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에 아이 유치원에 보내고 나자 바로 지도교수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난 번 직장을 그만 두고 서울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사갈 계획이라고 했더니 지금쯤 대전을 떠났는 줄 아시고 서울의 어느 기관에 나를 소개시켜 주시려고 전화하신 것. 아직도 대전이고 남편 직장이 대전으로 결정되어 당분간 여기 머무를 것 같다고 말씀 드렸더니 알겠다고 하시며, "놀고 있지는 마!" 하신다. 한국에 나오신 이후 연구실의 첫 제자인 나. 그때 선생님은 30대이셨으나 누가 봐도 대학생 내지는 대학원생으로 보았던 멋있던 선생님. 12월에 학교에 갈 일이 있는데 한번 찾아 뵈어야겠다.


--- 지난주 대전 동물원 가서 보라는 동물은 안보고 나는 이런 사진만 찍고 있었다. ---

2. 기분이 가라앉았을 때 시장엘 가보라는 말을 나는 믿는다. 하루 종일 뭐하다가, 유치원에서 아이가 돌아와서야 집에 있고 싶다는 아이를 간신히 구슬려서 장을 보러갔다. 과일, 버섯, 고구마, 우유, 나물거리, 떡 등을 사가지고 들어왔다. 아이에게 꿀떡을 일곱개 꺼내 주고 (더 많이 주면 저녁 밥 안 먹을까봐),  인터넷에서 김치도 주문한다. 김치는 정말 혼자서 해보기에는 엄두가 안 난다. 예전에 막김치를 혼자 몇번 담가보기도 했었지만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으므로 ^ ^.



--- 내가 좋아하는 머핀. '머핀'이라는 이름도 어딘지 귀여운 구석이 있는데 모양도 구엽다. 당근갈아서 넣고 만든 당근 머핀, 며칠 전 아이 간식으로 만들어 준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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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6-11-22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유로움을 즐기시는 듯 한 님에게 마음을 위탁해 볼랍니다. 따뜻할 것 같습니다.
좋은 제자에 훌륭하신 스승님입니다. 시장에는 사람사는 냄새가 나지요. ^*^

hnine 2006-11-22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장에 가서 장사하시는 분들 보면 저의 여유로움이 부끄럽지요.

LovePhoto 2006-11-23 0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실력이 날이 갈수록 일취월장입니다.
^^

해적오리 2006-11-23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장가면 왠지 모를 에너지를 느끼게 되요. 반면, 대형마트에 가면 이상하게 금새 피로해지더군요...

hnine 2006-11-23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ovephoto군, 그렇습니까? ㅋㅋ
날나리난장이해적님, 대형마트는 아이들이 좋아하지요. 장난감이 있으니까 ^ ^ 그런데 시장에는 잘 안 따라올려고 해요.

씩씩하니 2006-11-2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님 사진도 어찌 이리 이쁘게 올리신대요?
뒤를 흐리게 하는 감각,,,,,,,,,,음...
그나저나 님이 대전 계시다니 넘 가까운 맘이 드는거 있죠?
저 가끔 백화점 갈려구 대전 가는데.....흐,.,,,님이랑 부딪힌 적도 있겠지여?

hnine 2006-11-23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님, 청주가 여기서 차로 40분 정도 가야한다던데 전 그보다 더 가까운 곳인줄 알았어요. 세상 넓은 줄 모르고 말이지요 ㅋㅋ
 

자녀 교육에 관한 책을 많이 읽으면 정말 그만큼 더 나은 자녀 교육을 할 수 있을까.

행복한 결혼 생활에 관한 책을 많이 읽은 만큼 더 행복한 결혼 생활로 가는 길은 가까운 것일까.

연애 소설을 많이 읽는 것은 내가 연애를 하게 되었을 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여성 문제를 다룬 책들을 많이 읽는 것은 '내가'  여성으로서 맞는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가.

