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석훈의 해제에 나온 것처럼, 이 책은 얼마되지 않은 어린이 기아 관련 서적 중에서도 가장 전문성과 객관성(기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뜬구름 잡는 식의 정서적 대응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을 갖춘 책인 것 같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아이들에게 먼저 읽혀야 할 것 같다. 내 자식 세대에게까지 읽혀야 하는 현실(그떄까지 기아문제가 별반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데...)은 싫지만, 아마 그래야 할 가능성이 높다.ㅡ.ㅜ 

  

유엔 식량 특별 조사관인 아버지가 아들의 보편적이고, 마땅한 질문에 대답을 해 주는 형식이라서 기아 문제에 대한 배경 지식의 유무를 떠나 기아 문제의 진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있다면 누구나 이해하기 쉽다. 


기아를 무기로 사용하는 다국적 기업

새로 알게 된 사실 가운데 놀라웠던 것은 단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식 그리고 분유회사(슈퍼마켓에 가면 유기농 식품이라고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회사들과 국제 기아 문제와 관련하여 이윤과 관련된 작동 방식이었다. 이 책에서는 스위스 네슬레가 나왔다. - 대표적인 예로 1970년대 분유를 무상으로 제공하여 당면한 어린이 기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칠레 아옌데 대통령의 죽음(CIA와 결탁한 군부들이 대통령궁에 습격)-이다.


기아에 관해 가르치지 않는 학교, 불편해서 외면하고자 하는 진실.

기아 상황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고 어떤 수단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 토론하는 수업 같은 것이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에서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도 기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걸림돌인 것 같다. 전쟁과 정치적 알력 관계로 인해 구호 조치조차 의미가 없어지는 현실, 구호 조직들이 구호 활동을 할 때 빠지게 되는 딜레마 그리고 사막화와 삼림 파괴(원인 제공자는 누구?) 언급하지 않고, 그냥 입을 닫아버림으로써 생기는 영향력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고.

 

 배고픔을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을 가하고 있어서, 기아와 그 끔찍한 결과는 세부적이고 정확한 분석을 필요로 하건만 학교는 침묵하고 있단다. "그들은 마땅히 해야 할 바를 하지 않고 있지. 그런 탓에 학생들은 모호한 이상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인간애를 가지고 졸업할 뿐 기아를 초래하는 구체적인 원인과 그 끔찍한 결과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단다."


 "<기아의 지리학>에서 조슈에 데 카스트로는 "사람들이 기아의 실태를 아는 것을 대단히 부끄럽게 여긴다“는 거야. 그래서 그 지식 위에 침묵의 외투를 걸친다는 거야. 오늘날 학교와 정부와 대다수의 시민들도 이런 수치심을 가지고 있단다."


"서구의 부자 나라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는 신화가 있어. 그것은 바로 자연도태설이지. 우리 모두가 죽지 않도록 자연 스스로 주기적으로 과잉의 생물을 제거한다는 거야. 무의식적인 인종차별주의가 담겨 있는 말."


"맬서스 이론은 근본적으로 틀렸지만, 심리적 기능을 충족시키거든. 날마다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구호 시설에서 웅크린 채 죽어가는 아이들... 수단의 덤불 속을 비쩍 마른 몸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일반적인 감성을 가진 사람에게는 참을 수 없는 일이거든. "

 

그래서 양심의 가책을 지정시키고, 불합리한 세계에 대한 분노를 몰아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맬서스의 신화를, 끔찍한 사태를 외면하고 무관심하게 만드는 사이비 이론을 신봉하기 이른다고.


 

피난민 엄마들은 난민 캠프 앞에서 아이들을 안고 있었지. 아이를 싼 누더기 천이 아이가 갸날픈 숨을 몰아쉴 때마다 위아래로 들썩이는 모습은 정말 가슴이 아팠단다.


