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표류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연정 옮김 / 예문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다치바나는 그의 책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서, 그는 책을 읽는 기쁨 중에 픽션을 제외해 두고, 논픽션의 읽기의 즐거움에 대해 강조하여 말했었다. 픽션보다 더 흥미로운 일들이 실제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데 굳이 픽션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이 책도 그것의 일환이 아닐까. 극적으로 표류하는 청춘은 소설 속에만 있는게 아니라고, 더 생생한 젊은 날의 분투기들을 보여 주려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내가 새파랗게 젊었던, 그러니까 스물 하나 둘 시절이지 싶다. 같이 놀았던 친구들 중에 한 아이의 어머니가... 점집 매니아(?)인 분이 계셨다. 그 친구 고3일 때, 언니 시집갈 때, 오빠 장가 보낼 때, 큰 일이 있을 적마다 어머님이 찾는 용하다는 점집. 어느 날인가 한 번 그 친구를 따라 각기들... 생애 처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우루루 그 점집에 몰려 갔었다. 그냥 재미로.... 그런데.... 점을 봐주시는 아줌마가 우릴 유심히 살피시더니, 조곤조곤 다그치셨다. 젊은 애들이 벌써부터 이런 데 와 버릇하면 못 쓴다 하시었다.... 마무리는 젊은 날엔 실패와 실수가 다반사이지... 다 깨지면서 성숙하리라는 훈계도 잊지 않으셨다.
젊은 날에 젊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물음은, ‘과연 나는 무슨 일을 하며 살 것인가’이고, 설령 그 ‘무슨’이 무엇이 될지를 알았다 해도, 그것을 과연 해도 되겠는가, 전망이 있는가라는 의문을 품을 것이다.

사실, 전망은 차치하고라도....살아가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사람은 크게 축복받은 사람 축에 속하지 않을까?  즉, 위와 같은 의문을 갖을 수 있는 사람은 그래도 행운인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그 일을 찾았다는 점에서 성공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 성공이란  돈벌고, 명예 드날리는 그런 성공이 아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할 때의 그 성공을 말한다. 진정 좋아하는 일을 찾기까지 진창에서 고역 같은 생활을 하고, 그런 기간을 거쳐서 결국에 희열을 느끼게 된 일이, 깊은 산 속에 들어가 동물의 움직임을 사진으로 담거나, (매가 잡아오는 고기를 먹고, 모자라는 생활비는 막노동으로 벌더라도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게 좋은 그런, ) 하는 일이다. 돈이고, 명예고 간에...우짜하든... 내가 그 속에서 기쁘면 그만인거다. 물론 그들도 ‘가끔은 정말 이 일이 싫을 때가 있어요. 몇 번이나 어째서 나는 이런 곳에서 이 짓을 하고 있는가, 그런 생각이 들죠. 아무런 수확도 없이 수십 일 계속되는 경우가 허다하거든요.’라고 말한다. 나는 이상하게도 이 부분에서 필이 받았다. ^^;;;---- 마냥 좋은 것은 아주 극도의 짧은 순간인지도 모른다. -- 자기 인생이 자체가 ‘망망대해’라는 것을 안 자만이 자기의 의미에 대한 물음에 답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온 모든 이에게는 출범의 시기가 있었다. 이렇다할 뚜렷한 목적은 없지만, 자신만을 의지하며 자신의 인생을 내건 항해에 망망대해를 향해 배를 저어나가는 시기. 그런 출범의 시기는 바로 지금이 되더라도 큰 지장이 없다. 

이 책에는 여러 사람이 나오는데 그 중 20대 청춘에 몇 번이나 죽으려고 했던 어떤 이는 지금은 아주 긴 안목으로 생을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이 아무리 겸손한 표정을 보이고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 있어도, 그들에게는 알 수 없는 빛이 난단다.

자기 인생을 자기 이외의 어떤 것에 맡겨버리는 사람일랑 되지 말자. 자신 이외에 누군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 의지할 수 있는 조직, 또는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 그러한 것들, 타자에게 자신의 인생을 내걸지 말자. 라고 속으로 작게(?) 외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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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6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4-26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도 읽으셨네요.
재밌게 잘 읽었어요.
점집 이야기 나오니까 갑자기 홍상수의 <생활의 발견>이......^^;;;

icaru 2005-04-26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멋져.... 메니아랬다...매니아...랬다...마니아 라고 했다가...암튼.. 딴에고민하다가...쓴거였는데...찍기를 잘 할것을.....^^

icaru 2005-04-26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생활의 발견 저도 생각납니다....
김상경더러.... 점 안 봐도...될만큼...재수가....없다고...그랬었죠...ㅋㅋ

로드무비 2005-04-26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니아가 바른 표기라는데 전 '매니아'를 고집해요.
카디건을 가디건이라고. 자장면을 짜장면이라고......
물론 우리끼리 쓰는 사바사바 글에서만...ㅎㅎ

달팽이 2005-04-26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청춘의 표류속에 자신을 던질 수 있는 자에게 축복있기를....
잘 읽고 갑니다...다음엔 항아리로 대접할께요...ㅎㅎㅎ

icaru 2005-04-26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바사바 글^^ 로드무비 님...고맙습니다... 이 책을 읽을 수 있게...선물해 주셔서요~**

icaru 2005-04-26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 님...항아리..요? ^^::: 읽어 주셔 고맙습니다~

