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 - 제임스 왓슨의 유쾌한 인생철학과 과학 이야기
제임스 듀이 왓슨 지음, 김명남 옮김 / 반니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뛰어난 과학자이자 훌륭한 과학행정가였던 왓슨. 내가 그의 이중 나선 같은 내용을 읽는다고, 잘 이해할 리가 없다. 방탄소년단의 노래 DNA라면 모를까 ㅠ

그럼에도 과학에서는 배우는 삶의 교훈, 같은 구성에 챕터 끝마다 달려서 인생의 통찰이랄까 사회적 관계의 노하우랄까 하는 것들을 엿보게 된다.

 

이후는 발췌한 내용...

 

 

인디애나의 동물학자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바로 눈먼 동굴 물고기를 연구하여 이름을 떨쳤다. 조던은 대단한 카리스마를 지닌 과학자로, 인디애나 대학을 잘 이끌다가 1891년에 스탠퍼드 대학 초대 총장이 되어 옮겨갔다. 하지만 내가 인디애나에 간 무렵에 조던은 학생 이름을 하나 외울 때마다 물고기 이름을 하나씩 잊어버린다는 신랄한 농담을 했던 사람으로 더 유명했다.

 

<기억할 만한 교훈들>

 

논문 지도교수는 젊은 사람을 택해라.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로 나이 많은 과학자를 선택하면, 어쩌면 당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유행했던 한창때가 지난 분야에 종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젊은 교수들은 이름값 때문에 고용된 게 아니라 현재 그 분야가 갖추지 못한 새로운 지적 추진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고용된 경우가 많다. 그런 지적 활동은 적어도 다음 10년 정도는 활기를 잃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젊은 교수의 연구진은 고참 교수의 연구진보다 규모가 작게 마련이다. 물론 나이든 교수에게 자금이 몰리지만, 그와 더불어 고루한 마음들도 모인다. 나는 살바도르 루리아의 지도학생인 덕을 톡톡히 보았다. 교수의 관심을 다른 학생들과 나누지 않아도 되었다.

 

촉망 받는 젊은 인재에게는 교만하다는 평판이 따라 다닌다.

 

지적 개척자들은 헌신적인 자기 동아리를 벗어난 바깥 세상에서는 잘 해봐야 교만하다는 평을 들을 테고, 최악의 경우에는 망상에 젖었다는 평을 들을 것이다. 그러니 머리를 써서 스스로 결론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

 

처음에 겁이 났던 과목들을 수강함으로써 지적 영역을 넓혀라

 

나는 변변찮은 수학실력 덕분에 자연학자 외에 다른 일을 할 수 없으면 어쩌나 하고 대학 시절 내내 고민했다. 그러나 유전자를 쫒기로 한 이상, 약점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만만찮은 수학 수업에서 받은 두 개의 B학점은 어려운 생물 수업에서 받은 어떤 A학점보다 든든한 밑천이었다. 그때 배운 분석 기법들을 활용할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파지 실험 분석에 필요한 푸아송 분포가 내게 속수무책의 불안 대신 만족을 안겨주게 되었으니, 그만으로도 충분했다.

 

시간 낭비에 불과한 고급 과정은 수강하지 마라

 

맨 처음에 잡은 논문 주제는 옳은 선택이 아니다

 

지적 호기심을 논문 주제에 국한시키지 말고 더 넓게 유지하라

-논문을 시작하면 온 힘을 쏟는 마라톤을 달리는 것과 같다. 하지만 나는 논문 작업을 하면서도 항상 다른 과목들을 들었다. 실험실에서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다른 곳에서 지적 자극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두꺼운 기말 보고서를 요구하는 수업들을 좋아했다. 그런 기회가 아니라면 주제를 파고들어 원전 논문들을 읽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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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04-25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어렸을때 일, 친구, 학교, 성적, 선생님 이야기, 기타 등등, 어찌나 자세하게 기록하여 놓았던지, 이 책 보면서 왓슨의 몰랐던 업적을 또하나 발견한듯하여 놀랐었답니다.

