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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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처음 읽었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아련한 바나나와의 첫만남. 이 책으로 그녀에게 매력을 느꼈고, 그 때문에 그녀의 작품은 모두 섭렵했다. 비록, 요 근래의 작품들은 왠지 모를 아쉬움을 주긴 했지만, 어쨋든 이 책 키친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책 중에 하나였다. 그런 이 책을 몇 년만에 다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총 3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2개의 이야기는 이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등장인물이 누구냐로 따지기보다 소재 자체만으로 본다면 이 책 속에 등장인물은 하나의 인물상으로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절친한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그래서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을 겪고 있는 사람.이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각각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건간에 다들 마음 한 구석에는 가까운이의 죽음이 숨겨져 있다. 겉으로 드러내고 있던, 아니던 간에 말이다. 어쩌면 다소 무거운 소재가 아닌가, 다소 우울한 소재가 아닌가 싶어지기도 하지만, 이 책 속에 등장인물들은 그 상처에 딱지가 앉아 조금씩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이 잔잔하게 그려지는 모습에 저절로 읽는 이도 왠지 흐뭇해지는 기분이 든다.

 이 책은 바나나다운, 바나나틱한 소설이다. 이 책에서 달리 교훈을 찾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보단 소설 속의 주인공들에 감정을 이입해서 읽어보자. 그들이 또 다른 나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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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겔 스트리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2
V.S. 나이폴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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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들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책이라면 딱딱하고, 재미없고, 뭔지 알 수 없는 느낌만 풍길 뿐이라는 인식을 없지 않아 가지고 있다. 나도 그런 편견때문에 이 책을 빌려놓고 선뜻 잡지를 못했는데, 이는 이 책을 지은 작가인 나이폴이 2001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어찌어찌해서 결국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빠르게 나이폴이 그려주는 미겔 스트리트 속으로 빠져들었다.

 미겔 스트리트는 외부의 사람이 본다면 '빈민굴'이라고 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도무지 손을 쓸 수 없는 곳이다. 이 책은 그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한 명씩 한 명씩 주인공으로 삼아 연작 소설의 형식으로 총 17개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소설 속의 배경은 1930년대, 트리니다드 섬의 수도인 포트 오브 스페인.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우리의 과거가 떠오르기도 했다. 미국군에게 츄잉껌을 얻으려고 하는 모습에서는 특히나 더.

 여튼, 이러한 암담한 시대상에도 불구하고, 미겔 스트리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유쾌하다. 어찌보면 작가는 그들을 희화화함으로써 그들의 절망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보여주는 듯한 느낌도 들지만, 어쨋든 표면적으로 그들은 볼 때 그들은 유쾌하고, 그와 동시에 권태, 무위, 그리고 도덕적인 타락, 막무가내적 고집과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결국 미겔 스트리트의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준 화자가 단지 그곳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장학금을 받아 떠나는 장면은 왠지 모를 씁쓸함을 안겨줬다. 그 곳에 살고 있는 것만으로 점차 난폭해져갔던 그. 그런 그가 그 곳을 떠난다고 해서 그 곳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술술 읽혀가는 책이지만, 왠지 모를 슬픔이 담겨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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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11-05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한테 책 보내려고 땡스투합니다^^

이매지 2006-11-06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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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안에 민음사에서 나오는 세계문학전집을 독파하고말겠다는 나름의 계획아래, 전집 순서대로 볼까하다가 평점이 좋은 작품부터 접하는 게 좋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단순히 평점만 보고 접한 책이다. 작가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고, 이 책이 어떠한 내용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채. 마치 책 속의 주인공이 모래 구덩이 속에 갇혀버리듯이 그렇게 나는 이 책 속에 갇혀버렸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곤충채집을 위해 휴가를 얻어 모래로 뒤덮인 곳으로 가게 되고, 그 곳에서 마치 올드보이의 오대수가 이유를 알지 못하고 15년 간 군만두만 먹으면서 갇혀버리듯이, 이유도 모른 채, 잡혀버리고 만다. 한 시라도 모래를 파내지 않으면 생활할 수 없는 모래로 뒤덮인 마을. 그는 그가 묵고 있는 모래때문에 나무가 썩어가는 집을, 그리고 그 집의 주인인 묘한 느낌의 여자를, 모래의 껄끄러움만 가득한 마을을,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한다. 하지만, 모래 산을 올라갈 때, 자꾸 미끌어지는 것처럼, 그는 점차 점차, 그는 도망가지 못하고, 결국은 마음 한 구석에 언젠가 탈출하겠다는 <희망>의 조각만을 남겨놓은 채, 그렇게 적응해간다.

