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 DVD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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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들은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취향과는 다르게 베르나르는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개인적인 취향은 둘째치고라도 학교 도서관에서 책 빌리려고 돌아다니다가 이 책이 왠일로 서가에 있길래 대뜸 빌려와버린 충동구매같은 책이기때문에 사실 별반 큰 기대는 안 하고 읽기 시작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이 책은 소설이라고 볼 수도, 희곡이라고 볼 수도 있는 그런 미묘한 경계선 상에 놓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커다란 유리 상자 안에 두 명의 인간이 갇힌다. 호랑이 조련사인 사만타와 과학자인 라울. 그들은 자신들이 왜 그 곳에 갖혀있는지 모르고 티격태격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구가 멸망했음을 알게 되고 그들은 마치 아담과 이브처럼 그 둘이 살아남은 유일한 인간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종족의 유지와 멸망이 그들의 손에 달려있음도 알게 되고 그들은 인간이라는 종족이 과연 멸망해야되는가 아니면 살아남아야 되는가에 대해서 스스로 모의 재판까지 벌이고 결국 번식하는 쪽을 택하게 된다.

 사실 어찌보면 조금은 빤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기대를 하고 보지 않았기때문에 실망이 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그런 책은 아니었다. 뭔가 양념이 되지 않은 음식마냥 싱겁고 그저 밍밍하기만한 이야기. 예전에 대학로에 갔을 때 이 희곡이 공연되고 있다는 홍보물을 본 적이 있었다. 물론, 이 이야기가 어떻게 무대위로 옮겨졌는가에 대한 호기심도 있지만 글쎄. 별로 구미가 당기지는 않는다. 그냥 그냥 밍숭한 이야기에 볼 것은 인간의 멸망과 보존 앞에서 사만타와 라울이 벌이는 논쟁이랄까. 그저 그들이 벌이는 논쟁의 내용에 속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바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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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베이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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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쥐스킨트의 책을 접해보기로 작정을 하고서 처음으로 골라든 작품은 순서상 가장 앞에 놓이는 이 책이었다. 두께도 퍽 얇은데다가 모노 드라마 형식으로 된 책이라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하면서 읽으니 흥미로웠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책 속에서 주인공은 국립 오케스트라의 단원이다. 하지만 그가 연주하는 악기는 특별히 눈에 띄지도 않으면서 부피는 많이 차지하고, 혼자서 연주하기 힘든, 하지만 없어서는 안되는 콘트라베이스이다. 그는 자신이 다루는 악기처럼 특별한 구석은 달리 없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밥줄인 콘트라베이스를 증오하면서도 더불어 콘트라베이스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이고, 짝사랑하는 성악가에 대한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지만 그녀가 없을 때엔 온갖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듯이 말을 한다. 너무도 평범한 한 무명씨의 이야기이지만, 더불어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이야기이기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더불어 주인공의 입을 통해서 쥐스킨트가 들려주는 음악가들에 대한 해박한 이야기들도 흥미로웠다. 원래 희곡으로 쓰여진 이 작품이 공연되는 모습도 한 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노 드라마이니까 주인공이 부담이 크겠지만...) 세상의 무명씨들. 그들에게 바쳐지는 책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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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초콜릿 공장 (양장) - 로알드 달 베스트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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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팀 버튼 감독과 조니뎁이 이 책을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서 어릴 때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집어 들었다. 어쨋든 예전에 읽을 때는 몰랐었는데, 책의 앞 표지에 적힌 작가에 대한 소개를 보니까 이 책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잠자리에서 해준 이야기라는 사실에 그 이야기를 들고 잠을 청했을 아이들의 모습에 부러움이 느껴지기도...

 할머니 두분, 할아버지 두분, 엄마, 아빠와 가난하지만 그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찰리는 초콜렛을 참 좋아한다. 하지만 가난때문에 그는 생일날에만 초콜릿을 먹을 수 있다. 그런 그의 집 근처에는 세계에서 가장 클 뿐만 아니라 마술과도 같은 제품(평생 먹어도 작아지지 않는 사탕, 따뜻한 아이스크림, 색이 변하는 카라멜 등등등)을 만들어 내는 웡카 초콜릿 공장이 있다. 매일 그 곳을 지나가면서 초콜릿 생각이 간절했던 찰리. 그러던 어느날 웡카씨는 자신의 제품 속에 황금딱지를 5개 넣어 이것을 찾는 이에게는 자신의 공장을 견학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노라고 한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로 황금 딱지를 찾게 된 찰리. 그는 그토록 원하던 웡카씨의 초콜렛 공장에 가게 되는데...

