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저녁 산책길에 본 동네 카페 모습이다.

테이블은 모두 치워지고 의자들은 창문을 향해 일렬횡대하고 있었다.

당연히 매장안엔 손님이 보일리 없는 저 풍경이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고 우리 동네임에도 낯설어보여

내가, 우리가, 지금 어느 시국을 살고 있는지 새삼 일깨워주고 있었다.


조금 더 걷다보니 이 와중에도 반짝반짝 조명 장식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예식장, 공연장, 행사장으로 쓰이는 건물인데 근래 이용건수는 거의 없어도 크리스마스, 연말연시가 다가온다고 장식을 해놓은 모양이다.









어제 처음 zoom으로 비대면 수업이라는 걸 받아보았다.

어떨까 상상이 잘 안되었는데 막상 경험해보니 오랜만에 뵙는 교수님, 함께 수강하는 낯익은 수강생들 얼굴을 다 보면서 진행되는 수업이 그리 나쁘지 않았고 금방 적응이 되었다.

코로나가 터진 지난 겨울부터 지금까지 혼자 동영상으로 보며 듣는 강의를 몇개 들었을뿐, 직접 가서 강의를 듣는 일은 일체 없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과 만날 일도, 목소리 들을 일도 없이 거의 일년을 지내게 되었고 이러다가는 코로나 아니면 우울증이겠다 싶었다. 그런데 zoom으로라도 이렇게 여러 사람과 한날 한시에 함께 강의를 들을 수 있는게 혼자 동영상 보며 듣는 것보다 훨씬 낫다. 사람은 어떻게든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쓰며 살아가게 되어 있나보다.


지난 일기장을 들춰보니 2월 21일 코로나 19 국내 확진자수가 드디어 100명을 넘어섰다며 불안해하는 내용이 보인다. 그때만해도 코로나가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오래갈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었나.


2020년 남은 며칠 동안 일기장 들춰보기를 몇번 더 해가며 올해 읽은 책, 영화, 사건등을 꼽아봐야겠다. 그리고, 직장 다닐때 하듯이 나의 2020년 업적평가도 한번 해봐야겠다. 내 손으로, 정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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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12-09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zoom으로 비대면 수업이나 모임을 하는 게 익숙해져 갑니다. 이걸 슬퍼해야 하는 건지 환영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hnine 2020-12-10 00:49   좋아요 0 | URL
처음엔 단순히 원래방식을 대신하는 임시방편으로서만 생각했는데 해보니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고 편리한점도 있어서 비대면 수업이나 모임을 계속해나가는 시간이 길어지면 금방 적응될 것 같기도 해요.
저만 해도 매주 서울까지 오고가는 게 번거로와서 작년에 듣지 않던 수업이었는데 이번에 zoom으로 수업한다는 소식에 다시 신청해서 듣게 되었거든요.
 

















- 멘델스존, 무언가 (Mendelssohn, Lieder Ohne Worte) Op.30, No.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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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12-10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상 잘했어요...

hnine 2020-12-11 21:3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대체로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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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11-29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다 좋지만 마지막 사진은 그림을 그리고 싶을 정도로 멋집니다.

hnine 2020-11-29 17:33   좋아요 1 | URL
연못에 비친 집, 나무, 거기에 전선 그림자까지, 너무 정신없지 않나 해서 올릴까 말까 했던 사진인데 올리길 잘했네요. 사람도 없고 조용한 거리에 날은 쌀쌀하고, 제 마음이 쓸쓸했나봅니다. 충남 논산이어요.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혜덕화 2020-11-30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찍는 수준이 예술입니다.
정말 오랫만에 알라딘 들어왔네요.
오늘 밖에 나가 보니 정말 겨울이 성큼 다가 왔더군요.
코로나로 힘들어도 사진 속의 풍경 보니 산책 다닐 수 있는 그런 자연이 있음이 새삼 감사하네요.

hnine 2020-11-30 23:42   좋아요 0 | URL
혜덕화님, 어려운 시기에 잘 지내고 계신지요.
오랫만에 알라딘 들어오셔서 제 서재까지 들러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사진은 동네 산책길에 찍은 것도 있고 충남 논산에 가서 찍은 것도 있는데, 어딜 가나 사람이 드물었어요.
코로나, 언젠가 지나가겠지요.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곳을 피해 자연으로 눈돌릴 기회가 되네요.
모쪼록 건강하시고 가끔이라도 이렇게 뵈었으면 좋겠어요.