icaru 2018-04-26 09:35   좋아요 0 | URL
크큭 네넵 저는 그런 거 읽는 재미 때문에 과학자 전기를 읽나보다 하네욤 ㅎ;; 막상 염기서열, 이중 나선 같은 이야기가 나오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고요 ㅎ 아직 어리고 젊을 때는 누구나 그렇기도 하겠지만 사회적 관계에서는 미숙하고 그런 부분들요,, 그때 당시 느꼈던 시행착오들을 정리했다는 느낌을 주어요~
 

   버트런드 러셀의 자서전은 최근에 읽었다. 읽다가 다음 내용을 보고, 뭔가를 적고 싶어졌다. 버트런드 러셀의 케임브리지 시절에 스승과 사제로 만나 나중에는 친구 사이가 되었던 수학자 화이트 헤드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스승으로서 매우 완벽했고(자신이 관계해야 할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졌으므로 - 살다보니 개인적으로 누구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천성이 사람에게 관심이 많았던 나같은 사람조차도 보통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됨- 그들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알고 있었으며 제자에게서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을 이끌어 내곤 했고, ((다음이 중요함)) 학생들을 억압하거나 빈정대거나 잘난 척하거나, 기타 저급한 선생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을 그는 한번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다정하고, 합리적이며 침착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딱 한 가지 결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편지를 받고도 절대 답장을 해 주지 않는 면이 있다는 것.
그냥 결점이 아니라, 치명적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도 답장을 잘 안 해주는 편이었지 절대로 안 한 것은 아니었겠지. 아무튼 그의 변명을 들어보면, 완벽한 변명이다 싶어 그렇겠거니 여겨지는데, 바로 일일이 답장을 해주다 보면 저술 작업할 시간이 없다는 것.


이 유명한 수학자와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나 또한 메일을 쓸 때, 용건만 쓰고 싶은데 그것만 허락하지 않는 상황 일테면 서두에 계절 인사를 곁들인다거나 하는 것. 등을 겪을 때 문구를 생각해 내느라 시간도 많이 걸리고 좀 피곤을 많이 느끼는 편인듯. 알라딘에서 찾아보면 영업용으로 쓰라고. 메뉴얼들을 엮은 책들도 출판되어 나와 있을텐데.

채사장은 그의 책에서 '불편한 지식들이 나를 키운다'고 했지만, 나는 당분간 내 입맛에 맛는 것들만 읽을란다. 그런 의미에서 러셀의 자서전을 고른 것은 참 잘한 일. 나는 누군가의 자서전을 좋아한다. 자서전은 누구나 쓸 수 있다고도 하던데 자서전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병원에 있는 동생에게 책을 빌려 주기 위해서 자서전 코너를 서성이다가 프랜시스 윈의 마르크스 평전을 골라서 가져갔는데, "언니 나는 자서전은 취향이 아니야!"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건 다른 자서전하고는 다른데." 라는 궁색한 한마디. 대인관계에서는 어설픈 실수도 많이 하는 사람 마르크스를 읽을 수 있고, 글을 쓴 프랜시스 램의 유머 감각과, 번역자의 천의무봉을 이야기했었어야 했나보다.   그랬다.  이 책에서 깊게 와 닿았던 것은 마르크스도 '인간'이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철학자들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하기만 했다. 문제는 세계를 바꾸는 것'이라고 마르크스는 생각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강한 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천한 자들을 높일 수 있을까를 골몰한다. 그리고는 마치 뒝벌(공기 역학의 모든 법칙에 따르면 뒝벌은 날 수가 없는 데도 용케 날아다닌다. 마르크스는 이 벌과 비슷하게 중력에 도전하는 재능을 지녔다.)과도 같은 기질을 발휘하여 자신의 의지들을 피력해간다.

 

아무튼 동생은 마르크스 평전만 거부했을 뿐이고, 온 더 무브를 건냈더니, 아주 재미있게 읽기 시작했다. '이 책(온더무브)도 자서전인데 동생아?'

 

 온 더 무브에서 올리버 색스도 황소를 피하려다가 높은 데서 떨어져 척추와 무릎 골절상을 입는다. (동생은 큰 개를 피하려다 요추와 발꿈치 ㅠ) 동생은 신경통은 없지만, 올리버 색스는 그의 75세 즈음에 지난 날 겪었던 골절 사고들 때문이었는지 다음과 같은 고통의 나날들을 겪는다.

