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가난하게 살았다. 아버지는 택시노조 조합장이셨고, 80년대에 민주화운동을 하셨다. 잠시 아버지가 감옥에 계실 때는 끼니 걱정까지 해야만 했다. 가수 지오디의 유명한 노래.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그 노래는 나에게는 실화다. 아마 초등학생 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머니와 함께 어디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배가 고팠다. 마침 중국집이 보여서, 배가 고프다고 말씀 드렸다. 어머니는 돈이 없다고 했고, 나는 주머니를 뒤져서 5백원을 보여줬다. 외갓집에서 용돈으로 받았던 걸 갖고 있었다. 그걸로 짜장면 한 그릇을 시켜서 둘이 나눠먹었는데, 어머니는 한 두 번 드시고는 그만 젓가락을 내려놓으셨다. 나는 왜 그러냐고 물었고, 어머니는 별로 생각이 없다고 하셨다. 
  

돈과 관계없는 삶을 살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가장 반대한 것은 어머니였다. 당신께서 오랜세월 생활비가 없어서 고생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그토록 심하게 반대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미 다른 인생을 꿈꾸기에는 너무 세상을 많이 알아버렸다. 돈 때문에 모든 사회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돈과 관계없는 삶. 욕심 없는 삶을 살고 싶었다. 

지역 환경단체에 일할 때, 한 달 밥값도 안되는 활동비를 받고도 아무 탈 없이 살 수 있었다. 당시에는 돈을 쓸 수 있는 시간조차 없었다.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들기 전까지 하루종일 일 생각만 하고 살았다. 점심은 사무실에서 해결하고, 저녁은 대부분 술자리에 끼어 해결했다. 담배값과 교통비외에는 돈 쓸일이 없었다. 이 말도 안되는 돈으로도 살아지는 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지금도 아이 둘 키우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수입으로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다. 우리 부부는 늘 돈 때문에 쪼들릴 때마다 욕심을 버리고, 더 아끼고 살아야지 다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이 책 욕심은 왜 이렇게 버리기가 어려운지 모르겠다. 몇 해전 지인이 전하기를, 자신이 존경하는 교수님이 '자발적 가난'의 실천으로 물건 등을 기증하거나 나눠줬는데, 그때 그 교수님의 서가에 있던 수만권의 책들도 함께 처분했다고 들었다. 얘기를 전해준 지인은 당시에 아주 희귀하고 좋은 책들을 몇 권 얻었다고 좋아했는데, 그 말을 들은 나도 꽤나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평소에 다른 일에서는 늘 욕심을 버려야하지 라고 생각하면서, 이 무슨 모순인가. 

요즘도 아이들이 계속 아파서, 병원비와 약값 지출이 어마어마한데, 다른 지출은 아끼고 있는데, 책은 자꾸 사들이고 있다. 알면서도 도저히 버리지 못하는 이 책 욕심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관심이 가는 책인데, 책 값이 조금 부담스럽긴하다. 평소라면 그냥 질렀을 터인데, 요즘은 조금 망설이고 있다. 물론 이러다가도 언젠가 그냥 확 질러버릴 확률이 높다. 

 

 

 

 

 

 

 역시 관심을 갖고 있는 책. 책값 부담보다는, 어차피 지금 사도 연말에는 못 읽을 것 같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아직 구매를 미뤄둔 책. 역시 조만간 책장 한 구석에 쌓여있을 확률이 높다. 

 

 

 

  

 

 

 인천 지역신문 문화부 기자이자, 소설가인 조혁신의 두번째 소설집. 엄청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한동안은 구매를 미뤄두고 있다. 산더미처럼 쌓인 책들을 좀 읽고나서 다시 사야겠지. 

 

 

 

 

 

마지막으로 지금 읽고 있는 책.  

 

 딴지일보에 연재중인 글. 무신론자가 성경을 해석하고, 기독교를 비판하고 있다. 처음에 딱 펼치자마자 딴지일보 특유의 말투 때문에 좀 거부감이 들었던 게 사실인데, 지금은 오히려 그 말투 때문에 술술 잘 읽힌다. 그리고 재밌다. 같은 무신론자 입장에서는 무척 공감하지만, 기독교 신자가 읽기는 좀 부담스러울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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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2-1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옛날에는요, 편한 길을 택한 제가 나름 대견스럽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어요.
이제는요, 순수하게 무엇인가를 위해 선택을 하신 분들,
남들과 좀 달라도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분들,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분들에게
존경스러운 마음이 생겨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최선의 문제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감은빛님, 멋지세요.

감은빛 2010-12-16 14:19   좋아요 0 | URL
아, 이러시면, 제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은데요.
누구나 다 자신만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철저하게 이기적인 마음으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쫓아가는 것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공익을 위하거나, 희생하거나, 봉사한다는 마음은 없었습니다.
그저 제가 좋아서 한 일이고, 또 그거 외에는 별로 하고 싶은 일도 없었거든요.
저는 누구나가 다 자신의 자리에서 의미있는 일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마녀고양이님 말씀 무척 고맙습니다!

2010-12-16 02: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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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6 14: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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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8 17: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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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7 00: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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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8 16: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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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8 17: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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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9 00: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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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4 11: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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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7 03: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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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0-12-2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마음에 딱 들어오는 글에는 오히려 댓글을 아끼게 돼요.
저 여기말고 다른 데서도 감은빛님 글을 봤을 텐데 그때도 지나치고 방금도 또 그냥 나갈 뻔했어요. 멋진 분 같아요. 그리고 저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요.^^

감은빛 2010-12-27 00:49   좋아요 0 | URL
별 말씀을요.
저도 아이리시스님 글 읽으면서 참 멋지다는 생각했었는걸요.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2010-12-25 00: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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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2 00: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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