그렇다 혹은 그렇지 않다 하고 한마디로 대답할 수는 없지만,

다른 분들의 경우에는 잘 모르겠고,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에 관한 책을 좀 읽었다고 해서, 그 분야에 대해 더 잘 할수 있다는 자신감까지는 가지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 많은 소설들을 읽으며 접해본 여러 인생, 여러 가지 사랑을 간접 경험하며 나는 어느 정도 사랑을 알고 인생을 안다고 생각했던 부끄러운 시절이 있었으나, 실제로 체험하며 깨닫는 것에 비하면 아예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임을 알게 되었고,  결혼 생활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경험, 또 조언을 담은 책들을 그리도 읽어댔으나 결혼 생활은 여전히 아귀 안 맞는 모순덩어리이며, 여성 문제를 일깨우는 책들은 아무리 읽어도 내가 정작 같은 문제에 당면했을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이를 가지고서 나의 독서의 반을 차지하는 아이 교육에 관한 책들, 내가 책에서 읽은 만큼 얼마나 아이에게 인내와 일관성으로 대하고 있는지 스스로 자신이 없으니, 책을 읽는 것은 다만 읽는 동안의 자위 목적 뿐이었나.

많이 읽어서 알고 있음을 행여나 자만의 근거로 삼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일침을 주는 어느 날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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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6-11-19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억압적 부모형의 대표주자라서..아이 교육에 대한 책을 자주 읽는데..다 그때 뿐이더라구요. 엄마의 만족을 위한 독서라는게 맞긴 하지만..그래도 노력이라도 한다는게 어딘가 자위하게 돼요.

hnine 2006-11-19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ooninara님은 아이 교육에 관한 독서만 열심히 하시는 것이 아니라 정말 몸으로도 열심히 실천하고 계시는 듯 해요.

씩씩하니 2006-11-22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 생각이랑 정말 같애요,,,
때로는 '아는 것이 독'같구,,,,'모른는게 약'인데..싶지뭐에요..
특히 부부관계에서도 흘려들을 수도 있는 남편 말을, 책 들 속에서 찾은 사례에 준해서 대응하려구 했던 철부지 신혼시절도 있었답니다...

hnine 2006-11-22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니님, 책에 너무 빠져 지내다보면 가끔 이렇게 '오류'가 날수도 있나봐요. 삶의 오류~ ^ ^
 

찌그러지고 흠집많은 가슴

어딜 보는지 방향없는 눈

일분에 한번씩 우울해지다가

문득 정신이 들어

간신히 한 번 지어보는 웃음

그 웃음에 너는

그렇게 좋아하는구나

그 별 것 아닌 웃음을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구나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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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11-20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오늘 제게 들려주는 말같아서 찡해집니다

hnine 2006-11-20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으셨나봐요. 편히 주무시고 내일은 싹~ 잊어버리세요 ^ ^
 

다린이가 할머니와 전화 통화를 할 때 나는 다린이에게 종이로 물고기를 접어 주고 있는 중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내가 무슨 노래인가를 흥얼흥얼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전화기 너머 할머니에게까지 들렸나보다. 나중에 다린이에게 물으니 할머니께서 지금 누가 네 옆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냐고 하셨단다.

다린이 대답, "엄마가 노래 불러요." 하더니 이어서, "엄마는 내가 옆에 있으면 맨날 기분이 좋대요, 그래서 노래 불러요." 그런다.

내가 그런 말을 한적이 있던가? 함께 있을 때 노래를 부르는 건 다린이 쪽이지 내가 노래를 부르는 일은 좀처럼 없었는데~ 그런 말 한 기억도 없고 말이다...

아마도 아이의 머리속 생각인가보다. 엄마가 즐거워 하면 자기와 있는 것이 좋아서라고 생각하는.

책에서 본 기억이 난다. 부모가 싸우는 것을 아이가 보며 하는 생각은 엄마 아빠가 자기때문에 싸운다고 생각한단다.

내가 기분이 안 좋고 말이 없으면 옆에 있는 아이는 아마 자기랑 있는 것이 엄마는 싫은가보다 생각하겠지.

다린이 말 한 마디에서 또 한가지를 깨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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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모두 미국에 살고 있는 두 친구가 생각이 난다.