진주 2005-04-26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 편인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선 하기 싫은 일을 해야하니까 하기싫은 일조차도 하고싶은 일에 속하는 건가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는 건-참 대단한 행운인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5-04-27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소! 의지하지 말고 삽시다! 등 가려우면 효자손으로 자기가 직접 긁을 수 있어야지 말야, 헤헤..저 지금 등 긁고 있걸랑요..으으..거기..거기..무지 걔랐는디 워매.. 쎤헌그~
근데 리뷰 읽고 곰곰 생각해보니까.. 국민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끔 국가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정작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그닥 돈벌이가 되지 않으니까 지레 포기해버리고 마는 경우도 많을 거 같아요. 다양한 가치를 지닌 사회적 활동들이 서로 상호교류해야 국가도 골고루 발전할 거 같은데..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그 안에서 어떤 창조성과 희열을 맛본다는 것은 굉장한 엑스터시를 느끼게 해 줄지도 모른다구요. 나쁜 놈들..(맨날 사회탓..ㅡ_ㅡ;;)

2005-04-27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4-27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류...이상하게도 묘한 매력을 풍기는 단어입니다. 왠지 청춘이란 단어랑 붙어야 멋이 날것만 같은 단어이기도 하고요.

플레져 2005-04-27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이 아무리 겸손한 표정을 보이고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 있어도, 그들에게는 알 수 없는 빛이 난단다. → 공감해요. 자신의 일에 푹 빠져있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눈빛이죠. 그들의 몸은 늙어도 마음과 눈빛은 전혀 달라질 기미가 없지요. 저두 그렇게 되기를 바라오며...

icaru 2005-04-27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 님...예에~ 그러신 거 같아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여유로움... 그런 게 있으신 거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부수적으로 따라 붙은 싫은 일들....그것도 기꺼이 껴안아주어야는데... 쉽덜 않아서 ^^;;;;;

복돌언냐 옳소!! --맨날 사회탓..ㅡ_ㅡ;; 헤헤..
언냐 혹시 집에서 장녀신가요, 막내신가요?
음...우리 나라에서는 보통 장남이나 장녀들은 자기 좋아하는 일만 생각하며 살기 힘든 거 같아요... 가끔적이면 직업도 부모님이 무람없이 여기는 일로 골라잡고, 놀아도 부모님께서 염려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하고 싶어지는.. 꼭 착한 딸 착한 아들이 아니래도요...뭐 꼭 제가 그렇다는 것은 아닙네당 ^^

** 님... 아 저에게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 있거든요... 저는 그때 잠시 살았던 동네 조차도 발걸음 하고 싶지 않아지지요... 아직도요...
근데 정말 제가 왜 작게 외쳤을까요... 소심해서 그래요... ^^;;;; 아님..크게 외친다...그럼, 진부해질까봐 그랬나아?

잉크냄새 님.. 청춘은 표류와도... 어울리지만...문장에도...어울리는지~ ㅎㅎ
님께서 리뷰로 쓰신 책 <청춘의 문장들>도 꼭 읽어야 할 책 저의 목록에 당당히!! 있습니다~*

플레져 님...
님도 그러세요~? 저도요...제일 바라는 것은 그렇게 늙어가는 것이에요... 눈빛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2005-04-27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27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4-28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러움 없는 청춘은 청춘이 아니라고 하던데... 왜 이리 그 말이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들까요.. 다치바나 다카시 만세-.-/

icaru 2005-04-28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님... 시인과 촌장이라는 이름이 거기에서 탄생한 것이구나! 하고 오늘 또 배웁니다. 이번에 여성 영화 상영작이었다는 ‘나만의 숲’이라는 독일 영화 생각이 납니다.... 영화의 결말이 좀 안타까워서...ㅠ.ㅜ 좀 그렇지만....
아... 음.. 몸은 멀리 계셔도...마음은 가까이서 느낄 수 있기를... 항상 바란답니다... 님 파이팅요!!

** 님... 그건...님이 아직.. 청춘이라서~ 이지 않을까요오?
사실 저도 망망대해 라는 것은 아는데... 왜 아직도 표류해야 하나는 모릅니다 ^^ 모르는 것 투성이!!

비숍 님... 음하하... 다카시 만세요??!! ^^
비숍 님은 아무래도 청춘의 한복판에 자리잡고 계신 듯 ^^

2005-04-28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4-29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막낸데요..전 사실 부모님의 기대가 미치지 못한 편이거덩요..아마, 내심 속으론 기대하셨겠지만 자식에게 부담가지 않게 하려구 침묵하셨는지도 모르죠.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좀 노력할 걸..요 모냥 요 꼴인 게 좀 후회가 돼요. 제가 어떤 일에 매력을 느끼고 있고 잘 할 수 있는지 이제야 알게 됐다면 넘 늦은 건지.. 으흑..돈 떨어지면 돈 벌고, 돈 벌면 놀구..허구헌날 놀았던 기억 밖에 없어서..5월은 가정의 달! 효도하며 삽시다!

2005-04-29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29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 줄 안다는 것!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복돌언냐...똥침 그만놔요~!! 5월은 가정의 달...효도 허자구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