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창 일본영화가 불법비디오로 들어오던 시절에 접했던 영화인데 거의 10년이 흘러 다시 접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바론 남작은 이후에 나오는 <고양이의 보은>에도 나와 마치 이 영화에서 시즈쿠가 지은 이야기인 '귀를 기울이면'의 이야기와 비슷하게 진행되는 듯 싶다. (일종의 스핀오프 영화라고 할까나)

책을 좋아하는 시즈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 그녀는 대출카드에서 아마사와 세이지라는 이름과 자꾸만 마주치게 된다. 자신이 읽기 전에 이미 그 책을 모두 읽은 아마사와 세이지. 보이지 않는 상대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은 커져가고 결국 그 상대와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다. 처음엔 티격태격했지만 바이올린 장인이 되려는 세이지와 지내면서 시즈쿠도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기 시작하는데...

어린 소년, 소녀의 사랑이야기이기때문에 풋풋함이 묻어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대출카드에 적힌 이름에 얽힌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문득 <러브레터>도 떠오르기도 했다. 영화의 전반에 흐르는 country road라는 곡과 함께 자신만의 원석을 갈고 닦으려는 주인공들이 잘 어우러진 것 같았다. 흥미진진한 스토리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일상적이고 잔잔한 모습에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보면 더 좋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고. (이 나이 먹도록 가능성을 시험해보지 않은 나는 대체 뭔가 싶기도.) 마지막에 세이지가 청혼하는 모습은 좀 오버스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뭐 나름대로 흐뭇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