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니어링 자서전 역사 인물 찾기 11
스콧 니어링 지음, 김라합 옮김 / 실천문학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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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이라는 책을 읽고, 그와 유사한 내용을 보기 위해 이 책을 읽으려 했던 독자라면 다소 실망할 부분이 발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니어링 부부의 소박한 시골 생활의 모습을 이 책에서는 자세히 볼 수 없으니까요.

대신 이 책에서는 스콧 니어링의 성장 과정과 그의 사상의 역경을 훑어 볼 수 있습니다.
스콧 니어링은 자신의 일생을 두 가지를 지키기 위해 산 사람인 것 같습니다. 첫째 이 지구상에서 모든 전쟁의 근원인 인간의 착취 행위가 근절될 때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표명한 것이지요. 둘째, 진실을 찾아내고, 자라나는 세대에게 그것을 가르치고, 공동체 생활 속에서 그것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둘 다 쉽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가르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고, 반면 규제와 제한과 금지는 증가했지요. 하지만 스콧 니어링은 자신의 일생을 자신의 신념대로 끝까지 그렇게 살았더군요.
스콧 니어링의 “기질에 따라 사람을 나눈다면 안락한 삶을 열망하는 사람들과 끊임없는 결단과 투쟁으로 이어지는 힘겨운 삶에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라는 말에 비추어보면 그 자신의 일생은 당연히 두 번째 부류에 속한 것이었지요. 그는 자신의 신념처럼 철저한 사회주의자였습니다.

미국의 주요 언론과 출판사는 반전을 부르짖고 자본의 분배 문제를 깊게 천착하려는 그에게 점점 배타적이 되다가 결국엔 그의 글을 기고해 주지 않았고, 미국의 대학 강단에서도 해직되었습니다. 미국뿐인가요. 서구 사회 자체가 그를 따돌렸지요. 그는 스스로가 서구 문명에 안녕을 고합니다. 세 가지 이유에서 그러했습니다. 첫째, 서구 문명의 위선적 태도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 둘째 서구 문명이 경쟁을 으뜸의 원리로 삼아 세워졌기 때문. 셋째 문명의 중심지들이 남아도는 잉여금을 파괴자들에게 넘겨 주고 있으며 군대의 모험가들이 도박을 하고 있는 사이 가망 없는 파산 상태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

그리고 1930년대 미국 우익의 압력 아래서 살아가는 삶의 수단으로 택한 것은 자급농이었습니다. ‘생계를 위한 노동 네 시간, 지적 활동 네 시간, 좋은 사람들과 친교하며 보내는 시간 네 시간이면 완벽한 하루가 된다.’것은 여기서 나온 말이지요.

아는 것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것, 혹 자기 자신을 넘어서 다른 사람 또는 하나의 이념과 목표를 향해 부단히 나아가는 방향으로 살아가는 것.... 이것을 실천하면서 사는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스콧 니어링, 그의 논리는 아주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 논리와 사상을 삶 속의 실천으로 구현하였으며, 시종.....자본주의 문명과 패권적 국제 질서에 대해 성찰과 비판을 하였기 때문에 그 위대함에 고개를 숙입니다. 


밑줄 친 부분

우리는 정치적 견해보다 식사법이 공격을 받는 경우가 더 많았다.


치열한 싸움은 계속된다. 삶이 있고, 열정이 있고, 목적과 기능과 경험이 있는 한 진보는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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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5-01-23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콧 니어링의 삶의 철학도 그렇고 삶 속의 실천도 대단하지만 그의 시간분배가 왜 이렇게 눈에 들어오는지요? 생계를 위한 노동 네 시간, 지적 활동 네 시간, 좋은 사람들과 친교하며 보내는 시간 네 시간. 제 시간분배와 대단한, 엄청난, 쨉도 안 되는 차이가 있군요. ^^

비로그인 2005-01-23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부분이 화악~ 눈에 들어오네요. 유럽에서는 보통 6시간 근무라고 하던데..그리고 자유시간~ 캬..최장노동시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선 정말 부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군요. 그리고 천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른쪽으로 기울어져도 한참 기울어진 우리나라에서 사회주의자, 로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인데 가끔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편견을 드러내고 무의식중에 차별을 일삼는 행위들을 보면..(실명비판 좀 해야 쓰겄습니다. 갑자기 '김규항'이 생각납니다..쿡쿡..)매우, 실망이랍니다..

파란여우 2005-01-23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 아우의 김규항 비판은 내가 고자질 해야지..큭큭^^..그리고 복순언니님!! 추천 하나로는 부족한 투시력 깊은 리뷰였습니다.

호밀밭 2005-01-23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정치적 견해보다 식사법이 공격을 받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 부분 저도 밑줄 긋고 싶네요. 생계를 위한 시간 노동을 4시간만 하는 사회가 오는 날이 있을지. 스콧 니어링의 삶은 왠지 제가 서 있는 곳이 너무 다른 세계라는 생각도 들어요. 좋은 리뷰 잘 읽고 가요.

icaru 2005-01-23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의 하루 시간 분배가 무지 궁금하옵니다 ^^ 우리들에겐 자신을 위하지 않은 일하는 시간이 압도적이네요~

복돌이 언니님~ 김규향이요...마자요... 예전에 그의 글 중에 애들을 위해서 이민가고 싶다고 토로하는 글을 읽고 좀 실망했었다지요~ 정말...대한민국 사람들은 너무 바쁘게 삽니다...일하느라...말이죠...과거에는 더 심했겠죠! 저희 아버지도 재작년에 정년퇴임하셨는데...젊은시절에 너무 일만 하셔서...마땅히 취미 생활을 갖지 못하셨기 때문인듯... 노년을 그닥 재미있게 지내지 못하시는게..보여...늘...마음에 걸립니다...

파란여우 님~ 저 이 책 읽으면서 님 서재를 아니~ 님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땅의 생활 속에서 스스로의 의지를 실천하는 스콧의 생활과 사상이 님의 삶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는 듯 여겨졌습니다....

호밀밭 님~ 하하...님..맞아요!! 사회 생활하면서 저도 식성이 많이 바뀌었답니다.. 육식 위주로요.. 특히 저는 아웃백이나 티지아이 같은 페밀리 레스토랑 음식을 즐겨 하고 싶지 않음에도...회식을 하게되면...대다수 사람들은 그런 곳을 선호하거든요..
전...채식주의자는 못되고...육식주의라고 하기도 어렵고...ㅋㅋ....생선주의잔가..??
생계를 위한 시간 노동을 4시간만 하는 사회가 오는 날이 있을지... 글쎄 말입니다~~

플레져 2005-01-23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쉽게 쓴 리뷰를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압니다.
비결 좀 가르쳐주세요. 부럽습니다. 생선주의자님! ^^

icaru 2005-01-24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 님...물마시면서...님의 코멘트 보다가...생선주의자 부분에서...사레 들였어요....
님도 참... 왜 제가 하고픈 얘기를 하십니꺼...

잉크냄새 2005-01-24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콧 니어링은 실천적이고 충실하고 조화로운 삶을 살다간 대표적인 인물이죠.
그의 삶의 시간 배분을 어리숙한 제가 따라한다면 굵주리기 딱 좋겠네요.^^

icaru 2005-01-25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 냄새 님~ 님이 쓰신..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정말 인상 깊게 읽은 사람 중 하나랍니다~

잉크냄새 2005-01-25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헬렌 니어링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이 님의 리뷰를 통해서였답니다.
그 당시 땡스투가 있었다면 당연히 땡스투였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