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집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5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정성희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6월
평점 :
품절


  
  흔히 자신의 아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라고 표현하곤 한다. 작가에게 있어서 자신의 작품은 각각의 매력이 있는 아이가 아닐까 싶다. 장편, 단편을 합쳐 80편이 넘는 많은 작품을 남긴 애거사 크리스티. 그녀에게 있어서 유독 더 사랑스럽고, 유독 더 정이 가는 작품을 10편 혹은 5편을 꼽으라면 항상 이름을 올렸던 작품이 바로 이 작품 <비뚤어진 집>이다. 다른 작품들(오리엔트 특급 살인이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류)에 비해 독자들에게 비교적 크게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독자를 몰입시키는 힘이나 반전의 충격은 강한 작품이 아닐까 싶었다. 숨겨진 애거사 크리스티의 대표작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작품. 

  타고난 장사꾼이라고 불릴 정도로 법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부를 축적한 레오니데스. 나이는 많았지만 크게 건강에는 문제가 없었던 그가 어느 날 독살당한다. 이에 가족들은 젊은 계모와 가정 교사를 의심하지만 어디까지나 의심일 뿐 아무런 물증이 남아있지 않다. 따지고 보면 가족 구성원들 모두 저마다의 살해동기는 가지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 속에서 서로에 대한 의심은 깊어져만 가고, 죽은 레오니데스의 손녀의 애인이자 아버지가 경시청 부총감인 한 남자가 이 '비뚤어진 집'에 들어가 제 3자의 입장에서 그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그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며 범인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기껏 범인을 잡았다고 생각했던 순간 터지는 두 번째 사건. 과연 범인은 누구인 것인가. 

  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 때는 범인의 의외성과 잔인함에 놀랐다. 범인이 갖춰야할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생각하면 오히려 처음부터 그 사람을 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자신에게 놀랄 정도. 처음에는 충격을 받으며 봤다면 이 책을 세 번째 읽는 지금은 오히려 책 속에서 보여지는 범인의 행동이나 말, 그리고 화자가 전해주는 사건에 대한 복선을 파악할 수 있어서 더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었다. 혹자는 이 책을 엘러리 퀸의 다른 소설과 비교하기도 하지만(포털 사이트에서 <비뚤어진 집>을 검색하면 무슨 책인지는 대번에 나온다.) 그 작품과 이 작품은 소재만 비슷할 뿐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전체적인 느낌은 다른 듯. 그렇지만 혹시나 있을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서는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대체 비슷한 작품이 뭘까하는 생각에 섣불리 검색창에 비뚤어진 집을 치지는 말기를. 

  달리 뛰어난 명탐정이 존재하지 않은 책이라 포와로나 미스 마플과 같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명탐정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아쉬움을 가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는 뛰어난 명탐정이 등장해 사건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기보다는 이 책 속의 화자이자 관찰자인 찰스처럼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뛰어난 탐정이 나왔더라면 재미가 반감했을 지도. 

  비뚤어진 집에서 살아가는 비뚤어진 사람들의 이야기. 한 편으로는 경악을, 한 편으로는 연민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뽀송이 2008-01-29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리뷰당선 축하드려요.^^

이매지 2008-01-29 19:56   좋아요 0 | URL
앗. 이런 리뷰가 뽑혔군요;
이제 연말까지 마이리뷰는 없는 것인가;; ㅎㅎ

마늘빵 2008-01-29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지님 축하해요. 이번엔 아는 분들이 한꺼번에 됐는걸요.

이매지 2008-01-29 19:56   좋아요 0 | URL
아프님도 되셨던데요? ㅎ
함께 기쁨을 나눠요~

네꼬 2008-01-29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축하해요. (좋으시겠다!) 아는 분들끼리 한꺼번에 됐는데 왜 내가 뿌듯하지?
(^^)

이매지 2008-01-29 19:56   좋아요 0 | URL
네꼬님이 그만큼 훈늉한 알라디너들과 교류하고 있다는 거죠 ㅎ
(이건 무슨 망언-_- 저 빼고 아프님과 멜기님이요 ㅎ)

순오기 2008-01-29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낮에 들어와서 읽다가 손님이 오는 바람에... 심야에 다시 들어와 꼼꼼하게 읽었어요. 애거사 크리스티 여러개 읽었는데 이건 못봐서 찜합니다.
이주의 리뷰 당선 축하합니다! 한번 뽑히면 안 뽑아주나요?^^

이매지 2008-01-30 01:04   좋아요 0 | URL
리뷰는 허접했지만 이 책 꼭 읽어보세요 :)
이주의 리뷰는 보통 1년에 한 번쯤 뽑아주더라구요 ㅎㅎ

마노아 2008-01-30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일리지를 막 쓰려고 하는데도 알라딘이 척척 주고 있나요? 아하핫, 축하해요.
저 간밤 꿈에 이매지님이 나왔답니다. 반가웠어요^^

이매지 2008-01-31 00:01   좋아요 0 | URL
어멋. 마노아님의 꿈에 제가 나왔다구요? ㅎㅎ
어떤 역할로 나왔을 지 궁금한데요? ㅎㅎ
꿈말고 언젠가는 실물로 뵐 날도 오겠지요. ^^

멜기세덱 2008-01-30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지양!! 축하해요....ㅎㅎㅎ

이매지 2008-01-31 00:01   좋아요 0 | URL
멜기님도 참. ㅎㅎㅎ
멜기님이야말로 이거 요새 연속 홈런이시군요 ㅎㅎ

구름의무게 2008-01-31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매지님 축하드려요! :-)

이매지 2008-01-31 08: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그나저나 구름의무게님은 불쑥불쑥 나타나주시는군요. ㅎ
요새 잘 지내고 계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