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트 갤러리 웹 사이트에 가면 주제 별로 그림을 묶어 놓은 곳이 있다.
그 중 '행복 (Happiness)' 이라는 카테고리 아래 있는 그림들을 제일 먼저 클릭해 보았다.

첫번째 그림~



 

 

 

 

 

 

 

 

 

 

Julius Caesar Ibbetson (1759-1817)
An unmarried sailor's return

결혼 안한 총각 선원의 무사한 귀환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렸나보다.
가운데 앉아 있는 사람이 그 선원인가? 옆에 앉아 함께 사랑의 눈길을 주고 받는 여인은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려준 여인일지도 모르겠다. 행복, 그렇지. 그 순간의 기분이 행복 아니고 무엇이랴.
그림의 중앙에만 조명이 비춘 듯 환하게 그려진 기법, 렘브란트의 그림에서 익숙해진, 이걸 무슨 기법이라고 하더라?



 

 

 

 

 

 

 

 

 

 

William Collins (1788-1847)
Happy as a king

ㅋㅋ 장난치며 노는 아이들. 제목에서처럼 왕이 부러우랴? 밀어서 열고 닫게 되어 있는 저 나무 문에 타고 있는 저 아이는 다른 아이가 그걸 이리 저리 밀 때마다 떨어질 듯 하는 스릴감으로 더욱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했겠지. 그 모습이 재미있어 보인 다른 아이들도 위로 기어오르고 있다. 그러다 떨어진 아이도 왼쪽에 보이고.

 



 

 

 

 

 

 

 

 

 

 

 

 

 

Sir Eduardo Paolozzi (1924-2005)
Sack-o-sauce

우리 집에서 내가 아이에게 잘 안 사주는 먹거리 중 하나가 소시지인데, 언젠가 먹어본 그 소시지가 들어간 핫덕을 아이는 가끔 먹고 싶어한다. 핫덕이 우리 말인 줄 알았는지 언젠가 핫덕이 영어로 뭔지 아냐고 묻더니 바로 '위너'란다. 그러면서 '오스카 마이어' 어쩌구 하길래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어제 이 그림을 무심코 들여보다가 알았다. 무슨 비밀 암호를 알아낸 느낌 ^^ 
빨강, 노랑, 파랑 색의 육면체는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쌓기 놀이 나무 토막 장남감을 연상시킨다. 꼴라쥬 작품.

 



 

 

 

 

 

 

 

 

 

 

 

 

 

Agnes Martin (1912-2004)
Morning

허걱~ 이건 마치 실험실에서 데이터를 뽑아내던 용지처럼 생겼다. 크고 작은 피크가 그려지던.
크기가 182.6 x 181.9 cm이니 꽤 큰 작픔인데, 이 그림이 '행복'이란 카테고리에 들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의 작품 설명을 일부러 안 읽어보다. 내 나름대로 좀 생각해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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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1-10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그림은 꼭 존 케이지의 4:33'를 연상시키는걸요. 아, 베바를 너무 열심히 봤나봐요^^;;;

hnine 2008-11-10 08:33   좋아요 0 | URL
4분 33초 동안 앉아있다 내려온다는? 베바에도 소개되었었나보죠?

레모냐 2008-11-10 20:5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베바를 안보는 주인장...낼모레 시험인 딸이랑 열심히 본방을 보는데.

hnine 2008-11-11 04:20   좋아요 0 | URL
낼모레구나 시험이.
보던 드라마이면 시험이 낼모레라도 봐야지 그럼~ ^^

바람돌이 2008-11-12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베바를 보면 행복해지던데... ㅎㅎ
근데 내일 시댁제사라 마지막회 본방을 못보게 돼서 지금은 무진장 슬퍼요. ㅠ.ㅠ

hnine 2008-11-12 04:49   좋아요 0 | URL
아이쿠~ 그러시군요. 결말은 그럼 재방송으로 보셔야겠네요.
드라마 잘 안보는 제 남편도 베바 잠깐 보더니 재미있다고 하더라구요 ^^
 
