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서적 매니아들 사이에서 알게모르게 유명했던 책. 바로 그 책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였다. 하지만, 어지간한 SF서적들이 그렇듯이 이 책도 절판되어 그야말로 아는 사람만 아는 책이 되어버렸으니 그 때의 안타까움이란. 안타까워했던 많은 사람들 중에 한 명도 나였으니,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새로이 발간되었을 때 얼씨구나하고 낼름 책을 읽었더랬다. 근데, 그렇게 읽은 책은 내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생각보다 그렇게 미치도록 재미있지는 않았다. 이런이런. 그리하여 왠지 영화에는 손이 안 갔는데 미루다 미루다 이제서야 영화를 봤다. 그리고 환장했다.



 돌고래의 쇼(경고라고 해야하나)와 경쾌한 음악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곧이어 하품을 하는 한 남자의 모습으로 바뀐다. 그 남자가 바로 우리의 주인공 아서 덴트. 우회로 건설때문에 자신의 집이 부서질 위기에 처한 그. 그는 집을 구하려고 불도저 밑에 드리누워서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한다. 그 때 등장한 그의 친구 포드 프리펙트. 그는 다짜고짜 아서 덴트를 술집으로 끌고가서는 맥주를 마시면서 지구가 곧 멸망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 그의 말은 초공간 이동용 우회 고속도로의 건설을 위해 지구가 철거된다는 것이지만 그게 어디 믿을만 해보이겠는가. 그렇지만 어찌어찌 포드에게 끌려다닌 아서는 결국 지구에서 입고있던 잠옷과 수건정도만 가지고 우주선으로 히치하이킹을 하고, 그의 파란만장한 은하수 여행은 시작되는데...

  우울증에 걸린 로봇 마빈. 머리가 두개인 우주의 의장 자포드를 비롯한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함께, 갖가지 상상력의 부산물(생각하는데 도움이 되는 모자, 잘리면서 토스트되는 빵칼, 통역 물고기, 총을 쏘는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되는 총 등등)들을 바라보는 재미도 있었다. 게다가 후반부에 등장하는 지구의 복사본은 또 어떻던지. 하나의 행성을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그야말로 무릎을 칠 수 밖에 없었다. 정말 마음같아서는 나도 수건 하나 가지고 히치하이킹이나 하고 싶었다. 유쾌하고 발랄한, 그리고 좀 어이없게 웃긴 영화. SF라고 라기보다는 SF 코믹이라고 해야할 것 같은 영화. 어쨌거나 너무 신선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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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3-02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린 책 중에 하나랍죠... 들고 다니면서 읽일 수 없는 핸디캡때문에 이걸 언제 읽나 하고 있는 책중에 하나랍죠..

이매지 2006-03-02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합본으로 사셨군요. 전 도서관에서 분권으로 빌려봤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책보다 더 재미있는 구석이 있었는데..
영화부터 보시고 책을 보셔도 될 것 같은^^

물만두 2006-03-02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피스토님 미툽니다요 ㅠ.ㅠ

이매지 2006-03-02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도 합본으로 사려고 했는데 너무 존재감이 강해서 ㅋ

마늘빵 2006-03-02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영화에서 카이홀맨(?)이 넘 귀여웠다죠.

이매지 2006-03-03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이홀맨 ㅋㅋ 그 마음이 전달되는 총을 쏴서 모두를 우울증에 빠지게 만드는 위력이란 ㅋㅋ

하늘바람 2006-03-03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찾고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