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정환 옮김 / 자유문학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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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면서 한 번도 사랑에 빠진 적이 없었던 22살의 스미레.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주인공. 그리고 스미레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상대인 여자인 뮤. 이렇게 세 명의 엇갈리는 어떻게 보면 조금은 기묘한 사랑이야기. 그리고 하루키만의 자아에 대한 생각.

 우연히 결혼식장에서 만나게 된 스미레와 뮤. 둘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고, 스미레는 뮤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에 뮤가 스미레에게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하게 되고, 둘은 함께 일한다. 그러던 중 사업차 가게 된 이탈리아. 그곳에서 우연하게 그리스의 작은 섬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평화로운 나날. 그러던 중에 스미레가 마치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뮤의 부탁으로 그들이 머문 그리스의 작은 섬에 간 주인공. 하지만 스미레의 모습은 흔적도 없다. 그렇지만, 발견하게 된 스미레가 쓴 글이 있는 디스켓. 그 곳엔 스미레가 쓴 현실과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마치 샴쌍둥이처럼 붙어있는 한 인간의 내면에서의 갈등.

 인간은 누구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엇갈려 있지만, 그 시작과 끝은 구분되지 않고, 두 가지의 성격이 공존하고 있다. 나 스스로도 나라는 존재에 대한 정체성을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정의할 수가 없다. 어느날 갑자기 스미레처럼 내 내면에 대해서 심한 고뇌를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그런 결과 내 내면에 대한 확실한 구축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난 아직까지는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나조차 종잡을 수 없는 그런 존재인 것 같다. 난 누굴까? 난 어떤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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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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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삼관 매혈기는 책 제목 그대로 허삼관이란 인물이 피를 파는 이야기이다. 젊은 시절 우연하게 피를 팔게 된 그는 피를 판 돈으로 장가를 가고, 그 뒤로는 흉년이 들어서 먹을 것이 없어 졌을 때,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자신의 큰 아들이 사람을 쳐서 큰 돈이 필요할 때 그것을 갚기 위해서, 그리고 아픈 아들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피를 팔게 된다. 허삼관의 젊은 시절부터, 느지막에 나이가 들었다고 피를 팔 수 없다고 퇴짜를 맞을 때까지의 인생을 때로는 우습게, 때로는 눈물나게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이다.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가족을 위해서 피를 팔았던 허삼관.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것이 무슨 그리 큰 죄였기에, 그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 석달에 한번 팔아야 하는 피를 사나흘에 한번씩 팔면서 아들의 치료비를 마련하다가 결국 쇼크로 쓰러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자신의 일은 잊은 채, 아들인 일락이 살아있음을 보고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던 것도 바로 그였다.

 물을 많이 마시면 피가 묽어져서 더 많은 양의 피를 뽑을 수 있다고 들은 허삼관은 피를 뽑기전에는 물을 엄청나게 많이 먹고는 피를 뽑는다. 그에게 피를 뽑는 방법을 알려줬던 방씨와 근룡이. 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 오줌보가 터져버려 병신이 되어버린 방씨. 그리고 피를 뽑은 뒤 뇌일혈로 죽어버린 방씨. 그들의 모습을 보아왔기에 피를 뽑는 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을지도 모르는 허삼관. 하지만 그는 벼랑끝에 몰려있었고, 그에겐 아무런 재주도, 능력도 없었다. 오직 피를 팔아서 돈을 마련하는 것 뿐.

 책의 초,중반에는 허삼관네 식구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되어 있었고, (일락이가 허삼관이 아들이 아니라 그의 부인인 허옥란이 결혼하기전에 강간당해서 밴 아이라는 이야기. 그리고 그에 허삼관이 임분방을 문병갔다가 그녀를 강간(?)하게 되는 이야기 등등.)후반으로 갈 수록 큰 아들인 일락을 살리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생각하지 않고 피를 파는 허삼관의 모습이 그려져있어서, 극적 대비가 비교적 선명했다랄까?

