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gotten Tales
Blind Guardian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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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가디언은 헬로윈, 감마 레이 등과 더불어 독일 멜로딕 파워 메탈의 거대 산맥을 이루는 그룹이다. 다른 것은 고사하고 이 앨범은 컴필레이션 형식으로 아무런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곡들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블라인드 가디언의 앨범들 중 단연 추천 앨범이다. 특히 메탈 장르에서 투명하고 맑으면서 차가운 그런 서정적인 느낌의 곡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데.... 말이다.

첫 번째 트랙 MR. SANOMAN은 미국의 4인조 여성 보컬 그룹 코데츠의 54년도 히트곡을, 두 번째 트랙 SURFIN' USA는 여름이면 여기저기서 곧잘 흘러나오는 비치보이스의 곡, 다섯 번째 트랙 THE WIZARD는 유리이 힙의 72년도 앨범 중에서, 여섯 번째 트랙 Spread Your Wings는 퀸의 77년 앨범에서 가져와 다시 부른 것이다.

앨범의 자켓에도 나오듯, 이들의 트레이트 마크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 수도승이다. 음악의 분위기도 그레고리안 성가풍의 경건하고 신비한 <이니그마>와 닮은 듯 하면서 이니그마보다는 훨씬 보컬의 웅장한 힘을 보여 준다. 앨범 중에서 이러한 느낌을 가장 잘 살린 곡은 그들의 자신의 곡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다시 부른 BRIGHT EYES와 MORDRED'S SONG이 단연 백미로, 보컬들의 완벽한 하모니를 통한 강력한 힘을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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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 She Wanted
이상은 노래 / 아이 드림 미디어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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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수의 책 <지금 달에는 닐 암스트롱이 산다>라는 책의 제1장에선 '가수 이상은과 결혼하려 했다는 사나이'라는 작은 소제목이 나온다. 그 제목만 보고 그 책을 사버린 나. 집에 와 책을 읽어보니 그 사나이는 자신의 친구이고 그 친구와 함께 이상은 콘서트보러 일본에 간 이야기였으며, 친구의 결혼할 뻔했다는 말은 뻥이었다. 에잇 모야....나에게는 이렇게 이상은 이라는 이름 석자만 봐도 눈돌아가던 시절이 있었다.

노래방을 마지막으로 가본 게 음~ 꽤 오래 되었다. 노래방. 20대를 통틀어 노래방에서 내가 제일 많이 불렀던 노래는 이상은의 “언젠가는” 이다. 그의 많은 곡들 중, 대중에게 두 번째 정도로 많이 알려진 곡(담다디가 첫째라면)일 것이다. 하지만 이 ‘언젠가는’의 이후로 이상은은 대중 가수의 직함을 버린다. 그리고 철학적 음유 시인의 모습으로 나타났고 나는 그 때부터 정말 이상은이 멋지다고 반한다.

(아, 이 앨범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삼천포에서 노닥노닥이로고...)

서갑숙이 주연한 영화 '봉자'의 사운드 트랙으로 처음 나온 이 앨범. 이 앨범 때문에 부러 영화도 찾아보았었는데, 영화는 별개로 생각하고 음악에 빠져보는 게 더 낫다.

‘그저 버티는 건 정말 사는 걸까, 그녀를 내버려 둬 씨앗을 심듯이...만약 물방울보다 작은 기적이 오늘 밤 일어난다면 모두가 어린아이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성녀’ 중에서
‘세상은 결국 신의 꿈이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선을 긋고 그 넓이를 재지만 하지만, 알 듯이 꿈은 그리 친절하지 않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그리 나쁘진 않지... 너도 알지 마음과 무지개는 둥그렇다는 걸. 사람들은 그 반쪽 밖에 보지 못하지, 우린 절대 서류 속의 숫자들이 아니야’ -‘신의 꿈’ 중에서
아...낮게 읖조리는 이 가사들이 얼마나 구도자다운가.

'공무도하가' 이후 줄곧 그녀가 추구하는 스타일은 오리엔탈리즘의 연장선상의 그 무엇이다. 이 앨범의 곡들도 대개가 최소한의 악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의도적으로 베이스를 사용하지 않으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쿠스틱 악기를 써서 자신이 추구하는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두 번째로 이상은 노래 중에 18번을 만들었다. 바로 11집에 담긴 곡 ‘비밀의 화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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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kitchen 2004-04-25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굿모닝 대통령"인가 하던 영화도 봤었어요. 하하..
오늘, 퇴근해 들어가면 봉자를 다시 들어봐야 겠어요. 습관적으로 사긴 해놓고 제대로 듣진 않았던 듯. 님의 리뷰가 다시 들어보고싶게 만드네요. 오..그리고..님이 부르는 비밀의 화원..들어볼 수 있는 날이 올까요...^^

비로그인 2004-06-17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런! 이 리뷰가 복순 아짐꺼였구만요. 에잇, 일케 기억이 흐릿해서야.

icaru 2004-06-17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mgm...
 
