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리에게 휴대폰을 가지려는 욕망을 부추기는가?", "휴대폰에 매인 사람들은 어째서 저렇게밖에 살 수 없는 걸까?" 바깥에 서면 근본이 보인다. 근본을 문제삼을 때, 물음은 섬세하고 복잡해진다. 하지만 안에서의 물음은 단순하다. 어떻게 하면 좀더 싸게, 어떻게 하면 좀더 빨리, 어떻게 하면 좀더 편리하게...좀더, 좀더를 추구하는 양적인 물음뿐이다. 이에 대해 바깥에서의 물음은 질적이다. 이 '좀더'의 유혹은 이윽고 우리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가. 그 끝장은 무엇인가-36쪽
어떤 일에서든 섭리에 거스르는 억지스러움에서 벗어나서 무위자연의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무위자연의 삶은 되는 대로, 제멋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억지스러움을 피하면서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무위자연의 삶을 살아가려면 자신이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숙고를 거듭해야 한다. 그리고 그 숙고 끝에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삶을 찾게 된다면 우리는 단호하게 승부를 걸어야 하리라.-176쪽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나도 원한다는 것, 그래서 궁극적으로 완전히 하나가 된다는 것을 뜻하는가. 물론 지금 사랑에 빠져 데이트하는 연인들은 식당에서 메뉴를 선택할 때, 한쪽이 원하는 것을 다른 쪽도 원하고 한쪽이 원하지 않는 것은 다른 쪽도 원하지 않는다. 한쪽이 창문 열기를 원하면 다른 쪽도 열기를 원하고 한쪽이 닫기를 원하면 다른 쪽도 닫기를 원한다. 떨어져야 할 때는 똑같이 떨어지기 싫어하고, 떨어져 있는 동안에는 똑같이 만나고 싶은 열망에 휘청거린다. 이것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러나 왜 그렇게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머물려 하고, 같아지고 싶어하고 일심동체가 되기를 바라는가. 다르고 떨어져 있고 어긋나 있기 때문이다. 연애하는 동안에는 서로 하나로 되고자 하는 너무도 강렬한 열망에 이런 사실이 묻혀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결혼해 보라. 무엇이 보이는가. 결국 같음 때문에 사랑한 것이 아니라 다름 때문에 사랑한 것이었다. -247쪽
결국 조화의 묘가 문제다. 조화를 위해서는 먼저 큰 그림을 머리에 갖고 있어야 한다. 이 안에서의 차이, 다름은 아름다운 조화의 모티브로 기능한다. 조화는 이 '다름을 당당하게 지키면서不同' 빚어내는 '다채로운 무늬들의 아름다움和而'을 일컫는 말이다. -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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