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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여자의 낭만적 딜레마
마야 스토르히 지음, 장혜경 옮김 / 푸른숲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재밌는 책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 자신이 강한(외강내유?) 여성이라고 생각하거나, 거기에서 오는 관계 특히 남자와의 관계에서 문제를 겪고 있는 경우 - 관계 치유의 실마리를 얻어낼 수 있는 유용한 책이기도 하다.
강한 여성의 내면 심리를 탐색하는 데 융의 심리학을 끌어다 사용하고 있다. 특히 “그림자” 개념.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소방관 속에 방화범이 숨어 있다.” 라고. 그림자와 무의식 속에는 한 인간이 성장한 환경에서는 억압되었던 인격의 일부가 들어 있다고. 의식적인 견해가 극단적일수록 상반되는 입장을 대변하는 그림자 역시 극단적이라는 것이다. (나의 “수면 습관”도 이것에 해당이 될라나 모르겠다. 일테면 월요일에 중요한 시험이 있고, 토요일밤부터 일요일에는 새벽부터 일어나 시험공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건히 한다치자. 그렇게 자신에게 압박을 주듯 마음을 다잡을수록, 막상 일요일에는 의식적으로 퍼질러 늦잠을 자게 되는 이치 같은 것!)
당연, 인간은 그림자와 부딪치기를 두려워 할 것이다. 그림자는 악하고 불쾌한 것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그러나 그림자는 원래부터 나쁜 것이 아닐지도. 다만 그 환경에서 나쁘다는 평가를 받았을 뿐.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것이다.
이제 강한 여성의 그림자는 어떤 것인지 찾아 본다. 자신의 그림자를 진단하는 규칙은 매우 간단했다. 그것은 이러하다. “당신을 정말 화나게 만드는 사람을 보여달라. 그럼 당신의 그림자를 보여 주겠다. 타인의 눈 속에 있는 티가 내 눈의 들보가 될 경우 그것이 바로 나의 그림자의 투영이다.
“뭐라고요? 테니스 클럽에서 만난 그 한심한 여편네가 나의 일부라고?”
우리는 어떤 유형의 여성을 참을 수 없어하는가?
흔히들, “내숭”, “히스테리”, “잔머리 굴리는 여자”, “자기밖에 모르는 여자”라고 부르는 등 이들을 비하하는 표현은 많다.
이런 여성들은 대부분 귀엽고 몸매가 잘 빠졌다. 또 연약하고 신경이 예민하다.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며, 돈 많은 남자를 만나 일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유형의 여성이 우리의 일부라고?
유감스럽게도 그렇단다. 한 사람이 유능할수록 그 내면에 숨어 있는 투시는 허약하다. 이 지점에서 우리의 얼굴에 서리는 혐오의 표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한숨을 돌려야 한다. 남자와의 관계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어쩔 수 없이 내면의 투시와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투시를 해방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림형제의 동화 “손이 없는 소녀”의 꼼꼼한 분석을 통해 강한 여자의 내면을 해부하고,
강한 여자의 낭만적 딜레마를 이해시키기 위한 제반 지식을 섭렵하게 하는 내용이 이 책의 알맹이라고 할 수 있다.
강한 여성의 경우 자기의 내면에 자기 파괴의 씨앗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고. 그리고 내면의 적을 파트너로 키워야 한다는 게 요지이다.
다음에서는 남자와의 관계에 적용을 해본다.
p.193~194 사랑에 빠질 때도 마찬가지여서 사랑이라는 감정 역시 투영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림자를 투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아니무스를 투영한다. 따라서 아니무스의 투영은 사랑에 빠지는 현상을 동반한다.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도 이런 투영 과정의 결과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랑을 느끼는 대상은 한 남성이 아니라, 우리 인격의 일부이다. 백마를 탄 왕자님을 만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만난 것일 뿐이다. 솔직히 이런 말은 너무나 비낭만적이다. 하지만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심층심리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해서 사랑이 지닌 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무의식을 집중적으로 공부한 정신분석가들도 거듭하여 사랑에 빠지며,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자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쩔쩔맨다. 왜 자신이 바로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남들보다 조금 더 잘 알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사랑에 빠져드는 자신을 어쩔 수는 없다. 모든 것을 안다 해서 잘 산다는 보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책은 여성의 마음속에 숨어 잊을 만하면 난데없이 의문부호를 던져대는 그놈의 골치아픈 존재를 ‘심층 심리에 자리한 무의식’이라 명명하고, ‘사랑 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 무의식의 정체와 원인을 밝혀 보는 것이 골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