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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배신 -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 ㅣ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최희봉 옮김 / 부키 / 2012년 6월
평점 :
이상하지만 심기 일전하게 되는 오늘이다. 그래, 나는 원체 뭔가를 적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 와중에 몇 자 적는 일을 하면서 안정을 찾고 있으니. 한가하게 몇 자 적고 있을 때냐고 누가봐도 그럴 상황이기는 한데, 물론 그런 상황이기는 해서 무려 리뷰나 뭔가를 적는 일의 공백이 한달 즈음 지속되었었다. 바쁘기로 치면 일년 삼백육십여일을 바쁘다고 둘러댈 수 있으니 이것은 리뷰를 못 쓰는 일의 핑계조차도 못 된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마음의 힘듦을 느끼는 나날 속에서 전기현의 세상의 모든 음악을 다시 듣기하거나 이렇게 뭔가를 적는 일에서 큰 안정을 얻고 있으니 말이다. 탈출구 같은 것. 그런 게 된다.
지금 로드 슈튜어드의 목소리로 듣는 세일링이 아니라 어떤 팝페라 여가수의 음성과 아프리카 가수 카자닌의 듀엣 목소리로 듣고 있다. 우아! 진짜 매력적이다. 인생은 항해인가? 혹시 표류가 아닐까? 항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 인생이 실은 표류하고 있는 중이 아니었을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안정적으로 한 자리를 꿰차고 있을 줄 알았던 가보다. 삶은 희비곡선 마치 산을 오르는 일처럼 등락을 반복한다는 것을 모르는 내가 아니지 않았나? 그런 악다구니 속에서 한 줄기 빛처럼 귀가 즐거운 찰나란 -고마워요 전기현의 세상의 모든 음악!- 얼마나 아름다우며 우리한테 큰 위로인가?
요즘 회사내에서 공간의 이동 즉 이사를 앞두고 있어서 그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터이다. 산더미 같은 책을 이고지고 산다는 눈총을 동료나 팀원 사람들에게 받고 있는 터라, 나는 엄청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지니고 있던 책장의 책들 자료들 대부분 버리고 3분의 1만 남겨 갖고 옮겨 간다고 생각했는데, 가깝게 지내는 과장이 다른 동료에게 농담인 듯 진담인 듯 ‘이제 십분의 일도 안 치운 거 같다’는 말을 건내는 것을 귀 어두운 내가 용케 들었고, 내가 작업했던 책을 자기 책 버리면서 내꺼까지 한 권도 안 남기고 버린 어떤 동료 분이, 뒤늦게 내게 확인을 하고는 내가 따로 재고를 챙겨 둔게 없다고 하자, 버린 그 책들을 찾아 파레트 위에 수북히 탑처럼 쌓인 박스들 속에서 교과서 5권을 어렵사리 찾아다 준다. 그러니라 하고 있었는데 버릴 책박스들 수십여 개 속에서 찾은 일을 무용담이라며 다른 동료한테 말하는 것을 또 들었는데, 듣는 상대방이 내가 아끼는 친구여서 - 결론은 그 친구의 반응이 “아니 그래서 그 책을 찾아달라해요? 이 시국에(내가 정말 말처럼 찾아내라고 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뭐 이런 뉘앙스로 말하더라는 워낙 버릴 책 박싱하느라 어수선하니 내가 근처에 있는 줄 모르고 평소처럼 시크하게 말했던 것일텐데. 또 하나 어쩌다가 회사에 돈은 안 되지만 더 큰 일을 물기 위한 떡밥 같은 일, 그러니까 국가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교재 하청 받은 과목들 중에 하필 내가 재작년에 만든 고등 교과서 과목이 있어서 한 권을 맡아 신간 진행하고 있는데, 내가 한 일에 대한 비난의 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스타일의 나는 제대로 꼼꼼히 해달라는 말들이 꽤나 부담스럽고, 상처가 되기도 한다. 이번 달 안에 마무리해야 하는 6개월을 끌어온 프로젝트들이 세 가지인데, 그것들 마무리하는 틈틈이 없는 시간 있는 시간 다 털어 작업하고 있는 와중이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으로 내고를 칠 줄 모르는 사람이다. 팀원들에게 잘게 나눠 맡기고 하면 될 것을. 그 친구들이 만든 교과서에 대한 작업물도 아니고 그 친구들도 맡은 책들 때문에 시간이 없는데, 이 일이 크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내가 속편히 해야지 했다가 감당 못하고 뒷소리나 듣고 있으니.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요즘 *** 교재 업체 담당자들로부터 갑질을 제대로 당하고 있다' 라고 말하는 너스레를 떨지만, 꿈에서도 나는 *** 교재 교정을 본다네.
그러나 가까운 사람은 가까운대로, 먼 사람은 먼 사람대로 내 맘같지가 않지 그럼. 싫은 소리 뒷담화 같은 이야기들 왜 안 할까! 나랏님도 없는 자리에서는 욕하는데 그래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이다. 사람 사이에서 이런 일들은.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인정하고 나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공감 능력만 키워도 삶이 훨씬 편안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자. 이 모든 번잡스러움은 삶에 있어서 기본 비용인 것이다. 라고 전기현의 세상의 모든 음악에서 말했다. 참! 멋지잖은가?
그래두 신퉁한 우리 큰아들. 어제는 위와 같은 일들로 우울해서- 밀린 일 겨우 처리하고 집에 가니 11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더라.- 집에 들어가자마자 거실에서 이불 갖다가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스카이 캐슬도 축구 때문에 결방이라고 하고~ 그래서 맥없이 앉아 있다가 -형만 핸드폰으로 겜과 유튜브를 허락한다며 옆에서 징징거리는 이눔의 둘째. 그것을 보던 큰아이가 동생을 다른 방에 조용히 불러 너는 눈치도 없냐며 엄마 힘들지 않냐며 아주 나즈막히 지들끼리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놔~ 나 오늘은 왜 이렇게 귀밝음 모드인건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노동의 배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사실 이 책은 4년전에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그러나 리뷰를 쓸 수는 없었다. 왜 가난할수록 삶에는 비용이 많이 드는가에 대하여 말했던 책. 앞에서 조금은 분노하며 심각해졌던 것 같다. 열심히 일함에도 불구하고 헤어나올 수 없는 가난. 그것에 대해 요즘은 개인 탓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명명백백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다. 아무튼 나도 그렇다. 회사라는 데를 다니기 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나에게, 비굴 모드 혹은 불의를 못 본 척 눈감고 스스로 감당하게 되는 모습(자습서, 지도서, 교사용 디비디, 하청 ***교재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이 엄동설한에 대대적인 이사를 한다는 회사의 작태에 대해 네네..하고 앉아 있음) 이 늘어가는 것에 대하여 그런 인생사에 대하여 진한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오늘 같은 날 노동의 배신에 대해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디서 보니까 이 책은 150만부나 팔렸고 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그 독자라 한다. 그리고 이 책의 영향으로 최저임금이 올랐다고 한다. 이 여인(저자)은 꼭 몸소 체험하고 자기만의 언어 표현으로 절반은 객관적인 기자 정신을 입혀서 글을 쓰는 것이다.~
화를 내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