지구별 사진관
최창수 사진.글 / 북하우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 기록에 멋진 사진이 군데 군데 곁들여져 있으면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사진이 더 먼저 눈에 들어오는 책이다. 어떤 경로로 어디를 여행했느냐는 발자취보다, 어차피 우리가 사는 이곳은 지구별이라는 한 땅덩어리. 우리가 가본 적 없는 지구별 어딘가에서 우리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애써서 잘 잡아낸 사진들이 가득한 책이다.
이 책에 수록된 사진들 아래 조그맣게 표기된 지명들은 그 사진이 찍힌 장소로서의 의미일 뿐. 들어본 지명은 어디에도 없다. 책의 앞부분에 저자가 사진을 찍기 위해 돌아다닌 곳 (몽골, 중국, 티벳, 인도, 파키스탄, 에멘, 에티오피아, 이란, 아프가니스탄, 네팔) 을 표시한 지도를 책을 읽기 시작할 때 한번 보고 더 들춰보지도 않았다.
수만 마일을 여행하는 것은 수만 권의 책을 읽는 것과 같다는데, 아무래도 책을 읽는 것이 직접 몸으로 겪어내는 여행을 하는 것만 할까.
군복무 중이던 저자는 어느 날, 세계 각지를 여행하고 있는 동갑내기 어떤 사람의 홈피를 보고 자극을 받아 세계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을 했다고 한다. 역시 우연히 보게 된 유명한 사진가 스티브 매커리의 사진첩을 보고, 사진에 대한 열정이 생겨 그의 여행은 더 좋은, 완벽한 사진을 찍기 위한 여행이라는 목적을 품게 되었단다. 실제로 이 책에는 그가 내셔널 지오그라픽 국제사진공모전에서 수상한 사진을 포함해서, 실물이 과연 이보다 더 아름다울까 싶은 사진들, 특히 인물 사진들이 잔뜩 들어있다. 겉표지 사진을 책 속에서 다시 한번 만나 보라 (215쪽). 몽골의 고비에 누워 바라보는 하늘이다. 무지개가 하늘에 어떻게 저리 걸려있을 수 있을까. 일부 인물 사진들은 연출이 가미된, 예를 들면 마을 아이들을 키 순서대로 나란히 앉혀 놓고 셧텨를 눌렀다던지, 산발적으로 달리는 아이들에게 한 방향으로 동시에 달려보라고 요구를 했다던지, 그랬다는 점이 아쉽기도 했지만 그런 솔직함때문에 더 마음 놓고 사진을 들여다보게 된다.
사진을 찍기 가장 좋은 시간은 아침의 역동적인 순간이라면서, 내가 미처 모르는 얼마나 많은 풍경이 아침에 펼쳐져 있는걸까 그는 말했지만, 나는 이 책을 덮으며 내가 미처 모르는 얼마나 많은 세상이 이 지구별 위에서 펼쳐지고 있는걸까 생각했다.
긴 여정을 마치면 무언가 대단한 깨달음을 얻은, 아주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정작 그런 기대가 자신을 옥죄는 강박이 되더라는 말, 그런 집착과 욕심을 약간 버리자 슬슬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후기 속의 한 마디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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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kg짜리 희망 덩어리
안나 가발다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애초에 인간은 쉽게 실망하고 절망하게 만들어진 존재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끊임없이 희망을 재충전시키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과업을 숙명처럼 지니고 태어난 존재들 말이다.
어린 친구들이라고 해서 늘 기분 좋은 일만 있을까. 아이들은 아이대로 나름의 불만과 걱정의 시간들이 있다.
이 글의 주인공 그레구아르는 초등학교 3학년때 처음 낙제를 받은 이래 중학교 1학년이 되어 또 낙제를 받고, 회상하기를 세살때까지는 그래도 행복했다며, 다섯살 반 되던 해 유치원에 들어가면서부터 일상이 재미없어졌다고 생각한다. 이 아이에게는 낙제가 문제가 아니라, 학교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행실이 문제가 아니라, 학교라는 곳이 맘에 전혀 들지 않는다는데에 있다. 그렇게 재미없고 싫은 학교엘 매일 가야한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런 아이에게 결국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사람은 바로 할아버지.
그레구아르가 계속 학교에 마음을 못 두고 낙제만 연달아 하는 것에 대해 할아버지도 실망을 하지만, 아이를 단순히 야단치는 것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어린 충고를 한다. 행복하고 싶으면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하라고. 그저 학교를 빼먹고, 달아날 궁리만 하는 것은 결코 행복과 가까워지는데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라고.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데는 꼭 훌륭한 말솜씨가 필요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협박성 발언은 더구나 아니다. 한 사람의 마음을 찡하게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건강이 안좋던 할아버지는 마침내 위독한 상황이 되어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고, 그레구아르는 할아버지가 제발 다시 일어나시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를 하는데, 거짓말처럼 어느날 할아버지가 휠체어를 탄 채로 그레구아르의 학교로 찾아온다. 그레구아르를 마음으로 응원해주기 위해서이다. 그에게 지금 꼭 필요한 것,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것은 손자에게 희망을 다시 불어넣어 주는 것이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이제 문제소년 그레구아르는 35kg체중의 희망덩어리가 되었다.
이 소설을 쓴 안나 가발다는 정말로 절망에 빠져 본 사람, 희망이 정말로 절실한 순간을 겪어 본 사람이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앞 페이지, 입을 다문채 웃고 있는 그녀의 사진을 본다. 아침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내게 잘못을 저지를 권리가 있는가"를 용기있게 물으라고 했다고, 역자는 후기에 썼다. 타락하는 순간이 있을지라도 살아서, 삶 속에서 다시 삶을 창조하라고.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하라> 는 할아버지의 말이 하루 종일 머리 속에 떠오르다 사라지다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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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11-08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읽고 싶어지네요. 참 좋은 리뷰에요. 갑자기 대학에 떨어졌을떄 생각이 나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그냥 긴 삶의 그저 그런 에피소드같기도 해요.

