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쿠지로의 여름 - 할인행사
기타노 다케시 감독, 기타노 다케시 외 출연 / 씨넥서스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기타노 다케시와 나카타(축구 선수)는 모두 한국계 일본인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꼭 그 이유가 먼저는 아니고 나는 두 사람의 팬이다. 나가타가 그런 말을 했다지, 자기는 조국을 위해 뛰지 않고 나를 위해 뛴다고, 얼마나 맹랑한 사람인가? 마찬가지로 기타노 다케시 역시 자기가 만들려는 작품의 스타일이 분명한 사람이라서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이 영화는 내게 무척 깊은 인상을 주었다. 첨에 별로 귀엽지는 않은 그저 차분한 꼬마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왔을 때는 글쎄, 이 영화가 어떻게 갈까? 싶었다. 그런데 이 꼬마에게 점점 정감이 가면서 아주 귀엽게 느껴지는 거다. 기타노 다케시는 이 dvd에 수록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꼬마 배우를 뽑는 공개 오디션에 1000명 가까운 아이들이 왔다고, 그 중에 귀엽고 예쁘게 생긴 일테면 혼혈아 같은 아이들이 많이 왔지만, 그래도 이 꼬마를 뽑은 것은, 평범해 보이는 한 꼬마를 영화가 끝날 때쯤에는 아주 사랑스럽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것이 자기의 실력이라고 생각했다고.

엄마 있는 사람은 엄마 없는 쓸쓸함을 당연히 모를 것이다. 즐거운 여름 방학이 시작되었지만 우리 주인공 꼬마 마사오는 숙제를 봐줄 사람도 함께 놀아줄 사람도 없다. 친구는 엄마아빠와 가족 여행을 떠났고 늘 가서 공차고 놀던 축구교실도 방학을 맞이했다. 함께 사는 단 한명뿐인 가족 할머니는 가게 나가 일하시느라 바쁘고. 그래서 마사오 멀리 다른 지방에 살고 있다는 엄마를 찾아가기로 하고 작은 배낭을 꾸린다. 얼마 되지 않는 용돈을 챙겨들고 집을 뛰어 나온다. 걱정스러운 이웃 아줌마는 남편 기쿠지로(기타노 다케시)에게 마사오를 엄마 있는 데까지 데려다 주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근본부터 자유인인 철없는 아저씨 기쿠지로는 길을 떠나자 마자 경마장에서 여비를 다 써버리고, 마사오의 용돈까지도 다 경마에 투자해 날려버린다. 이렇게 해서 둘 만의 무전 여행이 시작된다.

저 철없는 아저씨(애매한 부분에서 목소리에 힘을 주거나 땡깡으로 일관하거나 당장 필요한 걸 슬쩍 하거나) 기쿠지로와 슬프다 못해 순해 빠져 보이는 꼬마 마사오의 여행기는 상쾌발랄하면서도 애잔하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꼬마 마사오가 “근데 아저씨 이름이 뭐예요?”하니까 다케시가 “기쿠지로다 이눔아!~” 하면서 한쪽 눈을 찡긋해 주는 장면이 너무 좋았다.....마사오가 극중에서 그렇게 물어봐 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영화 끝날 때까지 극중 다케시 이름이 뭐였는지 몰랐을거란 생각이 든다.

 



어느 잡지의 감독 인터뷰에서 보니 ‘기쿠지로’라는 이름은 본래 기타노 다케시의 아버지 이름이라고 한다. 아마도 아버지를 생각하면 영화 속의 ‘기쿠지로’라는 인물을 그려 낸 것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oulkitchen 2004-04-24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맞아요. 그 마지막 장면, 빠가야로~하는 게 참 좋았어요. 욕도 어쩜 그렇게 맛깔스럽게 잘 하는지. 장면 바뀜이 마치 만화책을 넘기는 것처럼, 능청스럽고 재밌었다는 것도 기억나요.

icaru 2004-04-24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님도 보셨군요...네...그랬죠~~! 전... 이 영화 보고 기타노 다케시가 더 좋아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