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마을 헤이온와이
리처드 부스 지음, 이은선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웨일스의 헤이라는 시골 마을을 전세계적으로 자자한 헌책방만 있는 마을로 만드는 데 일조한(리처드 부스가 큰 역할을 하긴 했지만, 그 혼자만의 힘으로만 일궈진 것이 아님.) 어느 괴짜 아저씨(? 할아버지) 리처드 부스의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헌책방 마을 헤이온와이>는 책에 대한 책이야기이기 때문에, <서재 결혼시키기>와 <전작주의자의 꿈>에 비교할 수 있었다. <서재 결혼시키기>의 저자가 단순히 편집자로써, 어릴적부터의 책사랑을 편안한 방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었던 데 비한다면, 이 책의 저자는 헌책으로 밥벌이에 신경을 써야 하는 사업가였다는 점에서 다르고, <전작주의자의 꿈>이 우리 나라에 보급된 우리말로 된 책 사정을 다루고 있어, 큰 공감대를 얻은 것에 비해 이 책에서 저자의 책 사랑은 영어권의 책들에 국한된 이야기라는 점에서 큰 공감대를 얻기 힘들었다. 문화권에 익숙치 않아서인 듯 저자가 웃으라고 써놓은 부분에서 웃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

하지만, 책은 자고로 이 정도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번역도 꼼꼼했고, (번역자는 중간중간 리처드부스가 착각하고 기술한 부분에 대해 각주로 다루어 바로잡아주는 성실함과 정확함을 보인다.)  우리 나라에서도 헤이온와이와 같은 헌책방마을이 가능할 수 있는가를 가늠하고 있는 편집자 후기도 좋았다. 편집자가 하는 말은 다음과 같았다.
현재 서울의 청계천가 헌책방들은 존폐가 위태로운 상황이고, 이런 상황에서 앞뒤 없이 우리도 헤이온와이나 일본의 간다 고서점가처럼 헌책방 서점의 사례를 그대로 가져오자는 주장들도 있지만, 이렇게 무비판적으로 비교하는 사례는 그다지 옳지 못하다는 점.
성공 사례를 보기 전에 영국과 일본은 출판 시장 자체가 크고 또한 잘 정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헤이온와이가 영어로 된 서적을 전세계적인 독자를 상대로 보급하는 반면, 우리의 헌책방은 우리말을 읽는 우리 나라 사람으로만 한정해야 한다는 것. 즉. 비교의 대상이 다르다는 것.

그래도 헌책방이 활성화되는 길이 하나 있기는 하다.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는 것. 헌책방은 출판 시장의 그림자와도 같아서(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고 출판 시장이 호황이면 헌책방의 시장도 활성화되니까.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또다른 면은 번영의 뒤에 숨어 있는 아픔이다. 책마을의 명성에 눈독들인 속물 사업가에게 헤이온와이를 잠식하게 만드는 일도 있었다. 헤이온와이가 책 마을로 명성을 얻었던 반면, 리처드부스의 헌책방 사업은 경영 악화로 인해 결국에 파산하고 말았다.

책의 내용으로 돌아와서, 리처드 부스가 “무장경관이 순찰을 도는 대형 마트 한 개가 있는 거리보다는 천년의 전통을 이어온 상점들로 북적대는 거리가 사회 안정에 이바지 하는 부분이 더 크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헌책방마을 책헤이온와이는 전통적인 경제체제의 붕괴와 토지 개발의 병폐에서 싹이 튼 것으로, 영국의 시골 마을인 이곳 헤이온와이는 ‘헌책’이라는 문화상품 아이템이 아니었으면 대형마트로 인해 전통적인 마을의 모습이 붕괴 일로에 놓였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리처드부스는 또 이런 말도 한다. “자본주의는 마흔 살에 백만장자와 수상, 두 가지 목표를 이루려는 젊은 사람들에나 어울리는 체제”라는 것. 책 마을은 젊고 굶주린 자본주의자가 아니라 고향을 걱정하고 이웃사랑이 남아 있는 시골에서 자그마란 일을 하며 보람을 느끼는 중년을 위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그는 이들을 황혼의 산업일꾼이라 불렀다. 그리고 그는 공항에서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주로 책을 읽는데 유명 기업가를 찬양하는 책은 딱 질색으로 여긴다고. 전 세계 공항에 잇는 서점에는 그런 책들이 차고 넘친다. 이 보다더 저급한 문학은 없다는 게 그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에게 지옥의 맛을 보여 주고 싶은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의 <협상의 기술> 20권만 준비하면 된다고 한다.


사람들 중에 인쇄 종이로 된 책의 죽음을 예견하는 사람이 있다. 인터넷과 컴퓨터의 보급으로 말미암아 이런 진단을 하는데, 사실 둘은 경쟁 상대가 못되는 것 같다.  우리 인생에서는 정보의 단순한 습득으로 꾸려가는 것이 아닌, 인생에 대한 ‘이해’와 ‘통찰’이 아주 중요한 숙제이기 때문이고, 이런 통찰력과 이해력을 기르는 데는 책에 견줄 만한 것이 또 없기 때문이다. 


