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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묘촌 ㅣ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김전일이 매번 들먹이는 그의 할아버지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시리즈 중 여덟번째 이야기. 이 시리즈를 만들어낸 작가 요코미조 세이지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를 무려 77권이나 출간했다고 한다.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것일터. 이제 한국의 독자들도 3권의 책(혼징살인사건, 옥문도, 팔묘촌)과 앞으로 나올 예정인 책(악마의 공놀이 노래)을 통해 조금은 긴다이치 코스케의 매력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역시 77권 다 출간되는 것은 무리겠지?!)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이지만 이번 책에서 그는 보조적인 인물로 등장한다. 가끔 등장해 더벅머리를 긁으며 어눌하게 말을 더듬는 사람으로만 등장할 뿐 그가 길게 말하는 것은 마지막에 사건의 진상을 설명할 때야 되서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누가 이끌어 가는가? 다름아닌 우연한 기회에 팔묘촌이라는 저주받은 마을에 가문을 계승하기 위해서 가는 타츠야가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형태로 되어있다. 팔묘촌의 전설(?)은 전국시대 8명의 패주무사가 마을로 들어왔으나 그들은 황금에 눈이 먼 마을 사람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는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이렇게 죽임을 당하며 마을을 저주한 패주무사덕분인지 다이쇼 시대에 요조라는 인물이 마을 주민 32명을 이유없이 살해한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타츠야는 바로 이 요조의 아들. 그렇기에 마을 사람들의 그에 대한 적대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그가 마을에 도착한 이후로 연달아 독살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하는데... 과연 범인은 누구이고, 왜 이런 범죄를 저지렀는가?
잇달아 일어나는 의문의 독살사건의 공포감을 비롯해서 보물지도나 비밀통로 등의 모험적인 요소, 그리고 각 인물들의 관계 등 다방면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동굴을 탐험하는 장면은 동굴이 주는 왠지 모를 공포감과 모험심이 어우러져 흥미를 더욱 더했다. 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가 나올 때면 '일본 최고의 탐정'이라는 수식이 붙곤 하는데 책을 읽다보면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생각이 더해간다. (물론, 이 책에서 그의 방어율, 그러니까 살인을 막아내는 정도는 그리 좋지 못하지만.) 왠지 우물쭈물하고 어리버리해보이는 탐정이지만 그 이면에는 날카로움을 가진. 마냥 잘난척하고 이성만 앞세운 것이 아닌 그런 인간적인 면들때문에 자꾸 긴다이치 코스케에게 빠져드는 것 같다. 다음에 나올 작품에서도 그의 선전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