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 YOUR LIFE

색, 다른 공간 이야기

2016.02.25-08.21

대림미술관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4길 21)

 

 

 

전시를 보러 가자 맘먹고 어딜 갈까 검색을 하다가 두군데를 골랐다.

그중 한 곳, 아직 한번도 가본 적 없는 대림미술관을 오늘 다녀왔다.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가는지 적어놓은 메모를 보며 찾아가는 동안, 설레는건 지금 여기서나 오래전 영국에서나 별로 다르지 않구나.

 

경복궁 가까운 곳, 통인동 골목에 있었다.

 

 

 

 

 

 

 

 

 

1층엔 매표소와 기념품샵. 전시는 2층부터 시작된다.

운좋게 도슨트 설명 시간과 맞아 졸졸 따라다니며 설명 듣고 메모하고 사진찍고.

 

"이 전시의 키워드로 공간을 유념하시며 둘러보세요." (도슨트의 말씀)

 

 

여긴 2층 첫번째 방.

여섯명의 사진작가들이 일상 속 색깔들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인간의 눈은 1,700여가지 색을 구별한다고 한다. 자그마치 1,700여가지!

PANTONE이라는 회사에서 이들 색을 분류하여 고유번호를 붙였다. 일명 PANTONE 컬러매칭시스템.

Ives Klein 은 자기가 좋아하는 파랑색을 여러 가지 만들어 IKB (Ives Klein Blue) 라고 이름도 붙였지.

 

 

 

내가 좋아하는 색깔을 클로즈업. (도슨트가 그렇게 해보라고 시켰다)

 

 

 

 

 

 

 

 

 

 

 

 

지나쳤던 일상 속 색깔들.

피부색마저 사람마다 다 달라서 자기 피부색과 똑같은 색을 찾기 어렵다.

 

 

 

 

여러 가지 색깔들 중 눈에 잘 띄는 것은 역시 노랑색. 색이 가진 기능을 생각하게 된다.

 

 

 

 

 

 

 

 

 

2층 두번째 방은 다양한 오브제 속 색깔들이 주제인 방인데

유리, 가죽, 메탈, 패브릭과 색이 만나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위의 작품은 와이어 넘버. 금속과 색.

조규형이라는 우리 나라 작가 작품이다.

 

 

 

 

패브릭과 색.

 

 

 

 

가죽과 색.

 

 

 

 

 

 

유리와 색.

 

 

 

 

여기부턴 3층.

현재 유럽에서 잘 나가는 디자이너 일곱명을 뽑아 그들의 작품을 모았으니 이름을 눈여겨 봐두란다.

대개 영국, 스웨덴 사람인데 이 사람 Bethan Laura Wood는 런던 출신. 색을 조각조각내서 꾸미는게 특기이다.

왼쪽의 테이블 상판을 보니 우리 나라 자개가 연상되었다.

 

 

 

 

 

 Morten 과 Jonas 두 사람이 한조. 색을 덩어리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큼직큼직하다.

 

 

 

 

 

 

 

 

 

슬로베니아 출신 디자이너 Nika Zupanc 작품.

의자 소재를 벨벳으로 하여 부드럽고 우아한 컬러감을 나타내었다.

색이 어떤 소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다른 성질로 태어난다.

 

 

 

 

스웨덴 출신  디자이너 Fredrik Paulsen.

나무를 소재로 하였는데 모세관현상을 이용하여 나무에 그라데이션 효과가 나도록 색을 입혔다. 오묘한 느낌을 주고 싶었나보다.

 

 

 

 

 

 

스웨덴 출신 디자이너 Anton Alvarez.

Stool (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의자)에 색실을 칭칭 감아서 표현 (thread wrapping) 했다.

손으로 감은게 아니라 기계를 사용하였며 도슨트가 동영상을 보여주는데 꼭 옛날 우리나라 물레 같았다.

 

 

 

 

 

지층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항아리.

제스모나이트가 소재인데 원래 가루로 되어 있는 제스모나이트에 물과 원하는 색의 물감을 섞으면 15분 내에 딱딱하게 굳는 성질이 있다고 한다.

