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권택영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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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심리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컴플렉스가 몇 가지 있다.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엘렉트라 컴플렉스를 비롯하여, 동화에서 비롯된 신데렐라 컴플렉스, 피터팬 컴플렉스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이 책에서 유래된 '롤리타 컴플렉스'이다. 흔히 나이든 남자가 어린 여자아이에게서 성욕을 느끼는 것을 의미하는 이 컴플렉스는 여러 영화(연인이나 레옹같은 영화들)의 소재가 되기도 했기에 한번쯤은 원작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왠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아서 미루고 있다가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은 험버트가 우연히 만나 한 눈에 반해버린 롤리타에 대한 감정의 변화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긴 하지만 뭔가 일반인들의 시선으로 볼 때에는 다분히 비정상적인 그런 사랑. 험버트는 자신의 사랑이 자신과 롤리타를 파멸할 것을 예감하지만 그의 감정이나 본능에 따라 나아간다.

 이 책에서는 험버트의 설레임, 사랑, 불안, 배신감, 공포, 집착 등과 같은 일련의 감정들은 험버트 자신의 독백으로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이 된다. 그 때문에 독자는 기본적으로 아버지가 딸을 사랑하다니 (비록 친딸은 아니지만.) 이건 근친상간이고 비정상적인 사랑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도 어느 정도는 험버트의 행동에 수긍을 하기도 한다. 물론, 도덕적으로 본다면 수긍할만한 가치도 없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알려졌다 시피 출판 당시에 외설 시비에 휘말렸었다. 이 책이 출판된지 50여년이 지난 지금에 읽어서도 외설에 대해서 논란이 있는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이 책을 외설이라고 하기엔 다분히 문학성이 담겨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고도로 다듬어진 어휘나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어휘의 사용, 그리고 어느 정도 절제되어있는 감정의 표현들. 이런 것들때문에 이 책은 단순한 외설이 아니고 하나의 고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나니 험버트가 왠지 불쌍해진다. 롤리타야말로 팜므파탈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집착을 보이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을 이용하는 사랑받는 사람. 누가 더 나쁜 쪽이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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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옮김 / 강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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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비밀>로 잘 알려진 로알드 달의 단편모음인 이 책은 표지부터가 흥미롭다. 와인잔을 휘감아 나오는 와인의 끝에 통통하고, 콧수염이 난 아저씨가 와인병을 들고 마치 날아가듯이 그려져있고, 한 쪽에는 왠 푸른빛의 고양이가 그려져 있고, 안경에, 담배에, 의자에, 왠 시무룩한 표정의 아줌마까지. 이건 뭔가 조합이 안되고, 그 때문에 저마다 무슨 얘기거리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지게 했다. 일단 표지만 보고도 이 책이 유쾌할 것 같다는 예상을 했고 말이다.

 이 책에는 총 10편의 단편이 실려져있다. 목사의 기쁨, 손님, 맛, 항해 거리,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 남쪽 남자, 정복왕 에드워드, 하늘로 가는 길, 피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과 같은 10편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대체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이 날 것인가에 대한 긴장감이 유발되어 책장을 계속 넘기게 되고, 결국 다 읽고는 무릎을 탁 치고, '아아.'라는 나지막한 탄성만 내뱉게 만든다. 다시 말하자면, 로알드 달은 굉장히 짖궂지만 그에 대한 보답은 확실하게 해주고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목사로 위장한 채 고가구를 사러 가는 보기스에게 생기는 이야기인 <목사의 기쁨>이나, 카사노바는 그의 발 밑에도 못 미칠 엄청난 바람둥이인 오스왈드에게 벌어지는 이야기인 <손님>, 포도주를 맛만 보고도 어느 지역, 어느 농장에서 재배된 것인지를 맞추는 끝내주는 미각을 가진 프랏이 등장하는 <맛>을 비롯하여 다른 작품에서도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즐거움을 주고 있다.