 마치 이 책 속에서 주인공이 당하게 되는 일은 시지푸스가 끊임없이 바위를 움직여야 하는 일과도 같다. 그는 끊임없이 모래를 파내야 하는 것이다. 파내고, 또 파내고, 하지만 모래는 줄어들지 않고, 늘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모래 특유의 껄끄러운 느낌이 머리 속에 남아서 어느새 책을 놓는 그 순간에 목이 말라왔다. 그래서 마신 물에서 나는 개운함을 느낄 수 없었다. 마치 내 목에 모래가 걸린 것처럼 그렇게 그렇게 계속 껄끄러움이 남아 있었다.

 이 책은 결국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매혹적으로.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처럼 이 책에 대해 알지 못하고 접해도 좋다. 읽다보면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을테니까. 벗어날 수 없는 모래 속으로 한없이 빠져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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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5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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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동명의 영화의 원작이 실려 있다는 단편소설집이다. 원래는 영화를 재미있게 봐서 원작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접한 책인데, 원작보다 다른 작품들의 재미에 폭 빠지게 됐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기본적으로는 모두 사랑이야기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이 있듯이, 다양한 종류의 사랑도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그런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의 사랑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으며, 그들의 사랑을 무던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개인이 어떠한 결함(예를 들어, 장애라던지 나이에 맞지 않게 철이 없다던지, 이중인격적이라던지 이혼녀와 같은 사소한 결함아닌 결함들)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랑을 할 수 있고, 사랑은 삶에 있어서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주인공이 사랑을 하고 있던, 아니던 간에 말이다). 즉, 그들에게 있어서 사랑은 하나의 일상 혹은 비일상으로 구분되는 것뿐이지 필수불가결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대개 로맨틱한, 그리고 말도 안되는 연애소설만은 아니다. 현실감각을 유지하면서 주인공들이 사랑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특징 때문에 독자로 하여금 좀 더 책 속의 인물에게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것 같다.

 사랑의 시작될 때의 설레임, 사랑이 진행되는 동안의 열정, 이윽고 무감해지고 차가워져버린 사랑의 끝. 이 모든 것은 사랑이라는 하나의 개체의 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이러한 것들을 이 책은 대놓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살짝살짝 감춰가면서 감칠맛나게 보여주고 있다. 이게 작가의 연륜이고, 힘인것인가?! 이 작품이 지어진지 족히 20년은 되었는데도 지금과 동떨어지지 않은 이야기인 것은 아마 인간의 내면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때문에 집어들게 된 책이지만, 그보다 좀 더 소중한 작품들을 접해볼 수 있었기 때문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열린 결말이라는 점에서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볼 수 있어서 간만에 상상의 즐거움을 누려보았다.

 사랑을 하려는, 하고 있는, 사랑이 식어가는 모든 이들이 읽으면 와닿을만한 책이다. (특히 여자라면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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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05-06-28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사다놓고 아직도 못읽고 있네요.ㅎㅎㅎ
사랑을 하려는, 하고 있는, 사랑이 식어가는 모든 이들이 읽으면 와닿을만한 책이다
마지막말 멋있어요!!

이매지 2005-06-28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그런 민망한 말씀을^-^;;;;
시간 나시면 어여 읽어보세요~^-^
 
백년의 고독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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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년의 고독', 그리고 '가르시아 마르케스'라는 단어는 스페인어권 문학에 대해 논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이다. 일명 '마술적 사실주의(리얼리즘)'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한 집안의 이야기이고, 그들이 살아간 역사의 이야기이고, 그들 개개인의 고독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려 6대에 걸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이 놈이 누구더라?!'라는 생각을 수없이 하게 되고, 그 때문에 1권 앞에 나오는 가계도는 항상 손에 닿을만한 위치에 두고 읽어야 하는 나름의 고역이 있는 책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스페인어로 된 이름은 영어로 된 이름보다 더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거의 순환하고 있기때문에 읽다보면 이 놈이 그 놈인지 아닌지도 헷갈리게 된다.

 사실 나같은 경우에는 '마술적 사실주의'에 대해서 좀 더 피부로 느껴보고 싶어서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인데, 그런 면에서는 역시나 마술적 사실주의의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일컫기에 부족함이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다소 지루한 느낌도 들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100년동안에 6대에 걸쳐서 일어나는 부엔디아 가문의 순환적인 삶과 고독은 아련한 느낌마저 줬다. 또한, 마치 유전처럼 이어지는 근친상간의 역사는 그들에게는 왠지 당연시 여겨지는 이유는 왜였을까?! 그들이 과연 태어나면서부터 타고난 고독을 떨쳐버릴 수 있었을까? 인간은 본래 고독한 것을. 여튼 어찌되었건간에, 마술적 사실주의에 대해서 느끼고 싶다면 일독할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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