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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 She Wanted
이상은 노래 / 아이 드림 미디어 / 2000년 1월
평점 :
품절
박광수의 책 <지금 달에는 닐 암스트롱이 산다>라는 책의 제1장에선 '가수 이상은과 결혼하려 했다는 사나이'라는 작은 소제목이 나온다. 그 제목만 보고 그 책을 사버린 나. 집에 와 책을 읽어보니 그 사나이는 자신의 친구이고 그 친구와 함께 이상은 콘서트보러 일본에 간 이야기였으며, 친구의 결혼할 뻔했다는 말은 뻥이었다. 에잇 모야....나에게는 이렇게 이상은 이라는 이름 석자만 봐도 눈돌아가던 시절이 있었다.
노래방을 마지막으로 가본 게 음~ 꽤 오래 되었다. 노래방. 20대를 통틀어 노래방에서 내가 제일 많이 불렀던 노래는 이상은의 “언젠가는” 이다. 그의 많은 곡들 중, 대중에게 두 번째 정도로 많이 알려진 곡(담다디가 첫째라면)일 것이다. 하지만 이 ‘언젠가는’의 이후로 이상은은 대중 가수의 직함을 버린다. 그리고 철학적 음유 시인의 모습으로 나타났고 나는 그 때부터 정말 이상은이 멋지다고 반한다.
(아, 이 앨범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삼천포에서 노닥노닥이로고...)
서갑숙이 주연한 영화 '봉자'의 사운드 트랙으로 처음 나온 이 앨범. 이 앨범 때문에 부러 영화도 찾아보았었는데, 영화는 별개로 생각하고 음악에 빠져보는 게 더 낫다.
‘그저 버티는 건 정말 사는 걸까, 그녀를 내버려 둬 씨앗을 심듯이...만약 물방울보다 작은 기적이 오늘 밤 일어난다면 모두가 어린아이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성녀’ 중에서
‘세상은 결국 신의 꿈이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선을 긋고 그 넓이를 재지만 하지만, 알 듯이 꿈은 그리 친절하지 않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그리 나쁘진 않지... 너도 알지 마음과 무지개는 둥그렇다는 걸. 사람들은 그 반쪽 밖에 보지 못하지, 우린 절대 서류 속의 숫자들이 아니야’ -‘신의 꿈’ 중에서
아...낮게 읖조리는 이 가사들이 얼마나 구도자다운가.
'공무도하가' 이후 줄곧 그녀가 추구하는 스타일은 오리엔탈리즘의 연장선상의 그 무엇이다. 이 앨범의 곡들도 대개가 최소한의 악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의도적으로 베이스를 사용하지 않으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쿠스틱 악기를 써서 자신이 추구하는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두 번째로 이상은 노래 중에 18번을 만들었다. 바로 11집에 담긴 곡 ‘비밀의 화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