 

 그가 많이 생각하고 쓰고 읽은 것은 고통에 관한 것이었다고 한다. 직접 겪은 고통을 통해서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통증이 있음을 서술한다. 무릎 수술에서 오는 통증, 철저하게 국소적인 것, 무릎 부위 너머로는 절대 퍼지지 않는 통증이란다. 수술로 인해 수축된 흉터 조직을 얼마나 스트레칭해 주느냐에 따라 기꺼이 이겨내고 안아 줄 수 있고, 훈련으로 이겨내고 정복할 수 있는 ‘착한 통증’이다. 그러나 좌골신경통의 경우 통증이 통증에 그치지 않고, 고난 혹은 공포 아무튼 불쾌한 감정 요소까지 포함되는 그것이란다. 신경통은 기꺼이 안을 수 없으며 그렇다고 맞서 싸울 수도 그냥 적응할 수도 없는 통증, 사람을 으스러뜨려 영혼이 빠져나가도록 곤죽으로 만들어버리는, 강철같은 의지도, 인간적 존엄성도, 그런 통증의 공격을 받으면 산산이 바스라지고 만다.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좌골신경통으로 그는 일흔다섯살 처음으로 자살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일흔 다섯 살에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다. 책 앞에 헌정자의 이름으로 올라간 그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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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8-03-16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서전은 마음 먹어야 읽게 되는 편이지만, 이카루 님 글을 읽고 보니 저 세 권을 모두 다 보고 싶어졌어요. 기약은 없어도 보관함으로 넣어두고 꼭 읽어볼래요! 그나저나 잘 지내시죠?

icaru 2018-03-19 10:47   좋아요 0 | URL
ㅋㅋ 북극곰님!!! 잘 지내고 계세요~ 근황 페이퍼 하나 올려 주시졈! ㅋㅋ 저도 이 세분이 일생을 통해 화두로 삼았던 것들의 내용에 대해선 수박 겉핡기 식의 내용 조차도 읊을 수 없지만, 한 인간으로서의 삶, 그리고 역경이랄까 기쁨의 순간이 같은 것을 들여다 보는 재미가 솔찮더라고요! ㅋㅋ

단발머리 2018-03-17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셀의 자서전도 마르크스도, 하나같이 읽어야하는 책들이네요.
온더무브도 그렇구요. 인생의 마지막 때에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셨다는 이야기는 들은 것 같은데, 좌골신경통 이야기는 처음이예요. 아.... 그렇게 힘든 시간이 있었군요.

오늘의 유머 : 온더 무브도 자서전인데, 동생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icaru 2018-03-19 10:50   좋아요 0 | URL
ㅋㅋㅋ 유머를 아는 단발머리 님!! ㅋㅋㅋ
다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위안이 되었든 지식이 되었든 뭔가를 얻어가려는 동생의 모습이야요! ㅋㅋ
인생에 마지막에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지요. 그래서 그 시간들을 겪어 낼 수 있었다고~ 책 맨 앞에 헌정자를 ‘빌리에게‘로 써놨길래 읽기 전에는 올리버 색스의 아들인줄 알았다죵!
 
엄마는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 스물아홉, 임신 7개월, 혈액암 판정
이미아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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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힘든 거다. 10, 20대에도 분명 힘든 순간이라거나 나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졌지 싶은 게 있었는데, 그래도 지금 겪고 있는 일이 가장 힘들다, 라고 생각되는 것은 아마도 중학교 때는 초등시절이 좋았다고 그리워하며, 고등학교 때는 중학교 다닐 때가 편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살다보면 별일을 다 겪는다 할 때의 별일의 경험치가 늘어나기 때문.

 

게다가 아이들과 남편까지 있는 상태에서 마주하는 암이라는 풍파.

 

그럼에도 이 책에는 그 모든 굴곡들이 담담하게 써져 있다. 그리고 입원병동에서의 환자 관찰기도 있다. 이 부분 많이 공감했다. 나도 두 달 가까운 시간을 동생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왕복했다. 동생은 나에게 말로는 내일은 오지마. 했지만 하루 이틀 병원에 가보는 일을 거르는 날은 다소 침울하게 있었다고 간병인 아주머니가 다음 날 가면 전해 주셨다.

