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아저씨 배꼽은 귤 배꼽이래요 내 친구는 그림책
후카미 하루오 글, 그림 / 한림출판사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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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둥이 삼등신의 등장인물도 그렇고, 엄마 눈에는 그닥 호감가지 않을 수도 있으나, 아이들은 전혀 그렇지가 않아요. 거인아저씨가 하도 조심성이 없어 여기 퉁, 저기 퉁~ 상처를 입고, 아저씨의 배꼽노릇을 하는데 빈정 상한 귤이 아저씨를 피해, 우리가 흔히 상상할 수 있는 곳을 넘어서는 데(여자아이의 꿈 속, 달님의 코 노릇)까지 숨어들거나 도망가지요. 하지만 번번히 거인아저씨에게 들키고 말아요. 도망다니다가 만난 귤나무에게 깨달은 바가 있어, 급기야 거인아저씨를 지혜롭게 설득하기에 이릅니다.

자기를 먹고, 씨를 심어 귤나무로 키워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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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원에서는 1년에 두 차례 정도, 도시락 사랑의 편지라고 도시락 통에 엄마가 쓴 편지를 넣어주는 행사를 한답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한번, 유치원에서 전달해 주는 알림장과 주간 계획표 내용을 꼼꼼히 체크하지 않아서, 보내지 못했던 적이 있었는데, 제가 안 보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냐면요.

아이가 (거기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그림 엽서 같은 걸 갖고 와서, 나에게 뭔가를 읽어주는 거예요. 즉석에서 지은 편지죠. 사랑하는 찬이야~ 로 시작해서 ...
남자아이라서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자세히(? 그런 건 바라지도 않고요.) 대강이라도 들려 주는 게 잘 안 되었었답니다.

아이에게 편지를 쓰라고 하면, 이말저말 예쁜말 고운말 쓸말 많겠어! 싶지만, 막상 쓰려 하면 좋은 말도 한계가 있거든요.

아니면, 평소 아이에게 느끼는 감정 - 이것저것 챙겨주고, 놀아주고, 가르쳐주고, 데리고 다니고 하는 것을 잘 못하는, 그런 살뜰히 살피지 못해 한없이 미안한 마음....-을 나열해서, 아이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싶지도 않고요.

이거 참 어렵다 하면서 적다보니, 한 페이지 분량은 나오네요.  

여섯살 가을인데, 아직 한글은 드문드문이고, 그 나이 아이들 모두 그러하듯 밖에 나가 뭘 하는 걸 좋아하는데, 제대로 충족이 되고 있지 않은 점들을 상쇄할 수 있는 공약들이 막 쏟아져 나오네요.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읽어 주실 것을 의식한 한 문장을 추신에 넣구요.

        

우리 큰 아들 찬이야 ^^

얼마전에 엄마가 사진 앨범 만들었었잖아! 그 때 아주 깜짝 놀랐어~ 우리 찬이가 언제 이렇게 컸지?

밥도 잘 먹고, 그림책을 좋아하고, 엄마가 코칙칙이 하자고 할 때도 잘 따라 주는 우리 찬이. 기특한 것 투성이야!

동생을 데리고 잘 노는 것도 칭찬해 주고 싶네. 그래도 조금 더 노력하자! 동생 건이가 말도 안 되는 떼를 부릴 때도 주먹부터 나가지 말고, 조금 참았다가 말로 설명해 주기! 동생 건이가 제일 닮고 싶어하고 따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엄마도 아빠도 아니고, 바로 '멋진' 형 찬이라는 거 잘 알지? 형이 잘 설명해 주면, 다른 누가 말하는 것보다도 더 잘 듣는단 말이지! 

그리고 어제부터 시작한 엄마하고 한글 공부 차근차근히 해서 겨울 방학 즈음엔 엄마가 없을 때는 혼자서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자! 엄마와 비밀 편지 주고 받을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정말 재미있겠지?

그리고 이번 주말에는 자전거 끌고 낙성대 가서 실컷 타보자!

그리고 그 다음주에는 은영 이모네 수민이 수연이하고, 인천 과학관에 가서 가보구!

세상엔 참, 가족들과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구나! 하나씩 하나씩 즐겁게 해보자! 우리.

찬이와 엄마~ 파이팅  

 

추신 : 유치원에서는 무엇보다도 선생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단다~ 잘 하고 있겠지?  

 

                                 -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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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9-19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지 너무 고와요, 이카님.
글구 아드님은 더 곱네요..... 저 사랑스러운 표정 좀 봐.

코알라가 벌써 5학년이 되어서, 올해는 더욱 서운해져버렸어요.
저두 주말 밤에 일산 근처 천문대로 가봐야지 하면서 자꾸 까먹었는데
이카님 말씀 듣고 생각났어요. 예약해야하거든요.

