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 - 우아하고 지혜롭게 세월의 강을 항해하는 법
메리 파이퍼 지음, 서유라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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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에 작업을 했던 저자 분에게 전화가 왔다. 2년만의 통화 내용은 집주소가 바뀌어서 우편물은 학교로 보내주었으면 한다는 용건과 함께 코맹맹이 소리를 캐취하시고는 건강 챙기라는 염려를 덧붙여 주신다. 통화가 끝나고 잠시후에 저자분의 문자 한통이 왔다.

" 건강 꼭 챙기셔요. 제 경험 상 건강은 그나마 유지는 쉬운데, 회복시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로 시작하는 따뜻한 문자.

정말 오랜만의 통화였는데, 용건 외에도 어떤 진심이 오롯이 느껴지는 따뜻한 말.

어떻게 늙어가고 싶은지 롤모델로 대라고 하면 이 분처럼.

 

행복은 희망과 활력을 주고, 고통은 공감 능력을 향상시킨다. 이러한 모순 덕분으로 노년이라는 삶의 단계일지라도 인간의 영혼의 문은 더 넓어지는 것일지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임상 심리학자라고 한다. 큰딸이자 아내이자 엄마이자 할머니이자 치매로 고통받는 여동생의 간병인으로서 인생의 굽이굽이를 헤치고 죽는날까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분투하는 70세에 이른 작가.

 

출신지, 교육 및 경제 수준, 문화적 배경이 다양한 여러 여성들의 인터뷰와 자기 자신의 경험과 그 일화를 바탕으로 엮어낸 글이다. 많은 여성이 등장하지만, 특별히 세네명의 여성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며 주제를 관통한다.

 

 

여성들은 언제나 함께 일해왔다. 적어도 20만년 동안 우리는 아이들을 기르고, 음식을 찾아다니고, 부족의 다른 여성들과 함께 물을 길러 다녔다. (...) 우리는 여전히 친구와 함께 있는 시간을 사랑하지만, 21세기에 이런 우정을 유지하려면 좀 더 면밀한 계획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종종 멀리 떨어져 살고, 서로 연락할 시간을 내지 못한다. 우리 사회의 문화는 친구 관계가 인생에서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한다거나 나이 들어감에 따라 삶을 지탱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여성들의 우정 안에 어떤 보물이 숨어 있는지 하나씩 발견해나간다.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때면 많은 말이 필요 없다. 우리는 복잡하고 다면적인 감정을 표정과 눈빛, 미소만으로 전달할 수 있다. 내 친구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부분의 대화가 '말하고 다시 말할 기회를 노리며 기다리는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는 농담을 던지곤 한다. 하지만 친한 여성 친구들과의 대화에는 이런 룰이 적용되지 않는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시절에도 친한 친구들이 있었지만, 내가 첫 소울메이트를 만난 것은 대학생 때였다. 재니스와 나는 1965년 여름 캔자스대학교 기숙사의 룸메이트로 처음 만났다. 재니스는 검은 머리에 짙은 눈동자를 지닌 아담한 여성으로 언제나 호기심과 활기가 넘쳤다. 캔자스시키에서 블루칼라 노동자로 일하던 제니스의 아버지는 딸이 대학에 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집안에서 톨스토이와 파스테르나크, 도스토옙스키를 읽은 첫 번째 소녀였고, 윌리엄 블레이크와 월트 휘트먼의 시까지 암송할 수 있었다. (...) 기숙사 방에서 만난 첫날 우리는 밤을 세워 인생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여럽 시간에 걸친 대화 끝에 나는 앞으로의 내 삶이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세상에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 친구의 숫자에 관계없이, 우리가 그들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60~70대에 들어섰을 때다. 이 나이게 되면 아이들은 다 자라고 직업적인 경력은 시들해진다. 하지만 운이 좋다면 우리는 여전히 가까이 사는 좋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친구는 우리가 세상을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어준다. 그들은 우리에게 필요한 우정과 이해, 위안을 넘치도록 제공한다. (...) 우리 나이가 되면 가까운 친구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성이야말로 진정한 부자라고 할 수 있다.

나이에 관계없이, 우리는 함께 있을 때 즐겁고 서로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여성을 친구로 선택할 수 있다. 우리가 존경하는 가치를 지닌 여성들과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

우정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다. 모든 인간관계에는 관심과 시간, 에너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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