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더없는 영광이었다. 내가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의 저자들이기에 더 그렇다.

 

<바람이 멈추지 않네>의 저자께서는 바로 얼마전에 사진 전시회를 연다고 친히 메일까지 주셨는데,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도 할겸 꼭 가겠노라고 말씀드려놓고 주말에 다른 일이 생기는 바람에 못가고 말았다. 무척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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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는 참 외롭다
김서령 지음 / 나남출판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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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멈추지 않네- 어머니와 함께한 10년간의 꽃마실 이야기
안재인 글.사진, 정영자 사진 / 쌤앤파커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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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한다는 것- 남창훈 선생님의 과학 이야기
남창훈 지음, 강전희 외 그림 / 너머학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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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상상력과 동화- 유영진평론집
유영진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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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 2015-09-17 07: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부러움!!!

hnine 2015-09-17 12:43   좋아요 2 | URL
작가님의 댓글을 받으면 며칠 동안 흥분이 가라앉질 않았더랍니다. 그럴땐 저도 꼭 아이들 같지요 ^^

수퍼남매맘 2015-09-17 07: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궁! 만남이 못 이뤄서져 안타까우셨겠어요.

hnine 2015-09-17 12:45   좋아요 2 | URL
집이 서울이었다면 주말 아니라 평일이라도 지하철 타고 훌쩍 다녀올 수 있었을텐데 말이어요. 이분 사진 정말 좋거든요. 책에서 봐도 멋있었지만 벽에 크게 걸려져있는 사진은 또다른 멋이 있었을거예요.
 

 

 

 

 

 

 

 

 

 

 

 

 

 

 

 

 

 

 

 

"왜 저는 큰 일보다 작은 일에 자주 걸려 넘어질까요?"

"같은 물건을 무겁게 여기고 들면 가볍고, 가볍게 여기고 들면 무거운 법이다. 사람이 큰 일보다 작은 일에 걸려 넘어지는 까닭은, 큰 일에는 정신을 차리고 작은 일에는 정신을 놓기 때문이다."

"아하, 그래서 성인 (聖人)은 작은 일을 크게 여긴다고 했군요?"

"성인에게는 작은 일 큰 일이 따로 없다. 모두가 큰 일이요 그래서 모두가 작은 일이다. 숟가락 하나를 함부로 들지 말아라. 그러면 태산이 오히려 가벼울 것이다." (107쪽, '작은 일 큰 일' 전문)

 

 

 

읽었던 책 다시 읽기.

누가 내게 "쓸쓸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것 같은데, "지금도 쓸쓸하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해야할지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모든 순간이 쓸쓸함이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니 쓸쓸함이라는 감정이 더이상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이 책을 처음 읽고 써놓은 리뷰를 보니, 지금도 쓸쓸하냐고 나자신에게 묻고 그렇다고 했다, 그 쓸쓸함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2007년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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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9-15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이로군요? 읽어보고픈 책이로군요!
찬바람이 살짝 부니 어쩌면 더 쓸쓸해지고 있는가?싶기도 하네요
기운찬 하루 되세요~저도 그럴려구요^^

hnine 2015-09-15 14:17   좋아요 0 | URL
저자 이름이 ˝이아무개˝로 되어 있어요. 원래 이름이 이현주인데 읽어보시면 왜 이분이 이름을 아무개라고 표시했는지 짐작이 가실거예요. 읽는 부담 대비 얻는 것이 많은 책이라고 할까요.
쓸쓸함도 내게 찾아온 손님이니 잘 맞아들여서 대접하여 보내라는군요.
 
다음 인간 - 분석심리학자가 말하는 미래 인간의 모든 것
이나미 지음 / 시공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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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미래 인간형

 

결혼도, 취직도, 친구들과 교류도 하지 않고 오로지 게임만 하는 남자가 점점 늘어난다. '게임을 하면 마음이 비워진다. 명상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결국 마음을 비우려고 도 닦는 것 아니냐. 게임을 하면 마음이 비워지니 결국 그게 자기실현이고 깨달음이다' 이른바 게임교 교도들.