한 친구는 대학교 동창인데, 같은 과는 아니었지만 한 동네에 살았었다. 대학 시절 내내 친하게 지냈고, 졸업하고 결혼해서 미국으로 가서도 가끔 전화를 통해 사는 얘기를 주고 받곤 했다. 삼남매중 막내였던 이 친구는 키도 내가 올려다 봐야 할 만큼 컸지만 가끔 막내같은 귀여움과 엉뚱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빠가 증권사에 가서 뭘 하라고 심부름을 시키시고 가셨는데 자신없다며 같이 가 달라고 해서 기어이 나를 대동하고 그 증권사에 함께 감으로써 나도 잘 모르는 그 심부름에 대한 책임감을 나눠지기도 했었고, 여운형 선생과 관련된 레포트를 써야하는데 어느 책을 봐야 금방 머리에 들어올지 모르겠다고 나에게 물어봐서 언뜻 생각나는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보는게 어떻냐고 했더니 나를 너무나 존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넌 모르는게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내가 민망했던 기억도 있다 (참고로 그 친구는 문과, 나는 이과 ^ ^). 미국으로 가서도 아이낳고 집안에서만 지내다가 남편있는 학교에서 공부도 더 하고, 나중엔 직업과 연결될수 있는 공부를 하고 싶어 도서관학과가 있는 조그만 대학에 다시 들어갔다. 도서관학과와는 전혀 상관없는 나에게  수강신청을 앞두고 나에게 상의차 전화를 했던 정말 재미있는 친구이다. 둘째 아이가 장애아로 태어나 나는 이제 웬만한 일엔 눈물도 안 나온다던 친구. 보고 싶다. 지금은 전화 번호도 이메일 주소도 가지고 있지 않아 연락도 못하지만, 아이들과 남편과 잘 지내고 있기를, 또 그럴거라고 믿어본다.

또 한 친구는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인데, 나의 고등학교 일기장을 보면 이 친구 얘기가 없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내가 집착을 했던 친구이다. 딸 넷인 집의 둘째딸. 체구는 크지 않으나 카리스마도 있고 보스 기질도 있으며 남을 자상하게 챙길줄도 아는 친구였다. 그런데 내 속을 잘 드러내지 않던 나는 고등학교 1, 2학년 내내 이 친구 속을 좀 태웠었나보다. 본격적으로 공부에 매진해야할 3학년에 올라가자 이 친구가 갑자기 나를 보고 아는 척을 안 하는 것이다. 너 왜그래? 하고 물었으면 될 것을 나는 그냥 속상하고 상처받으며 1년을 보냈다. 고등학교 졸업식 무렵, 그 친구로부터 받은 편지에는 너를 아끼는 사람들의 애정에 벽을 쌓지 말라고, 그건 감정의 사치일 뿐이라는, 나를 정말 되돌아보게 하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그런데 이 친구와 같은 대학엘 들어가게 되었고, 이 친구 역시 결혼하고 미국으로 가게 되어 이제 못만나나 했더니 내가 미국에 잠깐 가 있는 동안 우연찮게 연락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의사로 일하던 이 친구는 나랑 만난날 갑자기 병원에서 oncall이 걸려 바로 나가야되자 나를 결국 끌고 병원까지 가서 나는 그 병원 도서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색다른 경험을 해보게 된 적도 있었다. 결혼이 늦어 아이의 연령도 내 친구들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던 내게 이 친구는 그나마 아이를 늦게 낳아 나이차가 제일 적게 나는 아이들을 가지고 있다. 내가 아이를 낳을 거란 소식을 듣고서부터 연령대 별로 아이에게 보여주면 좋을 책 리스트를 만들어 내게 메일로, fax로 보내주던 친구. 아이가 태어나서 당장 카시트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아이를 병원 밖으로 데리고 나와 차에 태울수도 없는 미국의 실정에 맞게 튼튼한 카시트를 선물로 보내주어 지금까지 우리 아이가 애용하고 있다. 이 친구의 큰 아이 생일이 내 생일과 같아 잊을래야 잊을수가 없다며 거의 매년 내 생일엔 국제 전화로 생일을 축하해 주는 친구. 이번에도 통화하며 너무 보고 싶다는 말을 서로 연발했다.

이제 우리, 정말 언제나 만날수 있을까. 고등학교, 대학교때의 그 앳된 모습 대신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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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11-18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분들이 멀리 떨어져 있군요. 안타까워요.
님은 한번 맺은 우정 끝까지 지키실 듯 한데.....
이웃에도 좋은 친구가 계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조금 덜 외로우셨으면 좋겠습니다....

hnine 2006-11-18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제가 사람을 잘 못사귀는데 한번 사귀면 오래 가긴 하지요. 위의 친구도 언젠가 꼭 다시 만나게 될 것같은 예감을 그냥 믿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