투병 기간 동안의 환자의 마음과 환자 보호자로 지내는 마음의 간극.

누가 기자님 아니랄까. 솔직 담담 여과 없이 ㅎㅎ;; 그리고 이분에게는 <한시>가 있었다.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대상으로 가족이 아닌 무언가는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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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8-03-16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한 문장, 무척 공감합니다. ㅜ..ㅜ

icaru 2018-03-19 10:50   좋아요 0 | URL
아.. 우리네 인생 넘 고단합니다 ㅠ.,ㅠ
 
마흔통 - 상처입은 중년의 마음 회복기
마크 라이스-옥슬리 지음, 박명준.안병률 옮김 / 북인더갭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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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위기라는 것이 나만 곱게 지나갈 리가 없다. 곱게? 그래, 고운 삶을 사는 이는 누구이며, 도대체 몇이나 될까? 있겠지만 많이 궁금하지 않다. 이젠 부럽지도 않다. 나는 나일뿐이며, 삶은 삶일 뿐이다. 우리가 자신을 잘 대하기 위해 애를 쓰건 말건, 삶은 그저 거기에 있을 뿐이다.

 

마흔 지나고 겪게 되는 권태 혹은 무력감도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꽤나 공감이 되었다. 물론 나는 항우울제나 수면제를 복용해야 할 만큼 힘들다거나 하지 않지만, 인생에 있어 중압감으로 오는 피로함과 비루함, 불안함으로 비슷한 심리에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인간극장에서 아이가 많은 집 이야기 편은 놓치지 않고 보는 것처럼, 우울감 유사 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또 읽는 데서 위로를 받는 것과 다르지 않지, 아마 그런 맥락일 것이다.

 

이 책의 이 분투기가 나에게, 단순히 한편의 상처 입은 중년의 마음 회복기에 지나지 않은 것이 아닌 이유.

 

앞으로 나는 이 책을 또 몇 번인가 반복해 읽으면서 위로를 구하는 사이클이 생길까? 하는 생각도 했다. 나도 나지만, 나의 배우자도 직장에서, 집에서, 분투중이라 마음관리가 필요한 사람인데 라는 데에도 생각에도 미쳤다.

 

정말 나에겐 예사롭지 않은 책이고, 나머지 인생을 살며 몇 번은 이 책 재독삼독하겠지 싶으다.

 

 

독일 작가들은 우울증의 대가들이다. 대학에서 읽은 수많은 독일 책의 주인공들은 신경쇠약에 시달리고, 좌절에 빠지거나 우울증에 시달렸다. 파우스트는 그중에서도 할아버지 격으로 중년의 삶에서 아무것도 건진 것 없이 근원적인 우울증에 빠진 인물이며 삶을 기억할만한 것으로 남기기 위해 기꺼이 악마와 계약을 체결한 인물이다. 요즘 존재론 절망에 관해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나는 곳곳에서 그런 사람을 목격한다. ... 책은 많은 도움이 된다. 당신이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다. ”

 

“<네덜란드>에서 조지프 오닐은 부모로서 겪는 피로감을 잘 그려냈다.

 

우리 삶에서 이런 증상이 지속된다면 그것은 권태다. 일터에서 우리는 지칠 줄 모른다. 그런데 집에서는 아주 작은 원기마저도 찾아보기 힘들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해로운 권태감에 빠져든다. 밤에 제이크가 침대에 가자마자 우리는 조용히 물냉이와 반투명 국수를 먹는데 아무도 그걸 치울 기운이 없다. 교대로 욕실에 들어가 씻고서는 티비 쇼가 끝나기 전에 잠에 빠지고 만다.

 

우울증과 부모됨 사이에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은 처음이 아니다. 둘 다 인생에서의 급격한 사건이며 아주 긴 고투이기에 편안해지기까지는 어려운 시절을 겪어야 한다.

 

우울증으로부터 배운 교훈이 있다면

책의 마지막 장이자 최고의 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우리는 자기연민, 분노, 비난을 내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일 뿐이며, 삶은 삶일 뿐이다. 우리가 자신을 잘 대하기 위해 애를 쓰건 말건, 삶은 그저 거기에 있을 뿐이다.”

