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자를 위해 글을 쓴다 ㅣ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 25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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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당신은 단지 당신 자신을 위해 글을 쓴다는 주장을 부추기지 않기 바란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믿지 말라. 그는 솔직하지 못한 거짓말쟁이 나르시시스트일 뿐이다.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 쓰는 유일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쇼핑 목록이다. 그것은 여러분이 무엇을 사야 할지 상기시켜 주는 데 소용이 있을 뿐, 일단 물건을 사고 나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에 없애 버릴 수 있다. 그 외에 여러분이 쓰는 모든 것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말하기 위해 쓴다.

 나는 종종 나 자신에게 질문한다. 만약 내일 우주의 파국이 온 세상을 파괴하고, 따라서 내일 누구도 오늘 내가 쓰는 것을 읽지 못하게 될지라도, 나는 오늘 글을 쓸 것인가? 첫 순간의 대답은 '아니요'이다. 만약 누구도 나의 글을 읽지 못할 것이라면 무엇 때문에 쓸 것인가? 두 번째 순간의 대답은 '예'이다. 왜냐하면 은하들의 파국에도 어떤 별이 살아남아서 미래에 누군가 나의 기호들을 해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절망적인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묵시록의 전야에도 글쓰기는 여전히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이다.

글이란 오로지 어떤 독자를 위해 쓰는 것이다. 단지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쓴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불행하고도 절망적인 사람은 미래의 '독자'에게 말을 건낼 줄 모르는 사람이다.  "

 

 

시몬 드 보부아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대작가가 아니다. 대작가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다만 내 인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솔직히 전해주는 데서 존재 가치를 두고 싶다." 라고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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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5-16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b 엄지척, 좋은 말씀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icaru 2017-05-17 20:01   좋아요 1 | URL
ㅋㅋ 그러게,,, 근데,, 완독하지 못하고 에코 선생님 글은 발췌만 해대네요~ ㅎㅎ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 절망의 시대에 다시 쓰는 우석훈의 희망의 육아 경제학
우석훈 지음 / 다산4.0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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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두 형제를 직접 키우는 우석훈의 이야기이다. 여느 아빠들과 달리 사내 둘 육아의 복판에서 겪어낸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그렇듯 글의 진정성 면에서는 훌륭하다. 우석훈은 현실에 대한 직관력이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경제학자인 것 같다. 그렇지만, 황금돼지띠 출생아를 대여섯살로 표현함(무려 5~6년의 과거 표현)과 동시에 최근 즉, 태양의 후예 류시진의 대사와 희대의 명언 '돈도 실력이야' 등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시차가 너무 혼돈스러워서 혼났다. 편집자를 탓하기에 앞서, 일말의 책임은 저자에게도 있다.

을,를 이,가 같은 조사를 잘못 쓴 오타가 더러더러 보여서 표기를 했다가, 317쪽에 두 문단이 중복되는 것을 보고, 뭔가 되게 급하게 만든 책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 책 내 현실과 딱 맞닿아 있는 내용이므로, (유모차, 기저귀, 분유 등과는 빠이빠이 했지만) 한번 잡고 이틀만에 끝냈다. (최근 2년 동안 그렇게 읽어낸 책이 있었나?)

 

대박대박 공감하는 다음 구절 옮겨 온다!

 

380~381쪽

 

"세 살배기 둘째가 아프면 아침부터 병원에 데려간다. 그럴 때 병원은 늘 붐볐다. 미세먼지가 아주 심한 날, 혹은 연휴가 끝나거나 주말이 지난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부모의 품에 안겨 온 어린 아이들로 장사진을 치게 된다. 갑자기 아픈 거라 예약할 겨를이 없는데, 다들 비슷한 상황이다. 아픈 아이들이 평상시의 서너배는 많아진다.

큰 병원의 넓은 대기실에 아이들과 부모들이 꽉 차 있으면, 순간적으로 숨이 턱 하고 막힌다. ....우리는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고, 우리 역시 자연의 일부이다. 이걸 이렇게 어린 시절에 아파하면서 배워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종종한다. 미세먼지는 개인어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고, 돈을 쓴대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집집마다 공기청정기를 놓으면 문제가 풀릴까? 일상을 모두 통제할 수 있는 방법도 없을 뿐더러, 공기청정기를 너무 강하게 돌리면 전기를 너무 많이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그 비율만큼 석탄 화력발전소가 더 돌아간다. 석탄을 줄이면, 원자력 발전소가 늘어난다. 태양광을 늘리면 되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