 

 

 

 

Lex Pott. 네덜란드 디자이너인데 화학을 좋아했나?

금속 재료를 다른 방식으로 산화시켜 부분적으로 다른 효과를 나타냈는데 금속위에 실제로 Cu (구리), Zn (아연), 막 이런게 써있다.

 

 

 

 

 

 

 

3층의 두번째 방은 가구 속에 나타나있는 색.

65개 가구가 전시되어 있다.

 

 

 

 

가운데 저 화병처럼 생긴 것은 화병이 아니라 의자이자 간이테이블로서, 프랑스의 필립 스탁 작품.

세계 최초로 제작된 투명 의자로서 일명 "고스트 체어"라고 불린다. Polycarbonate 소재.

 

 

 

1959년 덴마크 디자이너 베르너 팬톤 작품으로 세계 최초의 일체형 의자이다.

1959년 작품이라는게 믿기지 않는다. 이렇게 모던할 수가.

집에 와서 궁금해서 찾아보니 원하면 지금도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약 1,770,000원.

 

 

 

이 의자 이름은 "오렌지 조각 의자". 색깔은 수박 색깔이지만 등판과 좌판이 오렌지 조각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프랑스 피에르 폴랭 작품인데 "의자는 기능적인 것 그 이상이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사람.

 

 

 

 가운데 하트 모양 의자는 이스라엘 출신 론 아라드가 1989년에 제작한 의자.

 의자라면 앉을 수 있어야 할텐데 저기 어디에 앉을 수 있지? 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는데 위의 거울로 보면 어디에 앉는지 알 수 있다.

 

 

 

 

이 의자는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어 찍어두었다. 어디서 보았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가운데 파란 의자 이름이 개미의자란다. 의자 다리가 가늘어서일까? 아니면 등받이의 저 잘룩한 부분때문일까.

 

 

 

 

여기부터는 4층 전시실.

공간과 색이 주제이다.

 

 

 

듀럭스라는 회사에서 매년 올해의 색을 지정하는데 올해 2016년의 색은 Ochre Gold. 흙색 느낌이 나는 금색 (안내하시는 분에게 물어봤다)이라고.

 

 

 

 

한가지 오브제에서 느껴지는 색과, 공간 속에서 어우러져 나타나는 색의 표정은 다르다.

 

 

 

 

흐트러져 있는 것 같지만 조화로운

물건들, 색깔들.

 

 

 

 

 

 

 

 

 

 

 

 

 

 

 

 

 

 

 

 

 

 

 

 

 

올라갔던 계단을 내려오며

미술관 2층에서 본 거리.

경복궁 담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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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ne_Hebuterne 2016-04-18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획 이야기를 듣고 궁금했던 전시인데, 이렇게 포스팅해주셔서 고마워요, hnine님.
저는 늘 검정이 가장 좋은데, 최근에서야 검정은 색이 아닌가..하며 타인의 학설에 수긍하던 차에 보게 되어 더 반갑습니다.

hnine 2016-04-18 09:03   좋아요 0 | URL
검정이 얼마나 멋진 색인데요~ 모든 색이 다 들어가있는 색 아닌가요? 저도 검정색, 회색, 흰색 좋아해요. 에뷔테른님 상상하면 사실 전 파스텔톤 색깔이 떠오르는데요.
어제 전시에는 그런 우리 성향을 중화시켜 주려는듯, 이렇게 다양한 색이 다양한 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려는 듯한 전시였어요. 가끔 그런 리프레쉬가 필요한 것 같다고 작정한 하루였답니다. 어제 이 전시 보고 사실은 한군데 더 갔어요. 이것보더 더 화려하고 찬란한 ^^ 따로 페이퍼로 올릴려고요.