“헌책의 새로운 정의를 아십니까? 대형 마트에서는 팔지 않는 물건, 그렇기 때문에 작은 마을의 희망이 되는 물건, 그게 바로 헌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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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5-01-10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헌책방 마을이라는 어감마저도 정겹군요. 헌책방 마을로 문화의 특성을 살리는 것도 좋은 아이템이구요... 복순이언니님은 헌책방 자주 이용하시나요? 전 얼마전에 파주에 있는 헌책방을 다녀왔는데, 헌책보다는 기증을 주로 한 곳이라 새책이 많더군요. 두 번을 다녀왔는데 처음 찜해놓은 책이 두 번째 방문 때는 없어서 너무 실망도 했더랬어요. 마지막 코멘트 기억해둘 만하네요. 작은 마을의 희망이 되는 물건이 헌책이라구요... ^^

icaru 2005-01-10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에 흙서점이라고 중고서점이 하나 있는데...나중에 알았는데요...중고서점계에서는 그래도 알아주는(?) 서점이었더라고요^^

파주요~ 아...님 두번씩이나 다녀오셨더래요오? 헤이온와이를 따서 헤이리라고 한다지요~ 가보지는 않았는데...올...앞으로 가봐야 할 코스 중 하나예요~! 근데..버스타고 갈 수 있나요?



이 책은 그다지 좋지 않다는 평이 주를 이루네요~



저도 리뷰로 먼저 보고....조금 겁먹었는데...그래도 궁금함이 앞서길래...ㅋㅋ

읽는 중에 자꾸 삼천포로 빠지는 저를 발견해야 했지만^^ 중간 부분 이후부터는 좋았어요~!




로드무비 2005-01-10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이 이번 독일 도서전 출장(영국 경유해서) 다녀와서요.

무지하게 실망했다고 하더군요.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튼 전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만.^^

kleinsusun 2005-01-10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흙서점 있는데면 서울대 입구에 사시나요?

전 사당동 책창고(대치동에 있다 이사왔어요)랑 신촌 숨책에 가끔 가는데요,

사당동 책창고는 집에서 가까우니깐 함 들려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거기 사장님도 회사원 오래하시다가 헌책방을 하시는데요,

가끔 들러서 얘기도 나누고 충고도 해주시고(제 홈피 자주 들어오시거든요) 갈 때 마다 좋은 책도 건지고 책추천도 받고 편안하고 좋은 공간이예요.담에 번개칠까요? ㅋㅋ

icaru 2005-01-11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부군 님~.. 우아...출장으로 그런델... 12세기에 지어진 성으로 되어 있다해서...옛날 느낌이 많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네요~ 고즈넉하고 참,....좋겠다 싶은데 그죠??



클라인수선 님...엇...님도 흙서점을 아시네요...아는 분 만난 건 처음야요... 님의 페이퍼에서...책창고와 그리고 주인 아저씨와 관련된 글을 본 기억이 나네요~ 사당동이면...올...제 사정거리 안인데요~

진짜 번개칠까요?? ㅋㅋ

플레져 2005-01-11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복순이언니님 번개칠 때 저두............. ^^;;

어디서 보았는데, 이 책에 대한 평이 정말 좋지 않아서 서점에서 그냥 두께만 확인하고 나왔어요. 헌책도 새책도 많은 관계로 이 책은 나중에...^^;;

참, 전에 제가 헤이리 다녀온 사진 보시고 버스로 갈 수 있느냐고 물으신 적 있죠?

(어렴풋...) 버스 있어요. 헤이리 홈피 가보세요.

잉크냄새 2005-01-12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창시절 헌책방에서 산 참고서의 밑줄을 하나하나 지우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지금은 책에 줄을 긋는 것을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요즘에는 기억력의 비애를 느껴서인지 조금씩 밑줄을 긋고는 있지요. 괜찮은 헌책방 서점 추천좀 해주세요.^^

icaru 2005-01-13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이리~ 버스타고 갈 수 있군요!! 전 뚜벅이족이라...그 왜 있잖아요....수유리나 일산 쪽 카페촌 같은 데요..그런 데는...저에게 그림에 떡이라는... 뭐...그닥 가보고 싶다는 맘도 많이 들지는 않지마는요~

수선님 번개칠때...플레져 님도 번개칠께요~!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ㅋㅋ



하하하... 저도 중학교 다닐 때는 헌책방에서 참고서 꽤 샀었는데... 생각나네요... 완전정복...이딴 거..ㅋㅋㅋ 고등학교 가서는 보충교재를 단체로 구하고 그래서...그럴 기회가 별로 없었던거 같고요.. 헌책에 밑줄 많이 그어져 있음 주인 아저씨도 알아서 일이백원 깎아주고 그랬던거 같아요...

최근에 친구에게서 책을 빌려 보는데...원래 밑줄치고 책보는 습관이 있어놔서요...연필로 그으면서 보고... 돌려 주기 직전에 열심히 지웠답니다...더러더러...안 지운 데도 남아 있었을거여요...워낙 맘씨 좋은 친구라...이해했을 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