 책 속에서는 왼쪽 새끼 손가락을 걸고 내기를 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남쪽 남자) 만약, 로알드 달이 "이 책을 보고 당신이 즐거워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갖고 싶은 어떤 것이든 다 줄테니 대신 당신의 손가락을 걸어라."라고 해서 내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큰일날뻔 했다. 10편의 이야기가 다 재미있었던 나는 이 글을 쓸 수 없었을 것 아닌가. 휴우. 천만 다행이다. 별을 한 백 개쯤 줘도 아깝지 않을 즐거움을 안겨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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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11월에는
한스 에리히 노삭 지음, 김창활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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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책을 읽기 시작할 때에는 다른 분들이 써놓은 서평을 보거나, 이 책이 좋더라. 라는 입소문을 듣고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끔씩은 도서관에서 어슬렁 어슬렁거리다가 눈에 띄는 책을 읽기도 하는데, 이 책이 바로 그 경우였다. <늦어도 11월에는>이라는 제목 앞에서 왜 하필 그 많고 많은 달 중에 11월인지. 11월에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인지 궁금했기에 스리슬쩍 빌려와서 읽기 시작했다.

 부유한 사업가 집안의 며느리인 마리안네. 그녀는 일상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욕망을 마음 한 구석에 안고 있지만, 그냥 그렇게 일상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여자이다. 어느 날 남편 대신 참석한 문학상의 시상식에서 만난 한 남자(수상자)로부터 "당신과 함께라면 이대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선뜻 그를 따라 나선다. 어디로 가던, 어떤 일이 그녀 앞에 기다리고 있던 전혀 상관없이. 게다가 몰래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남편에게 말을 하고 나가는 그녀.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왔기에 그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렸다기보단 자신이 그 남자의 곁에 머물러 있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 마리안네. 어느 날 그들을 방문한 시아버지와 대화를 한 뒤 그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일상 속에서 그녀는 그 남자를 그리워하기도 하며, 또 한편으로는 불안해하며 살아가고, 결국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난 그를 따라 집을 또 다시 나선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새롭게 시작되기 전에 끝이 난다.

 늦어도 11월에는. 그때가 되면 작품이 무대에 올려지고 사고 싶은 폭스바겐을 사서, 그걸 타고 자유롭게 가고 싶은 곳을 함께 가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들. 너무도 평온한 일상(아무런 변화가 없는 그런 일상) 속에서 만난 사랑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버리고 모험을 시작하는 마리안네. 그녀의 섬세한, 그리고 예민한 내면을 작가는 잘 그려낸다. (남자 작가가 이렇게 여자의 마음을 잘 그려내면 솔직히 소름 끼친다.) 단순히 몇 시간 전에 만난 남자의 말 한마디에 무너져버리는 마리안네의 모습. 그녀에게 있어서 그 남자(묀켄)의 말은 그저 하나의 도화선이었을 뿐. 그 남자가 아니었더라도 그녀는 그런 자극이 있었으면 떠났으리라. 결혼이라는 굴레 속에서 그녀는 벗어나려고 했고, 행복을 찾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녀는 과연 행복을 찾을 수 있었을까. 그들은 죽음으로써 영원히 사랑을 유지시킬 수 있었을까. 너무도 애절한, 그리고 너무도 위험한, 그리고 너무도 안타까운 그런 책이었다. 나에게도 모든 것을 던지고 일상을 벗어나게 해줄 사람이 찾아 온다면 난 과연 마리안네처럼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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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 히토나리의 편지
쓰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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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만 봤을 때는 사실 이 책의 소재가 '편지'라는 것만 알 수 있었지 무슨 얘기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차례를 보니, 편지를 쓰는 것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가 싶어지기도 하고, 편지를 매개로 벌어지는 연애담인가 싶어지기도 하고, 여튼 궁금한 마음만 더해져서 결국엔 재빨리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직업이 소설가인데, 부업으로 시작한 편지를 대필하는 일이 오히려 승승장구하게 되고...이 책은 그가 편지를 대필해 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때로는 사연은 생략되고 편지만 실려있기도 한다.)