"기아는 부드러운 죽음이다. 점차 소약해지다가 마지막에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고통이 없이 죽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아빠 자신을 세뇌시키고 있었어. 그런데 그게 아니었단다. 누더기 속에서 일그러진 작은 얼굴들은 그들이 가공할 고통을 겪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어. 작은 몸들이 흐느끼며 오그라들고 있었지. 어만 누이들은 때로 숨진 아이의 얼굴에 가만히 수건을 덮었어.




특히, 불평등을 더욱 부채질하는 금융과두지배.....

 

남반구에는 기아 희생자들의 피라미드가 쌓이고 있고, 북반구에서는 다국적 금융자본과 그 과두제가 부를 쌓아가고 있다. 경제의 유일한 견인차는 이윤지상주의라는 입장. 신의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 두면 유토피아가 도래할 것이라는 허구에 대항하여 싸우는 것이 이 시대의 급박한 과제인 셈이다.

 

글로벌화한 금융 자본은 결코 가치를 창조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기존의 금융 전략가들을 천문학자에 비유한다. 천문학자가 천체 앞에 서 있는 것처럼 경제학자는 경제적 현상 앞에 서 있다. 천문학자는 자기장을 측정하여 별들이 궤도를 계산하고, 학문적 활동을 객관화한다. 오늘날 금융 전략가는 천문학자처럼, 자연 법칙을 들먹인다. 그들의 눈에는 현실을 변화사키고 역사를 창조하는 주체로서의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게다.  


 

인간은 다른 사람이 처한 고통에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다.


저자는 서서히 변화하는 공공 의식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예전만해도 수천만 명이 기아 또 사망하고 수억 명이 만성적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것이 아주 자연스런 일로,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여겨져 왔지만 현재는 그 주범이 살인적이고 불합리한 세계 경제 질서라는 사실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기에.

 

오늘날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살고 인간적인 지구를 만들기 위해 이제 한 걸음만 더 앞으로 나가면 된다. 이를 위해 자연 도태설이나 멜서스의 인구론 같은 따위는 없어져야 한다. “잘못된 것 안에 올바른 삶은 없다.”고 했던 아도르노의 말처럼, 소수가 누리는 자유와 복지의 대가로 다수가 절망하고 배고픈 세계는 존속할 희망과 의미가 없는 폭력적이고 불합리한 세계다. 이런 땅에서의 행복이 과연 행복일까? 저자의 말처럼, 인류의 6분의 1을 파멸로 몰아넣는 세계 질서에 동의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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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8 22:0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2007년 11월 도서목록에 있는 책으로 2007년 11월 8일 읽은 책이다. 관심분야의 책들 위주로 읽다가 알라딘 리뷰 선발 대회 때문에 선택하게 된 책인데, 이런 책을 읽을 수록 점점 내 관심분야가 달라져감을 느낀다. 총평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기아의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막연하게 못 사..
 
 
잉크냄새 2007-04-18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도태설에 그토록 무서운 의미가 담겨있었군요. 모호한 이성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인간애만 가질뿐 그 구체적 원인이나 끔찍한 결과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모습, 우리 자신의 모습일수도 있겠네요. 보관함에 담긴 책인데, 얼른 구매해서 읽어봐야겠어요.

비로그인 2007-04-18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한 이카루님표 리뷰 잘 읽었습니다 :)

달팽이 2007-04-19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읽어보아야겠습니다.
타인의 고통이 어떻게 우리의 고통이 되는지..
외면할 수 없는지..
잘 쓰셨습니다.

icaru 2007-04-19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 님! 강력추천여요. 보관함에서 속히 나와~ 잉 과장님 두 손으로 가 있기를!!
체셔 고양2 님.. 님께서 꼼꼼하게 읽어주신거쥬~ 전 어릴적에 동생들이 네슬레에서 나온 쎄레락이라는 이유식을 먹는 걸 보았는데.. 여튼 우리가 기아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는 세계적인 악덕 기업과 공생했다는 것에서... 아주 묘한 느낌이 왔어요...

달팽이 님... 잘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사랑'과 '더 큰 공동체를 받아들이라'는 인생의 지침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었어요!

2007-04-20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