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눈의 물고기
사토 다카코 지음, 김신혜 옮김 / 뜨인돌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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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기지마와 무라타라는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이다. 같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8개의 단편들은 오랜만에 풋풋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며 나의 학창시절을 생각해보게 해주었다.

 삼촌이 일러스트 만화가인 무라타는 집에서 가족으로부터는 소외받고 삼촌과 마음이 맞아 삼촌과 함께 어울려 지낸다. 그런 그녀는 학교 생활은 자신 만의 굴레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누구도 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주인공인 기지마. 그는 무라타와 같은 반인데 축구부에서 만년 후보 골키퍼로 지내고, 더불어 수업시간에는 마치 습관처럼 다른 사람의 모습을 낙서한다. 그런 그가 무라타로부터 충고를 받게 되고, 우연히 미술 수업 시간에 그녀를 그리게 되면서 점점 더 그녀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 와중에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카페 여종업원인 니도리와의 이야기, 기지마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 여동생의 가출에 관한 이야기 등이 그려지면서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듯이, 무라타와 기지마의 색이 서로 섞여 다른 색을 만들어 내듯이 그려지고 있었다.

 이런 풋풋한 사랑을 앞으로 해볼 가능성은. 으음. 제로에 가까우려나.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그래서 순수하게 서로에 대한 감정을 주고 받고, 그로인하여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둘의 모습은 그 나이만의 특권이리라. 그리고 함께 성장해가리라. 아. 부럽다. 그들의 젊음이, 그들의 가능성이, 그리고 그들의 모습이 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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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특별판)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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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로맹 가리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얼마전 읽었던 <자기 앞의 생>과 같은 작가이기때문에 같은 작가의 책을 연달아 읽으면 왠지 편견에 빠질 것 같아서 잠시 쟁겨뒀다가 결국에 손에 잡고 읽기 시작했다. 사실 이 작품은 워낙 좋다는 호평을 많이 들어왔었고, <자기 앞의 생>에서 미리 만나본 작가의 실력도 나쁘지 않아서 은근히 기대를 많이 했던 것인지 몰라도 나는 왜 그다지 좋다는 생각이 안 들었을까.

 이 책에 실린 단편들에는 냉소와 유머, 그리고 나름의 반전이 깔려있다. 표제작인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서는 새들이 귀환하여 죽음을 맞이하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하여 그 곳에서 죽으려고 했던 한 여자와 그녀를 구한 사람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왜 그녀는 죽으려고 했을까? 새들은 왜 그 곳으로 돌아와 죽으려고 했을까? 책에서도 나타나듯이 무언가 이유가 있었겠지.

 어찌보면 이야기들은 갑자기 끝나버린다. 무대위에 갑자기 불이 나가버린 것처럼. 그리고 그 갑작스러운 결말은 나름대로의 충격을 갖게 한다. 대체 무대위의 그들은 어떻게 된 것이었을까?

 가짜에 대한 이야기, 나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과학과 이성에 대한 이야기 등의 이야기들은 허무하기도, 고독하기도, 그리고 날카롭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 책보다는 <자기앞의 생>이 좀 더 매력적인 것 같다. 어느쪽이던 나름대로 충격적인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리고 여담이지만 왜 책의 제목이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가 아닐까? 책을 읽기 전부터 내내 궁금했던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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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가운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
루이제 린저 지음, 박찬일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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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접하게 된 데에는 전혜린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녀의 에세이집에서 언급된 이 책의 제목과 주인공인 니나에 관한 내용에 과연 이 책이 어떤 책이길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니나의 언니가 연락이 끊어졌었던 동생인 니나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니나의 요청으로 그녀의 집에 찾아가게 되고, 그 곳에서 슈타인이라는 남자의 일기 및 편지들을 읽음으로써 니나에 대한 슈타인의 사랑, 그리고 니나의 삶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슈타인은 니나를 만나기전까지만 하더라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게다가 의사이면서 대학 교수라는 제도권 속에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우연히 환자로 온 니나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지게 되고, 이 후 그녀는 그의 삶을 지배하게 된다. 그녀가 의도하였건, 아니면 그렇지 않았건간에 말이다.