hnine 2008-11-08 11:44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이 책 짧아서 금방 읽어요. 한번 읽어보세요. 하늘바람님이랑 제가 좋아하는 타입의 소설이지요 ^^
 



 

 

 

 

 

 

 

 

 

 

 

 

 

 

 

 

 

 

 

 

 

 

 

 

 

 

시간이 까닥까닥 하며 지나가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을 때가 있다.
손에 만져질 것 같은 때가 있다. 시간의 냄새가 느껴지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공기 속에 내가 있듯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가만히 떠다니는 내가 느껴질 때가 있다.

높은 곳에 올라가 손나팔을 하고, "xx야~~" 하고 힘껏 부르고 싶은 날이 있다. 그 소리가 바람을 타고 오래 오래 떠돌다가 언젠가는 상대에게 이를거라 믿으며 목놓아 부르고 싶은, 부르다 눈물이 나도 좋을 그런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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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i 2008-11-07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까닥까닥 하며 지나가는 모습,이 보일 때가 있어요. 맞어요. 까닥까닥. 하고 지나가지요.
하루종일 안개가 자욱한 하루입니다(제가 사는 도시는요).
오늘이 입동,이라는데요. 아, 세월이 까닥까닥 지나갑니다.

hnine 2008-11-07 19:24   좋아요 0 | URL
오늘이 입동이었군요.
어쩌다가 오후에 혼자 집을 지키고 있게 되었는데, 한적한 가운데 드는 느낌을 적어봤어요.

하늘바람 2008-11-07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같네요. 시간이라
전 요즘 시간을 되돌리고 픈 마음이 자꾸 듭니다. 그런데 그 브레이크가 태은이에요. 돌리면 못만날테니가. 그럴 수는 없고.
불가능한 생각은 아무 소용없죠.
올해는 이제라도 좀더 부지런을 떨어야 할것같은데 자꾸만 게을러 지네요.나뭇잎에 손을 내밀어보는 다린이.
그 손길과 마음 참 예뻐요.
나이들수록 한 장면을 보고 수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되네요.
그래서일가요. 웬지 눈물이 날 것처럼 감동스런 맘이 됩니다.

hnine 2008-11-07 19:27   좋아요 0 | URL
지난 시간을 되돌리기보다는 앞으로 올 시간을 잘 보내야겠지요.
하늘바람님, 아이 키우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최선을 다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 아닌가요? 거기다 밤 잠, 새벽잠 설치며 일도 하시잖아요.
제가 보기엔 하늘바람님, 열심히 살고 계셔요.

상미 2008-11-07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의 시간이 가는것도 아쉽지만,
애들의 행복한 십대가 지나가는것도 아쉽단다...