기쿠지로의 여름 - O.S.T.
히사이시 조 (Joe Hisaishi) 작곡 / 유니버설(Universal)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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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만든 히사이시조.  이이는 천재이다. 천재는 천재다.

 

좋은 영화와 좋은 음악의 만남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타노 다케시는 히사히시조에게 영화 음악을 부탁하면서 ‘상쾌하고 밝은 음악’을 주문했다고 한다.
부탁은 단 한마디로 이루어졌을 뿐인데, 히사이시 조는?

엄마를 만났지만 이미 다른 가족을 이루어 살고 있는 모습을 보는 멀리서 지켜 보는 꼬마의 슬픈 마음을 보여 주는 The Rain과 Mother. 슬플 때 흔들면 수호 천사가 나타날 거라며 아저씨가 천사 종을 줄 때 나오는 음악 Angel Bell.

엄마가 있어도 엄마를 만나지 못하는 마사오의 잠든 모습을 보며 '너도 나와 같은 처지구나'라고 기쿠지로가 중얼대는 장면에서 흐르던 Two Hearts.

무엇보다 좋은 음악은 이 영화의 메인 테마이기도 한 Summer 이다. 그리고 이 Summer에 첼로의 베이스 음을 깔아 쿵짝쿵짝하는 음을 넣고 징과 북소리로 실로폰을 어우러지게 하여 흥겨운 느낌을 주는 Mad Summer도 좋다.

 

-- 히사이시 조는 주로 영화의 두 거장과 작업을 했다고 한다. 두 거장은 미야자키 하야오, 이 영화의 감독 주연이기도 한 기타노 다케시.

미야자키 하자오 음악은 그 애니메이션이 그러하듯, 동심이 뭍어나고 듣고 있으면, 어쩐지 입꼬리가 올라가는 스타일이었다면, 기타노 다케시와 작업한 영화음악들은 그 영화가 폭력과 죽음 절망 가운데 음악으로 구원을 추구하는 형식이라, 신디사이저, 반복적 미니멀리즘, 심플한 멜로디의 반복이 주를 이룬다. 영화 하나비나 소나티네에서 보여주는 음악...

그런데, 어쩐지 이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에서는 기존 기타노 다케시의 음악색이 아니라, 미야자키 하야오와 작업할 때 그 스타일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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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쿠지로의 여름 - 할인행사
기타노 다케시 감독, 기타노 다케시 외 출연 / 씨넥서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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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노 다케시와 나카타(축구 선수)는 모두 한국계 일본인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꼭 그 이유가 먼저는 아니고 나는 두 사람의 팬이다. 나가타가 그런 말을 했다지, 자기는 조국을 위해 뛰지 않고 나를 위해 뛴다고, 얼마나 맹랑한 사람인가? 마찬가지로 기타노 다케시 역시 자기가 만들려는 작품의 스타일이 분명한 사람이라서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이 영화는 내게 무척 깊은 인상을 주었다. 첨에 별로 귀엽지는 않은 그저 차분한 꼬마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왔을 때는 글쎄, 이 영화가 어떻게 갈까? 싶었다. 그런데 이 꼬마에게 점점 정감이 가면서 아주 귀엽게 느껴지는 거다. 기타노 다케시는 이 dvd에 수록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꼬마 배우를 뽑는 공개 오디션에 1000명 가까운 아이들이 왔다고, 그 중에 귀엽고 예쁘게 생긴 일테면 혼혈아 같은 아이들이 많이 왔지만, 그래도 이 꼬마를 뽑은 것은, 평범해 보이는 한 꼬마를 영화가 끝날 때쯤에는 아주 사랑스럽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것이 자기의 실력이라고 생각했다고.