마녀고양이 2016-04-19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아래, 거울 속에 사진기 들고 계신 분, 혹시 나인 언니세요?
그렇다면 방가 방가~~~ 인사하려구요! ^^

저는 늘 풍부한 색채가 좋아요.
그래서 봄이 가장 좋은가 봐요. 요즘 애지간하면 기분 좋게 지내거든요. ㅎㅎ

hnine 2016-04-19 17:43   좋아요 0 | URL
사랑스런 마녀고양이님, 저 맞아요. 소심한 셀카지요?
사진을 너무 많이 올려서 끝까지 스크롤해서 보기에도 귀찮으셨을텐데 저를 찾아주셔소 고맙습니다~
저 전시회 코알라와 함께 시간되실때 한번 가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혼자 갔지만요.
저 날은 무척 어둡고 울적한 요즘 기분을 제가 달래주려고 계획적으로 찾아 나선 길이었어요.
한낮의 봄기운에선 아주 조금씩 여름 느낌이 나려고 해요. 좋아하는 봄을 만끽 하시기 바랍니다.
 
산티아고 가는 길 : 카미노 데 산티아고 -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순례자의 길을 걷다
신석교.최미선 지음 / 넥서스BOOKS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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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선, 신석교. 저자 이름을 보고 골랐다. 도보여행가로 많이 알려져있는 황안나님의 아들과 며느리.

글은 주로 최미선님이 쓰고 사진기자 출신 신석교님이 사진을 담당했을 것이다.

산티아고로의 800km, 30일 여행에 이 두사람 외에 한사람이 더 동행했으니 바로 황안나님이다. 하지만 황안나님 얘기는 아주 가끔만 나온다.

2007년 9월 11일 프랑스 남부 생 장 피드포르 출발을 1일로 해서 29일째인 2007년 10월 9일 스페인 북서부 산티아고 성당에 도착할때까지, 그리고 거기서 피니스테레까지 버스를 타고 마침표를 찍고 오기까지의 일정을 일기 형식으로 잘 정리하였다.

저자가 기자 출신이기때문일까. 필요한 정보가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게, 감상도 적당히 들어가있다. 감상과 정보가 적당한 균형을 이룬 여행문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산티아고"가 성서속의 인물 야고보를 가리키는 명칭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야고보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걸었던 길이라는 뜻으로 "산티아고 가는 길"이라는 명칭이 생겼다는 것을.

이들이 산티아고를 걸은 것이 2007년이고 이 책이 나온 것이 2009년. 내가 산티아고 책을 읽기 시작한 것도 아마 그때쯤이었을 것이다. 처음 산티아고에 관한 책을 읽을 땐 그저 한줄 한줄 읽어나가는 것으로도 재미있어 그렇게 한권을 읽어치웠는데 그렇게 몇권을 이미 섭렵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책의 저자가 워낙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서 썼기 때문인지, 이 책을 읽는 동안엔 마치 내가 1일째, 2일째, 헤아려가며 마치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듯 실감할 수 있었다.

 

인상 깊은 구절,

이 길은 특히 결혼을 앞둔 연인들이 함께 걸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 남자가, 내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체력은 물론 대인 관계, 상대방에 대한 이해심이나 배려, 인내심, 주어진 상황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하는지 등. 하나부터 열까지 속속들이 알 수 있어 종합적인 인간성을 엿볼 수 있기에 아주 좋은 길이다. (82쪽)

함께 살아보고 결혼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렇게 함께 오랜 여정을 걸어보면 결혼 상대자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고 동시에 상대방에게 나를 제대로 알릴 수 있으리라는 말에 백배 공감.

나는 이미 결혼을 했으니 오히려 혼자 걸어보고 싶다.

할 수 있을까?

작은 결정은 우유부단 하면서 큰 결정은 오히려 옆에서 보면 충동적이랄 만큼 질러버리는 나란 사람. 어느 날 어떤 계기로 비행기 표를 예매하게 되는 건 아닐지.

예상하겠지만 이 책엔 멋진 사진들이 많이 들어가있다. 그중 가장 보고 싶게 하는 사진이 있는데, 243쪽, 불빛 반짝이는 리에고 데 암브로스라는 마을을 산자락에서 내려보고 찍은 사진이다.

 

 

한 장 더 넘겨서 있는 어마어마한 나무도 보고 싶다. 연초록으로 매달린 것은 꽃인지 열매인지.

