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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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에 읽었던 이 책을 다시 읽은 데에는 드라마 <로스트>의 영향이 컸다. 한 편씩 볼 수록 섬에 관한 궁금증이 쌓이고 쌓였고, 그러던 중에 어찌보면 <로스트>와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읽히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고, 오래 전에 읽어서 기억도 가물가물한 참에 '다시 읽어보자!'라는 생각에 읽게 됐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로스트>의 수수께끼는 나를 괴롭히고 있다.

 <로스트>에서처럼 이 책에서도 '잭'이라는 소년이 등장한다. 드라마 속의 잭과는 다르게 <파리대왕>속의 잭은 대장으로 뽑힌 랠프와 대립하면서 결국 따로 나와서 사냥을 하면서 지낸다. 마치 야만인처럼 얼굴에는 색을 칠하고, 연기를 피워 구조 신호조차 보내지 않은 채 스스로 야만인의 삶을 택하고, 아직은 어린아이인 책 속의 생존자들은 잭을 따라 사냥을 하며 지내기로 한다. 한 편, 원래 대장이었던 랠프는 돼지와 몇 되지 않은 아이들을 데리고 살아가려고 하지만 그것조차 여의치 않는다. 결국 잭과 랠프의 대립으로 인하여 돼지는 죽게 되고, 랠프는 오랑캐들의 추적을 당하는 신세가 된다.

 실제로 책과 <로스트>는 몇 가지의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 잭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함께 등장하고 있다는 점, 책 속에서는 돼지라고 불리는 이의 지적 능력이 뛰어나고, 이러한 인물을 <로스트>에서 헐리의 모습으로 나온다는 점. 사냥을 하는 잭의 모습은 드라마 속에서의 로크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이 책에는 드라마보다 좀 더 깊은 이야기가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한 명만 제외하고 모두 어른이다. 그 때문에 그들은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하고, 법과 도적을 지키려고 한다. 즉,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처럼 야만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또한, 책 속에서처럼 적대적인 관계를 줄곧 유지하는 인물들도 없으니...

 서로의 머리 위에 서려고 하는 잭과 랠프의 모습은 현대 우리 사회의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아니더라도 인간은 서로 상대방에 대한 주도권을 갖고자 한다. 그 때문에 희생을 당하는 것은 비단 둘뿐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이지만...얼굴에 색칠을 하여 자신의 얼굴을 숨기고 거리낌없이 자신의 야만성을 뿜어내는 아이들의 모습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한 번쯤은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 섬에 오기전에 "네. 선생님"이라고 대답했을 소년들은 더이상 그 곳에 없는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야만적으로 만들었던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돼지는 자신이 돼지라고 불리는 것을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화자조차도 돼지라고 하여 끝내 그의 이름은 무엇인지 나오지 않는다. 그저 돼지로만 제시될 뿐. 그런 그의 호칭때문에 잭 일당이 사냥을 하는 것은 멧돼지라고 나오기도 했지만, 한 군데에서는 그저 돼지라고 나와서 헷갈리게 나온 것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지만, 어찌되었건 그보다는 작중 화자라도 돼지의 본명을 불러줬으면 좋았을 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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