엄마 있는 사람은 엄마 없는 쓸쓸함을 당연히 모를 것이다. 즐거운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지만 우리 주인공 꼬마 마사오는 숙제를 봐줄 사람도 함께 놀아줄 사람도 없다. 친구는 엄마아빠와 가족 여행을 떠났고 늘 가서 공차고 놀던 축구교실도 방학을 맞이했다. 함께 사는 단 한명뿐인 가족 할머니는 가게 나가 일하시느라 바쁘고. 그래서 마사오 멀리 다른 지방에 살고 있다는 엄마를 찾아가기로 하고 작은 배낭을 꾸린다. 얼마 되지 않는 용돈을 챙겨들고 집을 뛰어 나온다. 걱정스러운 이웃 아줌마는 남편 기쿠지로(기타노 다케시)에게 마사오를 엄마 있는 데까지 데려다 주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근본부터 자유인인 철없는 아저씨 기쿠지로는 길을 떠나자 마자 경마장에서 여비를 다 써버리고, 마사오의 용돈까지도 다 경마에 투자해 날려버린다. 이렇게 해서 둘 만의 무전 여행이 시작된다.

저 철없는 아저씨(애매한 부분에서 목소리에 힘을 주거나 땡깡으로 일관하거나 당장 필요한 걸 슬쩍 하거나) 기쿠지로와 슬프다 못해 순해 빠져 보이는 꼬마 마사오의 여행기는 상쾌발랄하면서도 애잔하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꼬마 마사오가 “근데 아저씨 이름이 뭐예요?”하니까 다케시가 “기쿠지로다 이눔아!~” 하면서 한쪽 눈을 찡긋해 주는 장면이 너무 좋았다.....마사오가 극중에서 그렇게 물어봐 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영화 끝날 때까지 극중 다케시 이름이 뭐였는지 몰랐을거란 생각이 든다.

 



어느 잡지의 감독 인터뷰에서 보니 ‘기쿠지로’라는 이름은 본래 기타노 다케시의 아버지 이름이라고 한다. 아마도 아버지를 생각하면 영화 속의 ‘기쿠지로’라는 인물을 그려 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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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kitchen 2004-04-24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맞아요. 그 마지막 장면, 빠가야로~하는 게 참 좋았어요. 욕도 어쩜 그렇게 맛깔스럽게 잘 하는지. 장면 바뀜이 마치 만화책을 넘기는 것처럼, 능청스럽고 재밌었다는 것도 기억나요.

icaru 2004-04-24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님도 보셨군요...네...그랬죠~~! 전... 이 영화 보고 기타노 다케시가 더 좋아졌어요..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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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하면 그의 작품 <쥐덫>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추리 소설이 뭔지도 모르는 아주 어린 시절에 외화로 맨 처음 손에 땀을 쥐며 보았기 때문에. 물론 이 밖에도 그의 작품 중에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아주 많겠지만. 이 작품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또한 1930년 1931년 두 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건을 조사해 나가는 포와르의 행로를 따라가 보았다. 그가 예의 주시하는 사물들, 인물들, 상황들을 말이다. 특히, 포와르는 누누이 ‘모두 자기 만이 아는 비밀이 있다'는 진술을 반복하고 말해진 모든 것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는 범인을 추적하는 독자에게 계속적으로 던지는 단서 같은 것이다. 범인은 이 중에 있고 포와르는 범인을 알고 있다. 그렇다. 포와르의 매력은 ‘그저 나의 조그만 생각일 뿐입니다.’라는 겸손한 멘트를 앞자락에 깐 잘난 척에 있는 것 같다.

포와르에게 한수 진 범인은 ‘포와르가 일을 마친 후에 여기 와서 호박이나 기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끝맺음을 한다. 포와르는 처음에 이 마을에 새로 이사온 호박 기르는 것이 취미인 남자로 등장한 것이다.

이 책은 다른 추리물과 달리 두 번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일 것이다. 범인을 전혀 짐작할 수 없었던 처음 읽었던 것과 또 판이하게 다른 재미가 두번째에 읽을 때 분명 있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러한 이유로 이 작품이 명작인 거 같다. 영화로 치자면 음, 일테면 나에겐 영화 '레옹'이 처음 한번 볼 때는 재미있는 매력적인 작품이긴 하지만 너무 좋다고 연달아 두번째 볼 때는, 스릴 있는 요소요소의 장치들이 어디서 어떤 모양새로 등장할지를 다 알기 때문에 너무 김새고 재미없었다. 하지만 이 작품과 마찬가지로'원스 어 판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볼 때, 아무런 정보도 없이 처음 보는 것하고 결말을 알고 두번째 보는 것 하고는 그 감동의 정도는 처음이나 두번째나 비슷했지만, 재미면에서는 판이하게 다른 재미가 있었다. 명작은 그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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