 이 책은 너무도 동화같은 이야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팀 버튼이라는 감독에게 잘 맞는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책을 영화로 만든다면 주저하지 않고 팀 버튼이 떠오를 정도니. 여튼 올 7월에 개봉한다는 이 영화가 얼마나 멋진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티저 트레일러를 봤는데 이대로만 나와주면 내가 생각하던 그런 이미지일 듯. 티저 트레일러를 보고 싶은 분은 이 곳으로 ->http://movies.yahoo.com/movies/feature/charlieandthechocolatefactor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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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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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 많은 이들에게 추천을 받은 영화인 <일포스티노>. 그 영화가 이 책을 영화화한 것이라는 점에 영화와 만나기전에 우선 책으로 접해보았다.

 칠레의 한 어촌마을에서 살고 있는 마리오. 그는 빈둥빈둥 놀다가 일자리를 구하는데 그것을 바로 그 곳에 와 있는 유명한 시인 네루다에게 우편물을 전달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뭐 개인전용 우체부랄까. 마리오는 베아트리스라는 소녀에게 반하고 그녀의 마음을 사고자 네루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런 마리오에게 네루다는 '메타포'에 대해서 알려준다. 뭐 말하자면 물고기를 잡아주는 대신에 낚시하는 법을 알려줬다고 할까?! 어쨋든 네루다가 알려준 '메타포'덕분에 마리오는 베아트리스와 결혼까지 하게 되고 이후로도 네루다와 마리오의 우정은 이어진다.

 책 속에는 네루다와 마리오의 우정이나 베아트리스와의 사랑이야기뿐만 아니라 칠레의 혼란스러웠던 시대적 이야기(혁명시대)도 나온다. 하지만 그런 모든 혼란함보다는 사실 재미가 더 강했다. 더불어 '메타포' 에 대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어쨋든 각각의 캐릭터가 주는 매력도 뛰어났거니와 '메타포'로 사용된 것들도 감칠맛났고, 라틴의 춤처럼 솔직한 표현들도 흥미로웠고,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한 네루다의 순탄하지 않은 인생에 대해서는 왠지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아. 그리고 더불어 매끄러운 번역이 있었기에 작품의 재미가 2배는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초록색 펜으로 쓰여진 글을 받아보고 싶어졌고 영화에서는 이런 내용들을 어떻게 그려갔을지 궁금해진다. (책에 따르면 네루다는 초록색 펜을 사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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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전2권 세트
에쿠니 가오리.쓰지 히토나리 지음, 김난주.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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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처음 읽었던게 03년도 여름이었으니까 책을 읽은지도 퍽 오래 된 것 같다. 그 해 가을에 영화로도 나왔었지만 영화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실망을 많이 한 편이었고,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건 쥰세이 역할로 나왔던 다케노우치 유타카의 모습과 피렌체의 모습들뿐. 어찌되었건간에, 다시 봐야지하면서도 계속 미뤄오다가 결국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도 다 읽어버렸고, 사놓은지 두어달 된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을 처음 읽고 나서 나중에 읽을 때는 한 챕터씩 번갈아가면서 읽어야지했던 스스로의 다짐대로 귀찮긴 했지만 한 챕터씩 쥰세이와 아오이의 이야기를 더듬어 갔다.

 20살 아오이의 생일에 했던 둘의 약속. 10년후 생일에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나자는. 쥰세이와 아오이는 서로 헤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가지만 늘 마음 한 구석에서는 서로를 생각하고 그때문에 다른 어떤 사랑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시간은 흘러 30번째 아오이의 생일이 다가오고 둘은 약속을 지킨다. 며칠간의 만남으로는 몇 년간의 공백을 채우기는 힘들었지만, 어쨋든 둘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다.

 냉정과 열정 사이.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뭐였을까? 냉정이라는 단어에서는 아오이의 모습이, 열정이라는 단어에서는 메미의 모습이 떠오른다. 쥰세이를 너무도 사랑했지만 가질 수 없었던 메미의 모습이나 아오이를 너무도 사랑했지만 그녀의 의견을 존중해 놓아준 마빈의 모습에서 쥰세이와 아오이의 사랑이 그들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까지도 너무도 큰 아픔으로 남은 것 같아서 왠지 안쓰럽기도 했다. 10년전에 그저 흘리듯 했던 약속. 그 약속을 위해 몇 년이나 기다려 온 두 사람. 과연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두 사람이 다시 만난다고 해도 각자가 쌓아올린 생활을 받아들이는게 힘들지는 않았을까? 쥰세이와 아오이가 과거 속에서만 사랑을 하는게 아니라 미래에도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미래는 없고 과거만 있는 도시에서...

 어쨋든간에 읽고 나니 잔잔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처음 읽었을 때도 그렇지만 다시 읽었을때에도 rosso보다는 blu가 더 마음에 든다. rosso에서 나오는 심리적인 이야기들보다는 blu에서 나오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더 좋았고, 마빈이라는 캐릭터보단 메미라는 캐릭터가 주는 느낌이 더 강렬했기도 했고...피렌체의 두오모에 오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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