즐거운 한주되셔요. ^^

icaru 2011-09-19 16:12   좋아요 0 | URL
ㅎㅎ 감사해요!^^
저런 편지를 쓰다보면,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닌 게, 제가 아이에게 당부한 것 중에 동생이 너를 따라하니까, 행동 삼가도록 해라 뭐 그런 요지잖아요~ 여섯살짜리한테 쫌 부담스럽잖을까? ㅋ 에궁 뭣보담도 주말에 하기로 한 공약들 꼭 지켜야 할텐데 말이죠 ^^

글고 마고님 꼭 천문대 예약하셔요~ ^^

진주 2011-09-19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클릭하니까 찬이 얼굴 더 귀여워요~~앙~

icaru 2011-09-19 19:09   좋아요 0 | URL
ㅎㅎ 사진 확대해서 넣을까봐용

2011-09-19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9 1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9 2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1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26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 집 진돗개 쎈
노영주 글 그림 / 시공주니어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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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이야기로 진돗개의 일대기와 성향에 대해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먹으면 안 되는 음식 등에 대한 설명을 들려준다.  

재래식 양옥(?)에서 진돗개를 키우는 모습들, 진돗개의 털 때문에 수채구멍 막혀 난감해하는 어머니의 모습이라던지, 진돗개가 쥐를 잡아서 귀염을 받는 모습이라던지 부모세대의 향수를 뭉클 자극하기도 한다.  

대부분 연립이나 아파트 키드인 우리 세대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개를 키우고 가족처럼 살아가는 모습은 흔히 접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책이 일종의 문화 양식적 지평을 넓혀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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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선 줄리아 크리스테바 ROUTLEDGE Critical THINKERS(LP) 9
노엘 맥아피 지음, 이부순 옮김 / 앨피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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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중에서 

크리스테바는 임신과 출산으로 집약되는 모성적 경험뿐만 아니라 남녀의 성적 차이 또한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녀에게 여성성은 여성의 자유를 가로막고 수동성과 의존성을 부과하는 악덕이 아니라 반대로 여성 자신이 신체, 여성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는 미덕으로 재해석된다. 또한 여성성은 모성과 더불어 남성성이 결여하고 있는 사랑의 윤리를 담보함으로써 억압과 배제의 상징적 질서를 혁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간주된다.   

크리스테바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관류하는 가장 중요한 이론적 강점은 그녀가 '경계인'의 사유를 보여 준다는 데 있다. 그녀의 사유 체계에는 그 자신이 불가리아 출신의 프랑스 지식인으로서, 달리 말해 불가리아의 추방자이자 프랑스의 이방인으로서 겪은 실존적 경험이 녹아 있다.   

 121쪽
우울증 환자는 어떤 대상에 대한 관심을 결여하기 때문에 상징적 영역으로 진입하는 것, 즉 말하거나 쓰는 것에 대한 추동력을 결여한다. 그들에게 말은 무의미한 것처럼 보인다. (...) 멜랑콜리 환자는 상징적 의미화 실천을 거부하기 때문에, 상징계가 제공하는 자아 통일성이 없는 채로 견뎌낸다. (...) 기호들의 영역은 주체에게 비록 허구적이긴 해도 '나'가 되었다는 감각을 제공한다.  

137~138쪽
우리 중 어느 누가 자신의 주체성을 지탱하는 데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확신할 수 있겠는가? 크리스테바의 작업은 그렇지 않다고 암시한다.
우리 가운데 가장 건전한 사람들조차 확고한 정체성이 하나의 허구에 지나지 않음을 안다.' 우리가 모두 과정/시도 중에 있는 주체인 한, 문학적 창조는 죽음을 향한 욕망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으로서, 삶을 강화하는 모험적 시도이다.
 

202쪽 
달리 말해, 스펙타글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경제의 도구이며, 그들의 욕망은 그들 자신의 것이 아니다. 욕망은 상품이 욕망을 충족시킬 것으로 의미되는 것과 같은 정도로 확실하게 생산된다. 우리는 우리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인위적으로 생산되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 우리ㅡ이 필요를 충족시키고자 소비한다.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꿈꾸어지는 한, 그 꿈은 필수적인 것이 된다. 스펙타클은 궁극적으로는 단지 잠에 대한 욕망을 표현하는 것에 불과한 감금된 현대 사회의 악몽이다. 스펙타클은 잠의 수호자이다.' 스펙타클의 사회에서 사람들의 욕망은 궁극적으로 망각을 목표로 한다. 우리는 소비하고, 그러므로 우리 자신의 진정한 열망을 가질 필요가 없다. (...)
크리스테바는 드보르에 공감하며 이렇게 기술한다.
'우리는 이미지들에 압도당하고 있다. 그것들은 우리를 흥분시키고 우리를 대체한다. 우리는 꿈을꾸고 있다. 환각적인 황홀함은 즐거움과 현실 사이, 진실과 거짓 사이의 경계가 부재하는 데서 비롯된다. 스펙타클은 꿈과 같은 삶이다. 우리는 모두 이것을 원한다.'
 