각자 개인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작은 노력을 하면서 그냥 버티는 수밖에 없다. 이런 종류의 문제는 많은 사람이 동시에 노력해도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더 나빠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환경 문제 중 상당수는 돈이 있으면 해결하거나 완화시킬 수 있다. 수질 오염 같은 것은 다른 장소로 이사를 가는 등 개인적인 해법은 있을 수 있다. 대기 오염도 비슷하다. 하지만 미세먼지 같은 경우엔 국내에서 지역에 따른 편차가 거의 없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풀릴 문제가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아주 오랫동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조금씩 풀리는 문제는 그 구조상 아주 많은세월을 필요로 한다. 바로 성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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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04-04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석훈씨 책은 쉽게 잘 읽혀서 좋아요.
생각해 보니 그 분의 전공인 경제학에 대해선 읽은 책이 없군요 ㅠㅠ
미세먼지 때문에 이틀간 창문도 못 여는 아침에... 미세먼지 대책을 생각해 보네요.
잘 지내시죠~~~~ ㅎㅎㅎ

icaru 2017-04-07 11:16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 니임~~!!! 잘 지내시나요? ㅋ 저도 가끔 알라딘 서재에 들어오지만, 그래도 단발머리 님 서재는 가보는데,, 여전히 유머러스하고 발랄하며 샤브하신 열혈 독서가님!! ㅋㅋ 저도 이분 책은 88만원 세대와 불황 10년 그리고 이 책인데,,, 아.. 이 책은 좀 책 내기전 검토는 덜 된 것으로... ㅋ
 
독서만담 -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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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집중력 있게 잘 읽어내지 못할 때는 책에 관한 책이나, 조금은 시니컬한 수필집 같은 걸 주변에 뿌려 두고, 짬짬히 읽고는 하는 편이다. 인생에서 책이 남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책이'와 '남는다' 사이에는 '읽고, 기록을 한 것이' 라는 구절이 생략되어 있는 듯하다. 그래서 게으른 천성을 극복하고 어떻게든 기록을 하려고 하는 축이다. 나는. 

이 책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내용들이 많았다.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가 15년에 나온 새로운 판형이 모든 면에서 가독성이 높게 편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92년 판보다 김현의 향기가 덜 느껴지는 희한한 경험은 이 연배가 아니고서는 알길이 없을 것이다.  빨갱이 버전(책표지가 빨감이요~) 열린책들에서 펴낸 도스또예프스키 전집- 중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수집가용 한정판 이야기 할 때도 반가웠다. 게다가 마지막에 전화 통화 내용을 우연히 들으신 어머님의 한마디

"너 혹시 늘그막에 데모하냐"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에 대한 이야기도 반갑다. 책 나눔에 있어선 본의 아니게 용기도 없고 인색하기까지 한 경향이 없지 않다고 생각하는 나 또한 이 책은 몇 권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로도 ...

 

부모님을 병간호 하는 일에 대한 내용을 다룬 책도 소개한다. 내 연배에서는 또 예사로 볼 수가 없는 거다. ㅠㅠ  출판평론가 한기호 씨의 <나는 어머니와 산다>, 오카노 유이치의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라는 책 이 책처럼 유머 있고 실제로 도움이 되는 간병기는 못 봤다고.

 

그리고 다른 것 보다도 호기심 생기는 다른 책들을 소개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벌써 한 권은 구매도 해 두었다. 멋쟁이 영국인 코미디언의 프랑스 시골 정착기에 대한 책 <영국에서 사흘, 프랑스에서 나흘> 이라고 (출판사 이름도 멋지다. 남해의 봄날,이란다.) 재미가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다고 그런다. --내가 유머,라는 게 막 고프고, 엄청난 결핍을 느껴서 그런가 보다.--

아들 때문에 미쳐 버릴 것 같은 엄마들에게, 라는 최민준(남아 미술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의 책도 필독서다. ㅠ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새는 줄 모르게 한 사노 요코(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거물급이다.)의 책에 대한 감상도 뒷부분에 나온다. 아직 3분의 2 지점까지 읽어서, 곧 나온다, 나온다. 얼른 읽어야쥐@!

 

책에 대한 사랑으로 말하자면 나는 지적인 학구파는 아니고, 소장파에 가깝다. 갖고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축이라서, 소장파에 가까운 글쓴이의 이야기가 직계 선배이야기 같다.