무감동 (Apathy) 세대, 이른바 A 세대 - 자기 방에서 잘 나오지 않으려는 경향

무감동, 타성, 무기력, 무관심에 젖어 살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는 사업 실패나 빚 혹은 정신 질환 때문에 노숙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집안도 좋고 학벌도 나쁘지 않은데 삶에 대한 의욕이 없고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가 싫어 아무 감정 없이 거리를 헤매는 노숙자가 많아질 것이다.

과격한 에코주의자들도 생겨난다. 지구를 위해서는 인류의 숫자가 훨씬 더 줄어야 하고 현재와 같은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전 세계의 녹색당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환경 관련 세계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2장 새로운 가족의 형태

 

자녀에게 강제로 공부시켜봐야 특별히 부모의 노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절감한 것이 2010년대 이후. 그래서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1980~1990년대에 태어난 낭만적인 세대보다는 훨씬 더 냉혹한 현실에서 성장하게 된다. 부모들이 더 이상 과거 세대들처럼 아이들에게 무한 애정을 퍼붓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의 가족은 자신의 의지나 취향과 상관없이 무조건 주어졌으나 21세기 중반 이후에는 자신의 기호에 따라 고를 수 있게 된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사람, 참선을 하고 싶은 사람,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 문화유적지를 사랑하는 사람, 책을 좋아하는 사람, 축구와 야구를 즐기는 사람, 진보적인 정치 활동을 하는 사람 등 자신의 취미에 따라 제2의 가족이 형성되어 있으니 고르기만 하면 된다.

지금보다 더 심각해지는 양극화 현상.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욱 부유해진다. 최고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만 하면 자녀들이 성공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노후까지 걱정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준비 없이 노년을 맞이한 노인들과 부모가 시키는 대로 따라가기만 했을 뿐 미래에 대한 치열한 고민 없이 중년이 되어 능력 없는 부모까지 떠맡아야하는 자녀들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3장 넘쳐나는 정보와 표현, 진화하는 여론 공간

 

특정 집단에 쏠려 있던 지식의 생산과 확산이 점점 더 일반화 될 것이다. 대학 안에 갇혀 있던 지식이 일반인들에게 확산되자 대학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여러 저자나 학자들의 무료 강의 혹은 해외 대학 강의 등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듣는 것이 대세가 된다. 대형 강의 포털이나 지식인 앱 등을 통해 많은 지식 노동자가 월급을 받고 자신의 지식을 파는 형태가 될 것이다.

어려서부터 인터넷이나 스마트폰과 보낸 시간이 부모나 친구들과 보낸 시간보다 훨씬 많은 이른바 테크토이 세대.

편리한 기계에 길들어 지속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는 뇌, 즉 팝콘 브레인.

 

4장 국경과 이데올로기를 넘어

 

민족간의 차이보다는 세대 간의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 지구촌이 될 것.

 

5장 기술 및 의학의 발달과 인간 소외

 

프로톤슈퍼내니 - 일종의 진화된 로봇

아이들은 프로톤과의 애착이 점점 더 심해지면서 가족이나 친구, 선생님과는 거의 대화를 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이제 선생님을 찾아가는 대신 프로톤에게 질문을 한다. 속상한 일이 생길 때는 쓸데없이 캐묻고 야단이나 치는 부모님 대신 판단이나 비난을 하지 않는 프로톤에게 털어넣는게 훨씬 편하고 효율적이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절대로 지지 않으려는 친구들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읽어 적당히 져주기도 하면서 게임 실력을 향상시켜주는 프로톤과 노는 게 더 즐겁다. 이로 인해 젊은 사람들은 이제 사람보다는 로봇과의 접촉을 훨씬 더 선호하게 된다. 아이 키우는 것을 버거워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슈퍼내니는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불안해하며 어린이집에 보내거나 도우미에게 맡기거나 시부모나 친정 부모의 도움을 받기보다는 슈퍼내니에게 아이를 맡겨 키우면서 CCTV로 원격 감시를 하는 일하는 엄마가 점점 많아진다. 프로톤이나 슈퍼내니의 도움을 받으며 자라난 아이들은 부모나 다른 사람들과 애착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로봇에 의해 양육되고 로봇과 사랑하고 로봇에게 아픈 몸을 맡기는 세대, 즉 R세대의 뇌에서 감정을 관장하는 측두엽 부위의 위축이 보고되기 시작한다. 개인의 지성이 인터넷 공간에 모여 집단지성을 창조해내고 보조 자아인 기계의 도움으로 일종의 하이브리드 인간이 탄생하는 것이다.