 화자의 동생인 니나는 자유분방한 여자다. 어느 한 곳에 얽매여있지 않고, 자유롭고 싶어하는 여자. 모험에 자신의 목숨까지 걸 수 있는 여자. 자신이 의도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 그런 여자다. 끊임없이 니나를 가지고 싶어하지만 결국 그녀를 갖지 못한 채 죽게 되는 슈타인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스스로도 그녀가 부를 때 아무런 생각없이 달려감을 일컫어 주인이 부를 때면 언제든지 달려가는 개와 같다고 했으니...

 이 책 속에는 단순히 슈타인의 사랑이야기만이 담겨 있지는 않다. 나치에 관한 이야기라던지, 삶에 대한 이야기, 더불어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 등등의 이야기들이 함께 보여지고 있다.

 어찌보면 제 3자라고 할 수 있는 니나의 언니의 관점은 니나와 슈타인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줬다. 물론, 니나의 감정에 대해서는 니나가 말하는 것이나 슈타인의 글을 통해서만 나타날 뿐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베일에 쌓여 있다. 니나의 언니, 그리고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는 슈타인의 감정이 우선시 되고 있다. 니나는 자신에 대한 편견을 변명하고 싶지 않는다면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니나라는 여자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녀는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좀 더 자유롭게 살아가리라. 그리고 그 순간에도 누군가를 사랑하며 정열적으로, 그리고 직설적으로 살아가리라. 삶에 대응하는 그녀의 모습은 멋지기도 하지만, 역시 난 니나의 언니처럼 삶에 순응해가는 모습을 가지고 있을 뿐. 그녀는 하나의 이상적 존재랄까...책을 보면서 전혜린의 모습과 작가인 루이제 린저, 그리고 니나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마음에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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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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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에 읽었던 이 책을 다시 읽은 데에는 드라마 <로스트>의 영향이 컸다. 한 편씩 볼 수록 섬에 관한 궁금증이 쌓이고 쌓였고, 그러던 중에 어찌보면 <로스트>와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읽히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고, 오래 전에 읽어서 기억도 가물가물한 참에 '다시 읽어보자!'라는 생각에 읽게 됐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로스트>의 수수께끼는 나를 괴롭히고 있다.

 <로스트>에서처럼 이 책에서도 '잭'이라는 소년이 등장한다. 드라마 속의 잭과는 다르게 <파리대왕>속의 잭은 대장으로 뽑힌 랠프와 대립하면서 결국 따로 나와서 사냥을 하면서 지낸다. 마치 야만인처럼 얼굴에는 색을 칠하고, 연기를 피워 구조 신호조차 보내지 않은 채 스스로 야만인의 삶을 택하고, 아직은 어린아이인 책 속의 생존자들은 잭을 따라 사냥을 하며 지내기로 한다. 한 편, 원래 대장이었던 랠프는 돼지와 몇 되지 않은 아이들을 데리고 살아가려고 하지만 그것조차 여의치 않는다. 결국 잭과 랠프의 대립으로 인하여 돼지는 죽게 되고, 랠프는 오랑캐들의 추적을 당하는 신세가 된다.

 실제로 책과 <로스트>는 몇 가지의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 잭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함께 등장하고 있다는 점, 책 속에서는 돼지라고 불리는 이의 지적 능력이 뛰어나고, 이러한 인물을 <로스트>에서 헐리의 모습으로 나온다는 점. 사냥을 하는 잭의 모습은 드라마 속에서의 로크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이 책에는 드라마보다 좀 더 깊은 이야기가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한 명만 제외하고 모두 어른이다. 그 때문에 그들은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하고, 법과 도적을 지키려고 한다. 즉,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처럼 야만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또한, 책 속에서처럼 적대적인 관계를 줄곧 유지하는 인물들도 없으니...

