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공간 - 소수성, 타자성, 외부성의 사건적 사유
이진경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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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점들을 아무리 많이 모아도 그것은 선이 되지 않으며 그 점들을 아무리 많이 더해도 길이는 언제나 0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사실들을 아무리 많이 모아도 그것은 역사가 되지 않는다. 역사란 어떤 방향을 가진 하나의 선이 아니면 안 되기 때문이다. 별 상관 없는 사실들을 나열한 연표가 역사가 될 순 없는 것이다. 역사란 점과 같은 사실들을 연결하는 선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다. 역사적 통찰이나 역사적 사고란 별개의 동떨어진 점처럼 보이는 사실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능력에, 점들을 선으로 잇는 능력에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들의 나열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은 그 사실들 사이를 잇는 선을 암묵적으로 가정하는 것일 뿐이다. 그것을 보면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점들을 잇는 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34쪽

따라서 그 자체로 실재하는 역사란 없다. 역사란 실재적 사실들을 연결하는 구성 작용의 산물이다. 즉 역사란 사실들로 구성된 하나의 이야기, 하나의 서사이다. 역사는 사실들의 서사적 구성물이고, 따라서 그것은 실재적 사실들로 만들어지지만 그저 실재적인 것만은 아니고, 구성적이지만 그저 허구적인 구성물만은 아니다. 역사는 실재와 허구 사이에 있다. -3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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