 여튼 부모의 사랑. 그리고 가난의 슬픔 등에 대해서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중국 작가의 책이었지만, 우리나라의 정서에도 충분히 통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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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 감는 새 4 - 새잡이꾼 편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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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엽감는 새는 얼마전 나온 해변의 카프카가 나오기 7년전에 발표된 장편소설이다.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장편에서 느끼는 인물간의 묘한 얽힘과 섥힘이 좋아서 하루키의 소설이라고 하여도 단편보다는 장편쪽이 더 애착이 갔었는데, 태엽감는 새를 읽어버리므로써 장편다운 장편은 다 읽어버린 셈이 되어버렸다. 뭐 하루키란 작가가 죽은 것도 아니고, 언젠가 또 새로운 장편을 들고 나타날테니 그동안엔 중,단편들을 읽으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여튼간에 이 책은 30살의 오카다 도루는 그저 그런 법대를 나와서 조그만 법률 사무소에 다니다가 특별한 이유없이 그만두고 나와버린 남자이다. 그렇지만 그의 부인인 구미코가 돈을 벌어오고 있었고, 어머니로부터 상속받은 유산이 있어서 생활에는 궁핍함을 느끼지 않아 그는 집에서 당분간 살림을 하며 지내게 된다. 그러던 중에 부인이 아끼던 고양이가 없어지고, 그 고양이를 찾기 위해 동네를 배회하던 중 가사하라 메이라는 사고로 학교를 쉬고 있는 여자아이를 만나게 된다. 둘은 어찌하다가 친해져서 같이 가발회사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이야기도 하면서 친해지게 된다. 계속 고양이의 행적은 묘연하고, 구미코는 고양이를 찾기 위해서라며 가노 마루타라는 뭔가 점쟁이 같은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동생인 가노 구레타를 만나게 되고 일은 뭔가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그의 부인인 구미코가 갑자기 집을 나가버린다. 싸운 것도 아니고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오타다 도루는 그녀를 찾기 위해서 그의 성격과는 정반대인 매형인 와타야 노보루를 만나게 되고, 이후 내용은 전혀 다른 인물인 와타야 노보루와 오타다 도루의 은근한 대립으로 이어진다. 아내의 행방을 찾으면서 오타다 도루는 마미야 중위를 만나서 그에게 우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그 외에 아카사카 너트메그와 그녀의 아들 시나몬을 알게되며 그들과 일정한 관계를 맺으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내의 편지로 이 책은 결말이 난다.

 뭔가 한마디로 압축하기에는 이리저리 얽혀있는 이야기이고, 과거의 일이 현재에 재생되거나, 꿈 속의 일과 현실의 일의 경계가 모호해서 오타다 도루가 겪는 혼란과 생각을 나도 같이 겪는 듯한 이야기. 일본의 전쟁이야기부터 현재의 이야기가 묘하게 얽혀서 돌아가지만 전혀 어색함이 없는건 하루키의 장편 소설의 묘미랄까. 여튼 이번 그의 소설에도 전체적으로 공허함과 결핍감이 깔려 있다. 그래서인지 왠지 읽으면서도 나 스스로의 공허함과 결핍감을 찾고 있는지도... 여튼간에 하루키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한번씩 나 스스로의 자아에 대해 생각해보곤 하는데, 그럴때마다 뭔가 뾰족한 답은 떠오르지 않는다. 아직은 자아가 덜 발달한 것인지, 아니면 인간이란 본디 그런 것인지...