미래의 테크놀로지 시계는 어쩌면 헤르메스가 인간을 갖고 놀다 잠재우는 곳일 수 있다. 이성의 힘이 퇴보한 자리에 지능은 높으나 충동과 광기를 조절하지 못하는 기술 괴물이 들어앉는 것이다.

동물과 식물에만 기생하던 바이러스가 해외 각지로 옮겨지면서 DNA 변환을 일으켜 인간의 몸에서 항원으로 작용해 신종 감기나 뇌수막염, 장염 등을 일으키는 것도 문제가 될 전망이다. 유전자 조작으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저항력이 떨어진 숙주 동식물을 섭취한 인간에게서 에이즈처럼 폭발적인 번식력을 가진 새로운 질병이 속속 나타나 상당 기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신체 질병과 관련된 과제는 크게 세종류로 나뉠 것이다. ⑴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수퍼 박테리아 등 난치성 감염 질환 ⑵ 서구형 식습관과 기기 사용으로 인한 운동 부족이 가져올 젊은이들의 성인병 ⑶ 장수 시대가 되면서 노화된 몸에 오는 질환. 이중 제일 고비가 될 것은 1번.

 

6장 치유의 상업화, 융합 종교

 

(제목만으로도 무슨 내용일지 짐작이 가므로 부연 설명이 필요없다)

 

7장 새로운 죽음의 방식

 

죽음은 더이상 가족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

 

 

미래는 현재에서 연속. 동떨어진 시점이 아니다.

현재의 인간 사회를 돌아보면 충분히 공감되는 내용들이다.

허무할 수도 있고 절망적일 수도 있을 내용의 이 책을 쓴 목적에 대해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는데, 저자의 스타일을 조금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나도 그녀가 이런 의도로 썼을거라는데 동감한다.

 

환자들이 정신과 의사를 찾는 이유는 대부분 현재의 고통과 과거의 기억 때문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미래의 나는 과거나 현재보다 더욱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전문가 앞에서 그동안 살아온 날들에 대해 기억하는 사람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해 꿈꾸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상담 목표 중 하나다.

지금은 아프고 힘들고 외롭지만 더 나은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현재를 참아낼 수 있는 힘이 있다. 나를 격려해주고 건강하게 타협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주저 앉지 않고 다시 시도해볼 수 있게 도와준다. 이것이 이 책에서 미래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펼친 가장 중요한 이유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염색하지 않아 반백인 머리로, 안경 너머 눈빛이 초롱하던 저자의 모습을 다시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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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더위를 느낄 겨를도 없이, 어떻게 여름이 오고 갔는지도 모르는 새

가을이 와있었다

 

 

누군가는

고추를 수확하고

깨를 털었고

누군가는

낙엽을 쓸었구나

 

 

다 익어 떨어진 감

떨어져 터져버린 감에 모여든 개미들

저 감을 키웠을 햇빛과 공기

 

 

나무계단을 오를까 말까

망설이다가

올라가보기로,

천천히

 

 

꼭 해야한다,

하고야 말 것이다 라는 마음을 버리면

오히려 더 많은 걸 시도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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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9-13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사진에 생동감이 느껴져 풀냄새가 나는것 같아요 ㅎ 저 그런데 혹시 첫번째 사진 꽃 이름이 뭔지 알수있나요? 어제 산책길에봐서 사진을 찍긴했는데 이름을 모르겠더라구요 ㅎㅎ