 

 

 

한 곳을 향해 오랜 시간을 걷다 보면 잊고 있던 자신에 대한 생각에 집중하게 되어 퍽이나 심각하고 심오한 여정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 저자는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의 따뜻함을 더 절감할 수 있고 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여행의 끝은 결국 사람이고, 사랑이고, 정이다. (321쪽)

 

그렇구나! 여행의 끝이 그렇다면 우리 인생의 결론도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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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2016-04-16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보다 어릴땐 걷는 재미를 몰랐는데 , 머리가 복잡할때 오래 걷고 나면 저절로 머리가 비워지는 경험을 몇 번 한 후로는 부쩍 자주 걸을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도 사라지고 , 기분이 좋아지고 좋더라구요.

사람은 원래 움직여야 하나 보다 생각했더랬습니다.

저도 떠나는 것은 대체로 그냥 질러버려요. ㅎㅎ 그리고 대부분 다녀와서 만족하구요. ㅎㅎ



hnine 2016-04-17 06:53   좋아요 0 | URL
저도 머리 복잡할때 걷거나 끄적거리는 것이 저의 유일하게 할줄 아는 방법이랍니다. 참 신기하게 처음보다 마음이 가라앉더라고요.
암스테르담 사진과 여행글,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
 

 

 

 

일주일쯤 전

 

마루에서 TV를 켜놓은채 찍었더니,

중간에 잡음으로 들어갔다.

 

 

빗소리를 들으며 깬 새벽

나에게도 빗소리가 즐거움으로 들릴 날이 있을까

여전히 슬프고 쓸쓸하고 무겁게만 들린다

 

 

아침에 아이 학교 보내고

바로 투표하고

친구만나러 갈거다.

 

 

옆에서 자고 있는 강아지가 잠꼬대를 하는 것 같아

잠시 가서 토닥토닥 해주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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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4-13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약간 쓸쓸하네요.
지금 h님의 마음이 그러신가 봅니다.
저는 벚나무가 저리도 주저리 주저리 떠는가 싶은데 말입니다.
비가 좀 세차게 내렸으면 하는데 서울은 비가 와도 부슬부슬 오다가마니
저도 즐겁게는 들리지 않습니다.ㅋ
임시공휴일인데 학교는 그렇지 않는가 봅니다.
친구 만나시고 즐거우셨는지요?^^

hnine 2016-04-13 19:04   좋아요 0 | URL
stella님의 말씀이 따뜻하네요.
작년 아버지께서 떠나신 후 꽃을 봐도 새를 봐도, 쓸쓸하고 슬프고 그래요.
다행히 오늘 친구 만나러 서울 다녀왔는데 시험이 곧 있어서인지 인근 여대 학생들로 북적거리는 대학가 분위기에 취해 기분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고등학교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를 만났는데 언제 우리가 이렇게 나이가 들었나 싶더라고요.

파란놀 2016-04-15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에도 바람에도 해님에도
모두 따사라온 숨결이 서려서
hnine 님한테 곱게 드리울 수 있기를 빌어요.
삼월에 이어 사월에 새로 피고 지는 꽃들도
더없이 싱그러운 하루예요.

오늘은 찔레싹을 훑어서 찔레장아찌나 찔레무침을 해 볼 생각인데
머잖아 찔레꽃도 하얗게 밭이나 골짜기를 덮을 듯합니다.

hnine 2016-04-15 12:30   좋아요 0 | URL
앞의 stella님이나 숲노래님의 이런 따뜻한 댓글이 저에게는 토닥토닥입니다. 제가 저희 집 강아지 토닥토닥해주었듯이요.
찔레싹으로 장아찌나 무침도 하신다니 나중엔 이런 종류 요리책도 내셔도 되겠어요. 어떻게 생겼는지 나중에 시간되실때 (지금은 바쁘시니까 ^^) 사진으로라도 구경하게 해주세요~ ^^
 
나의 미카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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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언제 시작되나요 미카엘? 나는 기다리고 기다리는데 지쳐버렸어요. (225쪽)

 

결혼 8년차 부부 미카엘과 한나.

이 소설은 부인인 한나가 화자가 되어 남편 미카엘과 처음 만나 결혼하고 1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하는 동안 남편과의 관계에 대해 말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위의 인용문은 한나가 미카엘에게 하는 말중 한줄에 지나지 않지만 이 문장에서 한나의 결혼 생활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기다림 그리고 지침.