 

나는 다시 아이를 키우는 일에 뛰어든다.

 

삶이 통제가 안 될 정도로 빙빙 도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더라고. 몇 시간씩이나 물끄러미 소파에 앉아서 내 머릿속의 시간을 되돌리고 예전으로 돌아가 상황을 개선시켜보려고 했지.”

 

나는 우울증을 보이지 않는 모욕이라고 불러. 아무도 그 병을 볼 수 없지.

 

다른 사람도 이걸 겪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이해할 수 있게. 더 많은 사람들이 내가 왜 그렇게 약하고 멍한지, 예전의 나의 반도 못 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나는 행복하게 자랐고, 충분하지만 너무 과하지 않은 관심과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즐겁고 폭넓은 자유를 누렸다. 나는 왜 내가 인정과 칭찬과 위신이 필요한 사람이 되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네 명의 아이가 자라는 가정이라면 재빨리 그 반대를, 즉 관심이 나에게 머무는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내가 다시 시작한 또다른 것은 체스다. 그리고 나는 지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정말로 그러지 않는다. ... 나는 질 때마다 그 불쾌함의 도가니 속에 앉아서 호기심을 갖고 그것을 분석하고, 그것이 정말 세상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몇 달 전의 나에게 그것은 거의 세상의 끝이었다. 이것은 단지 무작위적인 순간이며, 성공과 실패는 다루기 힘든 개념이다. 우리가 하는 것들을 다른 용어의 틀에 집어넣는 것이 최선이다.

 

그 다음에는 이것이 있다. 이 책. 내가 이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 이 책은 꼬리를 무는 생각 때문에 혼란스럽고, 공포감에 정신이 나가고, 밤에 머리카락을 쥐어 뜯고 거울을 들여다보고 두 눈에 끔찍한 질문을 던지는 당신을, 우울증 초기에 있는 나의 가련한 동료 환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결말에 가까워지면서, 이것이 모두 계략이라는 것을, 핑계라는 것을 깨닫는다. 사실 나는 이 책을 나를 위해 쓰고 있다. 이것은 또 하나의 이기고 지는 게임이고, 나의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또 하나의 도구였다. 그러나 누구에게, 그리고 왜 나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걸까?

 

경쟁의 반대는 연민이다.

 

나는 정확히 당신이 묘사한 것처럼 느꼈어요. 다른 사람이고 싶은 갈망, 세상에 존재하는 것조차 원하지 않고 내가 없으면 다른 모든 사람들이 더 잘 살 거라고 생각하고 싶은 갈망 말이에요.”

 

나는 뇌의 질환이 편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신병은 라이프스타일이나 스스로의 선택, 나약한 성격과는 관계가 없다.

 

사람들은 모든 종류의 기이한 일에 대처하지. 그건 대개 여러 달이 걸리는 것 같아. 대처라는 게 단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그건 인생을 바꾸는 과정이고, 오랜 동안 겪게 되지. 그러고 나면 좀더 많은 주름과 회색 머리칼, 그리고 뱃살처럼 두둑해진 경험과 함께 다른 세상을 맞게 되는 거야.

 

자주 인용되는 사례는 노예 에픽테토스의 경우다. 그는 주인에 의해 쇠사슬이 채워졌지만 풀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는 피부를 금속 잠금장치에 비벼대며 벗어나려고 해봐야 오히려 자신을 다치게만 한다는 것을 알았다. 받아들여라. 비가 퍼붓는데 피신처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다면, 물에 젖는 것이 얼마나 나쁠지 또는 해가 반짝이면 얼마나 좋을지에 관해 고민하지 마라. 그냥 물에 젖어 그게 정말 어떤 기분인지 겪어봐라. 그것이 이 병에 관한 근본적인 진리, 내가 이제 겨우 이해하게 된 역설이다.