hnine 2015-09-13 08:42   좋아요 0 | URL
해피북님께서도 아침형 인간이신가요? 아침 일찍 뵈어 더 반가와요 ^^
첫번째 사진의 꽃이요, 모양새로 봐서 꿀풀과 아닐까 짐작만 하고 이름 검색해보니 꿀풀과의 ˝꽃범의 꼬리˝라고 나오네요. 맞는지는 모르겠어요.
해피북님 찍으신 사진도 보여주세요~~ ^^

stella.K 2015-09-13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올 여름이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웠던 것 같습니다.ㅠ
그런데 사진도 사진이지만 서재 대문의 강아지 정말 웃겨요.
뭔가에 놀란 표정인가 본데 아무래도 생애 처음으로 사진이 찍혀 많이 당황했나 봐요.ㅋㅋ

hnine 2015-09-13 19:28   좋아요 0 | URL
stella님의 여름을 그렇게 뜨겁게 만든 일이 뭐였을까...요? ^^
여름이 시작되면서 아버지께서 입원하셔서 저는 어떻게 더위가 시작되고 끝나는지도 모르고 이번 여름을 보냈거든요.
stella님 어머니께서는 좀 어떠신지. stella님, 많이 걱정되시지요?
마음이 힘들 때 때로는 사람보다 저 강아지가 위안이 될 때가 많다면 믿으시겠어요? ^^
많이 당황했나보다는 stella님 댓글도 재미있어요 ㅋㅋ 제가 한번 강아지한테 물어볼께요, 많이 당황했냐고...ㅋㅋ
 
불면의 등불이 너를 인도한다 - 장석주의 서재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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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밤이 불면인 내게 불면이란 단어는 오히려 새삼스럽다. 하지만 얼마나 멋진 제목인가. 불면이라는 현상이 방해꾼이 아니라 오히려 등불이 되어 나를 인도한다니. 어디로 인도하는지는 극히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일일지도.

중국 시인 베이다오 (北島)의 시 한구절에서 빌려와 썼다는데 이 시는 책 첫 페이지에 나와있다.

장석주. 그가 자기를 소개했듯이 그는 문장노동가이며 날마다 읽고 쓰는 사람이라는 것은 그의 어느 글, 어느 책을 읽어봐도 어렵지 않게 알수 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읽어대고 써대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안 읽고 안 쓰는 것이 견딜 수 없는 사람. 그가 지금까지 읽어온 그 많은 책들이 어떻게 각색되어 그의 글로 재탄생되었을지,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 가진 기대감이었고, 시시할리 없다는 확신까지 미리 가지게 했다.

새벽에 일어나 검은콩 두유 한 잔을 마시고, 찐 감자 한 알을 먹는다. 이것들을 소화하면서 만들어진 열량으로 새벽마다 책을 읽고 원고를 쓴다. 소화란 무엇인가? 입으로 들어온 것을 저작과 소화효소 등으로 잘게 쪼개고 아미노산 단위로 분해한 다음 흡수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그 안에 내포된 다른 개체의 정보를 분해"하는 것이다. (후쿠오카 신이치, <동적평형>) '나'는 날마다 아미노산 배열이 헤쳐 모여를 하는 불가역적인 시간의 질서 속에서 무언가를 읽고 쓴다. 내 삶은 단조롭다. 나는 그 단조로움에 오래 길들어 있다. 답답해질 때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371쪽)

이 글의 제목은 다른 아닌 '두유 한 잔 감자 한 알'. 후쿠오카 신이치라면 나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서 읽는 저자 아니던가.

나는 아직 읽지 않은 책이지만 그가 이 책에서 <혼자 책 읽는 시간>의 저자인 니나 상코비치가 위기에 빠진 삶을 스스로 일으켜 세우는 방법이라고 소개한 내용도 인상적이다. 2008년 10월 28일 그녀의 마흔 여섯 번 째 생일 날 시작하여 2009년 10월 28일까지, 날마다 책 한 권을 읽고 서평 쓰기로 채운 것. 이렇게 보낸 독서의 한 해 동안 그녀의 책 읽기는 네 아이 돌보기, 커피 타임, 학부모회 모임, 체력 단련 시간, 집안 청소, 요리 , 장보기 때위의 가사노동을 포함하는 일상의 잡다한 의무들과 함께하는 일이었다니, 이 대목에서 내 눈이 반짝.

