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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자를 위해 글을 쓴다 ㅣ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 25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 당신은 단지 당신 자신을 위해 글을 쓴다는 주장을 부추기지 않기 바란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믿지 말라. 그는 솔직하지 못한 거짓말쟁이 나르시시스트일 뿐이다.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 쓰는 유일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쇼핑 목록이다. 그것은 여러분이 무엇을 사야 할지 상기시켜 주는 데 소용이 있을 뿐, 일단 물건을 사고 나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에 없애 버릴 수 있다. 그 외에 여러분이 쓰는 모든 것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말하기 위해 쓴다.
나는 종종 나 자신에게 질문한다. 만약 내일 우주의 파국이 온 세상을 파괴하고, 따라서 내일 누구도 오늘 내가 쓰는 것을 읽지 못하게 될지라도, 나는 오늘 글을 쓸 것인가? 첫 순간의 대답은 '아니요'이다. 만약 누구도 나의 글을 읽지 못할 것이라면 무엇 때문에 쓸 것인가? 두 번째 순간의 대답은 '예'이다. 왜냐하면 은하들의 파국에도 어떤 별이 살아남아서 미래에 누군가 나의 기호들을 해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절망적인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묵시록의 전야에도 글쓰기는 여전히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이다.
글이란 오로지 어떤 독자를 위해 쓰는 것이다. 단지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쓴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불행하고도 절망적인 사람은 미래의 '독자'에게 말을 건낼 줄 모르는 사람이다. "
시몬 드 보부아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대작가가 아니다. 대작가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다만 내 인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솔직히 전해주는 데서 존재 가치를 두고 싶다." 라고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