 

레몬나무는 죽었다. 그것을 몇 달 동안 불행했다. 물론 겨울 동안 안으로 들어와야 했고, 어둠이 발언하기 시작한 지난 연말까지는 거의 늘 생기넘쳐 보였다. 나는 화분에 심고, 영양분을 주고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그저 레몬나무를 나쁘게 만드는 것만 같았다. 열매는 녹색이었고 딱딱했다. 잎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 개씩 떨어지더니 나중에는 한꺼번에 수없이 떨어졌다. 결국 겨우 아홉 개 정도만 남았다. 불길한 비늘 같은 것이 나뭇가지를 휘감고 오르기 시작하며 녹색을 옅은 갈색으로 바꾸어놓았다. 아마 그것은 우울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소설이었다면 그 나무를 모방하여 자연주의적인 글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개화하는 나무를 나의 쇠약과 연결하고, 나의 회복을 나무의 죽음과 연결하고, 하지만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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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독서의 힘 - 출퇴근 시간에 만드는 독서습관과 책 읽기
안수현 지음 / 밥북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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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로 출퇴근을 한다.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는데, 책을 읽을 때가 몰입의 즐거움이 큰 것은 맞는 듯하다.

 

책을 읽다보면, 그렇게 읽은 책들이 쌓이면 우뚝 솟은 나 자신이 되어 있을거라는 이야기들에는 반신반의한다. 그렇지만 시간을 보내는 한 방법으로써~ 독서만큼 좋은 것은 없는 것 같고, 아무리 바빠도 읽고 싶은 책은 짬짬히 읽을 수 있다. 의지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본능의 영역이 아닐지. 단 이 단계에 이를 만큼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분야가 있어야겠지만.

 

직장다니며 일하는 젊은(? 내년에 마흔이라니 젊은 거고, 아이도 어리고) 엄마가 자기가 읽은 책들을 인용하며 인생에서 책읽기가 왜 필요하며 그것을 일상에서도 실천하는 노하우를 전하며 책일기를 독려하는내용의 책이었다. 작가 개인으로서는 보통 치열한 도전과 의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일단 작가에게 박수를!!!!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라는 글을 쓴 김정운 교수의 인터뷰 중에서

50대가 된 작가님이 생각하는 성공한 삶은 어떤 삶인가요?

사람들은 돈 많이 벌고 지워가 높으면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일부고요. 성공한 삶의 조건은 재미있느냐 예요. 아침에 일어나면 즐겁고 내일을 생각하면 설레고, 그게 성공한 삶이에요. 그리고 설레는 삶의 조건은 공부하는 삶이죠. 자기 좋아하는 걸 찾아내서 그걸 죽을 때까지 공부하다 보면 매일 즐겁고 가슴 설레는 거예요.“

 

가끔은 손가락질 받고 넘어지고 상처받더라도 내 인생이니까 용기를 내서 내 뜻대로 살아봐야 한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40대 직장인 1,600여 명에게 당신이 현재 하는 일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과 대학 시절 가장 도움이 된 수업은 무엇인가?’ 물었더니, 뜻밖에도 90% 이상이 글쓰기라고 답했다 한다. ..졸업생들은 막상 사회에 나가 보니 현장 업무의 50% 이상이 글쓰기와 관련되어 있고 직위가 올라갈수록 글쓰기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걸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글이 써지는 순간이 있다. 그때가 언제였는지 가만히 생각해 본다. 새로운 사건은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한다. 새로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 글이 써졌다. 항상 같은 생활 패턴을 하고 같은 사람을 만나서는 새로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책은 새로운 사람의 생각을 만나게 해 준다.”

 

수필 문학의 꽃을 피운 공로자로 인정받는 영국의 수필가 찰스 램은 인도회사에서 회계원으로 일하다가 50세가 되어서야 정년퇴직했다. 몇 년 후 그는 자유롭게 쓰고 읽을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자신을 축복해준 동료 여직원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바빠서 글을 쓸 수 없다는 사람은 시간이 있어도 글을 쓰지 못합니다. 좋은 생각도 바쁜 가운데서 떠오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타케오 와타나베 미국 브라운대 인식언어 및 심리학과 교수팀은 학습 능력에서는 노인과 젊은이 사이에 별 차아기 없지만 꼭 필요한 정보만 선별하는 능력에서는 노인이 젊은이보다 확연히 떨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부를 어렵게 느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연구진이 실험을 진행한 9일 동안 실험 초기보다 후기에 노인의 인지 능력이 훨씬 향상됐다고 한다. 반복해서 훈련할수록 노인들의 시각 판별력이 젊은이들만큼 좋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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