사랑을 믿어 결혼했고 미카엘은 성실한 남편, 가장, 아빠였음에도 한나는 과연 무엇을 저렇게 기다리며 지쳐가는 것일까.

한나가 하는 말에 미카엘이 대답을 하면 한나가 잘 하는 말이 있다. "진부한 표현"이라는 것.

어쩌면 진부한 것은 미카엘의 대답이 아니라 한나의 삶일 것이다. 외부의 무엇인가, 또는 누구인가 그녀의 진부함을 잊게 해주길 기다리는 한나의 삶. 그녀의 그런 메시지가 미카엘에게 도달하고 미카엘을 움직일거라고 기대하는 것의 부질없음을 빨리 깨달을 수록 그녀는 그녀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미카엘은 결혼을 하고난 후에도 원래 자기가 하고자 하던 일을 계속 해나가는데 반해 한나는 문학을 하고 싶어하던 꿈을 접는다. 왜일까. 왜 결혼과 함께 여자는 그동안 가지고 있던 꿈을 계속 진행시키기보다는 꿈을 포기하거나 전환시키게 될까.

한나 개인에게서 이유를 찾는다는 것은 무리이다.

답답하고 고지식해보이는 미카엘이 파출부 여자아이를 보고 달라지는 것을 한나는 눈치챈다.

그 아이는 만족스러웠다. 열심히 일하고 정직하고 똑똑하지 않고. (270쪽)

똑똑하지 않아 만족을 주는 여자.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는 우리 나라의 고은 시인처럼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로 매년 지목되는 사람이라고 한다. 놀라운 것은 그가 이 소설을 쓴 1968년 그의 나이는 겨우 29세였다는 것. 결혼도 안한 29세 남자가 어떻게 이렇게 결혼한 여자의 심리를 잘 알수 있단 말인가.

 

오누이 사이, 어머니와 아들, 언덕과 숲, 돌과 물, 호수와 배, 움직임과 그림자, 소나무와 바람.

이상은 기다리다 지친 한나가 그녀의 결혼 생활에 어떤 결단을 내리며 미카엘에게 그들의 관계를 그려보라며 드는 예시이다.

어떤 결단이든 내렸다면 그러지 않고 계속 기다리기만 하며 사는 것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녀 '스스로' 내린 결단이니까. 결단은 새로운 출발이고 다시 잘해보겠다는 의지이니까.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다.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여행은 결코 시작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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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도 미세먼지도,

어지럽던 생각들도,

 

집 나선 순간 다 잊고 한 시간여 잘 돌아다녔다.

 

꽃을 보며 다 잊는다.

조용히 압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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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4-10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 정말 예쁘네요. 오늘 집에 들어 오다 보니 어느 집 담벼락에 목련꽃이
이제 질려고 꽃잎을 떨구고 있더라구요. 좀 아쉽긴 하지만 다른 꽃도 있으니
너무 섭섭해하지 않으려구요. ㅠㅠㅋㅋ

hnine 2016-04-10 19:11   좋아요 0 | URL
비오면서 벚꽃도 많이 져서 그야말로 노래 제목처럼 벚꽃엔딩이구나 했어요.
지는 꽃이 있어도 앞으로 필 꽃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예쁜 것 보며 걸으니 잠시나마 머리 속 잡념들을 잊을 수 있어 좋더라고요.
오늘 보니까 이제 라일락이 피기 시작하더군요.
좀 더 있으면 장미가 또 활짝 피겠지요? ^^

보물선 2016-04-10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사진 어려운데, 다 멋져요!

hnine 2016-04-11 04:56   좋아요 1 | URL
저희 식구들은 제가 찍은 사진 보면 또 꽃이야? 하는 표정이랍니다. 꽃, 나무 아니면 제가 아마 카메라 들을 일이 별로 없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꽃 자체도 예쁘고, 때가 되면 피고 지는 그것도 새삼 뭉클하고, 그래서 자꾸 찍게 되네요.
잘 봐주셔서 고맙습니다.