 짝사랑하는 소녀에게 조심스레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에서부터, 자기가 차버린 남자에게 다시 돌아와 달라는 편지, 어린 시절 자식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 엄마가 그녀의 아들의 결혼을 축하해주는 편지, 죽음을 앞두고 있는 할머니에게 손자의 죽음을 알릴 수 없어 손자를 가장하고 쓰는 편지 등등 이 책 속에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담겨있고 때로는 감동을 때로는 풋풋함을 느끼게 해준다.

 언제든 필요한 일이 있으면 핸드폰으로 문자나 전화를 할 수 있고, 이메일을 통해서 연락을 할 수 있으니, 사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편지는 거의 쓸 일이 거의 없다. 그 때문에 우편함에 쌓이는 것은 온통 고지서, 광고물들뿐이다. 하지만, 우편함을 열었을 때, 그리운 사람에게서 받는 편지 한 통. 손으로 정성껏 써 내려간 그 편지는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할 것이다.

 사실, 나같은 경우에는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편지를 많이 쓰는 편(원래도 편지를 쓰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이다. 매 번 편지를 쓸 때마다 편지지를 앞에 두고 무슨 얘기를 적을까 고민하고, 편지를 써내려가는 과정, 그리고 조심스레 봉투에 넣고,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는 그 순간까지 편지는 그것을 쓰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이 좋게 해준다. 그리고 가끔씩 우편함에 넣어진 녀석의 편지를 접하면 대체 무슨 얘기를 썼을까 하고 기대하게 된다(사실 뜯어보면 맨날 무슨 말을 써야할지 통 모르겠다는 편지이지만.)

 이러한 일련의 경험(편지를 쓰기위해 머리를 짜내고, 편지를 받고 기뻐하는 것)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서는 책상 서랍을 열어 편지지 한 장을 꺼내, 그리운 사람에 편지를 쓰고 싶어질 것 같다. 때로는 느리게 살아가는 것도 삶에 있어서 하나의 즐거움이 되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지난 번에 읽었던 <사랑을 주세요>에서도 편지를 매개로 하는 내용이 나왔던 것이 기억이 나기도... 그리고 책 속에는 츠지 히토나리가 한국의 독자에게 보내는 메모(?)도 끼워져 있어서 그의 깜짝 편지도 만나볼 수 있을 듯. (공지영과 함께 소설을 연재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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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 - Shakespeare's Complete Works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윤기.이다희 옮김 / 달궁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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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희곡 작품인 이 작품은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여기에 테세우스와 히폴뤼타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그 외에 가지가지 이야기가 나타나고 있다. 하룻 밤 동안에 한 방울의 마법 꽃즙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겪는 웃지 못할 헤프닝, 사랑과 미움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 그리고 간간이 등장하는 언어유희, 날품팔이꾼들의 희화화된 비극적인 연극담등의 곁가지적 이야기에, 결국은 모두에게 해피엔딩!이라는 부담없는 결말. 이 모든 게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던 작품이다.

 이윤기가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테세우스와 히폴뤼타 등의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설명을 해준 것은 책을 읽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어주는 듯하다. 그리고 책의 중간중간에 실려 있는 삽화도 지루하지 않게 책을 읽어갈 수 있게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책 값이 너무 비싼거 아닌가하는 생각은 여전하다. 200페이지가 채 안되는 책이 만원이라니 양장이기도 하고, 칼라판이기도 하지만, 조금만 더 저렴한 가격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주제에 말이 많다! )

 보아하니 다음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같은데, 언제쯤 나오려나. <햄릿>이나 <리어왕>, <오셀로>와 같은 작품들도 어서 나왔으면 좋겠다. (왠만하면 책 값 좀 내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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