울보 2008-11-07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시간이 참 후다닥 가고 있는것 같아요,,
아파트 단지내에 은행나무들이 거의 초록이었는데 어느순간 노랗게 모두 변해버렸더라구요,,
이제 경비아저씨들이 매일매일 떨어지는 낙엽을 쓰느라 애를 쓰시겠지요
그리고 나면 옷을 모두 벗어버린 나무들만이,,

세실 2008-11-07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닥까닥이랑 재깍재깍이랑 어느 쪽이 더 빠른걸까요?
요즘 참 무섭게 시간이 흐릅니다.
나이가 들어서 일까요...
마지막 사진 특히 멋집니다. 다린아 안녕?

hnine 2008-11-07 23:39   좋아요 0 | URL
상미야, 행복한 십대를 보낸 아이들은 그 이후의 시간들도 행복하지 않을까? 그걸 바라보는 부모도 행복할거야.

울보님, 시간이 지루하게, 더디 간다는 느낌보다 전 차라리 후다닥 간다고 여겨질때가 좋더라구요. 아이가 크는 동안은 지루할 틈이 없지요 ^^

세실님, 반가와요 와락~ 무섭게 시간이 흐른다는 말씀이 이해가 되네요. 많이 바쁘시겠지만 그래도 웬지 세실님은 거뜬히 해내실거라고 믿게 되는걸요.
 
완벽한 하루
마르탱 파주 지음, 이승재 옮김, 정택영 그림 / 문이당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완벽한 하루라 하면 어떤 일상을 기대할까. 이 책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 드는 순간까지 죽음만을 꿈꾸는 스물 다섯살 난 남자의 하루의 기록이다. 저자가 자전적 소설이라고 스스로 말하고 있는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아직도 살 날이 끔찍이도 많이 남았다는 것에 절망하며, 우울하고 반복되는 일상, 더 이상 아무 흥미 없는 이 세상에서 그만 떠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주인공 자신이 너무나 흥미진진한 사람이며, 번뜩이는 아이디어 창고인 것이 문제. 최신식으로 구비된 자신의 아파트가 마음에 안들어, 일부러 부식시키고 흠집을 내고, 바닥을 들어내고, 거실 한가운데 사과나무, 토마토 등을 심어서 생명력이 가득 찬 공간처럼 만들었다고 흐뭇해한다거나, 자신의 화장실 변기에 앉으면 화장실 배관을 타고 클린턴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거나, 돈만 생기면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을 닥치는대로 사서 모으는 습관, 물리적 폭발을 일으키는 폭탄 대신, 도레미파솔라시도 같은 음계를 나타내는 음악 폭탄 장치를 만들기도 한다. 그는 마침내 휴가 기간도 자신의 아파트 건물의 엘리베이터 속에서 보내기로 결심하고 온갖 생필품을 다 엘리베이터 속으로 옮기고서, 그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사람, 내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은 지금 이국적인 휴양지에 와있다고 상상한다. 이런 재미있는 사람이니, 단조로와 보이는 세상이 따분하게 여겨지는 것도 이해가 간다.
보통 사람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기발한 발상들, 그리고 유머로 가득찬 이 책의 저자 마르탱 파주는 파리 생으로, 대학에서 심리학, 언어학, 철학, 사회학, 예술사, 인류학 등을 전공했다고 한다. 거의 모든 인문학 계통을 섭렵한 것 처럼 보인다. 기발한 구성, 막힘없는 글솜씨 (아마 번역한 분의 자질도 한 몫 하지 않을까 싶다), 지루하기는 커녕 느닷없는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내용들은 문득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얼까 갸우뚱 하게 만들기도 한다. 가령, 주인공이 견딜 수없는 통증으로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는 그의 몸 속에 커다란 상어가 한마리 살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그 상어를 몸 밖으로 끄집어 내기 위해 이런 저런 방법을 써보지만 상어는 쉽게 나갈 생각을 안하다가 이 책의 마지막 부분,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되는 모호한 상황 가운데 그 상어가 마침내 몸 밖으로 퇴출되는 것으로 끝난다. 에밀리 디킨슨이 자주 인용되고 거론되는 것은 그녀의 허무주의적 시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우리 나라에도 마르탱 파주 같은 기발하고 번뜩이는 작가가 있던가 생각해본다. 이런 사람 앞에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한 부류로 구분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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