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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히가시노 게이고. 이번 책이 그가 지은 책 가운데 3번째(게임의 이름은 유괴, 호숫가 살인사건을 읽었었다.)로 읽은 책인데, 읽는 책마다 '이걸 다 한 작가가 지었단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마다 그 느낌이 다르게 와닿았다. 물론, 그렇게 달라보이는 책들도 하나의 공통점은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겠다라는 것. 때문인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은 영화로도 꽤 만들어졌고, 이 책이 원작인 영화도 히로스에 료코라는 여배우의 유명세를 타고 한국에도 개봉을 했었다. 개봉당시 선전문구에 의하면 사고로 딸의 몸 속에 들어간 엄마의 영혼. 그리고 그런 딸의 모습을 한 부인과 살아가는 한 남자의 연애담정도? 때문에 그렇게 매력적인 요소가 없어서 영화도, 책도 왠지 미루고만 있었는데 우연찮은 기회에 책을 잡고는 손을 못 놓고 그냥 쭉 읽어버렸다.
사실 대강의 스토리라인만봐도 알겠지만, 이 책의 결말은 너무 빤해보인다. 영혼은 엄마의 영혼이지만, 몸은 딸의 몸이기때문에 엄마는 딸로의 삶을 살아가야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다른 남자를 만나서 결혼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 그렇지 않다면 아버지와 혼기가 가득찬 딸 둘만 살고 있는 집을 주위에서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겠는가. 그들은 세상의 이목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영혼은 서로를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이별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에 처해있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야기를 그보다는 좀 더 긴장감있게 구성하여 중간에 다시 딸이 돌아온다는 설정을 집어넣었고, 딸과 아내의 영혼이 딸의 몸에 번갈아들어오면서 서서히 아내의 영혼을 떠나보낸다.
단순히 두 사람의 애절한 사랑뿐만 아니라, 사춘기 소녀들이 겪는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나, 풋풋한 여고생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아내의 새로운 삶, 그런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켠에서는 남편으로서의 질투를, 한 켠에서는 아버지로서의 걱정을 하는 남자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사랑하지만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기에 그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그리고 가슴아프게 와닿았다. 읽기 전엔 유치한 연애소설이라고 섣불리 단정했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던 것 같다. 기회가 닿으면 영화도 한 번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