 서로의 머리 위에 서려고 하는 잭과 랠프의 모습은 현대 우리 사회의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아니더라도 인간은 서로 상대방에 대한 주도권을 갖고자 한다. 그 때문에 희생을 당하는 것은 비단 둘뿐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이지만...얼굴에 색칠을 하여 자신의 얼굴을 숨기고 거리낌없이 자신의 야만성을 뿜어내는 아이들의 모습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한 번쯤은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 섬에 오기전에 "네. 선생님"이라고 대답했을 소년들은 더이상 그 곳에 없는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야만적으로 만들었던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돼지는 자신이 돼지라고 불리는 것을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화자조차도 돼지라고 하여 끝내 그의 이름은 무엇인지 나오지 않는다. 그저 돼지로만 제시될 뿐. 그런 그의 호칭때문에 잭 일당이 사냥을 하는 것은 멧돼지라고 나오기도 했지만, 한 군데에서는 그저 돼지라고 나와서 헷갈리게 나온 것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지만, 어찌되었건 그보다는 작중 화자라도 돼지의 본명을 불러줬으면 좋았을 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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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
야마다 에이미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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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총 5가지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저마다 평범하지 않을 소재를 다루고 있다. 근친상간이나 불륜, 짝사랑 등의 소재부터 영 껄끄러운 느낌이 들었는데, 읽으면서도 그다지 좋은 기분을 가지기 힘들었다. 5개의 이야기중에서 그나마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샴푸>라는 제목의 이야기였고, 가장 기분이 나빴던 이야기는 <피에스타>라는 제목의 이야기였다.

 <메뉴>에서는 근친상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기 자신만 사랑하는 오빠와 동생의 근친상간을 오빠로 나오는 도키노리가 자신의 근친 상간을 왠지 어머니의 죽음과 연결지어서, 마치 자신은 어머니의 죽음에 전혀 개의치 않는 것같지만 실은 그로인하여 상처를 받았고, 그 때문에 자신이 자신만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노라고 얘기하는 것 같아서 왠지 호감이 가지 않았던 캐릭터였다. 도키노리의 영향을 받은 동생인 세이코(친동생은 아니지만)의 행동들도 도키노리의 행동을 그저 따라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체온재기>에서는 불륜의 상대의 아버지와 그의 애인(요시즈미 부인)을 만나는 일상을 보여주고 있다.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서 항상 죽음을 숨겨놓고 있었다는 요시즈미 부인의 말이 왠지 모르게 호소력있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주인공인 나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좀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피에스타>에서는 짝사랑하던 남자가 있는 추녀의 마음 속에 살고 있는 '욕망'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욕망이 화자이기때문인지 몰라도 이 이야기가 가장 껄끄러웠다. 주인인 추녀에 대한 비하뿐만 아니라 욕망 스스로 자신의 생각에 대해서 나타내보여주고 있었으니까. 물론, 추녀가 화자가 되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보다는 좀 더 직설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강점이 있지만, 읽는 난 그다지 유쾌하게 읽혀지지 않았으니...

 <공주님>에서는 가진 것도 개뿔없으면서 공주인 척 도도함만 가지고 있는 노숙자 히메코와 우연히 그녀를 만나고 그녀의 하인처럼 행동하는 어리숙한 마슈가 등장한다. 마슈를 사사건건 무시하면서 그를 통해서 자신의 내부에서 비어진 크로스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는 히메코의 모습은 '얜 대체 뭐야?'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물론, 그것이 메코가 살아가는 방식이고, 그로 인하여 히메코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여튼 후에 마슈가 사랑이었음을 알고 마슈를 찾아가다가 지하철에서 사고로 죽고 마는 히메코의 모습에서 만약에 마슈와 다시 만나게 됐다면 둘의 사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싶기도 했다. 어찌되었건 둘은 끝내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됐지만...

 <샴푸>는 어찌보면 요시모토 바나나적인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물론, 바나나 특유의 멜랑꼴리함은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지만...엄마와 아빠가 이혼한 소라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소라뿐만 아니라 소라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이야기와 얽혀서 보여지고 있다. 건물의 창문을 닦는 일을 하는 소라의 아버지의 애인으로부터 사고가 나서 병원이라는 소리에 함께 걱정하며 병원으로 달려가는 소라와 그의 남자친구. 그리고 창문을 닦다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 애인과 함께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졌음을 알고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쁨의 만세를 부르는 소라의 남자친구의 일들은 왠지 모르게 풋풋함을 주었다.

 야마다 에이미의 소설은 처음 접해보는 것이라서 흥미반, 기대반이었지만 그녀는 내게 그다지 매력적인 존재는 아닌 것 같다. 한 작품만 접해보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되었건 내 취향은 아닌 것 같으니, 패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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