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지 히토나리의 편지
쓰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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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만 봤을 때는 사실 이 책의 소재가 '편지'라는 것만 알 수 있었지 무슨 얘기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차례를 보니, 편지를 쓰는 것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가 싶어지기도 하고, 편지를 매개로 벌어지는 연애담인가 싶어지기도 하고, 여튼 궁금한 마음만 더해져서 결국엔 재빨리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직업이 소설가인데, 부업으로 시작한 편지를 대필하는 일이 오히려 승승장구하게 되고...이 책은 그가 편지를 대필해 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때로는 사연은 생략되고 편지만 실려있기도 한다.)

 짝사랑하는 소녀에게 조심스레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에서부터, 자기가 차버린 남자에게 다시 돌아와 달라는 편지, 어린 시절 자식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 엄마가 그녀의 아들의 결혼을 축하해주는 편지, 죽음을 앞두고 있는 할머니에게 손자의 죽음을 알릴 수 없어 손자를 가장하고 쓰는 편지 등등 이 책 속에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담겨있고 때로는 감동을 때로는 풋풋함을 느끼게 해준다.

 언제든 필요한 일이 있으면 핸드폰으로 문자나 전화를 할 수 있고, 이메일을 통해서 연락을 할 수 있으니, 사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편지는 거의 쓸 일이 거의 없다. 그 때문에 우편함에 쌓이는 것은 온통 고지서, 광고물들뿐이다. 하지만, 우편함을 열었을 때, 그리운 사람에게서 받는 편지 한 통. 손으로 정성껏 써 내려간 그 편지는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할 것이다.

 사실, 나같은 경우에는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편지를 많이 쓰는 편(원래도 편지를 쓰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이다. 매 번 편지를 쓸 때마다 편지지를 앞에 두고 무슨 얘기를 적을까 고민하고, 편지를 써내려가는 과정, 그리고 조심스레 봉투에 넣고,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는 그 순간까지 편지는 그것을 쓰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이 좋게 해준다. 그리고 가끔씩 우편함에 넣어진 녀석의 편지를 접하면 대체 무슨 얘기를 썼을까 하고 기대하게 된다(사실 뜯어보면 맨날 무슨 말을 써야할지 통 모르겠다는 편지이지만.)

 이러한 일련의 경험(편지를 쓰기위해 머리를 짜내고, 편지를 받고 기뻐하는 것)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서는 책상 서랍을 열어 편지지 한 장을 꺼내, 그리운 사람에 편지를 쓰고 싶어질 것 같다. 때로는 느리게 살아가는 것도 삶에 있어서 하나의 즐거움이 되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지난 번에 읽었던 <사랑을 주세요>에서도 편지를 매개로 하는 내용이 나왔던 것이 기억이 나기도... 그리고 책 속에는 츠지 히토나리가 한국의 독자에게 보내는 메모(?)도 끼워져 있어서 그의 깜짝 편지도 만나볼 수 있을 듯. (공지영과 함께 소설을 연재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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