자목련 2020-12-02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맑고 쨍쨍한 분위기라고 할까요. 참 좋아요.
모과 나무 사진부터는 어린 시절 마주했던 풍경이 떠올라요.
국화를 묶어두는 모습까지. 고맙습니다.

hnine 2020-12-02 14:33   좋아요 0 | URL
맑고 쨍쨍한 분위기, 예, 바로 그랬답니다. 하늘은 높고 파랗고, 코 끝은 쨍하게 쌀쌀한 기운이 느껴지는 날이었지요.
모과나무 사진부터가 지방에 가서 찍은 것이고 그 위는 제가 사는 동네에서 찍은 것인데 정확하게 아시네요. 배추 겉잎 더미, 땅 속에 묻으려고 쌓아놓은 무우 (매끈하고 자그마한 것이 아주 예쁘더군요.), 국화를 저렇게 묶어두는 모습은 저는 처음 봤어요. 어린 시절과 만나는시간은 마음 따뜻해지면서 동시에 쓸쓸한 느낌도 들더라고요.
자목련님은 쓸쓸한 느낌은 없이 마음 따뜻해지기만 하셨으면 좋겠어요.
 




괜히 서운하고

괜히 서글퍼지고

내 생각으로 우는 일 잦아지는 때



정말 울 일인가

이성적으로 따져보고

눈물 귀한 것 알게 되기를



정작 울어야 할 상황에서도

울 힘 마저 끌어모아 버텨나가는

이 세상 많은 생 앞에서

부끄럽지 않도록



눈물 헤픈 것 보다는 

차라리

웃음 헤픈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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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책 말들의 흐름 4
한정원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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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끝말 잇기로 다음 책을 펴내고 있는 출판사의 기획이 재미있다. <영화와 시>라는 책이 있고 그 다음이 <시와 산책>, 그 다음이 <산책과 연애> 이런 식이다. 각각 다른 작가에 의해 쓰여져 시리즈로 묶였다. 

한정원.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소개글에 의하자면 시를 쓰고, 영화에 출연, 연출한바 있으며, 현재 열세살된 고양이와 함께 읽고 걷는 날들을 보내며, 수도자가 되진 못했지만 수도자처럼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런 날들의 기록이다. 

-온 우주보다 더 큰

-추운 계절의 시작을 믿어보자

-슬퍼하고 기침하는 존재

-과일이 둥근 것은

-회색의 힘

-진실은 차츰 눈부셔야 해, 등등,

책속의 소제목들만 읽어봐도 마치 싯구 같다. 

'온 우주보다 더 큰'이라는 제목은 페르난두 페소아의 시에서 따온 제목이다. 저자는 온 우주보다 더 큰 것은 사람의 마음이라고 보았다. 사랑하는 것을 잃었을때의 사람의 마음이라고. 사랑을 잃었을때 사람의 마음에는 바다도 있고 벼랑도 있고 낮과 밤이 동시에 있어서 어디인지 도무지 알 수 없고 그래서 아무데도 아니라고 여기게 된다고. 


