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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이야기 ㅣ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다이안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10월
평점 :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자신의 성향(내 성향이라는 것은 다분히 전형적이고 대중적인 데가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통할 것... )과 들어맞는 소설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흠뻑 선사해 준 책.
음산하고 축축하며 폐쇄된 공간(대저택)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
한 사람(까칠한 대작가)이 육성으로 자신의 지난 일을 회고하고 다른 한 사람(책을 좋아하는 20대의 전기 작가)이 그것을 인터뷰(기록)함.(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처럼.)
그것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책이 있는 방. 책이 있는 그 방에 쌍둥이. 그들이 있다.
그리고 육성으로 말하는 사람은 이제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풀어가겠노라 엄포를 놓는데......
다이안 새터 필드는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는 사람이다. 순서가 있다는 뜻이다. 모든 이야기에 갖추고 있어야 할 그것. 발단과 전개 절정 그리고 결말.
덧붙임. 실은 별점을 매기면서 별 하나를 뺄까 어쩔까 3초 정도 망설이게 한 대목이 있었다. 쌍둥이들이 살았던 과거의 옛 저택에서 거구의 인상 좋은 남자와 만나는 설정. 이 남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이 남자의 정체를 독자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으니... 우연성 100% 흠, 작위적이야..!
인용 부분
현대 문학에 관해서라면 나는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 일상 속에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아빠는 그러한 나의 성향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다. 아빠는 인간에게는 결코 고통이 끝나지 않으며, 오직 인내만이 있을 뿐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어떤 소설의 결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빠가 느끼는 아름답고도 쓸쓸한 감정을 특유의 간결함과 정확한 단어로 표현했다. 아빠는 때로는 요란하고 파격적인 결말보다는 모호한 결말이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고도 했다. 아빠는 내가 좋아하는 죽음이나 결혼같은 결말보다 모호함이 더 감동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혼자 있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나의 감각은 다른 사람의 존재를 감지하는 데 유난히 예민했다. 몰래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데는 익숙했지만 관찰을 당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데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