 여튼 이 책의 구성과 이야기들은 매우 잘 맞물려 있으며, 그것은 하나하나 잘 맞춰져서 빈 틈이 없는 하나의 큰 퍼즐과도 같다. 하루키가 한 조각 한 조각 그 조각을 맞추어 갈때마다 나 또한 그것을 바라보면서 즐거움을 느꼈다랄까? 하루키의 장편 소설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태엽감는 새 이후에 해변의 카프카가 나오기까지 7년이나 걸렸는데, 그보다 더 걸리진 않길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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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피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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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인 TV피플에는 TV피플, 비행기-혹은 그는 어떻게 시를 읽듯 혼잣말을 했는가, 우리들 시대의 포크로어-고도 자본주의 전사, 가노 크레타, 좀비, 잠 이렇게 총 6개의 이야기가 실려있었다. 뭔가 비정상적인 일들. 비 일상적인 일들로 구성된 이야기들. 역시 단편보다는 장편쪽이 더 재미있는 걸 어쩌할꼬.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하루키의 소설 중에서 남녀 사이에 섹스신이 짧은 게 있었나 싶은 생각이 불쑥 들고...-_-; 음. 게다가 얼마전에 읽었던 태엽감는 새에 등장하는 가노 크레타양이 등장하시는 것에서도 살짝 놀랬다. 음. 그지만 뭐 뒤에 보니 이 책을 쓰고 태엽감는 새를 썼다고 하니 뭐 그럴법도 하고... 하루키의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서로 제각기의 작품마다 연관되어 있으니까...여튼, 뭔가 비일상적인, 그래서 소설스러운 작품들, 그리고 장편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재료로써 만들어진 소설들. 장편을 다 읽을 후에 이런 밑거름적 단편을 보는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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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환상문학전집 14
오스카 와일드 지음, 이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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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알게 된 것은 얼마전 보았던 젠틀맨 리그에 나온 도리언 때문이었다. 그 영화에 나온 주인공들이 등장한 책 중에 안 본 책이 솔로몬 왕의 보물과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었는데, 그 때 읽어봐야지라고 생각하고 있더차에 이번에 황금가지에서 새로 나왔길래, 개인적으로 황금가지에서 나오는 책들도 좋아해서 예전에 있던 책 말고 이 책으로 보게 되었다.

 책은 영화에 등장하는 도리언 그레이와 별반 다르지 않게 자신은 계속하여 젊음을 간직하고, 자기 대신 자신의 초상화가 대신 늙어가는 도리언 그레이란 인물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의 초상화를 그린 사람인 도리언의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화가 바질, 그리고 도리언 그레이에게 쾌락주의를 알려주는 헨리 경이 등장한다. 바질과 친하게 지낼때만 하여도 도리언 그레이는 아름다운 외모와 그에 걸맞는 심성을 가진 자였다. 하지만 헨리 경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그의 마음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저 지나가는 말로 한 기도, 즉 자신 대신에 초상화가 대신 나이를 들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한 말이 실현되고, 도리언 그레이는 자신의 아름다움이 변하지 않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점점 더 헨리경과의 친분을 쌓으며 쾌락주의, 유미주의로 빠져든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도리언 그레이. 하지만 그의 외모는 18년동안 변하지 않고, 그는 그러던 중 오랜만에 그를 찾아온 바질과 대화를 하다가 그의 초상화를 보여주게 되고, 바질을 죽이게 된다. 그리고 끊임없이 죽음에 대한 괴로움을 느끼게 되는데, 때마침 이 때 그가 18년전에 배신하여 자살한 여자의 오빠가 그를 죽이려고 하는 일도 발생한다. 우연한 사고로 그를 죽이려 한 자는 죽게 되지만, 도리언은 새로이 다시 예전처럼 살아가고자 한다. 그리고 자신의 추하게 변해버린 초상을 보고, 그의 영혼을 보여주는 그 초상화를 칼로 찢어버리려고 하자, 그는 그 초상화 속에 있던 사악한 모습으로 죽어버리고 만다.

 이 책의 뒤에는 오스카 와일드의 반박문이 실려져 있다. 아마도 이 책이 발표되고 난 뒤, 이 책을 비평하는 말에서 이 책에는 좋지 않은 내용이 실려져 있으니 읽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비판의 글이 있었던 것 같다. 그 글에 대해 오스카 와일드는 반박하는 편지를 여러통 썼다. 그의 편지에서도 느낄 수 있다시피 그는 유미주의나 탐욕 혹은 쾌락주의를 지향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각기 다른 방식이지만 아름다움을 삶보다 우위에 두는 세 인물을 통해서 쾌락주의, 탐욕, 유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독자 개개인이 할 일이겠지만, 어쨋든간에 이 책은 지나친 쾌락주의와 탐욕을 지양하고 있다고 본다. 읽기에 다소 딱딱한 문체였지만, 읽고 나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다소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책 표지에 있는 도리언 그레이가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점. 차라리 젠틀맨 리그에 나오는 도리언 그레이가 백만배 더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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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5-02-21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의 사진은 작가인 오스카 와일드일거여요. 전 그 나름대로 퇴폐미가 풍기는 사진이라 좋아해요.

이매지 2005-02-21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표지의 인물이 도리언그레이가 아니라 오스카 와일드였군요!
몰랐던 점을 알려주셔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