어느 책에서 봤는지 기억나지 않는 이야기 하나. 겨울에 말을 타고 언 강 위를 지나간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듬해 봄에 강이 풀리고 나자 그곳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강이 얼어갈 때 소리도 같이 얼어 봉인되었다가, 강이 풀릴 때 되살아난 것이다. 말도 사람도 진작에 사라졌지만, 그들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소리가 남은 것. 눈을 감고 그 장면을 상상하면 울컥할 만큼 좋았다. (18쪽)

인용해놓은 시들도 그렇고 그 시를 해석하는 저자의 관점도 시간과 공간의 구분없이 드나드는 느낌을 준다. 삶에는 환상의 몫이 있고 상상은 도망이 아니라 믿음을 넓히는 일이라는 저자의 설명이다. 


눈 속에서 귀 기울이는 자, 

그 자신 무가 되어 바라본다.

거기 없는 무, 거기 있는 무를.

월러스 스티븐스라는 시인의 싯구인데 마치 동양의 선 사상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언 강에서 겨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운에 대해서 말했는데, 이 책의 느낌이 그런 것 같다. 언 강에서 듣는 겨울 목소리같은 느낌말이다.

산책이 일상이고 삶의 한 부분이며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버팀목이기도 한 것 같은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안그래도 그 책을 떠올렸는데 마침내 인용이 되어 나온다.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이다.

산책에서 돌아올 때마다 나는 전과 다른 사람이 된다. 지혜로워지거나 선량해진다는 뜻이 아니다. '다른 사람'은 시의 한 행에 다음 행이 입혀지는 것과 같다. 

산책을 사랑했고 산책하던 중 숨을 거둔 로베르트 발저도 말한 바 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지만, 바로 그런 이유에서 다시 나 자신이 되었다. (26쪽)


책 제목과 내용과 저자에 대한 느낌이 책 전반에서 이렇게 시종일관 어울릴 수가 없다.

나도 근래에 숲으로 야산으로 산책을 자주 다니지만 다음과 같은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 

나는 11월의 숲에서 이런 장면을 그려보기도 한다. 아주 다른 장소에서 서로를 모르고 살던 잎과 땅이 만난다. 잎은 땅에게 공중에서 사는 일의 위태로움과 새가 주는 떨림과 가지에서 떨어져 나오는 아픔에 대해 말해준다. 땅은 잎에게 짐승과 인간의 발밑과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피에 대해 말해준다. 소곤소곤한 이야기가 낮과 밤을 이을 동안, 잎은 썩어서 형태를 잃고 땅은 잎을 안고 기다린다. 마침내 하나가 될 때까지. (39쪽)

11을 살며시 눕혀보면, 하늘을 보고 나란히 누운 사람처럼 보인다고도 했다. 11월에 읽으니 더 실감난다.

불처럼 화끈한 뜨거움은 없지만 불 대신 빛이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 자신을 일컬어 보내지 않으려고 아무것도 들이지 않는 사람이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성찰을 하는 저자는 

온 마음을 다해 오느라고, 늙었구나 

라는 세사르 바예호 시인의 싯구를 귀하게 여긴다고 했다. (68쪽)


일부러 작정하고 쓴 글이라기보다는 저자의 방에 가면 이런 글이 가득한 노트가 쌓여 있을 것만 같다. 드러내고 싶은, 그러면서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로 가득한. 

앞으로는 나를 뺀 이야기를 써나가고 싶다고  그녀는 말했지만, 언강에서 겨울의 목소리를 듣듯이 그녀가 어떤 글을 쓰든 우리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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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4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24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24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25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0-11-24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인 님 덕분에 또 좋은 책을 알게 됩니다.
시와 산책, 이라는 책 제목이 내용을 짐작하게 해 주는 책 같습니다. ^^


hnine 2020-11-25 05:01   좋아요 2 | URL
저도 근래 산책을 자주 하다보니 예전에 읽었던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도 다시 들춰보게 되고 이런 제목의 책을 보면 읽어보고 싶고, 그런 것 같아요.
온 마음을 다해오느라고 늙었구나, 이 구절이 오늘 따라 뭉클합니다. 늙는다는 것은 슬퍼할 일이 아니라 가슴 뭉클할 일이라 여기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