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일본영화가 불법비디오로 들어오던 시절에 접했던 영화인데 거의 10년이 흘러 다시 접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바론 남작은 이후에 나오는 <고양이의 보은>에도 나와 마치 이 영화에서 시즈쿠가 지은 이야기인 '귀를 기울이면'의 이야기와 비슷하게 진행되는 듯 싶다. (일종의 스핀오프 영화라고 할까나)

  책을 좋아하는 시즈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 그녀는 대출카드에서 아마사와 세이지라는 이름과 자꾸만 마주치게 된다. 자신이 읽기 전에 이미 그 책을 모두 읽은 아마사와 세이지. 보이지 않는 상대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은 커져가고 결국 그 상대와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다. 처음엔 티격태격했지만 바이올린 장인이 되려는 세이지와 지내면서 시즈쿠도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기 시작하는데...

  어린 소년, 소녀의 사랑이야기이기때문에 풋풋함이 묻어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대출카드에 적힌 이름에 얽힌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문득 <러브레터>도 떠오르기도 했다. 영화의 전반에 흐르는 country road라는 곡과 함께 자신만의 원석을 갈고 닦으려는 주인공들이 잘 어우러진 것 같았다. 흥미진진한 스토리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일상적이고 잔잔한 모습에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보면 더 좋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고. (이 나이 먹도록 가능성을 시험해보지 않은 나는 대체 뭔가 싶기도.) 마지막에 세이지가 청혼하는 모습은 좀 오버스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뭐 나름대로 흐뭇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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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7-02-09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풋풋함이 너무 좋았죠....^^ 이건 하야오가 직접 참여 한 건 아니였죠? 여하튼 이걸 본 이후로 지브리에서 나온 애니는 좀 봤던 것 같네요.. 그 유명한 나우시카는 아직 보지 않았지만.... ^^ 라퓨타와 귀를 기울이면을 가장 좋아해요.^^;;

라로 2007-02-09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의 보은도 재밌게 봤는데...

이매지 2007-02-09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늘사초님 / 옙. 하야오는 감독은 아니었었죠^^ 자막 올라갈 때 보니까 각본으로는 참여한 것 같던데. 저도 이 참에 지브리 애니나 좀 볼까해요^^ 나우시카는 저도 아직^^;; 이제 나름대로 말이 많은 반딧불의 묘를 볼까해요.

나비님 / 고양이의 보은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Mephistopheles 2007-02-09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어로 부르는 존 덴버의 명곡만큼은 절대 잊어지지 않는다죠..^^
혹시 "바다가 들린다"도 보셨는지요..^^

이매지 2007-02-09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가 들린다도 성장만화인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 못 봤어요^^ 지브리 애니는 고양이의 보은, 센과 치히로, 토토로, 원령공주. 요렇게만 본 것 같아요^^;

무스탕 2007-02-09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야오 할아버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서 좋은 작품 많이 만들어주세요~! 라고 가끔 혼자 기원한답니다 ^^

이매지 2007-02-09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게드전기는 하야오 할아버지 아들이 만든거였죠? 전 아직 보진 않았지만 실망하신 분들 꽤 많은 것 같더라구요. 저도 하야오 할아버지 오래 사셨으면 좋겠어요. 헤헤^^

Mephistopheles 2007-02-10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 게드 전기는 그의 아들이 만들었답니다.
사실 지브라 스튜디오에는 날고기는 하야오의 제자들이 수두룩한데..
여태까지 애니메이션일을 해본적도 없는 아들이 설치고 만들었다가
욕만 잔뜩 먹었답니다. ^^
(나우시카와 라퓨타. 마녀배달부 키키.....지브리 초반 작품들은 꼭 보시길 바랍니다.)

BRINY 2007-02-13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감독한 콘도씬가 하는 분은 오랫동안 미야자키 밑에서 일하다가 이 작품 하나 감독하고 갑자기 돌아가시고 말았죠. 아깝다...고생만 엄청하고 좀 피어보려니까 일찍 죽어서 불쌍하다고 당시 업계에서 말이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미야자카 고로 같은 문외한이 나서서 감독으로 데뷔하는 거죠...

이매지 2007-02-14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 아들이니까 아무래도^^ 나우시카를 시작으로 하나씩 받아놓고 있어요^^;;
BRINY님 / 그 분이 나름대로 유력한 후계자였는데 말예요. 아까워요 아까워. 저 영화 하나만 남기고 흑. -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