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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일 (해금) - 오래된 미래 (Ancient Futures)
강은일 연주 / Kakao Entertainment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엄마가 나를 가지셨을 때, 태교라는 걸 하셨는지 모르겠다. 특별히 그런 데 신경 쓰며 살 여유는 없으셨겠지만, 나를 배 속에 담고, 전통의 피리와 해금이 어우러지는 풍악이 있는 장터 같은 델 많이 지나다니셨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해 본다. 엄마 자궁 속에서의 편안한 느낌이 이랬을 거라는 생각든다. 이 음반의 해금 연주를 듣고 있으면.
해금 연주만 좋은 것이 아니다. 마치 든든한 성벽처럼 받쳐 주고 있는 피리와 그밖의 서양 악기랄 수 있는 클래식기타, 어쿠스틱기타. 피아노 등으로 구성된 반주. 이 반주팀은 편하게 다가가 음악을 듣는 사람들과 연주하는 사람이 ‘공감대’를 만드는 데의 중점을 둔 것 같다. 해설을 보니, 이 중 드럼을 뺀 이유는 상투성을 피하기 위함이고, 일렉기타와 키보드를 배재한 이유는 아날로그 사운드에 대한 갈증 때문이라고 한다. 그럴 법 하다.
강은일의 해금 연주에 받쳐 주는 피리 소리가 일품이다. 국악기 반주는 피리, 대금, 가야금을 사용하였지만 그 중 피리가 돋보인다. 피리 음색이 갖는 풍성함은 순도와 개성이 강한 해금의 돌출적 정서를 보완할 가장 적절한 동반자가 맞는 듯하다.
가장 마음을 울리는 곡은 ‘비상’과 표제작 ‘오래된 미래’이다. ‘비상’은 몽금포 타령에서 모티브를 취해서 불규칙적인 무속 장단으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리드미컬한 사운드의 ‘오래된 미래’는 줄풍류 가락이다.
표정적이고 느낌이 강하지만, 부드럽게 아우를 줄도 아는, 시퍼렇게 날이 선 칼날 같은 활대로 치열한 음악을 들려 주는가 싶으면서도 극단적이지 않다. 음악을 듣다가 뜬금없이, '이 해금 연주처럼 살아야 하는데 말이야! '하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