211쪽
'행복은 오직 반항의 대가로만 존재한다. 우리 중 그누구도 장애, 금지, 권위 또는 법률과 맞서지 않고서는 즐거움을 누릴 수 없다. 그것들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자율적이고 자유로운 준재로 인식할 수 있게 한다. 행복의 개인적 경험을 동반하여 나타나는 반항은 쾌락 원칙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더욱이 사회적 차원에서 정상화 질서는 전혀 완전하지 않다. 그것은 젊은 실업자와 할렘가의 빈자들, 노숙자와 실직자, 그리고 많은 타자들사이의 외국인 등과 같은 소외 계층을 지원하지 못한다. 소외 계층이 반항의 문화를 갖지 않고, 즐거움의 요구를 결코 만족시켜 주지 않는 이데올로기와 쇼와 오락 등에 안주해야 할 때, 그들은 폭도가 된다."
 

220쪽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내적인 영역, 비밀스러운 정원, 정신의 삶 등을 살아 있도록 하지 않으면 의미 있는 정치적 반항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개인이 자신의 특수성과 영혼을 지키지 않는다면 어떤 혁명이든 관료 체제화와 테러로 나아갈 것이다.
최소한 20세기의 많은 '혁명' 들, 그리고 우리 시대의 국가주의자와 소수 민족의 봉기가 주는 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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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노트북 1
도리스 레싱 지음, 안재연.이은정 옮김 / 뿔(웅진) / 2007년 10월
구판절판


토마스 만은 소설을 삶에 대한 철학적인 진술로 사용했다. 중요한 점은 그러니까 소설의 기능이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그것은 저널리즘의 전초부대가 되고 있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삶의 영역들-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 미국 부대, 탄광촌- 등등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소설을 읽는다. -148쪽

꿈속에서 나는 울고 있었다. 깨었을 때 기억나는 것이라곤 내가 울고 있었다는 것뿐이다. 막스 부인에게 이야기했더니 그녀가 말했다. "자면서 흘리는 눈물만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흘리는 유일하게 순수한 눈물이죠. 깨어서 흘리는 눈물은 자기 연민이에요."
내가 말했다. "아주 시적이긴 하지만, 당신이 말씀하신 걸 믿지는 못하겠어요."
"왜 믿지 못하시겠다는거죠?"
"왜냐하면 제가 울 거라는 걸 알면서 잠이 들 때도, 거기에서 즐거움을 느끼거든요."
그녀가 미소짓는다. 나는 그걸 예상한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나를 도와주려 하지 않는다.
"제가 마조히스트라고 말씀하시려는 것은 아니죠?"내가 냉소적으로 말한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이라고.
"고통 속엔 쾌락이 있죠." 그녀의 승리감에 경고를 하면서 내가 말한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말한다. "막스 부인, 저를울게 만든 슬프고 향수 어린 고통은 그 빌어먹을 책을 쓰게 만든 것과 똑같은 감정이에요." 그녀가 충격을 받아 똑바로 앉는다. 내가 책을, 고상한 행위인 예술을 빌어먹을 것으로표현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말한다. "당신이 해온 모든 것은 저를 한 단계 한 단계, -464쪽

이전에 알고 있던 것에 대한, 즉 그 책의 뿌리에 독이 스며 있다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자각으로 이끌어가는 거예요."
그녀가 말한다. "모든 자기 인식은 우리가 전에 알고 있던 것에 대한 보다 깊고 깊은 차원에서의 인식이죠."
내가 말한다. "하지만 그건 적절하지 않아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생각에 잠겨 앉아 있다. 내게서 무슨 말인가가 나오려 했지만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때 그녀가 말한다. "일기는 계속 쓰시나요?"
"쓰다 안 쓰다 해요."
"여기서 있었던 일들도 거기에 쓰시나요?"
"때로는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 일기를 쓰는 과정이 그녀가 해빙이라고 생각하는 ,즉 글을 쓰지 못하게 막고 있는 '장애물'을 풀어주는 것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마치 그녀가 일기를 언급함으로써, 그것을 자신의 치료의 한부분으로 만듦으로써, 말하자면 그녀가 나에게서 그것을 훔쳐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4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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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9-19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속에서 까지 울면 ~
궁금한 이야기네요

icaru 2011-09-20 09:20   좋아요 0 | URL
이 책에는 꿈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러니까 무의식까지 분석하는 소설이랄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