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혜자가 문상을 가 보니, 상처한 장자는 두 다리를 뻗고 항아리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혜자가, 너무 심한 처사가 아니냐고 힐난하자 장자가 응수했다. "처음에는 나도 슬펐지만 근본 돌아다보았다더니 생이라고 하는 것은 원래 없던 것이더라고. 생뿐만 아니라 형체도 기도 없었는데 혼돈 속에서 자연히 음양이 기를 얻고 형체를 얻고 생이라는 것을 얻은 형국이지. 지금 내 아내는 자연의 순환에 들어 천지라는 큰 집에서 안식하게 된 것이 아닌가. 그래 내가 통곡함으로써 자연의 법칙을 애석하게 여겨야겠는가?" -p.67쪽
공부하는 방식이 천박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나는 회화의 아름다움을 잘 알지 못한다. 나는 전람회 다니기보다는 곰브리치나 아른하임의 책 읽는 것을 더 좋아한다. 회화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보다는 시각 예술의 시지각 확장이 문화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를 따진 책 읽기를 더 좋아한다. (...) 나는 스스로 서양 미술사에 대해 그렇게 무식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보고, 부인의 작품인가요, 하고 물을 정도는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 영문학 교수가 나보다 한수 위라고 믿는다. 나는 따지는데 그는 즐기지 않는가.-p.209쪽
책에 쓰여진 글이 지극한 진리가 아니듯이 프리즘이 만들어 내는 무지개는 진짜 무지개가 아니다. 하지만 책은 작은 무지개를 지어내는 작은 프리즘이다.나는 프리즘을 깨뜨리고 싶지 않다.
-p.318쪽
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이니 세월이니 하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흐르는 세월에다 임의로 새긴 눈금에 지나지 않는 것인 만큼 그렇게 크게 의미를 부여할 일은 아니다. 제야의 종이 울리는데도 못 다한 일이 있으면, 남의 나라 시간대를 좀 빌려 쓰면 된다. 그래도 안 되면 음력 설이 있다. 설을 쓰는데도 안 된다면 7월에 시작되는 회교력도 있고, 10월 시작되는 유태력도 있다. 오늘은 여생의 첫날... 날마다 좋은 날이 되면 그 뿐이다.
-p.3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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