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당신의 추천 영화는?

눈이 소복하게 쌓인 겨울이 되면 왠지 "오겡끼데스까"라고 외치고 싶은 것은 이 영화의 영향일 것이다. 이 영화를 처음 봤던 건 약 7년쯤 전이지만 지금도 날씨가 추워지면 아련하게 생각나는 영화. 오랜만에 눈이 쌓인 날 이 영화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약혼자인 후지이 이즈키가 산에서 조난당해 죽은 뒤 2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하는 와타나베 히로코. 2주기 추모식에서 그의 어머니를 만나 함께 집으로 간 히로코는 그의 중학교 졸업 앨범을 들춰보게 된다. 이제는 국도로 만들어져 집은 없어졌다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앨범에서 주소를 찾아 그 곳으로 후지이 이즈키에게 안부 편지를 보낸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답장이 도착하고, 그렇게 그들의 편지는 오가기 시작한다.

처음에 애인의 주소인 줄 알고 편지를 보내고, 답장이 도착하자 설레는 와타나베 히로코를 보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사실은 답장을 보낸 사람이 그녀의 애인이었던 후지이 이즈키가 아니라 동명이인이자 그의 중학교 동창이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야기의 분위기는 바뀐다. 처음에는 다소 무거운 느낌이라 우울했다면 동명이인이었기때문에 겪어야 했던 에피소드들을 늘어놓는 부분에서는 따뜻하면서도 입가에 웃음이 감돌았다. 이 영화의 명장면이라 꼽을 수 있는 "오겡끼데스까"씬은 단순히 그 장면의 아름다움보다는 2년 동안 죽은 남자를 잊지 못했던 주인공이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이제는 그에게 안녕을 고하는 의미가 있어서 더 짠하게 느껴졌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눈이 부시게 하얀 배경도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영화 음악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도 이 영화를 보고 그 음악에 빠져 테이프를 사서는 몇 번이고 ost를 듣다가 다 늘어나버렸던 기억이 있을 정도로 이 영화 속에 흐르는 음악은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 이와이 슌지의 다른 작품들도 좋지만 그 중에서 최고를 꼽으라면 역시 이 작품을 꼽을 수 밖에 없을 듯.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 죽은 애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 등이 잘 녹아있었던 영화. 또 다시 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 되면 이 영화가 생각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