내가 가만가만, 조용조용 좋아하는 에밀 시오랑에 대한 그의 의견에도 공감한다. 자살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라고 말하는 루마니아 출신 철학자 에밀 시오랑. 자살에 대해 그렇게 많은 글을 남겼으면서 끝내 본인은 자연사로 생을 마쳤고 자살이란 방법을 택하지 않은 이유는 인간이란 세상에 내던져져 전혀 알려지지 않은 삶의 방식을 찾도록 선고받은 불행한 동물이기 때문이라고 정리해놓았다. 어느 정도 인생에 대한 낙관과 자살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만이 감히 자살을 시도할 수 있다고. 그러면서 저자 장석주의 맺음말은,

때때로 나도 동물이기를 그치고 싶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분주한 활동을 멈추고 식물의 무의식 속에 서 살고 싶다. 동물에 반해 식물은 얼마나 조용하고 평화로운가. (97쪽)

식물생리학자들이 들으면 단박에 모르는 소리 말라고, 식물은 식물 나름대로 생존을 위해 얼마나 많은 수법을 쓰고 있는지 아냐고 하겠지만 잠시 뒷전으로 하고.

410쪽의 "이토록 조잡한 유토피아"라는 글에서 그는 미국이 빚어낸 유토피아는 유럽인들에게는 착잡한 역설이라고 썼다.

유토피아는 물질화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은 관념으로 존재하는 그 무엇이고, 현실을 가늠하고 평가하는 당위적 표준이고, 현실에서 유통되는 제도와 규범들의 당위성을 재는 잣대다. 그 유토피아가 현실이 되면 그건 반 유토피아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략) 미국은 과거도, 기원도, 창립의 진리도, 시간의 축적도 없이 낙원으로 급조된 나라이다. (413쪽)

어떻게 이렇게 잘 표현했을까.

사유의 방식을 '수목형'과 '리좀형'으로 나누어 설명한 것도 새겨둘말 하다. 비록 들뢰즈·가타리가 쓴 <천 개의 고원>에서 빌려 온 개념이라고 하지만 말이다. '수목형'은 나무라는 고정된 질서에 수렴되는 사유로서, 차이들을 하나의 기둥으로 환원하는 구조인 반면 '리좀형'은 뿌리줄기가 뻗어 나가는 대로 펼쳐지고 어느 지점에서나 새로운 리좀을 만들며 작은 중심들로 분산되는 구조를 말한다. 즉 펼쳐지는 사유라고 말할 수 있다.

 

두툼하지만 크기는 아담하여 가방에 들고 다니기도, 손에 쥐고 어디서나 펼쳐 읽기도 좋다.

다 읽고 덮을 때 마음은 마치 오랜만에 마음에 맞는 친구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실컷 마음 속 얘기를 주고받고서 아쉬운 작별을 할 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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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 2015-09-12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80년대에 나온 이 분의 시집을 3권 가지고 있는데요. `문장노동가`의 글은 좀 부담스러워 요즘은 잘 읽지 않습니다만 호기심이 생기긴 합니다.
불면의 밤이 괴로울 듯한데, 엄지발가락 부딪치기나 발로 하는 가위바위보가 수면에 도움이 됩니다. 저는 잠을 못자면 술에 취한 듯 헛소리를 내뱉는 경향이 있어서요.^^

hnine 2015-09-13 04:34   좋아요 0 | URL
책 좋아하는 사람들을 한 둘 보는게 아니지만 이분도 참 둘째 가라면 서러울 것 같아요. 원주토지문학관에 들어가는 건 문인이라 그렇다 치고 학생들이 없는 여름 방학엔 대학 기숙사 (연대 원주 캠퍼스가 아니었을까 합니다만)에 들어가 도서관과 방을 왔다갔다 하며 책만 읽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이 책이 처음은 아닌데 시집도 읽은 적이 있는지 기억이 가물거리네요.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불면을 이제 저는 그냥 저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살아요. 엄지발가락 부딪치기는 저도 들어본 적 있어서 어제 잠자리에서 한번 해봤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