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선 줄리아 크리스테바 ROUTLEDGE Critical THINKERS(LP) 9
노엘 맥아피 지음, 이부순 옮김 / 앨피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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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중에서 

크리스테바는 임신과 출산으로 집약되는 모성적 경험뿐만 아니라 남녀의 성적 차이 또한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녀에게 여성성은 여성의 자유를 가로막고 수동성과 의존성을 부과하는 악덕이 아니라 반대로 여성 자신이 신체, 여성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는 미덕으로 재해석된다. 또한 여성성은 모성과 더불어 남성성이 결여하고 있는 사랑의 윤리를 담보함으로써 억압과 배제의 상징적 질서를 혁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간주된다.   

크리스테바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관류하는 가장 중요한 이론적 강점은 그녀가 '경계인'의 사유를 보여 준다는 데 있다. 그녀의 사유 체계에는 그 자신이 불가리아 출신의 프랑스 지식인으로서, 달리 말해 불가리아의 추방자이자 프랑스의 이방인으로서 겪은 실존적 경험이 녹아 있다.   

 121쪽
우울증 환자는 어떤 대상에 대한 관심을 결여하기 때문에 상징적 영역으로 진입하는 것, 즉 말하거나 쓰는 것에 대한 추동력을 결여한다. 그들에게 말은 무의미한 것처럼 보인다. (...) 멜랑콜리 환자는 상징적 의미화 실천을 거부하기 때문에, 상징계가 제공하는 자아 통일성이 없는 채로 견뎌낸다. (...) 기호들의 영역은 주체에게 비록 허구적이긴 해도 '나'가 되었다는 감각을 제공한다.  

137~138쪽
우리 중 어느 누가 자신의 주체성을 지탱하는 데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확신할 수 있겠는가? 크리스테바의 작업은 그렇지 않다고 암시한다.
우리 가운데 가장 건전한 사람들조차 확고한 정체성이 하나의 허구에 지나지 않음을 안다.' 우리가 모두 과정/시도 중에 있는 주체인 한, 문학적 창조는 죽음을 향한 욕망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으로서, 삶을 강화하는 모험적 시도이다.
 

202쪽 
달리 말해, 스펙타글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경제의 도구이며, 그들의 욕망은 그들 자신의 것이 아니다. 욕망은 상품이 욕망을 충족시킬 것으로 의미되는 것과 같은 정도로 확실하게 생산된다. 우리는 우리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인위적으로 생산되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 우리ㅡ이 필요를 충족시키고자 소비한다.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꿈꾸어지는 한, 그 꿈은 필수적인 것이 된다. 스펙타클은 궁극적으로는 단지 잠에 대한 욕망을 표현하는 것에 불과한 감금된 현대 사회의 악몽이다. 스펙타클은 잠의 수호자이다.' 스펙타클의 사회에서 사람들의 욕망은 궁극적으로 망각을 목표로 한다. 우리는 소비하고, 그러므로 우리 자신의 진정한 열망을 가질 필요가 없다. (...)
크리스테바는 드보르에 공감하며 이렇게 기술한다.
'우리는 이미지들에 압도당하고 있다. 그것들은 우리를 흥분시키고 우리를 대체한다. 우리는 꿈을꾸고 있다. 환각적인 황홀함은 즐거움과 현실 사이, 진실과 거짓 사이의 경계가 부재하는 데서 비롯된다. 스펙타클은 꿈과 같은 삶이다. 우리는 모두 이것을 원한다.'
 

211쪽
'행복은 오직 반항의 대가로만 존재한다. 우리 중 그누구도 장애, 금지, 권위 또는 법률과 맞서지 않고서는 즐거움을 누릴 수 없다. 그것들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자율적이고 자유로운 준재로 인식할 수 있게 한다. 행복의 개인적 경험을 동반하여 나타나는 반항은 쾌락 원칙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더욱이 사회적 차원에서 정상화 질서는 전혀 완전하지 않다. 그것은 젊은 실업자와 할렘가의 빈자들, 노숙자와 실직자, 그리고 많은 타자들사이의 외국인 등과 같은 소외 계층을 지원하지 못한다. 소외 계층이 반항의 문화를 갖지 않고, 즐거움의 요구를 결코 만족시켜 주지 않는 이데올로기와 쇼와 오락 등에 안주해야 할 때, 그들은 폭도가 된다."
 

220쪽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내적인 영역, 비밀스러운 정원, 정신의 삶 등을 살아 있도록 하지 않으면 의미 있는 정치적 반항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개인이 자신의 특수성과 영혼을 지키지 않는다면 어떤 혁명이든 관료 체제화와 테러로 나아갈 것이다.
최소한 20세기의 많은 '혁명' 들, 그리고 우리 시대의 국가주의자와 소수 민족의 봉기가 주는 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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