지면 야심 있는 누군가가 정복에 나섰을 것이다. 현실주의 정치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보면 '멜로스인과의 대화'라는 부분이 나온다.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싸움에 말려들기 싫어 중립을 표방하고 있던 멜로스 섬에 아테네의 사자가 찾아온다. 그 사자는 아테네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섬 사람들에게 "강자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고 약자는 당해야 할 것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명언을 남기고 돌아간다. 곧이어 멜로스는 아테네의 침공을 받아 모든 남자는 살해되고 모든 여자는 노예로 팔려가게 되며 섬 전체는 아테네 이주민의 차지가 된다. 힘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냉엄한 현실은 기원전 400년 아테네나 기원후 1500년의 쿠스코나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그후 500년이 지난 지금도 아마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3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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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2-13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다 읽고 어떤지 좀 말해주세요. 살까 말까 고민중이거든요.

이매지 2010-02-13 13:13   좋아요 0 | URL
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