그렇지만 나는 요즘에 책을 사면 들고 있는 책의 거취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갖고 있을 거면 조금 편하게 막 읽고( 이 책에서 말하는 책에 대한 육체파의 사랑을 하는), 처분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 (되려 이 책에서 말하는 정신적 사랑을 나눈다...) 이 책은 육체파다 ㅎㅎㅎ

 

표지에 코팅이 안 되어 있어서 때가 잘 묻는데, 이미 벌써 육체적 사랑의 징후를 남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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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3-31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caru님의 리뷰를 읽으니 이 책이 더욱 읽고 싶어지네요^^

icaru 2017-04-01 1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술술 읽히는 것도 있고, 가족들이 살면서 주로 책을 소장하고, 끌어안고 살려하는 쪽이 보면 약자라서 --또 집에서 책본다 그럼, 아무래도 집안 일은 보고도 못본척 해야 할 때도 많으니까

icaru 2017-04-01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딸과 아내 눈치 보며 처세하는 게 깨알 재미를 주는 구만요~~
 

마침 오전중에 뭔가 하나를 마감했고~ 손을 턴 기쁨을 만끽하기 위함인 듯도 하지만 참내~

참내~ 신기하게도 이런 날도 다 있다. 서재 뭔가를 적고 싶어서 근질근질한 날. 최근의 나의 컨디션을 생각한다면 딱히 떠오르지 않는 그림을 연출하는 거라서 신기하다고 적어본다.

 

서재에 말꺼내기 좋은 화두는 전통적으로(?) 최근 구매한 책의 목록에 관한 페이퍼~ 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나간다~ 최근 구매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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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 7,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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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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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요코 라는 작가를 이제 알았다. 내가 잘 아는 ‘아이 책은 잘 알지만, 자기 책은 잘 읽지 않는 ’ 언니도 사노 요코라는 작가를 알던데. 아이들 그림책 작가로. 바빠 죽겠다 어쩌다 하지만, 바쁜 만큼 일들의 압박이 거센 만큼, 이런 수필집이 틈틈이 짬짬이 읽기에는 무척이나 좋다.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제목 만큼이나 인간 성정의 뾰족하고 까탈스러움을 드러내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솔직해서 좋다. 나 또한 한없이 게으르고 변덕스럽고, ....)) 세 권 뿐이긴 하지만 맛나게 한 챕터씩 뜯어 잘 먹을 듯 하다.

 

290~292

여자가 한번 어머니가 되어 버리면 어머니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어머니도 인간이며 여자라고 여자라고 꼬드기지만, 아무리 꼬드김을 당해도 어머니는 어머니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어머니이기를 계속한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책을 읽으면 객관적 입장이라는 것은 사라진다.

탈옥수의 수기를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 읽으면 손에 땀을 쥘 수 있다. 손에 땀을 쥐기 위해서 읽는 거다. 그러나 도중에 문득 어머니의 입장이 되어 탈옥수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혼란스럽다. 중간에 성장 과정이 나오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한 살 때의 사랑스러운 사진이라도 한 장 삽입되면 손에 땀 같은 건 안 나온다.

우리 아이는 내가 제대로 교육하고 있는 건지 점검하게 되어 피곤하다. 유부녀의 연애 얘기를 읽으며 가슴 두근거리고 싶다면 <파도의 탑>을 읽어 보라. ..하지만 시골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아들 자랑을 하고 있을 젊은 변호사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그 어머니가 안됐어서, 유부녀에게 ‘바람 피우지 마’하게 되고, ...간단히 말해 어머니는 자신의 생각 같은 게 없다. 그냥 어머니의 생각이 있을 뿐이다.

스무 살 때에는 보부아르를 존경했다.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라니, 스무살의 나에게 그녀는 진정 예언자였다. 근데 아이를 낳으니, ‘보브아르, 그런 사람이 있었나?’하게 된다. 아이가 없는 사람은 참 좋겠다. 홀가분해서. 이것은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내 안의 어머니가 하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는 어머니가 등장하는 책을 읽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은데, 인류의 반은 어머니라 온갖 어머니가 다 있다 보니 이 또한 읽기가 쉽지만은 않다. ... 파블로 카잘스의 전기를 읽은 적이 있다. 스페인에 파시스트 정권이 들어서자, 카잘스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도망치라고 한다. “나는 사람을 죽이라고 너를 낳은 것이 아니다. 도망쳐라.” 아들은 그렇게 살아남았다. 그 어머니는 특별히 교양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막상 일이 닥쳤을 때 교양이 도움이 된 적이 있나.) 멍청하고 게으른 어머니인 나는 때때로 카잘스를 떠올렸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간의 존엄이란 것을 생각했다.

어머니의 사랑에는 자식을 향한 지칠 줄 모르는 지배욕이 있다. 그러면서도 어머니의 사랑은 애지중지 키우고 무한히 보살피는 사랑이다. 아마 아이에게 준 만큼의 사랑을 아이에게 돌려받는 어머니는 없을 것이다. 성장해버리면 부모는 멀리하고 싶은 법이며, 그것이 정상이다.

아무리 ‘하루 세끼 식사에 낮잠 제공’이라는 조건이어도 수지는 안 맞지만, 그래도 어머니로 있는다는 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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